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여행지 ⑤서귀포 빛의벙커

어둠의 벙커에서 빛과 음악의 궁전으로

대로를 벗어나자 차선도 없는 길이다. 듬성듬성 농가와 밭을 경계 짓는 돌담을 거듭해 지난다. 대수산봉 서쪽에 자리한 빛의벙커는 가는 길부터 그 의미를 짐작게 한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벙커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공간의 모양 때문이다.

빛의벙커는 KT가 국가 통신망을 운용하기 위해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센터에 해당한다. 철근콘크리트 단층 건물로 1990년 완공했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벽 두께 3m에 이른다. 지붕은 두께 1.2m 위에 높이 1m 공간을 두고, 다시 1m를 올린 이중 구조다. 이를 가로세로 1m짜리 콘크리트 기둥 27개가 떠받쳐 요새나 다름없다.

다양한 전시

센터 준공식에 대통령까지 참석했지만, 센터는 이내 자취를 감췄다. 정확히 말하면 사라진 듯했다. 건물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마치 산의 일부처럼 보이게 위장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방호벽을 두르고, 이중 철조망과 적외선 감지기를 설치한 뒤, 현역 군인이 통제했다. 인근에 사는 사람도 짓는 줄은 알았으나 완공된 줄은 모르는 건물이었다.

센터는 2000년대 초부터 용도 없이 방치되다 2012년 민간에 불하했고, 2015년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옛 센터의 사무실과 숙소동에 들어섰다. 종전 센터 벙커는 한동안 공연장과 행사장 등으로 쓰이다가, 2018년 11월에 빛의벙커가 문을 열었다.

빛의벙커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이다. 빔 프로젝터 90대가 벽과 바닥 등에 영상을 투사해 명화를 연출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편집한 거장의 작품이 삼면을 장식하는 순간, ‘빛의벙커’라는 이름을 실감한다.


개관 기념 전시로 연 〈구스타프 클림트-색채의 향연〉과 2019년 〈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이 큰 인기를 끌며 ‘2019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르누아르와 모네, 샤갈, 클레 등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전시한다.

파트Ⅰ ‘Voyages to Mediterranean(지중해로의 여행)’은 이상주의부터 모더니즘까지 6개 시퀀스로 나눠 작품 500여 점으로 빛의벙커를 채운다.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칼레트의 무도회’, 모네의 ‘수련’ ‘양산을 쓰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여인’, 샤갈의 ‘율리시스의 메시지’ 등 예술가 20인의 작품이 약 35분 동안 펼쳐진다.

파트Ⅱ는 파울 클레의 ‘Painting Music(음악을 그리다)’이다. 클레는 화가이자 음악가, 교사로 활동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주제곡과 클레의 작품이 10분 동안 공간을 채우는데, 스피커 69대를 설치해 귀도 눈 못지않게 즐겁다.

빛의벙커 전시는 평면적인 회화 전시가 아니라, 거장의 작품을 몰입형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다. 이를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면 된다. 가장자리 의자는 벽에 등을 기댈 수 있어 편안하다. ‘불멍’이나 ‘물멍’을 하듯 작품을 감상하기 좋다. 물론 작품 바로 앞 바닥에 앉으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바닥에서 움직이는 그림을 따라 걸으며 감상할 수도 있다.

전시장은 하나의 열린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거울로 이뤄진 작은 미러룸, 전시 중인 작품을 한 장씩 보여주는 ‘ㄷ 자형’ 갤러리룸 등과 여러 개 벽이 공간을 구획해 단조롭지 않다. 입구나 열린 창이 프레임 역할을 해, 보는 방향에 따라 흥미로운 시선도 연출한다.


시설의 면과 선을 교차하거나 겹치도록 촬영하면 색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 전시와 전시 사이, 미디어 아트 작품이 사라지는 막간에 콘크리트 공간이 날것 그대로 보여, 잠시나마 옛 센터의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해저 광케이블 관리하던 센터에서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빛의벙커는 남쪽 입구와 북쪽 출구의 모습이 똑같다. 입체적인 사다리꼴로, 입구 위쪽은 수목이 무성해 공간을 위장한 흔적이 엿보인다. 벙커 옆에는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있다. 카페와 박물관이 공존하고, 창이 넓어 숲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좋다. 인근 바람의 숲이나 대수산봉 둘레길, 대수산봉 정상 등을 연계해 산책 삼아 걸을 만하다.

