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④덕산기계곡 숲속책방

정선 오지 계곡에 책방이 있었네

강원도 정선 오지 계곡에 책방이 있다. 덕산기계곡 상류에 중년 부부 작가가 운영하는 ‘숲속책방’이다. 책방 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마른 계곡을 굽이굽이 지나 비포장 자갈길도 건너야 한다. 그나마 큰비가 쏟아져 물이 늘면 책방은 적막한 산골 숲속에 갇힌다. 인적 드문 계곡 깊숙한 곳, 숲속책방이 들어선 이유이자 존재하는 의미다.

숲속책방은 2017년에 문을 열었다. 소설가 강기희씨와 동화 작가 유진아씨 부부가 책방지기다. 강씨는 이곳 출신으로 선대부터 살아온 땅에 책방을 꾸렸다. 본채는 디딜방앗간이 있던 자리다. 화전을 일구던 예전 주민들이 옥수수를 찧어 강냉이밥을 먹곤 했다. 강씨는 어린 시절 방앗간과 문지방고개 너머 까마득하던 정선읍 가는 길의 추억이 있다.

1만여권의 책

숲속책방은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책방 입구와 담벼락에 ‘나와 나타샤와 책 읽는 고양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다. 나타샤는 강씨의 부인, 고양이는 부부가 키우는 반려묘 두 마리를 뜻한다. 책방 부제는 동경하는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따왔다.

서가에는 빛바랜 책 1만여권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부부가 소장한 책에 신간을 모아 소설부터 인문학, 동화, 만화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책방지기가 쓴 책도 진열대 가운데 있다. 강씨는 장편소설 〈이번 청춘은 망했다〉 〈연산의 아들, 이황〉 등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유씨는 동화 〈토리 이야기〉를 썼다. 책을 구입하면 저자인 주인장의 친필 사인을 받을 수 있다. 덕산기계곡에 들어올 때 책만 트럭 5대 분량이었다. 동네 청년들이 트럭을 운전해 도왔다. “이제 옮겨 온 책을 다시 빼내는 일은 힘들 것 같다”는 게 부인 유씨의 생각이다.

책방은 평화로운 마당을 품었다. 꽃이 피고, 고추가 익어가고, 조각상과 의풍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곳곳에 나무 탁자와 의자도 놓았다. 숲속책방에 방문한 사람은 원하는 곳에 앉거나 누워 책을 읽는다. 계곡물 소리와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지고, 책방의 반려견 ‘동이’가 가끔 “컹컹” 짖는다.


책방에는 옛 창호가 남은 작업실, 살림집과 함께 찻집이 딸려 있다. 찻집에서 미숫가루, 오미자차 등을 낸다. 책을 구입한 손님들은 차 한 잔이 무료다. 차만 따로 판매하진 않는다. 손님들은 마당에서 훈훈한 찻집으로 들어와 책을 읽는다. 음악이 흐르고, 자그마한 창과 고양이 조형물이 여백을 채운다.

인적 드문 적막한 산골 숲속 위치
중년 부부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

책을 읽다가 계곡 트레킹에 나서기도 한다. 덕산기계곡은 총길이 12㎞가량으로, 고양산에서 뻗은 산줄기가 층층 바위를 이루며 협곡을 따라 이어진다. 가물 때는 대부분 바닥을 허옇게 드러내다가 큰비가 오면 금세 물이 불어나 옥빛이 된다. 계곡 길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처럼 흥미로운 글귀가 적힌 이정표가 무료함을 달랜다. 나무 팻말은 책방지기가 만든 것이다. 연극인이 운영하는 민박, 사과 농원 등 이웃집도 있다.

도깨비소, 말소 등 계곡의 명소가 책방 가까이 위치한다. 가물어도 책방 앞에는 얕은 물이 흐른다. 책방에서 계곡 초입 덕산1교까지 도보로 넉넉히 1시간30분쯤 걸린다. 덕산기계곡은 상류인 화암면 북동리로 이어진다. 계곡을 즐기는 사람들은 길이 거친 북동리까지 트레킹에 나서기도 한다. 비포장 자갈길은 차체가 낮은 일반 승용차는 진입하기 어렵다. 자갈길에 들어서기 전에 주차하고 책방까지 걸어야 한다.

