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는 착한 발걸음 ③충주 수주팔봉

수달 살던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

충북 충주 달천은 ‘달고 청정한’ 사연을 지녔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은 괴산에서 청천, 괴강으로 불리다가 충주 남쪽을 가르며 달래강, 달천으로 이름을 바꾼다. 달천은 수달이 살아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이라고도 했다. 살미면과 대소원면 사이, 물 맑은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가 수주팔봉이다.

두룽산에서 뻗은 수주팔봉 줄기는 칼바위까지 그늘을 드리우며 이어진다. 멀리서 보면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깎아지른 봉우리가 물 위에 솟은 모양새다. 봉우리는 수주팔봉이 유래한 수주마을과 팔봉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싼다. 갈라진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칼바위폭포가 수주팔봉의 대표 경관이 됐고, 팔봉마을 앞 자갈밭은 ‘차박’ 캠핑 명소로 소문났다.

자연환경보전지역

탄금호, 남한강과 만나는 달천은 대부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올갱이(다슬기)가 지천이며,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을 봤다는 주민도 만날 수 있다. 생태계가 보전된 달천 중·상류는 예부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충주시 캐릭터 ‘충주씨’ 역시 수달이다. 깨끗한 달천 물은 조선 시대부터 최고로 꼽혔으며, 용재 성현의 수필집 〈용재총화〉에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이 으뜸이며 오대산 우통수가 두 번째, 속리산 삼타수가 세 번째로 좋다”고 전해진다.

팔봉마을 일대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예외적으로 달천 변이 개방됐다. 최근에는 환경문제를 고려해 차박을 하루 120  대로 제한한다. 캠핑과 차박은 지정된 장소에서 가능하며, 자동차는 물가 가까이 들어서지 못한다. 여유로워진 하천 변은 소풍과 ‘물멍’을 즐기고, 올갱이를 줍고, 물수제비를 뜨는 여행자의 공간이 됐다.

팔봉마을 하천 변을 거닐면 빛과 위치에 따라 수주팔봉 윤곽이 다르다. 잔잔하게 흐르던 달천은 칼바위를 만나 쾌청한 물살을 만든다. 칼바위폭포는 살미면 토계리에서 흘러드는 오가천 물길을 달천으로 연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바위를 자르며 생겼다. 1960년대 초반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연에 생채기를 낸 셈인데, 50년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흔적이 작은 울림을 준다.


수주팔봉은 팔봉교를 지나 반대편 오가천 쪽에서 오를 수 있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칼바위 정상으로 연결되고, 바위 정상부에 마을 주민이 부모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가 있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였다. 출렁다리와 전망대에서 보면 달천과 수주팔봉, 팔봉마을이 조화롭게 담긴다. 곡류천인 달천은 예천 회룡포처럼 팔봉마을을 아늑하게 에돌아 흐른다. 팔봉마을과 캠핑장 텐트에 하나둘 불빛이 스며드는 해 질 녘 풍경이 사진 애호가 사이에 인기다. 칼바위에서 출렁다리와 전망대를 거쳐 두룽산까지 올라도 좋다.

수주마을·팔봉마을 병풍처럼 감싸져
팔봉마을 앞 자갈밭 ‘차박’ 캠핑 명소

팔봉마을 구경은 하천 길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팔봉안길을 걷는 게 운치 있다. 한적한 마을 길에서 봉우리와 물길이 고즈넉하게 바라보인다. 팔봉안길 한쪽에는 석축에 솟을삼문을 올린 충주 팔봉서원(충북기념물)이 있다. 팔봉서원은 이자, 이연경, 김세필, 노수신의 위패를 모셨다. 1582년 창건했으며 1672년 현종이 사액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수주팔봉 앞 달천에 카누를 띄우고 이자와 이연경의 거룻배 만남을 재연하는 행사를 한다. 마을 초입에 가마터가 남아 있다.

