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성신여대 등 '줄폐교' 부실대학 정리 후폭풍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5:58:51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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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신입생도…얄짤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학가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교육부에서 대학들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성신여대, 용인대, 인하대 등 수도권 11개 학교와 비수도권 대학교 14개 학교가 탈락했다. 계원예대, 국제대, 김포대, 동아방송예대 등 27개 대학교도 선정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7일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알렸다.

학령인구↓
대학 개혁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앞으로 3년간 정부에서 주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인하대, 성신여대 등은 이번 교육부 평가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하대는 졸업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등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정성평가에서 지난 2주기 대비 감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교육 과정 및 운영 개선에서 67점, 구성원 참여와 소통에서 72.3점을 받아 전년 대비 각각 92.77점, 100점에서 급락했다. 대학 측은 여러 정량 지표가 만점을 받았음에도 탈락 대상인 하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신여대도 교육부 평가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성신여대 측은 평가점수 확인 결과 점수의 20%를 차지하는 ‘교육 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67.1점을 받아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했다고 분석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7월 교육부로부터 ‘사학혁신 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사학혁신 지원대학은 사립대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이끌 학교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2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곳이다.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면 부실 대학교라는 낙인이 찍힌다. 수시모집이 코앞인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정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진단평가를 통과한 233개 대학도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탈락한 대학들 내부에서 책임론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13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3년간 14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되지 못한 대학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정성평가로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대학교를 평가했는데 회생한 곳도 있고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교한 학교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대학 구조조정 돌입
정원감축·학자금 대출 제한 등 


200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직감했다. 재정이 부실한 사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무지표와 교육지표로 구성된 사립대 경영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경영난이 심하고 외국인 유학생 부실관리 등 학사운영 상태도 좋지 않은 30여곳을 선별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입학 정원을 감축하고 부실경영을 일삼는 대학이 있다면 퇴출시키는 강수까지 동원하는 등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교육지표 5개(재학생 충원율·취업률·전임교원 확보율·신입생 충원율·학사관리), 재무지표 3개(등록금 의존율·교육비 환원율·장학금), 법인지표 2개(법정부담금 부담률·법인전입금 비율) 등 10개 지표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 기준에 맞춰 2011년 상명대·경성대·원광대를, 이듬해 국민대·세종대·배재대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인지도가 있어도 재정지원 대학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면서 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4년 만에 사라졌다. 취업률 지표가 전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예체능·인문학과가 많은 대학이 공학·상경 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와 취업 실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컨대 시행 첫 해인 2011년 재정 지원 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동시 선정된 원광대가 이듬해인 2012년 대형 대학 중 취업률 2위로 뛰어올랐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취업률이나 등록금 인하율 등 지표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학가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졌다.

결국 2014년 박근혜정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10년 동안 16만명 감축하겠다면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56만명이던 대학 입학 정원을 3년 단위 주기로 나눠 2023년까지 각각 4만명, 5만명, 7만명씩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3년간 140억 
지원 못 받아

이듬해 8월 대학 구조개혁 1주기 평가 결과 A~E 등급 등 다섯 가지로 나눈 다음 A 등급을 제외한 채 비율에 맞춰 정원 감축을 진행했다. 2016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명단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교 16개, 전문대학교 21개가 포함됐다. 

2018년 문재인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5단계로 평가 대학을 구분해 미흡한 학교의 예산 삭감, 등록금 지원 제한 등을 논의했다.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대학 구조개혁평가 2주기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2주기 때는 알파벳이 아닌 일반대(4년제) 자율개선대학(120개교), 역량강화대학(30개교), 진단제외(30개교), 재정지원대학Ⅰ(4개교), 재정지원대학Ⅱ(6개교), 한계대학(1개교)으로 나누어졌다. 전문대도 자율개선대학 87개교, 역량강화대학 36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Ⅰ 5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Ⅱ 5개교, 한계대학 3개교로 구분했다.

결과론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실패로 끝났다. 부실대학에 정원 감축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입학정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문제는 부실 대학이 아닌 대학들까지 정부 압박에 시달린 끝에 정원을 감축하면서 재정난이 악화됐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 역시 기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정부가 새롭게 시작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근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등급만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그 결과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2019년 8월 교육부는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예대
첫 신호탄

교육부가 등록금을 수년째 인상하지 않는 모양새면서 대학 전반의 재정난을 지원할 방안은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대학 측은 유·초·중등 교육처럼 대학 교육에도 내국세 일정 부분을 투입하는 ‘교부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학들은 재산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면 굳이 폐교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 자칫 학생은 없고 대학 간판만 유지하는 좀비대학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교 대학 지원이 부실 사학의 ‘먹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학교 폐쇄 역사를 보면 첫 신호탄은 광주예대가 쏘아 올렸다. 광주예대는 설립자 비리, 대학 부실 운영 등을 이유로 지난 2000년 2월, 자진 폐쇄했다.  


이어 2008년 2월 아시아대와 개혁신학교가 문을 닫았고 2012년 2월 명신대와 성화대가 폐교했다.

