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휘감은 '안철수 거품론' 실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11 0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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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훼방꾼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지!"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흥행에 실패했다. 참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원인은 민주당 내부의 문제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에 쏠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원장은 대선이 불과 100여 일 남은 지금까지도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야권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안 원장에 대한 각종 논란도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야권의 공멸은 필연적이다. 한 때는 야권의 '구세주'로 추앙받던 안 원장이 야권의 '훼방꾼'으로 전락한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안철수 거품이 민주통합당까지 망조 들게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4일 18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의 선거인단이 최종 108만 500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초 "150만명은 무난히 넘고 2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결과다.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그냥 실패도 아니고 참패에 가깝다.

준준결승 전락한
민주당 경선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연승으로 인한 경선의 박진감 저하, 모바일투표 불공정성 논란으로 인한 경선파행 등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난데없는 '안철수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민주당 경선 흥행 참패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걸까?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안철수 거품론의 첫 번째 근거는 안 원장이 야권과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곧 거품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민주당 경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안 원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민주당의 경선은 안 원장의 존재로 인해 준결승이 아닌 준준결승으로 전락해버렸다"며 "처음부터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선이 끝난 후에도 민주당의 대권행보는 험로가 예상된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으면 단일화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언에는 안 원장이 무소속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할 경우 민주당은 대선 후보조차 배출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후보를 내지 못하면 152억원에 달하는 정당 국고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절박감도 깔려있다.


민주당 경선 흥행 참패 원인은 안철수?
야권단일화 방식 놓고 '치킨게임' 예상

지난 3일에는 안 원장이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고 독자출마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민주당을 긴장시켰다. 안 원장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안 원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입당을 극구 반대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야권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원장이 출마결정을 계속 미루면서 극에 달한 국민들의 인내심도 야권으로선 부담이다. 한 네티즌은 "안 원장이 '국민의 뜻'에 따라 출마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국민들이 그동안 꾸준한 지지율을 통해 '뜻'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아직도 출마를 망설이고 있는 것은 정말 검증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야권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업적이 없다며 '묻지마 지지'라고 비판하는데 안 원장이야 말로 정치권에서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들이 뭔가 물어보면 항상 '모른다'거나 '나중에'라고 대답하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묻지마 지지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야권단일화 
불가능한 꿈?

한 정치부 기자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불통'이라고 하는데 기자들 입장에서 안 원장은 '불통'을 넘어 '무통'이다. 일부 기자들은 안 원장이 워낙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으니 지난 7월19일 발간한 <안철수의 생각>을 경전 해석하듯 하며 안 원장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이 올바른 소통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전문가들도 "일부 중도층에서는 안 원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우리들이 출마를 구걸해야 되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안 원장이 결국엔 출마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는 10월까지도 출마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안 원장에 대한 반발심이 중도층의 이탈로 이어져 야권 전체의 지지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안 원장의 등장으로 내심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던 민주당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 대선의 '구세주'인줄 알았던 안 원장이 오히려 야권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철수 거품론의 두 번째 근거는 안 원장이 국정운영에 있어 뛰어난 혜안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거품이라는 것이다.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계속 미루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서둘러 공약을 급조 중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있다.

시너지는커녕
역효과 우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 공약은 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각 지역별, 세대별 공약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외교 등 각 분야별 공약을 마련해야 하는데 실현가능성과 우선순위 등도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과연 마땅한 정치세력도 없는 안 원장이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각 지역별 정책의 경우 그 지역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기존 정당들의 경우 지역구별로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지만 정당기반이 없는 안 원장의 공약은 부실하거나 지역현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또 야권의 한 관계자도 "안 원장이 펴낸 <안철수의 생각>이 사실상의 대선공약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다른 대선후보들의 공약들과는 그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정책자문단도 없이 단기간에 완성될 안 원장의 공약은 필연적으로 부실할 것"이라며 "하지만 야권의 단일화 과정에서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안 원장이 내세운 공약들의 타당성을 제대로 따져볼 시간도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안 원장이 야권단일화 승부에서는 이긴다 해도 막상 본선에 올라가서는 지난 5년간 착실히 준비해온 박 후보와 비교해 공약 경쟁력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안 원장이 야권의 대권판을 완전히 망쳐버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거품론의 마지막 근거는 안 원장이 야권의 승리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거품이라는 주장이다. 안 원장의 행보는 지난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의 행보와 무척 닮아있어 눈길을 끈다. 유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을 나와 국민참여당을 새롭게 창당해 지방선거 정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선출마 고민 중? 대선공약 급조 중!
제2의 유시민 될까? 다시 떠오르는 악몽

혈혈단신으로 민주당이라는 거대정당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를 거뒀고 선거를 단 하루 앞두고는 마지막으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와의 단일화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에는 표확장성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패배하고 말았던 것이다.

선거가 끝난 후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만약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면 야권이 충분히 김 지사를 이길 수 있었던 선거라고 분석했다. 선거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이 조직동원 등에서 신생정당의 한계를 분명히 노출한 데다 유 대표가 단일화에서 승리했음에도 민주당 지지세력을 충분히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담한 정치적 시험을 감행했지만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 전 대표는 결과적으로 야권의 훼방꾼이었다.

안 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안 원장이 야권단일화에 성공한다 해도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다면 당 지지세력을 충분히 끌어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으로 민주당에 입당하게 되면 보수층과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던 중도층의 표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

현재의 안 원장과 당시 유 전 대표의 공통점은 또 있다. 유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야권단일화에만 매달리다 정작 경기도민과의 스킨십을 소홀히 했었다. 김 지사는 연설이 끝나면 지역을 돌며 일일이 도민들과 악수를 나눴지만 유 전 대표는 연설이 끝나자마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선거 하루 전까지 이어진 단일화 작업 때문에 정작 도민들과 스킨십을 나눌 시간이 처음부터 부족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벌써 박 후보는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해 파격적인 대통합행보를 펼치는가 하면 전국 각지를 돌며 국민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과연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만 하다.


유시민 닮은 꼴
대선판 훼방꾼

반면 민주당은 이미 흥행에 참패해 지루해진 경선을 오는 9월16일까지 이어 나가야한다.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길어진다면 야권은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오는 11월까지도 단일화 작업에만 매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정치권에서 안 원장이 제2의 유시민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이유다.

야권의 한 지지자는 "이번 대선정국에서 야권은 안철수라는 큰 나무에 햇빛이 가려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있는 형세다. 그렇다고 안 원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 후보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야권의 구세주로 추앙받던 안철수의 실체는 결국 거품이다. 야권이 거품에 속아 대권 전체를 망치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정권교체의 꿈은 안철수와 함께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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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