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콤비’ 윤석열-김종인 궁합 보니…

용과 호랑이 봉황 사냥 나설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여의도 ‘킹메이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야권 1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회동이 계속되고 있다. 두 인물이 ‘정상’에서 만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 다만 이들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킹메이커’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거리가 좁혀지는 분위기다. ‘김종인계’ 인물들이 윤캠프에 합류한 것이 기점이 됐다. 윤 전 총장은 ‘김종인 비대위’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이들을 대거 영입했다. 김 전 위원장의 물밑 작업이 작용했다는 게 정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킹메이커
야권 1강

김 전 위원장의 ‘낙점’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21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을 지키려면 2번을 찍고, 조국을 지지하려면 1번을 찍어라”며 표심을 자극했다. 정치권에 없는 윤 전 총장을 선거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21대 총선은 국민의힘의 완패로 돌아갔다. 김 전 위원장은 제1야당의 소생을 위해 비대위에 합류했고, 윤 전 총장은 ‘추-윤 갈등’속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상징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윤 전 총장을 조심스레 관망했다. 윤 전 총장에 관한 질문이 들어올 때면 애정이 묻어난 답변을 내놓는 데 그치는 정도였다. “현 정부에서 그 사람만큼 용감한 사람이 없다” “소신을 갖고 유일하게 얘기하는 사람” 등과 같은 식이었다.


다만 관계자들은 가탈스럽기로 유명한 김 전 위원장이 상당한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계에서 김 전 위원장은 적중률 높은 예언자로 통한다. 여러 차례 양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감에 의존하는 것보다 나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런 그가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이 보일 것”이라며 ‘대망론’을 공식 거론했다.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지지율 30%를 웃돌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예견된 ‘낙점’ 김 예언대로 윤 대권행?
자존심 구긴 김, 그래도 ‘원픽’은 윤?

김 전 위원장이 베팅했던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총장직을 던졌다. 김 전 위원장은 역시 한 달 뒤 4·7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후 여의도를 떠났다. 유력 대권주자와 ‘킹메이커’가 제3지대에서 세력 결집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자연인이 된 김 전 위원장 역시 윤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에 적극적이었다. 김 전 위원장을 포함한 정치 원로들이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다는 말도 무성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잠행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수개월간 ‘대권 공부’에 매진했고,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두 사람 간 추진되던 ‘4월 회동’ 역시 윤 전 총장의 일방적 통보로 취소됐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구애가 통하지 않았다는 혹평이 계속됐고, ‘김종인 패싱론’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킹메이커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은 180도 태도를 바꿨다. 그간 호감을 표했던 윤 전 총장에게 야박한 평가로 일관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 없다”거나 “초창기에 나타나는 지지도 하나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고 직격했다.

밀당 김
기세 윤

이외에 제3의 후보를 밀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표적 인물이다. 김 전 위원장은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전 총리를 두고 “현실 인식이 아주 잘 돼있다”면서 “(게임 체인저)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호평했다.

다만 이는 김 전 위원장의 ‘밀당 정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의 평가는 여의도를 움직인다. 제 아무리 유력 대권주자여도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 이는 청와대행 운전대를 직접 잡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기세도 보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생을 ‘칼잡이’로 살며 검찰의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식 수직 문화에 길들여진 인물도 아니다.

이는 윤 전 총장의 과거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는 ‘검사 인생이 끝났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지난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후 좌천되면서다. 당시 그가 남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강골 기질은 최근에도 드러났다. 지난 2일에 입당 예정이었던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했다. 입당 예정일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자 전격적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한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이준석 전 대표는 호남을 찾은 날이었고,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휴가 중이었다. ‘지도부 패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

연일 자책골
가시밭길로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몰랐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그걸 모를 수는 없다.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당과 윤 전 총장의 기싸움은 진행형이다.

지난 2일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의 상견례에서 일이다. 최고위원회의 시간이 예정 시간보다 15분가량 늦게 종료되면서, 윤 전 총장은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아울러 인지도 면에서 훨씬 떨어지는 장성민 전 의원의 입당식을 먼저 진행한 점 역시 ‘군기 잡기’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윤 총장을 겨냥한 당의 의도적 ‘홀대’였다는 게 정계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윤 전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압박을 한다고 내가 따를 사람이 아니다”라고 보란 듯이 응수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과 당 지도부의 주도권 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감정의 골로 이어져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열 정리를 위해 결국 킹메이커가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권의 ‘판’을 만든 건 김 전 위원장이다. 이 대표 역시 김 전 위원장을 정치적 스승으로 모시며 대선 승리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이 대표의 신뢰가 두텁다는 평가다. 김 전 위원장이 곧 선대위원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이 정상에서 다시 만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정계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원픽’은 결국 윤 전 총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측근을 윤캠프에 보내는 등 직간접적으로 그를 지원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캠프에 합류한 인사에게는 “우리 쪽에서 (대통령이)될 사람이 지금 보면 그 사람밖에 없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정책 접점? 노동 철학 같고 개헌론 달라
‘공부 안 된’ 윤, 잇단 실언으로 도마에


실제 그는 윤 전 총장에게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11월에 야권단일화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한 후 당내 주자들과의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역시 김 전 위원장과 수 차례 회동을 가지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이후에도 광화문에 있는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가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전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궁합은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둘의 접점을 아직까지 찾기 어려워서다. 이들의 만남이 가진 상징성을 감안하면 대권 플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김 전 위원장의 작품이었던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청년 정책 등을 매개로 접점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청년실업 해결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로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는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김 전 위원장의 철학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공정경제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과 함께 노사관계와 노동법도 개편에 목소리를 내왔다. 이는 노동관을 두고 서로 공감할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이는 국민의힘 개혁 방향과도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반면 개헌론은 변수다. 김 전 위원장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구체적으로는 내각제로의 개헌을 주장해왔다. 그는 “개헌을 하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로 내각제로 개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개헌에는 반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제헌절 입장문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열사들에 대한 참배로 제헌절의 헌법 수호 메시지를 대신하겠다”며 “말이 아니라 행동”을 강조하며 개헌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꼬인다 꼬여
김 풀어줄까

이외에도 변수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윤 전 총장의 ‘실언’이다. 윤 전 총장은 노동 개혁, 청년 등의 어젠다로 중도층 확장에 힘을 쓰고 있지만, 구체적 정책 비전이 없다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120시간 노동, 젠더(성)와 부정식품, 등 위태로운 발언으로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1일 1망언’이라는 혹평과 함께 “아직은 대권 공부가 덜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차후 당내 혹독한 경쟁을 통해 윤 전 총장의 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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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