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여행지 ⑤서귀포 빛의벙커

어둠의 벙커에서 빛과 음악의 궁전으로

대로를 벗어나자 차선도 없는 길이다. 듬성듬성 농가와 밭을 경계 짓는 돌담을 거듭해 지난다. 대수산봉 서쪽에 자리한 빛의벙커는 가는 길부터 그 의미를 짐작게 한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벙커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공간의 모양 때문이다.

빛의벙커는 KT가 국가 통신망을 운용하기 위해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센터에 해당한다. 철근콘크리트 단층 건물로 1990년 완공했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벽 두께 3m에 이른다. 지붕은 두께 1.2m 위에 높이 1m 공간을 두고, 다시 1m를 올린 이중 구조다. 이를 가로세로 1m짜리 콘크리트 기둥 27개가 떠받쳐 요새나 다름없다.

다양한 전시

센터 준공식에 대통령까지 참석했지만, 센터는 이내 자취를 감췄다. 정확히 말하면 사라진 듯했다. 건물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마치 산의 일부처럼 보이게 위장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방호벽을 두르고, 이중 철조망과 적외선 감지기를 설치한 뒤, 현역 군인이 통제했다. 인근에 사는 사람도 짓는 줄은 알았으나 완공된 줄은 모르는 건물이었다.

센터는 2000년대 초부터 용도 없이 방치되다 2012년 민간에 불하했고, 2015년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옛 센터의 사무실과 숙소동에 들어섰다. 종전 센터 벙커는 한동안 공연장과 행사장 등으로 쓰이다가, 2018년 11월에 빛의벙커가 문을 열었다.

빛의벙커는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이다. 빔 프로젝터 90대가 벽과 바닥 등에 영상을 투사해 명화를 연출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편집한 거장의 작품이 삼면을 장식하는 순간, ‘빛의벙커’라는 이름을 실감한다.


개관 기념 전시로 연 〈구스타프 클림트-색채의 향연〉과 2019년 〈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이 큰 인기를 끌며 ‘2019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르누아르와 모네, 샤갈, 클레 등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전시한다.

파트Ⅰ ‘Voyages to Mediterranean(지중해로의 여행)’은 이상주의부터 모더니즘까지 6개 시퀀스로 나눠 작품 500여 점으로 빛의벙커를 채운다.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칼레트의 무도회’, 모네의 ‘수련’ ‘양산을 쓰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여인’, 샤갈의 ‘율리시스의 메시지’ 등 예술가 20인의 작품이 약 35분 동안 펼쳐진다.

파트Ⅱ는 파울 클레의 ‘Painting Music(음악을 그리다)’이다. 클레는 화가이자 음악가, 교사로 활동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주제곡과 클레의 작품이 10분 동안 공간을 채우는데, 스피커 69대를 설치해 귀도 눈 못지않게 즐겁다.

빛의벙커 전시는 평면적인 회화 전시가 아니라, 거장의 작품을 몰입형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다. 이를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면 된다. 가장자리 의자는 벽에 등을 기댈 수 있어 편안하다. ‘불멍’이나 ‘물멍’을 하듯 작품을 감상하기 좋다. 물론 작품 바로 앞 바닥에 앉으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바닥에서 움직이는 그림을 따라 걸으며 감상할 수도 있다.

전시장은 하나의 열린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거울로 이뤄진 작은 미러룸, 전시 중인 작품을 한 장씩 보여주는 ‘ㄷ 자형’ 갤러리룸 등과 여러 개 벽이 공간을 구획해 단조롭지 않다. 입구나 열린 창이 프레임 역할을 해, 보는 방향에 따라 흥미로운 시선도 연출한다.


시설의 면과 선을 교차하거나 겹치도록 촬영하면 색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 전시와 전시 사이, 미디어 아트 작품이 사라지는 막간에 콘크리트 공간이 날것 그대로 보여, 잠시나마 옛 센터의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해저 광케이블 관리하던 센터에서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빛의벙커는 남쪽 입구와 북쪽 출구의 모습이 똑같다. 입체적인 사다리꼴로, 입구 위쪽은 수목이 무성해 공간을 위장한 흔적이 엿보인다. 벙커 옆에는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있다. 카페와 박물관이 공존하고, 창이 넓어 숲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좋다. 인근 바람의 숲이나 대수산봉 둘레길, 대수산봉 정상 등을 연계해 산책 삼아 걸을 만하다.

