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이번 추석 밥상서 무슨 얘기 오갈까?

대선·코로나·부동산…민심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족대명절’ 추석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됐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명절 연휴는 가족 간의 의견 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때다. 정치권 속설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잡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6일, 추석 연휴 특별 방역대책을 포함, 일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했다. 다음달 3일까지 4주간 이어지는 이번 조치의 결과에 따라 ‘위드 코로나’ 가능성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접종 포함
최대 8인

수도권 4단계와 비수도권 3단계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유지하되 사적모임 허용 인원 등을 일부 완화했다. 장기간 이어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도, 추석 연휴 등을 고려한 조치다.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에서 식당·카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됐다. 모임 인원도 백신 접종 완료자가 낮에는 2인, 오후 6시 이후에는 4인 이상 포함될 경우로 한정해 최대 6인까지 모일 수 있다. 3단계 지역은 모든 다중이용시설에서 접종 완료자 4인을 포함, 최대 8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다. 

지난 설 명절과 비교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추석 연휴에는 국민들의 이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RT 운영사 SR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기간(18~22일) STR 예매율은 72.9%를 기록, 지난 설 연휴기간 53.2%보다 19.7%포인트 급증했다.


지난해 추석 예매율 66.7%보다도 6.2%포인트 오른 수치다. 

가족 모임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 화두로 떠올랐다. 명절에는 도시와 지방으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화제에 오르는 주제에 따라 민심의 향방이 크게 요동친다.

정치권에서 명절을 앞두고 밥상머리에 오를 주제와 올라서는 안 될 주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 민심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정치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부동산 문제 등 민생 관련 이슈도 많은 상황이다. 벌써부터 명절 밥상머리 민심의 승자를 점치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설날보다 이동 많을 듯

▲‘6개월 앞으로’ 대선= 내년 3월9일 20대 대선이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는 대선후보 선출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면서 경선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이번 추석은 각 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전 마지막 명절이다. 가족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어떤 후보의 이름이 더 언급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요동칠 수도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경선에 참여한 예비후보 12명을 1차 컷오프에서 8명, 2차 컷오프에서 4명으로 압축하기로 결정했다. 1차 컷오프를 통한 8명의 예비후보는 추석 연휴 전인 15일에 결정된다. 국민의힘은 명절 연휴 기간 동안 8명의 예비후보를 최대한 띄우겠다는 생각이다. 이후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오는 11월9일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홍준표 의원의 맞대결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후보 입장에서는 이번 명절 민심에 따라 ‘굳히기’와 ‘뒤집기’가 결정될 수 있다. 두 달여간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첫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명절 전후
표심 변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집토끼’ TK(대구·경북) 공략에 나선다. 일단 전국 순회 행보 중인 홍 의원은 최종 목적지를 TK로 두고 있다. 추석 전까지 이 두 곳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추석 연휴 동안 민심을 다잡아 ‘골든크로스’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윤 전 총장 역시 TK 방문을 통해 홍 의원의 기세를 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홍 의원의 지지율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민주당 경선 일정도 추석 연휴와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인 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 다음달 1일 제주, 2일 부산·울산·경남, 3일 인천 지역 전국 대의원·권리당원 순회 경선을 개최한다. 이어 다음달 9일과 10일 각각 경기와 서울에서 마지막 경선을 펼친 뒤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민주당의 경우 최대 분수령으로 손꼽히는 호남 지역의 투표가 당초 8월에서 추석 연휴 이후로 밀리면서 후보들은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한다면 본 경선서의 승리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연휴 기간 내내 호남지역을 돌면서 표밭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랜 기간 침묵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8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후보들이 참여하는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를 제안했다. 사실상 제3지대를 연 것이다. 양당 경선 레이스와 함께 제3지대 후보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가족 모임은 일종의 ‘민심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녀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등 ‘갈라치기’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각각 지지하는 후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추석 연휴 이후 민심 흐름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써 2년’ 코로나19= 지난해 1월20일 국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왔다. 그로부터 1년8개월이 지났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다시는 감염병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던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의 말처럼 사회는 완전히 바뀌었다.

