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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21일 06시47분

<설강화> 철없는 로맨스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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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가치는 ‘뇌 밖’에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JTBC 드라마 <설강화>가 예상대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제작 단계부터 안기부 미화 논란이 있었던 <설강화>는 방영 2화 만에 폐지 여론이 형성됐다. 드라마에는 안기부 미화와 민주화운동에 남파 간첩이 엮인다는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일부 담겨있었다. 제작진은 “역사 왜곡 의도가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태도다. 여전히 무슨 잘못을 했는지조차 인지가 되지 않은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방송계는 <설강화>가 폐지로 이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17년 12월27일 개봉한 영화 <1987>의 흥행은 국내 사회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1987>은 민주주의의 열망을 누르려던 당시 권력의 교만함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노골적으로 묘사한다. 

눈 감은
진실

박종철(여진구 분) 열사의 고문 치사 사건으로 시작해 이한열(강동원 분) 열사의 죽음까지 보여주면서, 철저히 중립을 지켜오던 연희(김태리 분)가 끝내 도착한 종착지는 시위대 버스 위였다. 이곳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1987>은 진실로서 당시 시대를 바라본다.

영화에는 현 정치계에도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끼치는 1987년 민주항쟁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진실로 당시를 바라보고자 했던 <1987>의 시선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반대 측에는 굉장히 불쾌한 영화로 여겨질 수도 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남파 간첩들의 소행이라며 광주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죽인 것에 일말의 반성 없이 살아간 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1987>은 매우 거슬리는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역사적 사건은 역사가 뜻대로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1987>은 무려 72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뿐 아니라 이듬해 열린 대다수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모두 석권했다. <1987>의 작품적 가치를 인정하는 영화계의 시선에 반발하는 여론은 없었다. 이는 <1987>이 역사적 사건을 진실에 근거해 재해석한 영화로서 충분히 인정받을 영화라는 사회적 함의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1987년도의 민주항쟁은 국민이 서슬 퍼런 권력에 대항해 피와 땀과 눈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일궈낸 사건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치사적 가치를 지닌다는 걸 국민 대다수가 결론지었다는 의미다.

<설강화> 지속되는 폐지 논란
우려했던 역사 왜곡…그대로 공개

최근 논란이 되는 JTBC 드라마 <설강화>의 문제는 1987년도에 발생한 민주항쟁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출발한다. <설강화>의 원제였던 <이대 기숙사>로 시놉시스가 공개됐을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안기부 인물을 미화하는 캐릭터 소개글과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인 척 하는 간첩’이라고 알려졌다. 드라마로 편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게시판에 방영 금지 청원이 올라왔다. 이후 20만명 이상이 동의할 만큼 문제작으로 거론됐다. 

당시 제작진은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작품이 아니다”라며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논란이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송이 공개되면 이해할 것이라고도 밝혔었다.

그런 가운데 4화까지 방영된 <설강화>에는 논란이 될만한 내용이 많지는 않다. 다만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있다. 남자 주인공이자 남파 간첩인 임수호(정해인 분)가 민주화운동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안기부 은창수(허준호 분)나 이강무(양승조 분)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여부다.

제작진은 은창수나 이강무 등 안기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고 강조할 뿐 아니라 임수호 역시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인 연결은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다만 해당 인물들이 중립적이고 멋있는 모습으로 나온다면, 논란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항쟁
제멋대로


안기부가 역사적으로 벌여온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강하기 때문이다.

당시 군부권력은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 고문과 살인을 일삼았다. 정부에 입바른 소리를 하면 ‘빨갱이’로 낙인을 찍고 목숨을 앗아가는 게 신념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았고, 남산에 소재한 안기부에 끌려갔다가 성착취를 당한 여대생이 적지 않으며, 죽다 살아나 트라우마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도 여전히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를 토대로 만든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는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무수히 나온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당시의 시대상을 제멋대로 해석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심해지자 제작진은 입장문을 공개했다. 해당 내용을 요약하면, <설강화>는 군부 시절 대선 정국이 배경이며,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과 야합한다는 내용이 골자일 뿐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회차가 진행될수록 역사 왜곡의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월요일 방영되는 <해방타운> 대신 <설강화> 5회분을 방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5회분을 보면 시청자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로미오 줄리엣? 
사랑의 불시착?

하지만 역사 왜곡 논란이 불식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tvN <사랑의 불시착>의 형태를 띠는 작품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남북 단절의 환경을 이용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국판 서사로 환경이 낳은 비극적 사랑이 드라마의 골자다. <설강화>는 <사랑의 불시착>의 기틀은 그대로 가져오되, 배경만 1987년도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이 논란이 될 때마다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라고 강조하는 측면에서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극 중 ‘호수여대 기숙사’의 설정에서 드러난다. 이 기숙사는 1987년 당시 경제력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시스템이 도입됐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운 포지션을 지닌다. 

