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성신여대 등 '줄폐교' 부실대학 정리 후폭풍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5:58:51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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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신입생도…얄짤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대학가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교육부에서 대학들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성신여대, 용인대, 인하대 등 수도권 11개 학교와 비수도권 대학교 14개 학교가 탈락했다. 계원예대, 국제대, 김포대, 동아방송예대 등 27개 대학교도 선정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17일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를 각 대학에 알렸다.

학령인구↓
대학 개혁

52개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앞으로 3년간 정부에서 주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인하대, 성신여대 등은 이번 교육부 평가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하대는 졸업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등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정성평가에서 지난 2주기 대비 감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성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교육 과정 및 운영 개선에서 67점, 구성원 참여와 소통에서 72.3점을 받아 전년 대비 각각 92.77점, 100점에서 급락했다. 대학 측은 여러 정량 지표가 만점을 받았음에도 탈락 대상인 하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신여대도 교육부 평가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성신여대 측은 평가점수 확인 결과 점수의 20%를 차지하는 ‘교육 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에서 67.1점을 받아 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했다고 분석했다.

성신여대는 지난 7월 교육부로부터 ‘사학혁신 지원대학’으로 선정됐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사학혁신 지원대학은 사립대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를 이끌 학교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2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곳이다.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면 부실 대학교라는 낙인이 찍힌다. 수시모집이 코앞인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정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진단평가를 통과한 233개 대학도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

탈락한 대학들 내부에서 책임론이 일어나는 등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13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3년간 14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되지 못한 대학교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지만 정성평가로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대학 기본역량진단으로 대학교를 평가했는데 회생한 곳도 있고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폐교한 학교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대학 구조조정 돌입
정원감축·학자금 대출 제한 등 


2008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직감했다. 재정이 부실한 사립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재무지표와 교육지표로 구성된 사립대 경영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경영난이 심하고 외국인 유학생 부실관리 등 학사운영 상태도 좋지 않은 30여곳을 선별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맞게 입학 정원을 감축하고 부실경영을 일삼는 대학이 있다면 퇴출시키는 강수까지 동원하는 등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교육지표 5개(재학생 충원율·취업률·전임교원 확보율·신입생 충원율·학사관리), 재무지표 3개(등록금 의존율·교육비 환원율·장학금), 법인지표 2개(법정부담금 부담률·법인전입금 비율) 등 10개 지표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 기준에 맞춰 2011년 상명대·경성대·원광대를, 이듬해 국민대·세종대·배재대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인지도가 있어도 재정지원 대학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면서 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4년 만에 사라졌다. 취업률 지표가 전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예체능·인문학과가 많은 대학이 공학·상경 계열 비중이 높은 학교와 취업 실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컨대 시행 첫 해인 2011년 재정 지원 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동시 선정된 원광대가 이듬해인 2012년 대형 대학 중 취업률 2위로 뛰어올랐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취업률이나 등록금 인하율 등 지표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학가 사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졌다.

결국 2014년 박근혜정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10년 동안 16만명 감축하겠다면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56만명이던 대학 입학 정원을 3년 단위 주기로 나눠 2023년까지 각각 4만명, 5만명, 7만명씩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3년간 140억 
지원 못 받아

이듬해 8월 대학 구조개혁 1주기 평가 결과 A~E 등급 등 다섯 가지로 나눈 다음 A 등급을 제외한 채 비율에 맞춰 정원 감축을 진행했다. 2016학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명단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교 16개, 전문대학교 21개가 포함됐다. 

2018년 문재인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5단계로 평가 대학을 구분해 미흡한 학교의 예산 삭감, 등록금 지원 제한 등을 논의했다.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대학 구조개혁평가 2주기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2주기 때는 알파벳이 아닌 일반대(4년제) 자율개선대학(120개교), 역량강화대학(30개교), 진단제외(30개교), 재정지원대학Ⅰ(4개교), 재정지원대학Ⅱ(6개교), 한계대학(1개교)으로 나누어졌다. 전문대도 자율개선대학 87개교, 역량강화대학 36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Ⅰ 5개교, 재정 지원 제한대학 유형Ⅱ 5개교, 한계대학 3개교로 구분했다.

결과론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실패로 끝났다. 부실대학에 정원 감축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입학정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문제는 부실 대학이 아닌 대학들까지 정부 압박에 시달린 끝에 정원을 감축하면서 재정난이 악화됐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 역시 기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정부가 새롭게 시작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근본적인 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등급만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여 그 결과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2019년 8월 교육부는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한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예대
첫 신호탄

교육부가 등록금을 수년째 인상하지 않는 모양새면서 대학 전반의 재정난을 지원할 방안은 내놓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을 받았다. 대학 측은 유·초·중등 교육처럼 대학 교육에도 내국세 일정 부분을 투입하는 ‘교부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학들은 재산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면 굳이 폐교까지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 자칫 학생은 없고 대학 간판만 유지하는 좀비대학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폐교 대학 지원이 부실 사학의 ‘먹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학교 폐쇄 역사를 보면 첫 신호탄은 광주예대가 쏘아 올렸다. 광주예대는 설립자 비리, 대학 부실 운영 등을 이유로 지난 2000년 2월, 자진 폐쇄했다.  


이어 2008년 2월 아시아대와 개혁신학교가 문을 닫았고 2012년 2월 명신대와 성화대가 폐교했다.