빛의벙커 홈페이지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소설가 김영하와 뮤지컬 배우 카이가 들려주는 오디오 도슨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시를 좀 더 알차고 재밌게 경험하는 방법이다. 현재 전시는 내달 28일까지 열린다. 빛의벙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1만8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빛의벙커에서 가까운 광치기해변은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를 잇는 해안으로, 썰물 때는 이끼 낀 빌레(너럭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용암이 바다를 만나 굳으며 생겨난 지형이다. 그 위를 걸어볼 수 있는데 성산일출봉까지 뻗어 나간 풍경이 장관이다.

광치기는 ‘광야처럼 넓다’라는 뜻이 있고, ‘관치기’라는 슬픈 이름도 있었다.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풍랑을 만나 죽으면 파도에 시체가 밀려와 관을 짜서 묻었다고 한다. 광치기해변의 일출이 장엄하게 느껴진다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본태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가 지은 건물이다. 전시관과 전시관을 잇는 동선이 미로처럼 이어져 연신 호기심을 자아낸다. 2관 2층 통로에서 보는 제주 남쪽 바다와 산방산, 단산, 모슬봉의 파노라마 풍경 역시 자연을 담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특징을 잘 드러낸다.

본태(本態)는 ‘본래 형태’를 뜻한다. 특히 한국 전통 공예품 전시가 돋보인다. 1관은 소반과 보자기 등 수공예품을 전시하고, 4관은 전통 상례와 관련된 꽃상여, 용수판, 용마루 꼭두 인형 등이 눈길을 끈다. 3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와 5관 제임스 터렐의 초기작 ‘단일 벽 투사’ 전시실은 공간을 체험하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제주의 활기를 느끼고 싶을 때 찾을 만하다. 서귀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근래에는 관광객에게 더 인기다. 아케이드 형태로 365일 열리는 시장인데, 제주의 특산물과 간식거리가 많다.

다진 마늘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마늘통닭, 김밥과 어묵, 떡볶이 등을 다 함께(모닥) 넣은 제주식 모둠 떡볶이인 모닥치기, 꽁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꽁치김밥 등이 부동의 스테디셀러다. 흑돼지김치말이, 땅콩만두, 대게고로케, 감귤찹쌀떡 등은 근래 각광받는 메뉴. 삼시 세끼로 부족한 ‘먹부림’의 진수를 펼쳐 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빛의벙커→제주커피박물관 바움→광치기해변→서귀포매일올레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빛의벙커→제주커피박물관 바움→광치기해변→성산일출봉
둘째 날: 본태박물관→군산오름→서귀포매일올레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서귀포시 관광 www.seogwipo.go.kr/field/tourist.htm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빛의벙커 www.bunkerdelumieres.com
- 제주커피박물관 바움 www.jejubaum.com
- 본태박물관 www.bontemuseum.com  

문의 전화
-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4
- 빛의벙커 1522-2653
- 제주커피박물관 바움 064)784-2255
- 본태박물관 064)792-8108
- 서귀포매일올레시장 064)762-1949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에서 111번·112번 급행버스 이용, 고성환승정류장(고성리회전교차로) 하차, 빛의벙커까지 택시 이용, 약 2.3㎞.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064)710-2447, http://bus.je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공항입구교차로→용문로 시청 방면 우측 도로 729m→월성로 종합경기장 시청 방면 우회전, 1.3㎞→오라로 연삼로 방면 우회전, 740m→오남로 우회전, 230m→연삼로 시청·법원 방면 좌회전, 3.9㎞→번영로 봉개·표선 방면 19.2㎞→비자림로 평대 방면 좌회전, 5.9㎞→중산간동로 성읍·성산 방면 우회전, 11.65㎞→서성일로 성산 방면 좌회전, 1.2㎞→서성일로 우회전, 346m→서성일로1168번길 우회전, 378m→빛의벙커

숙박 정보
- 플레이스캠프 제주: 성산읍 동류암로, 064)766-3000, www. playcegroup.com
- 취다선리조트: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 784-2221, www.chuidasun.com
- 제주에코스위츠휴양펜션: 서귀포시 중문상로, 064)738-9975, www.jejueco.com


식당 정보
- 경미네집(경미휴게소)(전복덮밥): 성산읍 일출로, 064)782-2671, www.instagram.com/gyeongminejib
- 나목도식당(삼겹살): 표선면 가시로613번길, 064)787-1202
- 와랑와랑(핸드드립커피): 남원읍 위미중앙로300번길, 070-4656-1761

주변 볼거리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용머리해안, 김녕금속공예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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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