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는 착한 발걸음 ③충주 수주팔봉

수달 살던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

충북 충주 달천은 ‘달고 청정한’ 사연을 지녔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은 괴산에서 청천, 괴강으로 불리다가 충주 남쪽을 가르며 달래강, 달천으로 이름을 바꾼다. 달천은 수달이 살아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이라고도 했다. 살미면과 대소원면 사이, 물 맑은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가 수주팔봉이다.

두룽산에서 뻗은 수주팔봉 줄기는 칼바위까지 그늘을 드리우며 이어진다. 멀리서 보면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깎아지른 봉우리가 물 위에 솟은 모양새다. 봉우리는 수주팔봉이 유래한 수주마을과 팔봉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싼다. 갈라진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칼바위폭포가 수주팔봉의 대표 경관이 됐고, 팔봉마을 앞 자갈밭은 ‘차박’ 캠핑 명소로 소문났다.

자연환경보전지역

탄금호, 남한강과 만나는 달천은 대부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올갱이(다슬기)가 지천이며,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을 봤다는 주민도 만날 수 있다. 생태계가 보전된 달천 중·상류는 예부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충주시 캐릭터 ‘충주씨’ 역시 수달이다. 깨끗한 달천 물은 조선 시대부터 최고로 꼽혔으며, 용재 성현의 수필집 〈용재총화〉에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이 으뜸이며 오대산 우통수가 두 번째, 속리산 삼타수가 세 번째로 좋다”고 전해진다.

팔봉마을 일대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예외적으로 달천 변이 개방됐다. 최근에는 환경문제를 고려해 차박을 하루 120  대로 제한한다. 캠핑과 차박은 지정된 장소에서 가능하며, 자동차는 물가 가까이 들어서지 못한다. 여유로워진 하천 변은 소풍과 ‘물멍’을 즐기고, 올갱이를 줍고, 물수제비를 뜨는 여행자의 공간이 됐다.

팔봉마을 하천 변을 거닐면 빛과 위치에 따라 수주팔봉 윤곽이 다르다. 잔잔하게 흐르던 달천은 칼바위를 만나 쾌청한 물살을 만든다. 칼바위폭포는 살미면 토계리에서 흘러드는 오가천 물길을 달천으로 연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바위를 자르며 생겼다. 1960년대 초반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연에 생채기를 낸 셈인데, 50년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흔적이 작은 울림을 준다.


수주팔봉은 팔봉교를 지나 반대편 오가천 쪽에서 오를 수 있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칼바위 정상으로 연결되고, 바위 정상부에 마을 주민이 부모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가 있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였다. 출렁다리와 전망대에서 보면 달천과 수주팔봉, 팔봉마을이 조화롭게 담긴다. 곡류천인 달천은 예천 회룡포처럼 팔봉마을을 아늑하게 에돌아 흐른다. 팔봉마을과 캠핑장 텐트에 하나둘 불빛이 스며드는 해 질 녘 풍경이 사진 애호가 사이에 인기다. 칼바위에서 출렁다리와 전망대를 거쳐 두룽산까지 올라도 좋다.

수주마을·팔봉마을 병풍처럼 감싸져
팔봉마을 앞 자갈밭 ‘차박’ 캠핑 명소

팔봉마을 구경은 하천 길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팔봉안길을 걷는 게 운치 있다. 한적한 마을 길에서 봉우리와 물길이 고즈넉하게 바라보인다. 팔봉안길 한쪽에는 석축에 솟을삼문을 올린 충주 팔봉서원(충북기념물)이 있다. 팔봉서원은 이자, 이연경, 김세필, 노수신의 위패를 모셨다. 1582년 창건했으며 1672년 현종이 사액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수주팔봉 앞 달천에 카누를 띄우고 이자와 이연경의 거룻배 만남을 재연하는 행사를 한다. 마을 초입에 가마터가 남아 있다.