명신대는 교비 횡령 및 부적절한 학사관리 등 각종 비리 문제에 얽혀 있었다. 설립자가 사적 용도로 쓴 교비 13억8000만원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전 총장의 생계비 지원을 명목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2억6000만원을 불법 사용하는 등의 비리가 드러났다.

또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한 학생 2만2794명에게 출석을 인정하고 성적을 부여했으며, 입학 정원보다 116명을 더 뽑아 과를 옮기도록 한 사실이 적발됐다.

2002년 2월 광주예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대(2008년 2월), 명신대(2012년 2월), 성화대학(2012년 2월), 선교청대(2012년 8월), 국제문화대학원대(2014년 2월), 벽성대학(2014년 8월), 한중대(2018년 2월), 대구외대(2018년 2월), 서남대(2018년 2월)가 폐쇄 명령을 통해 퇴출됐다.

건동대(2013년 2월), 경북외대(2014년 2월), 인제대학원대(2015년 8월)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폐교되기 1년 전 최소대출그룹에 속했던 선교청대는 대학원 연구과정에 입학한 2명과 이수 학점 미달자 2명에게 석사 학위를 부당하게 수여했다. 또 학부생 6명에게도 이수 학점이 모자라는데도 학사 학위를 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폐교되기 3년 전 건동대는 최소대출 대학이었다. 학점(76명)·학위(13명) 수여 취소, 무단 처분한 수익용 기본재산 11억4000만원 환수 등 감사원 감사처분 이행을 명령받은 바 있다. 또 교원 확보율 미충족으로 입학정원을 2011년에 비해 310명의 절반 수준인 158명으로 감축당했다.

명신·성화·선교청대 등 문 닫아
부정·비리 재정상황 악화 이어져

대구외국어대학교는 2003년 개교 당시 인가조건이었던 수익용 기본재산 3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교비에서 부당 집행한 법인 사업비 3억8000만원 등 12건의 감사 지적 사항도 이행하지 못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결국 2017년 4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상황도 악화됐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774만2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여건이 나빠 정상적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놓였다.

폐교 소식에 지방대학교는 위기를 느꼈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대학 교수들은 입학철만 되면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에 가서 학생 유치에 나서거나 가족·지인 등을 ‘유령학생’으로 등록시키는 사례마저 생겨났다. 유령학생까지 동원해 충원율을 높이는 것은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받고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고구려대학교는 대학교 간판을 지키기 위해 유령학생을 받은 것이 지난 6월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2017~2020학년도 4년간 입학원서에 지원학과를 아무렇게나 쓰거나 아예 비워둔 215명을 합격시켰다. 같은 기간 귀화한 신입생은 67명이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해외 고교 졸업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입학 예정자 가운데 296명이나 등록금을 내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모두 입학 처리했다.

재학생도 마찬가지였다. 등록금을 내지 않은 재학생 295명에 대해 제적 처리하지 않고 재학생으로 이름을 올려두는가 하면, 이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려고 교원 등을 시켜 이들이 수강신청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지방대들은 학생 모집에 열을 올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입 관련 박람회나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들은 방역 우려를 알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지방대 위기를 고려할 때 행사를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입 박람회는 지방대가 학교를 홍보하는 주요 통로다.

유인영 극동대 입학처장은 “대학 생존을 생각하면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대학 관계자나 학생이 확진되면 이후 전형에도 영향을 미쳐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람회를 강행하자는 지방대도 많았다”며 “학생 안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취소한 만큼 사정을 감안해 코엑스나 교육부에서 대학들을 지원해줄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기를 느낀 지방 소재의 대학교들은 신입생 유치에도 모자라 연구 기능 강화,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는 등 특성화학과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역량 키우고 
합쳐야 한다”

이근호 전 영천교육장은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교에 대해 “앞으로의 지방 대학은 종합대학교의 틀을 벗고 각 대학별 자신 있는 분야에 역량을 강화해 인근 대학 간 학과의 통폐합과 인수·합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대학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학도, 가업승계자, 실직자녀, 노인동거가족, 전업주부 등 다양한 계층들에게도 포기했던 배움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캠퍼스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측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방만하게 운영한 데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특화된 교육 과정과 학생 맞춤형의 고품질 강의와 학생 복지에 더욱 힘쓰면서 고객 모시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대 폐교와 지역사회 위기론

지방대 폐교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폐교 이후의 대학 부지와 시설의 활용’ 보고서에서 “대학이 폐교하면 해당 지역경제는 붕괴 수준에 이른다”고 명시됐다. ‘지방대 폐교는 지역 대학생 인구 소멸로 이어진다. 이후 대학가 주변 지역상권 황폐화와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져 악순환이 초래된다.

실제 서남대는 전남 남원 소재 유일의 종합대학이었다. 하지만 2018년 폐교 이후 지역경제는 완전히 붕괴됐고 주변 상권과 원룸촌은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또 한국은행 강릉본부의 자체 추산 결과 2013년 대비 2017년 말 강릉시 소재 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약 3600명 감소했고, 이로 인해 강릉시의 연간 소비지출 감소 규모는 약 278억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지방대 위기의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다. 무엇보다 단순히 부실대학 퇴출의 의미가 아니다. 학령 인구감소와 인서울 선호 심화에 따른 ‘자연 폐교’ 시그널이다. 현재 일반대학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만 여유가 있을 뿐, 비수도권은 어느 지역도 ‘자연 폐교’의 시그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몇몇 부실대학과 한계사학만의 문제가 아닌 국공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일반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악화된 가운데 등록금 의존률이 높은 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더욱 급격히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지방대의 위기가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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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