덕산기계곡 일대는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한때 유명세를 치렀다. 계곡은 다음 해까지 자연 휴식년으로, 7~8월에 차량 출입을 제한한다. 계곡에서 트레킹이나 가벼운 물놀이 등은 가능하지만, 야영과 취사는 금지된다. 숲속책방 주인은 오히려 인적이 뜸해 책 읽기 좋아졌다며 웃는다.

정선의 계곡은 곳곳에서 길과 절경이 어우러진다. 단풍이 유명한 소금강계곡에는 화암8경 가운데 7경으로 꼽히는 몰운대가 벼랑과 계곡, 시구를 간직한 채 들어섰다. 숲길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 시비와 너른 바위, 고사목이 있고, 그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나온 고사목 옆에 화암면 주민들이 심은 후계목 아기 소나무가 있다. 몰운대에는 ‘구름도 절경에 반해 쉬어 가다’라는 뜻이 있다. 황동규를 비롯한 시인들이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몰운대 벼랑 아래로 조양강의 지류인 어천이 흐른다. 계곡과 지방도424호선 따라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다.

도로로 연결되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1330m)는 가을까지 야생화 세상이다. 만항재 일대는 국내 손꼽히는 야생화 군락지 중 한 곳으로, 정상 쉼터 주변에 ‘하늘숲정원’ ‘산상의화원’ ‘바람길정원’ 등 소공원이 조성됐다. 높은 산을 힘겹게 오르지 않고도 귀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산상의화원 산책로는 꼭 걸어볼 만하다. 정선과 태백, 영월을 잇는 만항재는 함백산 턱밑에 자리한다. 봄부터 야생화 300여종이 피고, 가을에는 투구꽃과 벌개미취 등 40여종이 흐드러진다. 소공원에서 해설사가 꽃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고, 인근 두문동재까지 야생화 트레킹에 나설 수 있다.


마을호텔18번가

만항재에서 이어지는 고한읍은 옛 탄광 마을이 정감 넘치는 호텔 골목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고한우체국 인근의 마을호텔18번가는 ‘골목에 누워 있는 호텔’을 표방한다. 고한18리 주민들이 골목 상점을 모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호텔이다. 민박은 객실로 탈바꿈했고, 마을회관은 연회장, 기획사는 비즈니스센터로 쓰인다. 공예 카페에서 조식을 제공하고, 사진관과 중국집, 연탄 구이 고깃집, 세탁소 등 10여개 상점이 투숙객에게 이용료를 할인해주며 부대시설로 함께한다. 집마다 담벼락에 화분을 놓아 정원처럼 단장한 골목은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숲속책방(덕산기계곡)→몰운대→만항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숲속책방(덕산기계곡)→몰운대→만항재
둘째 날: 정암사→마을호텔18번가→아우라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정선관광 www.jeongseon.go.kr/tour
- 마을호텔18번가 hotel18.co.kr

문의 전화
- 정선관광안내 1544-9053
- 숲속책방 010-3380-1141
- 마을호텔18번가 070-4157-8487

대중교통
[버스] 서울-정선,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5회(07:00~17:3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정선버스터미널에서 월통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월통 정류장 하차, 숲속책방까지 도보 약 2시간15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정선군대중교통정보 www.jeongseon-pti.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제천 IC→국도38호선→영월→정선 남면→정선읍 방면 국도59호선→월통휴게소 앞 우회전→덕산1교→덕산기계곡→숲속책방

숙박 정보
- 하이랜드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고한읍 고한로, 033)591-3500
- 강과 소나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328, 010)2271-8523
- 가리왕산자연휴양림: 정선읍 가리왕산로, 033)562-5833
- 엘스관광호텔: 사북읍 사북1길, 033)591-7300
- 마을호텔18번가: 고한읍 고한2길, 070-4157-8487

식당 정보
- 동박골식당(곤드레밥): 정선읍 정선로, 033)563-2211
- 메밀촌막국수(막국수): 고한읍 고한로, 033)591-3939
- 구공탄구이(돼지고기연탄구이): 고한읍 고한2길, 033)592-9092
- 곤드레만드레(곤드레밥): 정선읍 5일장길, 033)563-1361

주변 볼거리
아라리촌, 아리랑시장, 화암동굴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 삼탄아트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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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