빛의벙커 홈페이지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소설가 김영하와 뮤지컬 배우 카이가 들려주는 오디오 도슨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시를 좀 더 알차고 재밌게 경험하는 방법이다. 현재 전시는 내달 28일까지 열린다. 빛의벙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1만8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빛의벙커에서 가까운 광치기해변은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를 잇는 해안으로, 썰물 때는 이끼 낀 빌레(너럭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용암이 바다를 만나 굳으며 생겨난 지형이다. 그 위를 걸어볼 수 있는데 성산일출봉까지 뻗어 나간 풍경이 장관이다.

광치기는 ‘광야처럼 넓다’라는 뜻이 있고, ‘관치기’라는 슬픈 이름도 있었다.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풍랑을 만나 죽으면 파도에 시체가 밀려와 관을 짜서 묻었다고 한다. 광치기해변의 일출이 장엄하게 느껴진다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본태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가 지은 건물이다. 전시관과 전시관을 잇는 동선이 미로처럼 이어져 연신 호기심을 자아낸다. 2관 2층 통로에서 보는 제주 남쪽 바다와 산방산, 단산, 모슬봉의 파노라마 풍경 역시 자연을 담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특징을 잘 드러낸다.

본태(本態)는 ‘본래 형태’를 뜻한다. 특히 한국 전통 공예품 전시가 돋보인다. 1관은 소반과 보자기 등 수공예품을 전시하고, 4관은 전통 상례와 관련된 꽃상여, 용수판, 용마루 꼭두 인형 등이 눈길을 끈다. 3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와 5관 제임스 터렐의 초기작 ‘단일 벽 투사’ 전시실은 공간을 체험하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제주의 활기를 느끼고 싶을 때 찾을 만하다. 서귀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근래에는 관광객에게 더 인기다. 아케이드 형태로 365일 열리는 시장인데, 제주의 특산물과 간식거리가 많다.

다진 마늘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마늘통닭, 김밥과 어묵, 떡볶이 등을 다 함께(모닥) 넣은 제주식 모둠 떡볶이인 모닥치기, 꽁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꽁치김밥 등이 부동의 스테디셀러다. 흑돼지김치말이, 땅콩만두, 대게고로케, 감귤찹쌀떡 등은 근래 각광받는 메뉴. 삼시 세끼로 부족한 ‘먹부림’의 진수를 펼쳐 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빛의벙커→제주커피박물관 바움→광치기해변→서귀포매일올레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빛의벙커→제주커피박물관 바움→광치기해변→성산일출봉
둘째 날: 본태박물관→군산오름→서귀포매일올레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서귀포시 관광 www.seogwipo.go.kr/field/tourist.htm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빛의벙커 www.bunkerdelumieres.com
- 제주커피박물관 바움 www.jejubaum.com
- 본태박물관 www.bontemuseum.com  

문의 전화
-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4
- 빛의벙커 1522-2653
- 제주커피박물관 바움 064)784-2255
- 본태박물관 064)792-8108
- 서귀포매일올레시장 064)762-1949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에서 111번·112번 급행버스 이용, 고성환승정류장(고성리회전교차로) 하차, 빛의벙커까지 택시 이용, 약 2.3㎞.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064)710-2447, http://bus.je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공항입구교차로→용문로 시청 방면 우측 도로 729m→월성로 종합경기장 시청 방면 우회전, 1.3㎞→오라로 연삼로 방면 우회전, 740m→오남로 우회전, 230m→연삼로 시청·법원 방면 좌회전, 3.9㎞→번영로 봉개·표선 방면 19.2㎞→비자림로 평대 방면 좌회전, 5.9㎞→중산간동로 성읍·성산 방면 우회전, 11.65㎞→서성일로 성산 방면 좌회전, 1.2㎞→서성일로 우회전, 346m→서성일로1168번길 우회전, 378m→빛의벙커

숙박 정보
- 플레이스캠프 제주: 성산읍 동류암로, 064)766-3000, www. playcegroup.com
- 취다선리조트: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 784-2221, www.chuidasun.com
- 제주에코스위츠휴양펜션: 서귀포시 중문상로, 064)738-9975, www.jejueco.com


식당 정보
- 경미네집(경미휴게소)(전복덮밥): 성산읍 일출로, 064)782-2671, www.instagram.com/gyeongminejib
- 나목도식당(삼겹살): 표선면 가시로613번길, 064)787-1202
- 와랑와랑(핸드드립커피): 남원읍 위미중앙로300번길, 070-4656-1761

주변 볼거리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용머리해안, 김녕금속공예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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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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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