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성신여대 등 '줄폐교' 부실대학 정리 후폭풍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5:58:51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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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신입생도…얄짤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학가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교육부에서 대학들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성신여대, 용인대, 인하대 등 수도권 11개 학교와 비수도권 대학교 14개 학교가 탈락했다. 계원예대, 국제대, 김포대, 동아방송예대 등 27개 대학교도 선정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7일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알렸다.

학령인구↓
대학 개혁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앞으로 3년간 정부에서 주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인하대, 성신여대 등은 이번 교육부 평가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하대는 졸업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등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정성평가에서 지난 2주기 대비 감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교육 과정 및 운영 개선에서 67점, 구성원 참여와 소통에서 72.3점을 받아 전년 대비 각각 92.77점, 100점에서 급락했다. 대학 측은 여러 정량 지표가 만점을 받았음에도 탈락 대상인 하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신여대도 교육부 평가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성신여대 측은 평가점수 확인 결과 점수의 20%를 차지하는 ‘교육 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67.1점을 받아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했다고 분석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7월 교육부로부터 ‘사학혁신 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사학혁신 지원대학은 사립대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이끌 학교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2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곳이다.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면 부실 대학교라는 낙인이 찍힌다. 수시모집이 코앞인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정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진단평가를 통과한 233개 대학도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탈락한 대학들 내부에서 책임론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13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3년간 14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되지 못한 대학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정성평가로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대학교를 평가했는데 회생한 곳도 있고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교한 학교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대학 구조조정 돌입
정원감축·학자금 대출 제한 등 


200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직감했다. 재정이 부실한 사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무지표와 교육지표로 구성된 사립대 경영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경영난이 심하고 외국인 유학생 부실관리 등 학사운영 상태도 좋지 않은 30여곳을 선별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입학 정원을 감축하고 부실경영을 일삼는 대학이 있다면 퇴출시키는 강수까지 동원하는 등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교육지표 5개(재학생 충원율·취업률·전임교원 확보율·신입생 충원율·학사관리), 재무지표 3개(등록금 의존율·교육비 환원율·장학금), 법인지표 2개(법정부담금 부담률·법인전입금 비율) 등 10개 지표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 기준에 맞춰 2011년 상명대·경성대·원광대를, 이듬해 국민대·세종대·배재대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인지도가 있어도 재정지원 대학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면서 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4년 만에 사라졌다. 취업률 지표가 전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예체능·인문학과가 많은 대학이 공학·상경 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와 취업 실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컨대 시행 첫 해인 2011년 재정 지원 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동시 선정된 원광대가 이듬해인 2012년 대형 대학 중 취업률 2위로 뛰어올랐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취업률이나 등록금 인하율 등 지표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학가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졌다.

결국 2014년 박근혜정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10년 동안 16만명 감축하겠다면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56만명이던 대학 입학 정원을 3년 단위 주기로 나눠 2023년까지 각각 4만명, 5만명, 7만명씩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3년간 140억 
지원 못 받아

이듬해 8월 대학 구조개혁 1주기 평가 결과 A~E 등급 등 다섯 가지로 나눈 다음 A 등급을 제외한 채 비율에 맞춰 정원 감축을 진행했다. 2016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명단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교 16개, 전문대학교 21개가 포함됐다. 

2018년 문재인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5단계로 평가 대학을 구분해 미흡한 학교의 예산 삭감, 등록금 지원 제한 등을 논의했다.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대학 구조개혁평가 2주기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2주기 때는 알파벳이 아닌 일반대(4년제) 자율개선대학(120개교), 역량강화대학(30개교), 진단제외(30개교), 재정지원대학Ⅰ(4개교), 재정지원대학Ⅱ(6개교), 한계대학(1개교)으로 나누어졌다. 전문대도 자율개선대학 87개교, 역량강화대학 36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Ⅰ 5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Ⅱ 5개교, 한계대학 3개교로 구분했다.

결과론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실패로 끝났다. 부실대학에 정원 감축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입학정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문제는 부실 대학이 아닌 대학들까지 정부 압박에 시달린 끝에 정원을 감축하면서 재정난이 악화됐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 역시 기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정부가 새롭게 시작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근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등급만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그 결과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2019년 8월 교육부는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예대
첫 신호탄

교육부가 등록금을 수년째 인상하지 않는 모양새면서 대학 전반의 재정난을 지원할 방안은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대학 측은 유·초·중등 교육처럼 대학 교육에도 내국세 일정 부분을 투입하는 ‘교부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학들은 재산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면 굳이 폐교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 자칫 학생은 없고 대학 간판만 유지하는 좀비대학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교 대학 지원이 부실 사학의 ‘먹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학교 폐쇄 역사를 보면 첫 신호탄은 광주예대가 쏘아 올렸다. 광주예대는 설립자 비리, 대학 부실 운영 등을 이유로 지난 2000년 2월, 자진 폐쇄했다.  


이어 2008년 2월 아시아대와 개혁신학교가 문을 닫았고 2012년 2월 명신대와 성화대가 폐교했다.

