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꽃 여행 ③국립세종수목원

도시에서 만나는 초록빛 세상

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은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인 국립 수목원이다. 축구장 90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65㏊ 규모로, 사계절전시온실을 비롯한 20개 공간에서 다양한 기후대에 서식하는 식물 2834종, 172만본을 감상할 수 있다. 울창한 수목과 어우러진 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은 국립세종수목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관람은 사계절전시온실에서 시작한다. 매표소가 있는 방문자센터에서 사계절꽃길을 따라가면 국립세종수목원의 랜드마크인 사계절전시온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고 높이 32m에 총면적 9815㎡인 웅장한 건물은 바닥을 제외한 벽과 천장을 모두 유리로 마감해, 크리스털로 만든 거대한 꽃처럼 보인다. 실제 온대 중부 권역 식물 자원을 대표하는 붓꽃을 모티프로 설계했다.

다양한 식물

사계절전시온실에서는 우리가 흔히 보기 힘든 지중해와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식물을 만난다.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을 본뜬 지중해온실에는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항아리를 닮은 케이바물병나무, 파인애플처럼 생긴 카나리아야자, ‘공룡의 먹이’라고 불리는 울레미소나무 등 지중해성 기후에서 살아가는 식물 227종 1960본이 빼곡하다. 높이 32m 전망대에 서면 지중해온실과 수목원 일대가 한눈에 담긴다. 보행 약자는 계단 옆에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열대온실은 열대우림의 정글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곳에 있는 열대식물 437종 가운데 벌집을 빼닮은 벌집생강, 연꽃처럼 꽃잎을 활짝 펼친 황금연꽃바나나 등이 독특한 모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묘하기로 치면 곤충을 먹잇감으로 삼는 벌레잡이(식충)식물이 단연 최고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파리지옥은 고약한 외계 생명체같이 생겼다. 물론 기괴하게 생긴 식물이라고 해서 인간에게 해로운 건 아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커서 온난화 방지에 꼭 필요한 맹그로브, 칠판이나 연필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알스토니아 스콜라리스처럼 우리 생활에 없어선 안 될 나무도 많다. 알스토니아 스콜라리스의 종소명 스콜라리스(scholaris)는 라틴어로 ‘학교’라는 뜻이다. 열대온실에는 높이 5.5m 탐방로가 있어, 스카이워크처럼 정글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특별전시온실은 다양한 주제 전시를 통해 정원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공간이다. 현재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꾸민 전시가 열린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관람할 수 있다. 하루 8회(09:30~16:30), 회당 300명으로 관람 횟수와 인원을 제한한다. 미발권 티켓은 현장에서 선착순 판매한다.

국립세종수목원 야외 공간은 한국의 정원을 주제로 꾸몄다. 백미는 궁궐정원과 별서정원, 민가정원으로 구성된 한국전통정원이다. 창덕궁 후원 주합루(보물 1769호)와 부용정(보물 제1763호)을 실물 크기로 만든 솔찬루와 도담정이 궁궐정원의 안방마님이다. 조선 시대 대표 원림인 담양 소쇄원(명승 40호)의 특징을 되살린 별서정원, 정자나무와 돌담 등 옛 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낸 민가정원도 매력적이다.

궁궐정원에서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무료 반짝 해설’을 진행한다(40분 내외). 전문 해설사가 수목원의 식물과 문화에 대한 유익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료 반짝 해설에 참여하려면 시작 10분 전까지 해설 스폿으로 가서 참가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사계절전시온실 무료 반짝 해설은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30분에 진행한다.

궁궐정원 맞은편에 자리한 분재원은 다양한 분재 200여점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로 만든 송백 분재, 꽃을 감상하는 상화 분재, 열매를 감상하는 상과 분재, 잎을 감상하는 상엽 분재 등 모든 분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
축구장 90개를 합친 규모

사계절전시온실에서 한국전통정원을 거쳐 분재원까지 왔다면 국립세종수목원이 추천하는 1코스(1.8㎞, 1시간 소요)를 돌아본 셈이다. 여기에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을 포함하면 2코스(2.3㎞, 2시간 소요)가 완성된다. 1·2코스는 걷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지만, 습지원 너머에 있는 무궁화원과 민속식물원을 아우르는 3코스(3㎞, 3시간 소요)까지 관람하면 조금 힘들 수 있다.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 보행 약자와 동행한 경우 전기버스를 이용하자. 보행 약자 외 보호자 1인까지 탑승 가능하고, 주중에 운행하며,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무료).

수목원에서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무료 반짝 해설 외에 ‘도장찍고 행복심고’ ‘물빛따라 풀빛따라’ 등 개인과 단체를 위한 유료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 소정의 기념품을 받는 무료 스탬프 투어는 온 가족이 참여하기 좋다. 국립세종수목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세종호수공원은 국립세종수목원과 더불어 세종시를 대표하는 녹색 쉼터다. 69만7000㎡가 넘는 공원에 축제섬, 수상무대섬, 물놀이섬, 물꽃섬, 습지섬 등 각기 다른 테마로 조성한 인공 섬이 있어 가족, 친구, 연인과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 적당하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매력적이고 야경도 아름다운 세종호수공원 일원은 ‘2021~2022 한국 관광 100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운주산성(세종기념물 1호)은 해발 459.9m 운주산 중턱에 있는 백제 시대 석성이다. 둘레 3098m 외성과 543m 내성으로 구성되며, 내부에 크고 작은 건물 터와 우물 터가 남았다. 운주산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운주산성까지 도보는 물론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운주산성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비대면 관광지 100선’ 가운데 한 곳이다.

베어트리파크

베어트리파크는 동물원이자 수목원이다. 반달곰 80여마리와 불곰 15마리가 당당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니 동물원이다. 33만㎡에 이르는 부지 가운데 곰동산과 반달곰동산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정성껏 심어 가꾼 꽃과 나무로 채웠으니 수목원이기도 하다. 베어트리파크 내 새총곰 푸드코트 그늘쉼터에서는 텐트와 돗자리, 해먹,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대여해 피크닉도 즐길 수 있다. 피크닉 예약자에 한해 피자, 채소볶음밥 등 음식 배달 서비스를 진행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국립세종수목원→세종호수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세종수목원→세종호수공원 
둘째 날: 금강자연휴양림→운주산성→베어트리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국립세종수목원 www.sjna.or.kr
- 세종호수공원 www.sejong.go.kr/lake.do
- 베어트리파크 beartreepark.com

문의 전화
- 국립세종수목원 044)251-0001
- 세종호수공원 044)301-3921~6
- 베어트리파크 044)866-7766 

대중교통
[버스] 서울-세종,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수시(06:00~다음 날 00:05)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21번 지선버스 이용, 국립세종수목원 정류장 하차, 도보 약 5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세종특별자치시교통정보시스템 bis.sejong.go.kr

자가운전
논산천안고속도로 정안 IC→세종·정안 방면→파란달교차로에서 시청·도담동 방면→성금교차로에서 정부세종청사 방면→수목원로→국립세종수목원 

숙박 정보
- 목향재(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세종시 만남로6길, 010-8666-1217
- 학림재(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장군면 태산길, 010-3478-1004
- 금강자연휴양림: 금남면 산림박물관길, 041)635-7400

식당 정보
- 다복정한정식(한정식): 세종시 한누리대로, 044)862-3371
- 황우제매운탕(메기매운탕): 연동면 태산로, 044)866-1141 
- 조치원짬뽕(짬뽕): 조치원읍 돌마루2길, 044)867-7433 


주변 볼거리
국립세종도서관, 밀마루전망대, 김종서 장군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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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