총 들고 압박하는 안기부 요원에 저항하는 기숙사 사감의 행태는 당시를 살아본 사람들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장면이다. 실제로 기숙사 시퀀스는 뿌연 조명을 사용하며 판타지로서 장르적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활용한 이유는 <설강화>는 단절된 시대로 인해 파생된 두 남녀의 슬픈 로맨스를 그리고자 하는 심리로 해석된다. 세계적인 스타인 블랙핑크 지수와 <D.P.> 화제를 모은 정해인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를 만든 목적이다. 

“1987년 상징적 가치 무시한 드라마”
“안기부 풍자하지만, 반전은 없다”

사회적으로 함의가 된 역사적 가치가 있는 1987년 시대상에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배경으로만 활용하려 했다는 데서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것. 그러다 보니 안기부 요원에게 당당히 영장을 요구하는 기숙사 사감이 등장하고, 하나회가 연상되는 동심회에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서열 다툼이 벌어진다. 

동심회의 모티브가 된 하나회는 군대 내 인사권을 마구 휘두른 사조직이다. 기수 간의 위계질서가 분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무리 군부 독재자가 하나회를 설립한 인물이라 권력이 쏠려 있다고 해도 “코드1의 신뢰가 곧 권력이 된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의 콩가루 조직은 아니었던 것. 


하지만 <설강화> 제작진은 이러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듯 후배 남태일(박성웅 분)이 선배 은창수(허준호 분)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장면을 비중 있게 다룬다. 

이후 <설강화> 줄거리는 집권 여당과 청와대 및 안기부가 북한 정권과 야합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회차가 진행되면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는 제작진의 언급은 군부정권이 북한정권과 야합하는 대목에서 안기부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담겨있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을 거라는 게 작품에 참여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설강화> 제작 관계자라고 밝힌 A는 “<설강화>는 안기부 측 사람들도 보통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만든 작품이다. 그 시절 정권을 풍자하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나쁜 사람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후반부에 ‘총풍 사건’과 연관된 내용이 나오는데, 안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뒤죽박죽
얼렁뚱땅

이어 “역사 왜곡 논란은 1987년의 시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문제로 보인다. <설강화>는 1987년도의 안기부를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립으로 바라보는데, 이러한 중립적인 시선에 불만이 있는 시청자가 많다면 오해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설강화’ 불붙은 폐지론
“시대극 이제 못 볼 수도”

시놉시스 단계부터 우려를 낳은 <설강화>는 SBS <조선구마사>처럼 폐지의 위기에 놓였다. <조선구마사>는 동북공정 역사관에 해당하는 장면이 공개돼 단 2회 만에 폐지됐다.

<설강화> 역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제작진은 편성을 바꿔서라도 어떻게든 폐지만큼은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조선구마사> 뒤이을까?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

