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이번 추석 밥상서 무슨 얘기 오갈까?

대선·코로나·부동산…민심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족대명절’ 추석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됐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명절 연휴는 가족 간의 의견 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다. 정치권 속설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잡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6일, 추석 연휴 특별 방역대책을 포함, 일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했다. 다음달 3일까지 4주간 이어지는 이번 조치의 결과에 따라 ‘위드 코로나’ 가능성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접종 포함
최대 8인

수도권 4단계와 비수도권 3단계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유지하되 사적모임 허용 인원 등을 일부 완화했다. 장기간 이어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도,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한 조치다.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에서 식당·카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됐다. 모임 인원도 백신 접종 완료자가 낮에는 2인, 오후 6시 이후에는 4인 이상 포함될 경우로 한정해 최대 6인까지 모일 수 있다. 3단계 지역은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접종 완료자 4인을 포함, 최대 8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다. 

지난 설 명절과 비교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추석 연휴에는 국민들의 이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RT 운영사 SR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기간(18~22일) STR 예매율은 72.9%를 기록, 지난 설 연휴기간 53.2%보다 19.7%포인트 급증했다.


지난해 추석 예매율 66.7%보다도 6.2%포인트 오른 수치다. 

가족 모임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 화두로 떠올랐다. 명절에는 도시와 지방으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화제에 오르는 주제에 따라 민심의 향방이 크게 요동친다.

정치권에서 명절을 앞두고 밥상머리에 오를 주제와 올라서는 안 될 주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 민심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정치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부동산 문제 등 민생 관련 이슈도 많은 상황이다. 벌써부터 명절 밥상머리 민심의 승자를 점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설날보다 이동 많을 듯

▲‘6개월 앞으로’ 대선= 내년 3월9일 20대 대선이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는 대선후보 선출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면서 경선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이번 추석은 각 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전 마지막 명절이다. 가족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어떤 후보의 이름이 더 언급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요동칠 수도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에 참여한 예비후보 12명을 1차 컷오프에서 8명, 2차 컷오프에서 4명으로 압축하기로 결정했다. 1차 컷오프를 통한 8명의 예비후보는 추석 연휴 전인 15일에 결정된다. 국민의힘은 명절 연휴 기간 동안 8명의 예비후보를 최대한 띄우겠다는 생각이다. 이후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오는 11월9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홍준표 의원의 맞대결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명절 민심에 따라 ‘굳히기’와 ‘뒤집기’가 결정될 수 있다. 두 달여간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첫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명절 전후
표심 변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집토끼’ TK(대구·경북) 공략에 나선다. 일단 전국 순회 행보 중인 홍 의원은 최종 목적지를 TK로 두고 있다. 추석 전까지 이 두 곳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추석 연휴 동안 민심을 다잡아 ‘골든크로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윤 전 총장 역시 TK 방문을 통해 홍 의원의 기세를 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홍 의원의 지지율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민주당 경선 일정도 추석 연휴와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인 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 다음달 1일 제주, 2일 부산·울산·경남, 3일 인천 지역 전국 대의원·권리당원 순회 경선을 개최한다. 이어 다음달 9일과 10일 각각 경기와 서울에서 마지막 경선을 펼친 뒤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민주당의 경우 최대 분수령으로 손꼽히는 호남 지역의 투표가 당초 8월에서 추석 연휴 이후로 밀리면서 후보들은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본 경선서의 승리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연휴 기간 내내 호남지역을 돌면서 표밭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랜 기간 침묵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후보들이 참여하는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를 제안했다. 사실상 제3지대를 연 것이다. 양당 경선 레이스와 함께 제3지대 후보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가족 모임은 일종의 ‘민심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녀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등 ‘갈라치기’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각각 지지하는 후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추석 연휴 이후 민심 흐름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 2년’ 코로나19= 지난해 1월20일 국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왔다. 그로부터 1년8개월이 지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다시는 감염병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던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의 말처럼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마스크는 생필품이 됐고,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에 제한이 생겼다.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정부는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재난지원금’이 화제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7월23일 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80%’에서 고소득자를 제외한 약 88% 수준으로 확대,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 전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속도전을 펼쳤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지난 6일부터 시작돼, 시행 첫 주에는 출생년도 끝자리에 따라 신청하는 5부 요일제를 적용했다. 신청 다음날 카드 등을 통해 지급되며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사용처 등이 화제가 됨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지원금
여전한 주제

특히 재난지원금 지원과 관련해 소득이 높지 않음에도 상위 12%로 잡혀 지급받지 못한 국민들의 불만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도 논란거리다.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백신 수급, 접종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민들을 들끓게 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십일 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추석 연휴 전까지 백신 1차 접종 인원을 국민의 7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모더나, 화이자 등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10월 말까지는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달했고, 국민들도 1년 넘게 지속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추석 민심의 향방에 따라 ‘위드 코로나’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한 것이 위드 코로나 시험 단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향후 정부의 대응책을 결정할 전망이다. 

경선 일정 겹친 정치권
연휴 기간 동안 총력전

▲‘문제는 경제’ 부동산= 경제 이슈는 명절의 단골 이야깃거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더더욱 그렇다. 20~30대는 취업, 40~50대는 노후 대비, 60대 이상은 노후 빈곤이 골칫거리다. 

특히 이번에 화두가 될만한 주제는 바로 ‘부동산’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동안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부동산 대란이 일어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벼락거지(부동산, 주식 수익의 증가로 상대적인 빈곤을 느끼게 된 처지를 자조하는 단어) 등의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여러 규제를 내놨지만 그럴수록 20~30대 젊은 층을 비롯한 국민들은 ‘내 집 마련’에 뛰어들었다. 

문재인정부로선 추석 밥상에 부동산이 주제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악재다.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집값 안정을 목표로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요동을 치는 등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8·2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9년 11월에도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신년사와 8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실제 시장 현실과는 괴리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후로 올해 신년사에 이르러서야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여기에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이른바 LH 사태가 불거졌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민심이 험악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임기 내내 견고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경찰을 중심으로 합동특별수사단을 꾸리는 등 LH 사태의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 번 타오른 민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LH 사태의 여파는 4·7 재보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핵심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에 압승을 거두는 파란이 일어났다. 전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시작된 재보선이라는 점에서 여당이 불리함을 안고 진행한 선거이긴 했지만 격차가 예상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면서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4·7 재보선의 완패로 검찰개혁 등 문재인정부의 몇몇 정책들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부동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더 타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모인 자리에서 모두가 ‘신세한탄’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제라는 뜻이다.

여기에 장작을 넣듯 ‘LH발’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의 재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확보해 투기한 LH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이 일대 주택 43채를 사들여 150여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들은 성남시 수진 1동과 신흥 1동 일대가 LH와 성남시의 재개발 사업에 포함된다는 내부정보를 미리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LH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직위해제된 직원 40명에게 지난 수개월간 수백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대의 급여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직위해제가 되더라도 기본급의 80~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보수 규정 때문이다.

정부는 LH의 이런 규정을 손보지 않았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국민과 정부 모두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며 “정치권에 대한 청년 여러분의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폭등으로 악화된 민심에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몸을 낮췄다. 

무용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일각에서는 ‘명절 밥상머리 민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명절에 가족 모두가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SNS 등을 통한 여론몰이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가 변화한 것도 무용론에 힘을 더한다. 과거와 달리 명절에 가족 모두가 모이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 그럼에도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가 ‘명절 민심 잡기 총력전’에 나서는 걸 보면 속설은 아직 틀리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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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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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