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오징어 게임' 로열로더 정호연

“제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에 국민 대다수가 어리둥절하다. 한국적 색깔이 뚜렷한 작품에 세계가 이토록 열광하는데 이유를 찾기 바쁘다. 여러 의견을 내놓지만, 정답은 없다. 나라마다 정서가 다른데도, 하나 같이 뜨겁게 반응하는 것을 관통하는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국민도 이러한데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은 더 얼떨떨할 테다. 데뷔작부터 이러한 성공을 맛본 배우 정호연에게는 아무리 긍정적인 결과라 해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아직 세계적인 인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정호연을 만나 <오징어 게임> 후기를 들어봤다. 

E-스포츠에는 ‘로열로더’라는 말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스타리그가 한창 주가를 높일 때 튀어나온 말이다. ‘황제가 걸어온 길’이라는 의미의 로열로더는 처음 출전한 개인 리그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선수에게 붙여주는 명칭이다.

여유
내공

신인이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까지 차지한다는 건 엄청난 재능이 뒷받침될 때나 가능하다. 그런 능력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커다란 운도 필요하다. 

배우가 작품 내에서 다른 연기자와 경연을 펼치는 건 아니지만, 때론 배우에게도 로열로더라는 수식어를 붙일 상황이 주어진다. 19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벼락스타가 된 차인표가 대표적이다. 1화가 방영된 다은 날 집 앞에 수많은 팬이 와 있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그야말로 데뷔작에서 인생이 뒤바뀐 경험을 한 유일무이한 존재다. 


현재 최고의 연기자로 평가받는 전도연이나 송강호, 이병헌, 전지현 등도 데뷔작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비교적 오랜 무명시절을 겪은 이도 있고, 대부분이 여러 작품을 경험한 뒤 대표작이 나오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은교>의 김고은, <아가씨>의 김태리, <마녀> 김다미, <버닝> 전종서가 그나마 데뷔작부터 두각을 나타낸 배우라 할만하다. 그런 가운데 그야말로 로열로더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재목이 나왔다. 지난달 17일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를 호령한 <오징어 게임>의 새벽 역으로 출연한 배우 정호연이다. 

<오징어 게임>처럼 전 세계 팬에게 열광을 받은 작품이 없었다. 영화 <기생충>이 유럽과 북미를 관통했지만,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지에서까지 이토록 인기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높은 작품적 완성도로 관심을 받은 것.

대중성 면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기생충>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출연 배우 모두가 얼떨떨한 상황에 정호연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인물이 말수가 적고,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깊은 터라, 이를 맡은 정호연 역시 진중한 타입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실제 만난 그는 꽤 활발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카메라가 켜지자마자 “기자님들 반가워요”라며 손 하트를 던지고, 머리 위로 하트를 연신 그려냈다. 

넷플릭스 화제작 데뷔…세계가 놀랐다
“인기 실감? 전혀 못 느끼고 있어요”


신인 배우들은 물론 기성 연기자들조차 기자 인터뷰에서 부담감을 느끼는 것에 비해 정호연은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인터뷰 현장의 공기를 자신의 내음으로 바꿔냈다. 20대 초반답지 않은 여유와 내공이 엿보였다.

<오징어 게임>이 가파른 상승세를 넘어 넷플릭스에 가입된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정호연에게 세계적인 인기란 다른 세상의 것이었다. 그저 SNS 팔로워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정도였다.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밖을 돌아다니는 것조차 어려운지라 인기를 실감할만한 물리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징어 게임>이 인기가 있다는 걸 실감하는 건 지금인 것 같아요.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반응이 뜨거운 걸 알게 되는 상황이어서,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나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어요. 사실 정신도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라는 생각만 들어요. 정말 좋은 일이 생겼다는 느낌 정도예요.”

1994년생인 정호연은 2012년 케이블 채널 On Style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1에 이어 2013년 시즌4에도 참가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시즌1에서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시즌4에서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살아남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며 공동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후 국내는 물론 세계를 넘나들며 모델로서 경력을 쌓아갔다. 모델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스타다. 모델로서 경력을 쌓는 중에도 그의 머릿속 한쪽에는 연기자의 꿈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해외에서 자유시간이 늘어나면서 연기를 직접 배워보기도 했다. 

“모델 일을 하던 중에 ‘모델 그만하고 다음엔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해외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책을 많이 읽었어요. 또 해외에서 액팅 클래스를 나가봤는데, 영어가 뛰어나지는 않아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여름과 겨울에 들어올 때 한 달씩은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해외에 있을 때 진지하게 연기를 고민했고,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배우가 돼보고 싶었어요.”

마지막 순간
후회 없이…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오징어 게임> 동영상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현 소속사인 사람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소속사로부터 영상을 보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소속사는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대한 빨리 연기하는 영상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최대한 빨리’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오디션 영상을 찍어본 적도 없어서, 3일 동안 모든 에너지를 대본에 쏟아부었어요. 밥 먹는 시간도 빼가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연기에 접근하는 본질을 몰라서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왜 새벽이란 애가 이 말을 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문장으로 나열해보기도 했고요.”