방송계는 <설강화>의 폐지를 매우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역사를 분명히 폄훼하는 장면이 분명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 폐지까지 이어진다면, 시대극 제작 자체가 위축될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작품의 성공은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폐지까지 이어지는 건 오히려 드라마 시장의 시스템을 망치는 결과가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시청자가 작품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듯이, 이야기를 만드는 건 시장의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조기 종영을 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설강화>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폐지가 된다면 시대극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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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6·1 보궐선거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가장 탐내던 자리가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가 내놓은 인천 계양을이다. 이 지역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곳으로 그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될 때 대들보 역할을 자청하던 곳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천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신청서는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다. 해당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고문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확정됐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이 연단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띤 성원을 보냈다. 탐나는 당 대표 마이크를 잡은 이 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실제로 이 고문의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끝까지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고작 두 달가량밖에 안된 시점이기도 했고,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떳떳하지 못한 이 고문에게 두 달의 잠행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민심은 아직도 좋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처럼 두 달 만에 정계 복귀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사실 대선주자의 정계 복귀가 대한민국 정계에서 그렇게까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패배 후 복귀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의 숙고를 거친 후에야 정계 복귀를 선택했다. 이 고문의 이례적인 행보는 정치 평론가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게 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모를 리 없는 그에게 ‘왜 지금, 왜 인천에 출마했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가에선 여기에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노림수에 대한 의심은 ‘0선 대권후보’였던 이 고문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고문은 정치 시작부터 대선 전까지 늘 지방선거에만 출마해왔다. 큰 선거가 있을 때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들은 다수 있었지만, 본인이 당선된 선거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뿐이었다. 이 때문에 세간의 의심은 당 대표 자리에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진정 원하고 있는 자리는 당 대표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번에 놓친 대통령 자리를 다음 대선에서 거머쥐기 위해서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이 받쳐주지 못한 대통령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계양을 출마 확정 고작 2개월 칩거…부정적 여론 더 커 이번 대선에서 그랬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이재명 캠프 측의 한 인사는 패배 요인 중 ‘민주당의 분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겉으로는 하나가 된 척 쇼를 했지만, 실제 내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친문(친 문재인)파’와 ‘이재명계’간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29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 편성권과 공천권을 동시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이 만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당내에 있는 ‘반명(반 이재명)계’의 힘을 줄여 놓을 힘이 생긴다. 이후 출마할 대통령선거 전에 발판을 미리 닦아놓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라면 누구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다. 입후보하고 싶은 민주당 권리당원은 기탁금(2020년 기준 8000만원)을 내기만 하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선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는 나왔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장외 선거운동과 장내 선거운동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려면 반명(반 이재명)계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을 장외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실히 민주당 리더의 대세는 현재 이 고문이 맞지만, 대세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지려면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민주당 대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대부분 원내 인사들이었다. 아직은 소수인 ‘이재명계’ 의원들의 결속과 반명계 의원들에 대한 견제 및 포섭까지 하려면 그가 직접 여의도 내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해석이다. 정계가 의심하고 있는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두 번째 노림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대선 전부터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말은 ‘지면 감옥 가는 선거’였다. 방탄의원단 면책특권? 선거 기간 내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고문은 서로를 향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며 대선을 뜨겁게 불태웠다. 윤 대통령에게는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문제가, 이 고문에게는 대장동 리스크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금 횡령 문제가 따라다녔다. 대선 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고문의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은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는 국민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대선 과정만 하더라도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주장하는 ‘수사 방탄’ 의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기인한다.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적시돼있다. 2항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회기 중 체포도, 또 체포 후에 석방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부의 힘이 다소 약하던 시절,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소신발언하고 양심에 따라서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까운 예는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연루된 본인의 측근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개월간 임시국회를 소집한 일이다. 당시 이 총재와 측근들은 대선을 치르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끝에 그중 몇몇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혐의를 의심받던 용의자들이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총재가 임시국회를 여는 바람에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은 임시국회 소집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대책 심의 등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여론은 의원들의 체포를 막으려는 ‘꼼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측근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총재는 수차례 임시국회를 열어야 했다. 감독서 선수로 언론은 이를 빗대 ‘방탄 국회’라 보도했고 곧 ‘방탄 국회’는 불체포특권에 숨는 의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대명사를 최근에야 이 전 대표가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이 고문의 출마 의미를 다시 해석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국회의원이 임시국회에 숨어 체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당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일은 그동안 몇 번 있어왔다. 2020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고 검찰로부터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상태였다. 청주지방법원은 그에게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3030만원을 선고했다. 그의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회는 정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빠르게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186명의 국회의원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민주당 측은 정 전 의원처럼 뚜렷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현역 의원이라도 누구든지 체포될 수 있는 게 요즘 국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간의 의심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민주당 측의 주장도 사실이지만 이 고문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부당한 외압 수사’라며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에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 이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제1정당이다. ‘야인’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보다 ‘국회의원’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가 한결 어려워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의 세 번째 노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의 출마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재명계’ 지방선거 주자 모두가 공천을 받은 후에 비로소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시점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국회로 들어가려? “시대 변했는데 무슨∼” 공천 잡음을 가장 많이 야기했던 곳은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은 송 전 대표가 받았다. 이 고문의 대선을 함께 뛰었던 송 전 대표는 “당의 요구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시장 출마는)희생하러 가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수 공천’ 이야기도 언론에 흘리는 등 그의 선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인천에만 연고가 있는 인사가 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냐는 지적과 함께 투명한 공천룰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미 시장 출사표를 던진 ‘서울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과 반명계 의원들이 합세해 ‘친명(친 이재명)계’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한때 공천에서 ‘완전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르며 공천장을 받아든 송 전 대표지만 친명계의 이번 선거 부담은 더욱 가중돼있는 상태다. 경기도지사 공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만 약할 뿐이지 여기서도 친명계에 대한 편애를 지적하는 후보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앞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직에는 이미 조정식·안민석 의원 및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 경쟁자들의 총질이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경쟁자들은 공천룰이 부당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후보들의 몇몇 핵심 측근은 이재명 캠프 인력이 대거 김 전 부총리를 돕고 있다고 양심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무난히 공천을 받지 못한 ‘이재명계’ 후보들과 이 고문 본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 시 명장으로 이름을 남기겠지만, 진다면 패장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대선 패배로부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의 패배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 대표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그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보선에 뛰어들어서 ‘감독’으로서 역할보단 ‘선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 고문은 ‘본인의 사람들’이 모두 공천받을 때까지 기다렸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한걸음 뒤로 책임은 안 져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해석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행보를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치다. 이 고문의 이번 인천 출마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또 그중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고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이 고문이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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