마스크는 생필품이 됐고, 비대면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에 제한이 생겼다.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정부는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는 ‘재난지원금’이 화제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지난 7월23일 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80%’에서 고소득자를 제외한 약 88% 수준으로 확대,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 전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속도전을 펼쳤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지난 6일부터 시작돼, 시행 첫 주에는 출생년도 끝자리에 따라 신청하는 5부 요일제를 적용했다. 신청 다음날 카드 등을 통해 지급되며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사용처 등이 화제가 됨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지원금
여전한 주제

특히 재난지원금 지원과 관련해 소득이 높지 않음에도 상위 12%로 잡혀 지급받지 못한 국민들의 불만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도 논란거리다.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백신 수급, 접종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민들을 들끓게 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십일 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추석 연휴 전까지 백신 1차 접종 인원을 국민의 7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모더나, 화이자 등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10월 말까지는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달했고, 국민들도 1년 넘게 지속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추석 민심의 향방에 따라 ‘위드 코로나’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한 것이 위드 코로나 시험 단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향후 정부의 대응책을 결정할 전망이다. 

경선 일정 겹친 정치권
연휴 기간 동안 총력전

▲‘문제는 경제’ 부동산= 경제 이슈는 명절의 단골 이야깃거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더더욱 그렇다. 20~30대는 취업, 40~50대는 노후 대비, 60대 이상은 노후 빈곤이 골칫거리다. 

특히 이번에 화두가 될만한 주제는 바로 ‘부동산’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동안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부동산 대란이 일어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벼락거지(부동산, 주식 수익의 증가로 상대적인 빈곤을 느끼게 된 처지를 자조하는 단어) 등의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고 여러 규제를 내놨지만 그럴수록 20~30대 젊은 층을 비롯한 국민들은 ‘내 집 마련’에 뛰어들었다. 

문재인정부로선 추석 밥상에 부동산이 주제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악재다. 정부는 임기 초부터 집값 안정을 목표로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요동을 치는 등 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8·2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9년 11월에도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신년사와 8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실제 시장 현실과는 괴리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후로 올해 신년사에 이르러서야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여기에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이른바 LH 사태가 불거졌다.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민심이 험악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임기 내내 견고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경찰을 중심으로 합동특별수사단을 꾸리는 등 LH 사태의 불길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 번 타오른 민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LH 사태의 여파는 4·7 재보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핵심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에 압승을 거두는 파란이 일어났다. 전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시작된 재보선이라는 점에서 여당이 불리함을 안고 진행한 선거이긴 했지만 격차가 예상 이상으로 크게 벌어지면서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4·7 재보선의 완패로 검찰개혁 등 문재인정부의 몇몇 정책들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부동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더 타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와 자녀 세대가 모인 자리에서 모두가 ‘신세한탄’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제라는 뜻이다.

여기에 장작을 넣듯 ‘LH발’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의 재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확보해 투기한 LH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이 일대 주택 43채를 사들여 150여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들은 성남시 수진 1동과 신흥 1동 일대가 LH와 성남시의 재개발 사업에 포함된다는 내부정보를 미리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LH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직위해제된 직원 40명에게 지난 수개월간 수백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대의 급여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직위해제가 되더라도 기본급의 80~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보수 규정 때문이다.

정부는 LH의 이런 규정을 손보지 않았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국민과 정부 모두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며 “정치권에 대한 청년 여러분의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폭등으로 악화된 민심에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몸을 낮췄다. 

무용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일각에서는 ‘명절 밥상머리 민심’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명절에 가족 모두가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SNS 등을 통한 여론몰이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또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가 변화한 것도 무용론에 힘을 더한다. 과거와 달리 명절에 가족 모두가 모이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것. 그럼에도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가 ‘명절 민심 잡기 총력전’에 나서는 걸 보면 속설은 아직 틀리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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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