수주팔봉은 tvN 드라마 〈빈센조〉에 나와 화제가 됐다. 입구에 드라마 촬영지를 알리는 간판이 큼직하게 걸렸다. 팔봉마을에는 글램핑장이 있으며, 달천 변 캠핑과 차박은 무료다. 캠핑장에 주차장과 CCTV를 마련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를 금지하는 등 주민과 차박 이용자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차박과 캠핑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달천의 청정한 사연은 탄금호까지 이어진다. 탄금호에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전기 유람선이 등장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운항을 시작한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은 전기를 주동력으로 한다. 유람선은 정박할 때 충전하며, 일부 동력은 갑판 위 태양광 패널로 채운다.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구간을 하루 3회, 40분간 왕복 운항한다(수·목요일 휴항).

충주체험관광센터에서 진행하는 ‘묵고, 타고, 입고, 찍고 놀까’ 체험도 흥미롭다. 마리나센터 2층 공간은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객실(2~8인실)은 모두 탄금호 조망이 가능한 숙박형 관광지를 표방한다. 물 위에 뜬 듯한 라운지 전망이 뛰어나며, 보드게임과 피크닉 물품을 무료로 빌려준다. 투숙객은 재활용한 자전거 대여도 무료다.

‘입고놀까’와 ‘찍고놀까’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이 있는 중앙탑사적공원이 주 무대다. 기와집인 중앙탑의상대여소는 한복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 교복, 영화 캐릭터 의상과 소품을 빌려준다.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2시간 동안 산책에 나서거나, 초가집인 중앙탑사진관에서 흑백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입석마을에 자리한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고구려 비석을 간직한 공간이다. 충주 고구려비(국보)는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까지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로, 비문에 5세기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 문화 등을 적시했다. 충주 고구려비는 입석마을의 대장간 기둥으로 쓰인 파란만장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택견의 본고장

충주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택견의 본고장이다. 충주세계무술공원에 자리한 세계무술박물관은 동서양 무술 관련 자료를 망라해 전시한다. 격투기에서 언급되는 각 나라의 무술을 지도, 의상, 사진과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무술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세계무술공원은 돌미로원, 나무숲놀이터 등 흥미진진한 놀이 시설을 갖췄다. 공원과 박물관 입장료는 없고,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일부 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수주팔봉→충주고구려비전시관→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수주팔봉→중앙탑의상대여소→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둘째 날: 충주고구려비전시관→충주세계무술공원→오대호아트팩토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충주문화관광 www.chungju.go.kr/tour
-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www.tangeumhocruise.co.kr
- 충주로 충주체험관광센터(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www.cjro.kr/Home/1

문의 전화
- 충주종합관광안내소 043)842-0531
-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043)852-5989
-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043)844-0150
- 충주체험관광센터(중앙탑의상대여소) 043)845-0245
- 충주고구려비전시관 043)850-7301
- 충주세계무술공원(세계무술박물관) 043)850-6753

대중교통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 ~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21:0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충주공용버스터미널 하이마트앞 정류장에서 202-1번 일반버스 이용, 토계 정류장 하차, 수주팔봉까지 도보 약 25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충주교통정보센터 http://its.chungju.go.kr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IC→충주 방면→용두교차로 문경·수안보 방면→국도19호선→팔봉향산길→수주팔봉

숙박 정보
- 야생화와 고택나들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살미면 중원대로, 043)845-4015
- 호텔 필림37.2(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충주시 연원로, 043)842-0515
- 수안보파크호텔: 수안보면 탑골1길, 043)846-2331, www.suanbopark.co.kr
-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 중앙탑면 중앙탑길, 043)844-0150, www.cjro.kr/Home/1
- 봉황자연휴양림: 중앙탑면 수룡봉황길, 043)870-7920, www.foresttrip.go.kr
- 수안보상록호텔: 수안보면 주정산로, 043)845-3500, www.sangnokresort.co.kr

식당 정보
- 중앙탑할머니손두부(순두부): 중앙탑면 탑정안길, 043)853-2315
- 투가리식당(올갱이해장국): 수안보면 온천중앙길, 043) 846-0575
- 메밀마당 충주중앙탑본점(메밀막국수·메밀프라이드치킨): 중앙탑면 중앙탑길, 043)855-0283, https://blog.naver.com/rlatjsal1205
- 숲속장수촌(닭누룽지백숙): 충주시 금제로, 043)843-2525, https://yeorane.modoo.at

주변 볼거리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비내길, 충주 미륵대원지, 건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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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