명신대는 교비 횡령 및 부적절한 학사관리 등 각종 비리 문제에 얽혀 있었다. 설립자가 사적 용도로 쓴 교비 13억8000만원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전 총장의 생계비 지원을 명목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2억6000만원을 불법 사용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또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 2만2794명에게 출석을 인정하고 성적을 부여했으며, 입학 정원보다 116명을 더 뽑아 과를 옮기도록 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2년 2월 광주예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대(2008년 2월), 명신대(2012년 2월), 성화대학(2012년 2월), 선교청대(2012년 8월), 국제문화대학원대(2014년 2월), 벽성대학(2014년 8월), 한중대(2018년 2월), 대구외대(2018년 2월), 서남대(2018년 2월)가 폐쇄 명령을 통해 퇴출됐다.

건동대(2013년 2월), 경북외대(2014년 2월), 인제대학원대(2015년 8월)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폐교되기 1년 전 최소대출그룹에 속했던 선교청대는 대학원 연구과정에 입학한 2명과 이수 학점 미달자 2명에게 석사 학위를 부당하게 수여했다. 또 학부생 6명에게도 이수 학점이 모자라는데도 학사 학위를 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폐교되기 3년 전 건동대는 최소대출 대학이었다. 학점(76명)·학위(13명) 수여 취소, 무단 처분한 수익용 기본재산 11억4000만원 환수 등 감사원 감사처분 이행을 명령받은 바 있다. 또 교원 확보율 미충족으로 입학정원을 2011년에 비해 310명의 절반 수준인 158명으로 감축당했다.

명신·성화·선교청대 등 문 닫아
부정·비리 재정상황 악화 이어져

대구외국어대학교는 2003년 개교 당시 인가조건이었던 수익용 기본재산 3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교비에서 부당 집행한 법인 사업비 3억8000만원 등 12건의 감사 지적 사항도 이행하지 못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결국 2017년 4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상황도 악화됐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74만2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여건이 나빠 정상적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놓였다.

폐교 소식에 지방대학교는 위기를 느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대학 교수들은 입학철만 되면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에 가서 학생 유치에 나서거나 가족·지인 등을 ‘유령학생’으로 등록시키는 사례마저 생겨났다. 유령학생까지 동원해 충원율을 높이는 것은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받고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고구려대학교는 대학교 간판을 지키기 위해 유령학생을 받은 것이 지난 6월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2017~2020학년도 4년간 입학원서에 지원학과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아예 비워둔 215명을 합격시켰다. 같은 기간 귀화한 신입생은 67명이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고교 졸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입학 예정자 가운데 296명이나 등록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모두 입학 처리했다.

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등록금을 내지 않은 재학생 295명에 대해 제적 처리하지 않고 재학생으로 이름을 올려두는가 하면, 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려고 교원 등을 시켜 이들이 수강신청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지방대들은 학생 모집에 열을 올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입 관련 박람회나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들은 방역 우려를 알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지방대 위기를 고려할 때 행사를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입 박람회는 지방대가 학교를 홍보하는 주요 통로다.

유인영 극동대 입학처장은 “대학 생존을 생각하면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대학 관계자나 학생이 확진되면 이후 전형에도 영향을 미쳐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람회를 강행하자는 지방대도 많았다”며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취소한 만큼 사정을 감안해 코엑스나 교육부에서 대학들을 지원해줄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기를 느낀 지방 소재의 대학교들은 신입생 유치에도 모자라 연구 기능 강화,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는 등 특성화학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역량 키우고 
합쳐야 한다”

이근호 전 영천교육장은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교에 대해 “앞으로의 지방 대학은 종합대학교의 틀을 벗고 각 대학별 자신 있는 분야에 역량을 강화해 인근 대학 간 학과의 통폐합과 인수·합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학도, 가업승계자, 실직자녀, 노인동거가족, 전업주부 등 다양한 계층들에게도 포기했던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캠퍼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측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방만하게 운영한 데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특화된 교육 과정과 학생 맞춤형의 고품질 강의와 학생 복지에 더욱 힘쓰면서 고객 모시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대 폐교와 지역사회 위기론

지방대 폐교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폐교 이후의 대학 부지와 시설의 활용’ 보고서에서 “대학이 폐교하면 해당 지역경제는 붕괴 수준에 이른다”고 명시됐다. ‘지방대 폐교는 지역 대학생 인구 소멸로 이어진다. 이후 대학가 주변 지역상권 황폐화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져 악순환이 초래된다.

실제 서남대는 전남 남원 소재 유일의 종합대학이었다. 하지만 2018년 폐교 이후 지역경제는 완전히 붕괴됐고 주변 상권과 원룸촌은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또 한국은행 강릉본부의 자체 추산 결과 2013년 대비 2017년 말 강릉시 소재 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약 3600명 감소했고, 이로 인해 강릉시의 연간 소비지출 감소 규모는 약 278억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지방대 위기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다. 무엇보다 단순히 부실대학 퇴출의 의미가 아니다. 학령 인구감소와 인서울 선호 심화에 따른 ‘자연 폐교’ 시그널이다. 현재 일반대학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만 여유가 있을 뿐, 비수도권은 어느 지역도 ‘자연 폐교’의 시그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몇몇 부실대학과 한계사학만의 문제가 아닌 국공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일반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악화된 가운데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더욱 급격히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지방대의 위기가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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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