명신대는 교비 횡령 및 부적절한 학사관리 등 각종 비리 문제에 얽혀 있었다. 설립자가 사적 용도로 쓴 교비 13억8000만원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전 총장의 생계비 지원을 명목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2억6000만원을 불법 사용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또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 2만2794명에게 출석을 인정하고 성적을 부여했으며, 입학 정원보다 116명을 더 뽑아 과를 옮기도록 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2년 2월 광주예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대(2008년 2월), 명신대(2012년 2월), 성화대학(2012년 2월), 선교청대(2012년 8월), 국제문화대학원대(2014년 2월), 벽성대학(2014년 8월), 한중대(2018년 2월), 대구외대(2018년 2월), 서남대(2018년 2월)가 폐쇄 명령을 통해 퇴출됐다.

건동대(2013년 2월), 경북외대(2014년 2월), 인제대학원대(2015년 8월)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폐교되기 1년 전 최소대출그룹에 속했던 선교청대는 대학원 연구과정에 입학한 2명과 이수 학점 미달자 2명에게 석사 학위를 부당하게 수여했다. 또 학부생 6명에게도 이수 학점이 모자라는데도 학사 학위를 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폐교되기 3년 전 건동대는 최소대출 대학이었다. 학점(76명)·학위(13명) 수여 취소, 무단 처분한 수익용 기본재산 11억4000만원 환수 등 감사원 감사처분 이행을 명령받은 바 있다. 또 교원 확보율 미충족으로 입학정원을 2011년에 비해 310명의 절반 수준인 158명으로 감축당했다.

명신·성화·선교청대 등 문 닫아
부정·비리 재정상황 악화 이어져

대구외국어대학교는 2003년 개교 당시 인가조건이었던 수익용 기본재산 3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교비에서 부당 집행한 법인 사업비 3억8000만원 등 12건의 감사 지적 사항도 이행하지 못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결국 2017년 4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상황도 악화됐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74만2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여건이 나빠 정상적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놓였다.

폐교 소식에 지방대학교는 위기를 느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대학 교수들은 입학철만 되면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에 가서 학생 유치에 나서거나 가족·지인 등을 ‘유령학생’으로 등록시키는 사례마저 생겨났다. 유령학생까지 동원해 충원율을 높이는 것은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받고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고구려대학교는 대학교 간판을 지키기 위해 유령학생을 받은 것이 지난 6월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2017~2020학년도 4년간 입학원서에 지원학과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아예 비워둔 215명을 합격시켰다. 같은 기간 귀화한 신입생은 67명이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고교 졸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입학 예정자 가운데 296명이나 등록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모두 입학 처리했다.

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등록금을 내지 않은 재학생 295명에 대해 제적 처리하지 않고 재학생으로 이름을 올려두는가 하면, 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려고 교원 등을 시켜 이들이 수강신청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지방대들은 학생 모집에 열을 올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입 관련 박람회나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들은 방역 우려를 알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지방대 위기를 고려할 때 행사를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입 박람회는 지방대가 학교를 홍보하는 주요 통로다.

유인영 극동대 입학처장은 “대학 생존을 생각하면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대학 관계자나 학생이 확진되면 이후 전형에도 영향을 미쳐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람회를 강행하자는 지방대도 많았다”며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취소한 만큼 사정을 감안해 코엑스나 교육부에서 대학들을 지원해줄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기를 느낀 지방 소재의 대학교들은 신입생 유치에도 모자라 연구 기능 강화,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는 등 특성화학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역량 키우고 
합쳐야 한다”

이근호 전 영천교육장은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교에 대해 “앞으로의 지방 대학은 종합대학교의 틀을 벗고 각 대학별 자신 있는 분야에 역량을 강화해 인근 대학 간 학과의 통폐합과 인수·합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학도, 가업승계자, 실직자녀, 노인동거가족, 전업주부 등 다양한 계층들에게도 포기했던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캠퍼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측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방만하게 운영한 데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특화된 교육 과정과 학생 맞춤형의 고품질 강의와 학생 복지에 더욱 힘쓰면서 고객 모시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대 폐교와 지역사회 위기론

지방대 폐교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폐교 이후의 대학 부지와 시설의 활용’ 보고서에서 “대학이 폐교하면 해당 지역경제는 붕괴 수준에 이른다”고 명시됐다. ‘지방대 폐교는 지역 대학생 인구 소멸로 이어진다. 이후 대학가 주변 지역상권 황폐화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져 악순환이 초래된다.

실제 서남대는 전남 남원 소재 유일의 종합대학이었다. 하지만 2018년 폐교 이후 지역경제는 완전히 붕괴됐고 주변 상권과 원룸촌은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또 한국은행 강릉본부의 자체 추산 결과 2013년 대비 2017년 말 강릉시 소재 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약 3600명 감소했고, 이로 인해 강릉시의 연간 소비지출 감소 규모는 약 278억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지방대 위기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다. 무엇보다 단순히 부실대학 퇴출의 의미가 아니다. 학령 인구감소와 인서울 선호 심화에 따른 ‘자연 폐교’ 시그널이다. 현재 일반대학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만 여유가 있을 뿐, 비수도권은 어느 지역도 ‘자연 폐교’의 시그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몇몇 부실대학과 한계사학만의 문제가 아닌 국공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일반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악화된 가운데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더욱 급격히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지방대의 위기가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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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