짧지만 집중력 있는 노력이 통해서였을까,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 오프라인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누군가 앞에서 연기를 보여주는 것조차 처음이다 보니,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연기만 선보였다. 온몸에서 심각하게 떨림이 와 좋아하는 커피조차 끊었다.

“오디션을 잘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오디션 막바지에 왔을 때 ‘이 사람들 앞에서 하는 마지막 연기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이미 애덤스가 ‘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고 했는데, 저도 그 마음가짐으로 연기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후회 없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후련했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밥도 못 먹었는데, 마지막 연기를 하고 나서는 편해졌어요. 잠도 잘 잤어요.”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서 마음 편히 있었는데, 덜컥 붙었다. 소속 신인배우가 대작의 중요한 역할에 붙었다는 것에 소속사 식구들이 먼저 축배를 들었다. 정작 본인만 얼떨떨해했다. 


“오디션에 붙었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커지고 급기야 공포로 몰려왔어요.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빨리 뛰었어요. 처음 대본 리딩하는 날에는 눈앞이 뿌옇고, 목소리도 너무 떨리더라고요. 나름 세계에서 런웨이도 해봤던 사람인데, 부끄러울 정도로 심하게 떨었어요. 모델하면서 경험한 적 없는 두려움을 느꼈어요.”

지나친 긴장 속에서 정신을 부여잡았다. 긴장감에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압박감도 들었다. 이러다간 자신을 믿고 뽑은 연출진은 물론 다른 배우들에게 큰 민폐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타개할 방법을 찾다 생각해낸 것은 황동혁 감독과의 일대일 대면이었다.

끝없는 탐구
어느덧 몰입

“감독님과 약속을 잡긴 잡았는데, 사실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없었어요. 그저 감독님께서 저를 왜 뽑았는지, 확신을 갖고 싶어서였어요. 감독님께서 ‘너는 이미 새벽이고, 새벽이로 충분해서 뽑은 거다’라고 해주셨는데, 그때 긴장을 좀 내려놓게 됐어요. 내가 연기를 엄청 잘하지는 못해도, 내 나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압박감 때문에 못하면 안 된다고 되뇌었어요. 선배님들에게도 제 연기에 대해 계속 물어봤어요. 많은 대화와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연기에 몰입하고 있더라고요.”

경험이 없는 배우의 첫 연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준수한 실력이다. 새터민인 새벽은 어디에서도 존중받지 못한 환경을 거쳐왔다. 지옥 같은 삶에서 혼자 떠나고 싶어도, 고아원에서 자라나고 있는 동생 때문에 쉽사리 목숨을 버릴 수도 없는 처지다. 

국적이 다른 이방인으로 늘 편견과 깊은 외로움 속에서 싸워야 하는데, 의지할 대상도 없다. 그러던 중에 456억원이 걸린 서바이벌에 참여한 것. 그 안에서 우정을 느끼고 협동을 배우며 성장한다. 송곳같이 차갑던 성격에 조금씩 인간미가 침투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끝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주인공인 이정재나 박해수보다 더 극적인 서사가 있는 인물이다. 대사로 풀기보다는 눈빛이나 표정 등 비언어적인 이미지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장면이 더 많다. 기성 연기자인 경우에도 쉽게 표현하기 힘든 인물이다. 말 그대로 시나리오에 적힌 새벽이 가진 감성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 

적어도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정호연은 끊임없이 인물을 탐구했다. 새벽의 내면을 연구하기 위해 늘 일기를 썼고, 숨 쉬듯이 새벽이의 감성을 들여다봤다. 연기적인 기술이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커피도 끊었어요”
“저 아직 부족합니다…노력할 거예요”

“표현 방법은 제가 부족했다고 느껴요. 연기 디렉션을 흡수하는 속도도 느린 편이었어요. 여러 면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건 ‘진심으로 해야겠다’였어요. 이것만이라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배우들이 흔히 말하는 ‘이 배우로 살게 될 것을 기대한다’는 말도 새벽이를 통해 느꼈어요. 그래도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기자들이 한 질문을 곱씹어가며 최대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기본적으로 쾌활한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내면에는 매우 진중한 면모가 대답 속에 담겨있었다. 

그가 연기한 새벽은 텐션 자체가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감정 변화도 적은 인물이다. 대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펼쳐 보인 정호연은 새벽과 어떤 점이 닮아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어요. 새벽이를 연기할 땐 새벽이랑 많이 닮았다고 여겼어요. 새벽이가 가진 고독함을 이해하기 쉬웠어요. 스스로 새벽이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송 보면 저는 되게 밝고 하이텐션인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제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결정짓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는 이도 때론 있다. 데뷔작부터 상상을 넘어선 흥행을 거두고 주목을 받게 된 정호연의 경우, 너무 큰 관심에 오히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예도 있다. 

주위에서의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칭찬과 아부가 늘어나기도 하고, 갑자기 굽신대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도 있다. 갑작스레 꽃길 위에 선 정호연에게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꽃길로?
걱정도!

“박해수 선배가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두 발을 땅에 잘 붙이고 있자’는 말이에요. 그게 지금까지도 계속 정신이 혼미해질 때마다 꺼내놓고 생각하는 말이에요.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고 그렇잖아요. 이런 말을 하기엔 제가 아직 어리지만, 그냥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을 소화하면서 살아가려고 해요. 너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