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철없는 로맨스 판타지

역사적 가치는 ‘뇌 밖’에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JTBC 드라마 <설강화>가 예상대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제작 단계부터 안기부 미화 논란이 있었던 <설강화>는 방영 2화 만에 폐지 여론이 형성됐다. 드라마에는 안기부 미화와 민주화운동에 남파 간첩이 엮인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일부 담겨있었다. 제작진은 “역사 왜곡 의도가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태도다. 여전히 무슨 잘못을 했는지조차 인지가 되지 않은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방송계는 <설강화>가 폐지로 이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7년 12월27일 개봉한 영화 <1987>의 흥행은 국내 사회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1987>은 민주주의의 열망을 누르려던 당시 권력의 교만함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노골적으로 묘사한다. 

눈 감은
진실

박종철(여진구 분) 열사의 고문 치사 사건으로 시작해 이한열(강동원 분) 열사의 죽음까지 보여주면서, 철저히 중립을 지켜오던 연희(김태리 분)가 끝내 도착한 종착지는 시위대 버스 위였다. 이곳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1987>은 진실로서 당시 시대를 바라본다.

영화에는 현 정치계에도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끼치는 1987년 민주항쟁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진실로 당시를 바라보고자 했던 <1987>의 시선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반대 측에는 굉장히 불쾌한 영화로 여겨질 수도 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남파 간첩들의 소행이라며 광주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죽인 것에 일말의 반성 없이 살아간 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1987>은 매우 거슬리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역사적 사건은 역사가 뜻대로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1987>은 무려 72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뿐 아니라 이듬해 열린 대다수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모두 석권했다. <1987>의 작품적 가치를 인정하는 영화계의 시선에 반발하는 여론은 없었다. 이는 <1987>이 역사적 사건을 진실에 근거해 재해석한 영화로서 충분히 인정받을 영화라는 사회적 함의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1987년도의 민주항쟁은 국민이 서슬 퍼런 권력에 대항해 피와 땀과 눈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일궈낸 사건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치사적 가치를 지닌다는 걸 국민 대다수가 결론지었다는 의미다.

<설강화> 지속되는 폐지 논란
우려했던 역사 왜곡…그대로 공개

최근 논란이 되는 JTBC 드라마 <설강화>의 문제는 1987년도에 발생한 민주항쟁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출발한다. <설강화>의 원제였던 <이대 기숙사>로 시놉시스가 공개됐을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안기부 인물을 미화하는 캐릭터 소개글과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인 척 하는 간첩’이라고 알려졌다. 드라마로 편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게시판에 방영 금지 청원이 올라왔다. 이후 20만명 이상이 동의할 만큼 문제작으로 거론됐다. 

당시 제작진은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작품이 아니다”라며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논란이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송이 공개되면 이해할 것이라고도 밝혔었다.

그런 가운데 4화까지 방영된 <설강화>에는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많지는 않다. 다만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있다. 남자 주인공이자 남파 간첩인 임수호(정해인 분)가 민주화운동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안기부 은창수(허준호 분)나 이강무(양승조 분)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여부다.

제작진은 은창수나 이강무 등 안기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고 강조할 뿐 아니라 임수호 역시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인 연결은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다만 해당 인물들이 중립적이고 멋있는 모습으로 나온다면, 논란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항쟁
제멋대로

안기부가 역사적으로 벌여온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강하기 때문이다.

당시 군부권력은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 고문과 살인을 일삼았다. 정부에 입바른 소리를 하면 ‘빨갱이’로 낙인을 찍고 목숨을 앗아가는 게 신념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고, 남산에 소재한 안기부에 끌려갔다가 성착취를 당한 여대생이 적지 않으며, 죽다 살아나 트라우마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도 여전히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를 토대로 만든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는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무수히 나온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당시의 시대상을 제멋대로 해석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심해지자 제작진은 입장문을 공개했다. 해당 내용을 요약하면, <설강화>는 군부 시절 대선 정국이 배경이며,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과 야합한다는 내용이 골자일 뿐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회차가 진행될수록 역사 왜곡의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월요일 방영되는 <해방타운> 대신 <설강화> 5회분을 방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5회분을 보면 시청자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로미오 줄리엣? 
사랑의 불시착?

