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④덕산기계곡 숲속책방

정선 오지 계곡에 책방이 있었네

강원도 정선 오지 계곡에 책방이 있다. 덕산기계곡 상류에 중년 부부 작가가 운영하는 ‘숲속책방’이다. 책방 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마른 계곡을 굽이굽이 지나 비포장 자갈길도 건너야 한다. 그나마 큰비가 쏟아져 물이 늘면 책방은 적막한 산골 숲속에 갇힌다. 인적 드문 계곡 깊숙한 곳, 숲속책방이 들어선 이유이자 존재하는 의미다.

숲속책방은 2017년에 문을 열었다. 소설가 강기희씨와 동화 작가 유진아씨 부부가 책방지기다. 강씨는 이곳 출신으로 선대부터 살아온 땅에 책방을 꾸렸다. 본채는 디딜방앗간이 있던 자리다. 화전을 일구던 예전 주민들이 옥수수를 찧어 강냉이밥을 먹곤 했다. 강씨는 어린 시절 방앗간과 문지방고개 너머 까마득하던 정선읍 가는 길의 추억이 있다.

1만여권의 책

숲속책방은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책방 입구와 담벼락에 ‘나와 나타샤와 책 읽는 고양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다. 나타샤는 강씨의 부인, 고양이는 부부가 키우는 반려묘 두 마리를 뜻한다. 책방 부제는 동경하는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따왔다.

서가에는 빛바랜 책 1만여권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부부가 소장한 책에 신간을 모아 소설부터 인문학, 동화, 만화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책방지기가 쓴 책도 진열대 가운데 있다. 강씨는 장편소설 〈이번 청춘은 망했다〉 〈연산의 아들, 이황〉 등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유씨는 동화 〈토리 이야기〉를 썼다. 책을 구입하면 저자인 주인장의 친필 사인을 받을 수 있다. 덕산기계곡에 들어올 때 책만 트럭 5대 분량이었다. 동네 청년들이 트럭을 운전해 도왔다. “이제 옮겨 온 책을 다시 빼내는 일은 힘들 것 같다”는 게 부인 유씨의 생각이다.

책방은 평화로운 마당을 품었다. 꽃이 피고, 고추가 익어가고, 조각상과 의풍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곳곳에 나무 탁자와 의자도 놓았다. 숲속책방에 방문한 사람은 원하는 곳에 앉거나 누워 책을 읽는다. 계곡물 소리와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지고, 책방의 반려견 ‘동이’가 가끔 “컹컹” 짖는다.


책방에는 옛 창호가 남은 작업실, 살림집과 함께 찻집이 딸려 있다. 찻집에서 미숫가루, 오미자차 등을 낸다. 책을 구입한 손님들은 차 한 잔이 무료다. 차만 따로 판매하진 않는다. 손님들은 마당에서 훈훈한 찻집으로 들어와 책을 읽는다. 음악이 흐르고, 자그마한 창과 고양이 조형물이 여백을 채운다.

인적 드문 적막한 산골 숲속 위치
중년 부부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

책을 읽다가 계곡 트레킹에 나서기도 한다. 덕산기계곡은 총길이 12㎞가량으로, 고양산에서 뻗은 산줄기가 층층 바위를 이루며 협곡을 따라 이어진다. 가물 때는 대부분 바닥을 허옇게 드러내다가 큰비가 오면 금세 물이 불어나 옥빛이 된다. 계곡 길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처럼 흥미로운 글귀가 적힌 이정표가 무료함을 달랜다. 나무 팻말은 책방지기가 만든 것이다. 연극인이 운영하는 민박, 사과 농원 등 이웃집도 있다.

도깨비소, 말소 등 계곡의 명소가 책방 가까이 위치한다. 가물어도 책방 앞에는 얕은 물이 흐른다. 책방에서 계곡 초입 덕산1교까지 도보로 넉넉히 1시간30분쯤 걸린다. 덕산기계곡은 상류인 화암면 북동리로 이어진다. 계곡을 즐기는 사람들은 길이 거친 북동리까지 트레킹에 나서기도 한다. 비포장 자갈길은 차체가 낮은 일반 승용차는 진입하기 어렵다. 자갈길에 들어서기 전에 주차하고 책방까지 걸어야 한다.

