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성신여대 등 '줄폐교' 부실대학 정리 후폭풍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5:58:51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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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신입생도…얄짤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학가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교육부에서 대학들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성신여대, 용인대, 인하대 등 수도권 11개 학교와 비수도권 대학교 14개 학교가 탈락했다. 계원예대, 국제대, 김포대, 동아방송예대 등 27개 대학교도 선정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7일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알렸다.

학령인구↓
대학 개혁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앞으로 3년간 정부에서 주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인하대, 성신여대 등은 이번 교육부 평가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하대는 졸업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등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정성평가에서 지난 2주기 대비 감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교육 과정 및 운영 개선에서 67점, 구성원 참여와 소통에서 72.3점을 받아 전년 대비 각각 92.77점, 100점에서 급락했다. 대학 측은 여러 정량 지표가 만점을 받았음에도 탈락 대상인 하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신여대도 교육부 평가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성신여대 측은 평가점수 확인 결과 점수의 20%를 차지하는 ‘교육 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67.1점을 받아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했다고 분석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7월 교육부로부터 ‘사학혁신 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사학혁신 지원대학은 사립대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이끌 학교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2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곳이다.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면 부실 대학교라는 낙인이 찍힌다. 수시모집이 코앞인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정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진단평가를 통과한 233개 대학도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탈락한 대학들 내부에서 책임론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13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3년간 14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되지 못한 대학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정성평가로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대학교를 평가했는데 회생한 곳도 있고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교한 학교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대학 구조조정 돌입
정원감축·학자금 대출 제한 등 


200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직감했다. 재정이 부실한 사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무지표와 교육지표로 구성된 사립대 경영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경영난이 심하고 외국인 유학생 부실관리 등 학사운영 상태도 좋지 않은 30여곳을 선별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입학 정원을 감축하고 부실경영을 일삼는 대학이 있다면 퇴출시키는 강수까지 동원하는 등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교육지표 5개(재학생 충원율·취업률·전임교원 확보율·신입생 충원율·학사관리), 재무지표 3개(등록금 의존율·교육비 환원율·장학금), 법인지표 2개(법정부담금 부담률·법인전입금 비율) 등 10개 지표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 기준에 맞춰 2011년 상명대·경성대·원광대를, 이듬해 국민대·세종대·배재대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인지도가 있어도 재정지원 대학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면서 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4년 만에 사라졌다. 취업률 지표가 전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예체능·인문학과가 많은 대학이 공학·상경 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와 취업 실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컨대 시행 첫 해인 2011년 재정 지원 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동시 선정된 원광대가 이듬해인 2012년 대형 대학 중 취업률 2위로 뛰어올랐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취업률이나 등록금 인하율 등 지표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학가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졌다.

결국 2014년 박근혜정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10년 동안 16만명 감축하겠다면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56만명이던 대학 입학 정원을 3년 단위 주기로 나눠 2023년까지 각각 4만명, 5만명, 7만명씩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3년간 140억 
지원 못 받아

이듬해 8월 대학 구조개혁 1주기 평가 결과 A~E 등급 등 다섯 가지로 나눈 다음 A 등급을 제외한 채 비율에 맞춰 정원 감축을 진행했다. 2016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명단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교 16개, 전문대학교 21개가 포함됐다. 

2018년 문재인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5단계로 평가 대학을 구분해 미흡한 학교의 예산 삭감, 등록금 지원 제한 등을 논의했다.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대학 구조개혁평가 2주기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2주기 때는 알파벳이 아닌 일반대(4년제) 자율개선대학(120개교), 역량강화대학(30개교), 진단제외(30개교), 재정지원대학Ⅰ(4개교), 재정지원대학Ⅱ(6개교), 한계대학(1개교)으로 나누어졌다. 전문대도 자율개선대학 87개교, 역량강화대학 36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Ⅰ 5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Ⅱ 5개교, 한계대학 3개교로 구분했다.

결과론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실패로 끝났다. 부실대학에 정원 감축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입학정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문제는 부실 대학이 아닌 대학들까지 정부 압박에 시달린 끝에 정원을 감축하면서 재정난이 악화됐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 역시 기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정부가 새롭게 시작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근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등급만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그 결과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2019년 8월 교육부는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예대
첫 신호탄

교육부가 등록금을 수년째 인상하지 않는 모양새면서 대학 전반의 재정난을 지원할 방안은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대학 측은 유·초·중등 교육처럼 대학 교육에도 내국세 일정 부분을 투입하는 ‘교부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학들은 재산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면 굳이 폐교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 자칫 학생은 없고 대학 간판만 유지하는 좀비대학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교 대학 지원이 부실 사학의 ‘먹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학교 폐쇄 역사를 보면 첫 신호탄은 광주예대가 쏘아 올렸다. 광주예대는 설립자 비리, 대학 부실 운영 등을 이유로 지난 2000년 2월, 자진 폐쇄했다.  


이어 2008년 2월 아시아대와 개혁신학교가 문을 닫았고 2012년 2월 명신대와 성화대가 폐교했다.

