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콤비’ 윤석열-김종인 궁합 보니…

용과 호랑이 봉황 사냥 나설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의도 ‘킹메이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야권 1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회동이 계속되고 있다. 두 인물이 ‘정상’에서 만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 다만 이들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킹메이커’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거리가 좁혀지는 분위기다. ‘김종인계’ 인물들이 윤캠프에 합류한 것이 기점이 됐다. 윤 전 총장은 ‘김종인 비대위’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이들을 대거 영입했다. 김 전 위원장의 물밑 작업이 작용했다는 게 정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킹메이커
야권 1강

김 전 위원장의 ‘낙점’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21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을 지키려면 2번을 찍고, 조국을 지지하려면 1번을 찍어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정치권에 없는 윤 전 총장을 선거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21대 총선은 국민의힘의 완패로 돌아갔다. 김 전 위원장은 제1야당의 소생을 위해 비대위에 합류했고, 윤 전 총장은 ‘추-윤 갈등’속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상징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윤 전 총장을 조심스레 관망했다. 윤 전 총장에 관한 질문이 들어올 때면 애정이 묻어난 답변을 내놓는 데 그치는 정도였다. “현 정부에서 그 사람만큼 용감한 사람이 없다” “소신을 갖고 유일하게 얘기하는 사람” 등과 같은 식이었다.


다만 관계자들은 가탈스럽기로 유명한 김 전 위원장이 상당한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계에서 김 전 위원장은 적중률 높은 예언자로 통한다. 여러 차례 양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감에 의존하는 것보다 나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런 그가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며 ‘대망론’을 공식 거론했다.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지지율 30%를 웃돌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예견된 ‘낙점’ 김 예언대로 윤 대권행?
자존심 구긴 김, 그래도 ‘원픽’은 윤?

김 전 위원장이 베팅했던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총장직을 던졌다. 김 전 위원장은 역시 한 달 뒤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후 여의도를 떠났다. 유력 대권주자와 ‘킹메이커’가 제3지대에서 세력 결집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자연인이 된 김 전 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에 적극적이었다. 김 전 위원장을 포함한 정치 원로들이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다는 말도 무성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잠행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수개월간 ‘대권 공부’에 매진했고,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두 사람 간 추진되던 ‘4월 회동’ 역시 윤 전 총장의 일방적 통보로 취소됐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구애가 통하지 않았다는 혹평이 계속됐고, ‘김종인 패싱론’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킹메이커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180도 태도를 바꿨다. 그간 호감을 표했던 윤 전 총장에게 야박한 평가로 일관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 없다”거나 “초창기에 나타나는 지지도 하나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고 직격했다.

밀당 김
기세 윤

이외에 제3의 후보를 밀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전 총리를 두고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있다”면서 “(게임 체인저)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호평했다.

다만 이는 김 전 위원장의 ‘밀당 정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의 평가는 여의도를 움직인다. 제 아무리 유력 대권주자여도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 이는 청와대행 운전대를 직접 잡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기세도 보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생을 ‘칼잡이’로 살며 검찰의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식 수직 문화에 길들여진 인물도 아니다.

이는 윤 전 총장의 과거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는 ‘검사 인생이 끝났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후 좌천되면서다. 당시 그가 남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강골 기질은 최근에도 드러났다. 지난 2일에 입당 예정이었던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했다. 입당 예정일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자 전격적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한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이준석 전 대표는 호남을 찾은 날이었고,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휴가 중이었다. ‘지도부 패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

연일 자책골
가시밭길로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몰랐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그걸 모를 수는 없다.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당과 윤 전 총장의 기싸움은 진행형이다.

지난 2일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의 상견례에서 일이다. 최고위원회의 시간이 예정 시간보다 15분가량 늦게 종료되면서, 윤 전 총장은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아울러 인지도 면에서 훨씬 떨어지는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식을 먼저 진행한 점 역시 ‘군기 잡기’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윤 총장을 겨냥한 당의 의도적 ‘홀대’였다는 게 정계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압박을 한다고 내가 따를 사람이 아니다”라고 보란 듯이 응수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과 당 지도부의 주도권 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감정의 골로 이어져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열 정리를 위해 결국 킹메이커가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권의 ‘판’을 만든 건 김 전 위원장이다. 이 대표 역시 김 전 위원장을 정치적 스승으로 모시며 대선 승리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이 대표의 신뢰가 두텁다는 평가다. 김 전 위원장이 곧 선대위원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이 정상에서 다시 만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정계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원픽’은 결국 윤 전 총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측근을 윤캠프에 보내는 등 직간접적으로 그를 지원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캠프에 합류한 인사에게는 “우리 쪽에서 (대통령이)될 사람이 지금 보면 그 사람밖에 없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정책 접점? 노동 철학 같고 개헌론 달라
‘공부 안 된’ 윤, 잇단 실언으로 도마에


실제 그는 윤 전 총장에게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11월에 야권단일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한 후 당내 주자들과의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역시 김 전 위원장과 수 차례 회동을 가지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이후에도 광화문에 있는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가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궁합은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둘의 접점을 아직까지 찾기 어려워서다. 이들의 만남이 가진 상징성을 감안하면 대권 플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김 전 위원장의 작품이었던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청년 정책 등을 매개로 접점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청년실업 해결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로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는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김 전 위원장의 철학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공정경제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과 함께 노사관계와 노동법도 개편에 목소리를 내왔다. 이는 노동관을 두고 서로 공감할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이는 국민의힘 개혁 방향과도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반면 개헌론은 변수다. 김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구체적으로는 내각제로의 개헌을 주장해왔다. 그는 “개헌을 하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로 내각제로 개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개헌에는 반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제헌절 입장문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 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며 “말이 아니라 행동”을 강조하며 개헌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꼬인다 꼬여
김 풀어줄까

이외에도 변수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윤 전 총장의 ‘실언’이다. 윤 전 총장은 노동 개혁, 청년 등의 어젠다로 중도층 확장에 힘을 쓰고 있지만, 구체적 정책 비전이 없다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120시간 노동, 젠더(성)와 부정식품, 등 위태로운 발언으로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1일 1망언’이라는 혹평과 함께 “아직은 대권 공부가 덜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후 당내 혹독한 경쟁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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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