덕산기계곡 일대는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한때 유명세를 치렀다. 계곡은 다음 해까지 자연 휴식년으로, 7~8월에 차량 출입을 제한한다. 계곡에서 트레킹이나 가벼운 물놀이 등은 가능하지만, 야영과 취사는 금지된다. 숲속책방 주인은 오히려 인적이 뜸해 책 읽기 좋아졌다며 웃는다.

정선의 계곡은 곳곳에서 길과 절경이 어우러진다. 단풍이 유명한 소금강계곡에는 화암8경 가운데 7경으로 꼽히는 몰운대가 벼랑과 계곡, 시구를 간직한 채 들어섰다. 숲길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 시비와 너른 바위, 고사목이 있고, 그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나온 고사목 옆에 화암면 주민들이 심은 후계목 아기 소나무가 있다. 몰운대에는 ‘구름도 절경에 반해 쉬어 가다’라는 뜻이 있다. 황동규를 비롯한 시인들이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몰운대 벼랑 아래로 조양강의 지류인 어천이 흐른다. 계곡과 지방도424호선 따라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다.

도로로 연결되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1330m)는 가을까지 야생화 세상이다. 만항재 일대는 국내 손꼽히는 야생화 군락지 중 한 곳으로, 정상 쉼터 주변에 ‘하늘숲정원’ ‘산상의화원’ ‘바람길정원’ 등 소공원이 조성됐다. 높은 산을 힘겹게 오르지 않고도 귀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산상의화원 산책로는 꼭 걸어볼 만하다. 정선과 태백, 영월을 잇는 만항재는 함백산 턱밑에 자리한다. 봄부터 야생화 300여종이 피고, 가을에는 투구꽃과 벌개미취 등 40여종이 흐드러진다. 소공원에서 해설사가 꽃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고, 인근 두문동재까지 야생화 트레킹에 나설 수 있다.


마을호텔18번가

만항재에서 이어지는 고한읍은 옛 탄광 마을이 정감 넘치는 호텔 골목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고한우체국 인근의 마을호텔18번가는 ‘골목에 누워 있는 호텔’을 표방한다. 고한18리 주민들이 골목 상점을 모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호텔이다. 민박은 객실로 탈바꿈했고, 마을회관은 연회장, 기획사는 비즈니스센터로 쓰인다. 공예 카페에서 조식을 제공하고, 사진관과 중국집, 연탄 구이 고깃집, 세탁소 등 10여개 상점이 투숙객에게 이용료를 할인해주며 부대시설로 함께한다. 집마다 담벼락에 화분을 놓아 정원처럼 단장한 골목은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숲속책방(덕산기계곡)→몰운대→만항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숲속책방(덕산기계곡)→몰운대→만항재
둘째 날: 정암사→마을호텔18번가→아우라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정선관광 www.jeongseon.go.kr/tour
- 마을호텔18번가 hotel18.co.kr

문의 전화
- 정선관광안내 1544-9053
- 숲속책방 010-3380-1141
- 마을호텔18번가 070-4157-8487

대중교통
[버스] 서울-정선,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5회(07:00~17:3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정선버스터미널에서 월통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월통 정류장 하차, 숲속책방까지 도보 약 2시간15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정선군대중교통정보 www.jeongseon-pti.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제천 IC→국도38호선→영월→정선 남면→정선읍 방면 국도59호선→월통휴게소 앞 우회전→덕산1교→덕산기계곡→숲속책방

숙박 정보
- 하이랜드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고한읍 고한로, 033)591-3500
- 강과 소나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328, 010)2271-8523
- 가리왕산자연휴양림: 정선읍 가리왕산로, 033)562-5833
- 엘스관광호텔: 사북읍 사북1길, 033)591-7300
- 마을호텔18번가: 고한읍 고한2길, 070-4157-8487

식당 정보
- 동박골식당(곤드레밥): 정선읍 정선로, 033)563-2211
- 메밀촌막국수(막국수): 고한읍 고한로, 033)591-3939
- 구공탄구이(돼지고기연탄구이): 고한읍 고한2길, 033)592-9092
- 곤드레만드레(곤드레밥): 정선읍 5일장길, 033)563-1361

주변 볼거리
아라리촌, 아리랑시장, 화암동굴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 삼탄아트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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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