다시 태어난 여행지 ⑥울산 세대공감창의놀이터

아이에서 어른까지 삶의 의미를 지어가는 놀이터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주민 혐오 시설이던 음식물 처리장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울산 북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인 친환경 놀이 공간,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가족 중심 공동체와 문화 예술 활동 체험 공간을 지향한다. 중산동 허허벌판에 자리한 이곳은 주택가와 다소 거리가 있다. 동천강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주민이 많고, 아이들이 야외 활동하기 적당한 환경이다.

1층 출입문으로 들어서면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대표 시설인 그물놀이터가 있다. 그물놀이터가 내려다보이는 유리창에 ‘삶의 의미를 지어가는 놀이터, 놀이를 통해 삶의 의지를 키워가는 공간’이란 글귀가 붙여져 있어 눈에 띈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표어다. 그 옆에 ‘길을 잃은 아이는 울면서도 계속 반딧불이를 잡는다’ ‘정신이 망가지는 것보다 팔이 부러지는 게 낫다’ 같은 격언도 있다. 이곳이 추구하는 철학이 짐작된다.

복합 문화 공간

그물놀이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에 걸쳐 있다.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그물에서 출렁출렁한 그물을 오르내리며 깔깔 웃는다. 가장 높은 곳까지 닿으려면 제법 모험심이 필요하다. 그물에서 뒹굴뒹굴 놀던 아이들이 점점 내려가더니 마치 알에서 나오듯 쑥 빠져 바닥에 닿는다. 그물놀이터는 몸을 움직이며 짜릿한 재미를 느끼고, 몸의 감각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용 연령은 7~13세다.

나무놀이터는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기는 친환경 놀이 공간이다. 내부에 들어서자 나무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한쪽에는 기차놀이와 소꿉놀이에 빠진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보호자나 놀이 선생님과 함께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6세 이하 아동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그물놀이터와 나무놀이터는 하루 4회씩 운영하며,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이용 가능하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이용료는 없다. 예약하지 않아도 좀 늦은 시간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달빛놀이터’다. 이용 시간은 수요일 오후 6시30분~9시, 그물놀이터와 나무놀이터를 이용한다. 맥주를 만드는 ‘홈 브로잉’과 ‘기타 강습’도 있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진가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청소년 건축학교’는 2년간 운영하면서 폭발적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집을 설계하고 짓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동하고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완성된 집에서 재미나게 논다. 성취감이 높아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혐오 시설이던 음식물 처리장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지구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지구별 생존기’, 부자(父子)가 더욱 가까워지는 ‘아빠와 함께하는 1박2일 놀이캠프’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평소 교류가 뜸한 아빠와 아들이 1박2일 동안 신나게 놀이하다 보면 서먹하던 사이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 밖에 예술과 모험이 놀이와 만나는 ‘노리별 829’, 방학 때 열리는 ‘방학놀이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온 문화 예술 운동 단체 ‘문화예술스튜디오 노래숲’이 운영한다. 김수연 관장에게 세대공감창의놀이터가 추구하는 놀이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애들이 여기 오면 심장이 뛴다고 해요. 심장이 뛰는 프로그램, 가족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회복을 추구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김 관장은 놀이 선생님 6명과 협업하며 알찬 세대공감창의놀이터를 만든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를 둘러봤으면, 울산 북구의 명소를 찾아보자. 송정동에는 특이하게 인명이 붙은 송정박상진호수공원이 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1884~1921년)은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항일 투쟁을 하다 체포돼 순국했다. 주차장에서 조금 오르면 호수가 나온다. 하늘거리는 억새 너머로 호수와 어우러진 무룡산이 장관이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박상진 의사의 동상을 만난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 40분쯤 걸린다.

송정박상진호수공원에서 차로 15분쯤 걸리는 정자항은 울산 북구의 대표 항구다. 정자항부터 북쪽으로 강동몽돌해변과 강동화암주상절리가 이어져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정자항에 횟집 거리가 있고, 그중 울산수협이 운영하는 정자어촌계활어직판장이 인기다. 수산물이 싱싱하고 ‘가성비’가 좋다. 정자항은 방파제 끝에 있는 등대가 명물이다. 원래 이름은 정자항남방파제등대인데 귀신고래등대라고 불린다. 귀신고래 형상을 한 흰색과 빨간색 등대가 마주 본다. 남쪽 방파제에 정자항아트스트리트가 조성돼 느긋하게 걷기 좋다.

강동화암주상절리


정자항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해변을 따르면, 강동몽돌해변을 지나 강동화암주상절리(울산기념물)가 나온다. 자동차로 5분, 걸으면 40분쯤 걸린다. 약 2000만 년 전에 분출한 현무암 용암이 식으면서 수평이나 수직으로 형성됐으며, 동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주상절리로 알려졌다. 주상절리는 해변에 흩어져 있는데, 어떤 주상절리는 길쭉한 목재를 켜켜이 쌓은 듯하다. 돌의 횡단면이 꽃무늬라 ‘화암(花岩)’이란 이름이 붙었다. 주상절리가 자리한 동네 이름도 화암이다. 주상절리 옆에서 평화롭게 낚시하는 시민을 바라보며 울산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송정박상진호수공원→정자항→강동화암주상절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세대공감창의놀이터→송정박상진호수공원→정자항→강동몽돌해변
둘째 날: 강동화암주상절리→박상진의사생가→달천철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울산관광 https://tour.ulsan.go.kr
- 세대공감창의놀이터 www.bukgu.ulsan.kr/nori  

문의 전화
울산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52)229-3893, 세대공감창의놀이터 052)286-8540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울산(통도사)역, KTX 하루 30여회(05:15~22:3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울산역 정류장에서 1703번 좌석버스 이용, 옥현주공아파트 정류장에서 482번 일반버스 환승, 화정마을 정류장 하차, 세대공감창의놀이터까지 도보 약 9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울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3~6회(06:30~22: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2번 일반버스 이용, 화정마을 정류장 하차, 세대공감창의놀이터까지 도보 약 9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울산고속버스터미널 1688-7797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경주 IC→나정교삼거리→내남교차로→외동교차로→중보길→세대공감창의놀이터

숙박 정보
- 머큐어앰배서더 울산: 북구 강동산하2로, 052)980-1101, www.ambatel.com/mercure/ulsan/ko/main.do
- 브라운도트호텔 정자해수욕장점: 북구 산음10길, 0503-5052-0331
- 썸호텔: 북구 산하중앙1로, 052)298-3333, https://ulsansomehotel.modoo.at

식당 정보
- 울산수협정자어촌계활어직판장(활어회): 북구 정자1길
- 성광수산횟집(활어회·대게): 북구 정자1길, 010-9236-9976
- 황금비늘횟집(회코스·생대구탕): 북구 사청3길, 052)287-4567
- 홍가네민물어탕(매운탕·어탕): 북구 사청3길, 052)287-4311

주변 볼거리
당사항해양낚시공원, 중산동고분군, 대안동쇠부리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울산안전체험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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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