하지만 역사 왜곡 논란이 불식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tvN <사랑의 불시착>의 형태를 띠는 작품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남북 단절의 환경을 이용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국판 서사로 환경이 낳은 비극적 사랑이 드라마의 골자다. <설강화>는 <사랑의 불시착>의 기틀은 그대로 가져오되, 배경만 1987년도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이 논란이 될 때마다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라고 강조하는 측면에서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극 중 ‘호수여대 기숙사’의 설정에서 드러난다. 이 기숙사는 1987년 당시 경제력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시스템이 도입됐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운 포지션을 지닌다. 

총 들고 압박하는 안기부 요원에 저항하는 기숙사 사감의 행태는 당시를 살아본 사람들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장면이다. 실제로 기숙사 시퀀스는 뿌연 조명을 사용하며 판타지로서 장르적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활용한 이유는 <설강화>는 단절된 시대로 인해 파생된 두 남녀의 슬픈 로맨스를 그리고자 하는 심리로 해석된다. 세계적인 스타인 블랙핑크 지수와 <D.P.> 화제를 모은 정해인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를 만든 목적이다. 

“1987년 상징적 가치 무시한 드라마”
“안기부 풍자하지만, 반전은 없다”

사회적으로 함의가 된 역사적 가치가 있는 1987년 시대상에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배경으로만 활용하려 했다는 데서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것. 그러다 보니 안기부 요원에게 당당히 영장을 요구하는 기숙사 사감이 등장하고, 하나회가 연상되는 동심회에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서열 다툼이 벌어진다. 

동심회의 모티브가 된 하나회는 군대 내 인사권을 마구 휘두른 사조직이다. 기수 간의 위계질서가 분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무리 군부 독재자가 하나회를 설립한 인물이라 권력이 쏠려 있다고 해도 “코드1의 신뢰가 곧 권력이 된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의 콩가루 조직은 아니었던 것. 

하지만 <설강화> 제작진은 이러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듯 후배 남태일(박성웅 분)이 선배 은창수(허준호 분)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장면을 비중 있게 다룬다. 

이후 <설강화> 줄거리는 집권 여당과 청와대 및 안기부가 북한 정권과 야합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회차가 진행되면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는 제작진의 언급은 군부정권이 북한정권과 야합하는 대목에서 안기부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담겨있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을 거라는 게 작품에 참여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설강화> 제작 관계자라고 밝힌 A는 “<설강화>는 안기부 측 사람들도 보통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만든 작품이다. 그 시절 정권을 풍자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나쁜 사람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후반부에 ‘총풍 사건’과 연관된 내용이 나오는데, 안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뒤죽박죽
얼렁뚱땅

이어 “역사 왜곡 논란은 1987년의 시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문제로 보인다. <설강화>는 1987년도의 안기부를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립으로 바라보는데, 이러한 중립적인 시선에 불만이 있는 시청자가 많다면 오해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설강화’ 불붙은 폐지론
“시대극 이제 못 볼 수도”

시놉시스 단계부터 우려를 낳은 <설강화>는 SBS <조선구마사>처럼 폐지의 위기에 놓였다. <조선구마사>는 동북공정 역사관에 해당하는 장면이 공개돼 단 2회 만에 폐지됐다.

<설강화> 역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제작진은 편성을 바꿔서라도 어떻게든 폐지만큼은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조선구마사> 뒤이을까?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

방송계는 <설강화>의 폐지를 매우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역사를 분명히 폄훼하는 장면이 분명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 폐지까지 이어진다면, 시대극 제작 자체가 위축될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공은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폐지까지 이어지는 건 오히려 드라마 시장의 시스템을 망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시청자가 작품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듯이, 이야기를 만드는 건 시장의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조기 종영을 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설강화>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폐지가 된다면 시대극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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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