수주팔봉은 tvN 드라마 〈빈센조〉에 나와 화제가 됐다. 입구에 드라마 촬영지를 알리는 간판이 큼직하게 걸렸다. 팔봉마을에는 글램핑장이 있으며, 달천 변 캠핑과 차박은 무료다. 캠핑장에 주차장과 CCTV를 마련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를 금지하는 등 주민과 차박 이용자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차박과 캠핑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달천의 청정한 사연은 탄금호까지 이어진다. 탄금호에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전기 유람선이 등장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운항을 시작한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은 전기를 주동력으로 한다. 유람선은 정박할 때 충전하며, 일부 동력은 갑판 위 태양광 패널로 채운다.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구간을 하루 3회, 40분간 왕복 운항한다(수·목요일 휴항).

충주체험관광센터에서 진행하는 ‘묵고, 타고, 입고, 찍고 놀까’ 체험도 흥미롭다. 마리나센터 2층 공간은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객실(2~8인실)은 모두 탄금호 조망이 가능한 숙박형 관광지를 표방한다. 물 위에 뜬 듯한 라운지 전망이 뛰어나며, 보드게임과 피크닉 물품을 무료로 빌려준다. 투숙객은 재활용한 자전거 대여도 무료다.

‘입고놀까’와 ‘찍고놀까’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이 있는 중앙탑사적공원이 주 무대다. 기와집인 중앙탑의상대여소는 한복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 교복, 영화 캐릭터 의상과 소품을 빌려준다.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2시간 동안 산책에 나서거나, 초가집인 중앙탑사진관에서 흑백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입석마을에 자리한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고구려 비석을 간직한 공간이다. 충주 고구려비(국보)는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까지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로, 비문에 5세기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 문화 등을 적시했다. 충주 고구려비는 입석마을의 대장간 기둥으로 쓰인 파란만장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택견의 본고장

충주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택견의 본고장이다. 충주세계무술공원에 자리한 세계무술박물관은 동서양 무술 관련 자료를 망라해 전시한다. 격투기에서 언급되는 각 나라의 무술을 지도, 의상, 사진과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무술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세계무술공원은 돌미로원, 나무숲놀이터 등 흥미진진한 놀이 시설을 갖췄다. 공원과 박물관 입장료는 없고,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일부 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수주팔봉→충주고구려비전시관→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수주팔봉→중앙탑의상대여소→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둘째 날: 충주고구려비전시관→충주세계무술공원→오대호아트팩토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충주문화관광 www.chungju.go.kr/tour
-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www.tangeumhocruise.co.kr
- 충주로 충주체험관광센터(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www.cjro.kr/Home/1

문의 전화
- 충주종합관광안내소 043)842-0531
-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043)852-5989
-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043)844-0150
- 충주체험관광센터(중앙탑의상대여소) 043)845-0245
- 충주고구려비전시관 043)850-7301
- 충주세계무술공원(세계무술박물관) 043)850-6753

대중교통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 ~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21: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충주공용버스터미널 하이마트앞 정류장에서 202-1번 일반버스 이용, 토계 정류장 하차, 수주팔봉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충주교통정보센터 http://its.chungju.go.kr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충주 방면→용두교차로 문경·수안보 방면→국도19호선→팔봉향산길→수주팔봉

숙박 정보
- 야생화와 고택나들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살미면 중원대로, 043)845-4015
- 호텔 필림37.2(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충주시 연원로, 043)842-0515
- 수안보파크호텔: 수안보면 탑골1길, 043)846-2331, www.suanbopark.co.kr
-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중앙탑면 중앙탑길, 043)844-0150, www.cjro.kr/Home/1
- 봉황자연휴양림: 중앙탑면 수룡봉황길, 043)870-7920, www.foresttrip.go.kr
- 수안보상록호텔: 수안보면 주정산로, 043)845-3500, www.sangnokresort.co.kr

식당 정보
- 중앙탑할머니손두부(순두부): 중앙탑면 탑정안길, 043)853-2315
- 투가리식당(올갱이해장국): 수안보면 온천중앙길, 043) 846-0575
- 메밀마당 충주중앙탑본점(메밀막국수·메밀프라이드치킨): 중앙탑면 중앙탑길, 043)855-0283, https://blog.naver.com/rlatjsal1205
- 숲속장수촌(닭누룽지백숙): 충주시 금제로, 043)843-2525, https://yeorane.modoo.at

주변 볼거리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비내길, 충주 미륵대원지, 건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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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