명신대는 교비 횡령 및 부적절한 학사관리 등 각종 비리 문제에 얽혀 있었다. 설립자가 사적 용도로 쓴 교비 13억8000만원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전 총장의 생계비 지원을 명목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2억6000만원을 불법 사용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또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 2만2794명에게 출석을 인정하고 성적을 부여했으며, 입학 정원보다 116명을 더 뽑아 과를 옮기도록 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2년 2월 광주예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대(2008년 2월), 명신대(2012년 2월), 성화대학(2012년 2월), 선교청대(2012년 8월), 국제문화대학원대(2014년 2월), 벽성대학(2014년 8월), 한중대(2018년 2월), 대구외대(2018년 2월), 서남대(2018년 2월)가 폐쇄 명령을 통해 퇴출됐다.

건동대(2013년 2월), 경북외대(2014년 2월), 인제대학원대(2015년 8월)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폐교되기 1년 전 최소대출그룹에 속했던 선교청대는 대학원 연구과정에 입학한 2명과 이수 학점 미달자 2명에게 석사 학위를 부당하게 수여했다. 또 학부생 6명에게도 이수 학점이 모자라는데도 학사 학위를 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폐교되기 3년 전 건동대는 최소대출 대학이었다. 학점(76명)·학위(13명) 수여 취소, 무단 처분한 수익용 기본재산 11억4000만원 환수 등 감사원 감사처분 이행을 명령받은 바 있다. 또 교원 확보율 미충족으로 입학정원을 2011년에 비해 310명의 절반 수준인 158명으로 감축당했다.

명신·성화·선교청대 등 문 닫아
부정·비리 재정상황 악화 이어져

대구외국어대학교는 2003년 개교 당시 인가조건이었던 수익용 기본재산 3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교비에서 부당 집행한 법인 사업비 3억8000만원 등 12건의 감사 지적 사항도 이행하지 못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결국 2017년 4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상황도 악화됐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74만2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여건이 나빠 정상적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놓였다.

폐교 소식에 지방대학교는 위기를 느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대학 교수들은 입학철만 되면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에 가서 학생 유치에 나서거나 가족·지인 등을 ‘유령학생’으로 등록시키는 사례마저 생겨났다. 유령학생까지 동원해 충원율을 높이는 것은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받고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고구려대학교는 대학교 간판을 지키기 위해 유령학생을 받은 것이 지난 6월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2017~2020학년도 4년간 입학원서에 지원학과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아예 비워둔 215명을 합격시켰다. 같은 기간 귀화한 신입생은 67명이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고교 졸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입학 예정자 가운데 296명이나 등록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모두 입학 처리했다.

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등록금을 내지 않은 재학생 295명에 대해 제적 처리하지 않고 재학생으로 이름을 올려두는가 하면, 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려고 교원 등을 시켜 이들이 수강신청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지방대들은 학생 모집에 열을 올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입 관련 박람회나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들은 방역 우려를 알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지방대 위기를 고려할 때 행사를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입 박람회는 지방대가 학교를 홍보하는 주요 통로다.

유인영 극동대 입학처장은 “대학 생존을 생각하면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대학 관계자나 학생이 확진되면 이후 전형에도 영향을 미쳐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람회를 강행하자는 지방대도 많았다”며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취소한 만큼 사정을 감안해 코엑스나 교육부에서 대학들을 지원해줄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기를 느낀 지방 소재의 대학교들은 신입생 유치에도 모자라 연구 기능 강화,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는 등 특성화학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역량 키우고 
합쳐야 한다”

이근호 전 영천교육장은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교에 대해 “앞으로의 지방 대학은 종합대학교의 틀을 벗고 각 대학별 자신 있는 분야에 역량을 강화해 인근 대학 간 학과의 통폐합과 인수·합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학도, 가업승계자, 실직자녀, 노인동거가족, 전업주부 등 다양한 계층들에게도 포기했던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캠퍼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측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방만하게 운영한 데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특화된 교육 과정과 학생 맞춤형의 고품질 강의와 학생 복지에 더욱 힘쓰면서 고객 모시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대 폐교와 지역사회 위기론

지방대 폐교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폐교 이후의 대학 부지와 시설의 활용’ 보고서에서 “대학이 폐교하면 해당 지역경제는 붕괴 수준에 이른다”고 명시됐다. ‘지방대 폐교는 지역 대학생 인구 소멸로 이어진다. 이후 대학가 주변 지역상권 황폐화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져 악순환이 초래된다.

실제 서남대는 전남 남원 소재 유일의 종합대학이었다. 하지만 2018년 폐교 이후 지역경제는 완전히 붕괴됐고 주변 상권과 원룸촌은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또 한국은행 강릉본부의 자체 추산 결과 2013년 대비 2017년 말 강릉시 소재 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약 3600명 감소했고, 이로 인해 강릉시의 연간 소비지출 감소 규모는 약 278억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지방대 위기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다. 무엇보다 단순히 부실대학 퇴출의 의미가 아니다. 학령 인구감소와 인서울 선호 심화에 따른 ‘자연 폐교’ 시그널이다. 현재 일반대학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만 여유가 있을 뿐, 비수도권은 어느 지역도 ‘자연 폐교’의 시그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몇몇 부실대학과 한계사학만의 문제가 아닌 국공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일반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악화된 가운데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더욱 급격히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지방대의 위기가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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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