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막걸리 스캔들 휩싸인 가수 영탁

‘탁걸리’ 몸값 두고 설왕설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최근 트로트 가수 영탁이 몸값 과요구 논란에 휩싸였다. 모델료로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광고모델로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요구 액수가 너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사랑한다’를 발매하며 데뷔한 트로트 가수 영탁은 어느덧 15년 차 가수가 됐다. 긴 무명시절 끝에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인생역전을 이뤘다.

늦게 뜨니 
본전 생각?

영탁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기 전까지 가이드 보컬, 애니메이션 주제가 가창 등 순탄치 않은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2016년 3월 발매한 ‘누나가 딱이야’라는 곡과 2018년 10월 발매한 본인의 경험이 담긴 ‘니가 왜 거기서 나와’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된 <미스터트롯> 현역부로 참가한 영탁은 예선에서 올하트를 받으며 본선에 올랐다. 본선 2차에서는 ‘막걸리 한 잔’을 부르며 주목받았다. 영탁은 도입부에서 막걸리 한 잔 가사를 무반주로 불렀는데,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친 그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던 영탁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영탁 소속사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발매 당시 음원 사재기를 의뢰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영탁 소속사로부터 의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업체 대표 A씨가 마케팅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결과가 좋지 않아 환불 과정에서 영탁 소속사와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소속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이후 영탁은 때아닌 광고모델료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최근 영탁이 광고모델로 나섰는데 과한 몸값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 막걸리 제조업체 예천양조는 곧 출시할 막걸리 이름을 고민하고 있었다. 백구영 회장이 구상한 이름 후보군에는 예천탁주를 줄인 ‘예탁’, 진짜탁주를 줄인 ‘진탁’, 백구영탁주를 줄인 ‘영탁’ 등이 올랐다.

백 회장은 지난해 가수 영탁이 ‘막걸리 한 잔’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영탁으로 제품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해 1월 특허청에 ‘영탁’으로 상표출원했다. 

예천양조, 모델료 3년 150억 요구 주장
소속사 “사실무근” 법적으로 강력 대응

예천양조는 광고모델로 영탁을 선정했는데 당시 1년 계약에 1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통주 모델 중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전통주 업계는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라 보통 계약금은 많아야 5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영탁과 계약을 체결한 예천양조는 지난해 1월28일 제품을 출시했다. 

영탁막걸리는 영탁 팬덤의 힘이 더해져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나갔다. 하루 최대 생산량은 6만병 정도인데 쏟아지는 구매 요청에 수요를 채우기도 부족할 정도였다. 

2019년 당시 예천양조 매출액은 불과 1억1543만원 수준이었으며 영업이익은 3억6371만원의 적자였다. 하지만, 영탁이 광고모델로 나선 후 매출액은 지난해 50억1492만원으로 무려 4244.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0억9298만원으로 늘었다.

예천양조는 ‘영탁 효과’로 공장 증축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특허청으로부터 상표출원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영탁이라는 상표를 등록하려면 가수 영탁의 승낙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예천양조는 “상표등록을 원하지 않았다면 굳이 영탁과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허청은 “상표 사용에 대해 모델이 승낙하더라도 상표등록 권리에 대해서 서명 혹은 승낙서가 필요하다”고 재차 통보했다. 

상표법에 따르면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등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등록이 가능하다. 

예천양조는 즉각 영탁 부모에게 승낙서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상표등록 승낙서 제출 기간을 두 차례 연장도 했지만 결국 지난 4월 상표등록이 무산됐다. 

재계약 불발
이후 폭로전

영탁 측과 예천양조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지난 6월의 재계약마저 불발됐다. 재계약이 불발되자 팬들은 예천양조가 영탁을 이용하고 버렸다며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결국 예천양조는 지난달 22일, 불매운동을 멈춰달라며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예천양조 측은 악덕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피해가 상당하다며 억울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탁 팬을 중심으로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영탁막걸리에 대한 불매운동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재계약이 불발된 이유가 영탁 측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탁 측이 모델 비용과는 별도로 상표 사용을 이유로 현금, 자사 지분 등을 원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영탁 측이 상표 사용료로 3년간 총 1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협상 당시 예천양조는 지난해 재무제표를 근거로 영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종안으로 7억원을 제시했으나 입장 차이로 재계약이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안을 검토한 정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박영탁(가수 영탁)은 상표 영탁의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가 아니고 상품 표지 영탁의 보유자도 아니다”라며 “예천양조는 상표 영탁을 앞으로도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표 사용의 적법성은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라며 “예천양조가 상표 영탁의 출원을 등록받지 못했더라도 상표 영탁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천양조는 영탁 상표를 출원한 지난해 가수 영탁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의 인지도가 있던 상황이 아니었다며 출원 시점을 기준으로 영탁의 퍼블리시티권(유명인이 자신의 성명 등 요소에서 비롯된 재산적 가치를 허락하는 권리)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 8월 예천양조는 영탁과 영탁 부모가 영탁 상표를 출원한 사실을 알았고 영탁 측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영탁의 모친이라며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백 회장은 지난 3월 양조공장에서 돼지머리를 4개 묻고 제를 지냈다. 제를 지내지 않으면 망한다는 영탁 모친의 조언 때문이었다.

대리인 협의
왜 틀어졌나


예천양조 관계자는 “막걸리에 보면 주천(작은 기와 암자)이 그려져 있다. 영탁 모친이 왜 허락도 없이 그걸 막걸리에 넣었느냐. 빨리 가서 제를 지내라고 했다”며 “제를 2~3번 지냈다”고 말했다. 

영탁 모친까지 등장하는 등 폭로전이 심화되자 영탁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영탁 측은 예천양조가 상표에 대한 협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했고, 3월부터 협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쌍방 협상을 통해 4월경 일정 금액의 계약금과 판매 수량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형식으로 협의해왔다”며 “150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리어 예천양조가 계약하겠다고 한 기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는 점에서 상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으로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예천양조가 협상을 하자고 다시 연락이 왔다는 것.

영탁 측은 “영탁이 출원하는 상표를 예천양조가 로열티를 내고 사용하는 방안으로 협의했다”며 “예천양조가 영탁 상표 사용에 적절한 조건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대리인들끼리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천양조 측 대리인이 예천양조가 상표출원하는 것을 전제로 조건을 제안했고, 영탁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지난 6월 예천양조가 대리인을 대형 법무법인으로 교체한 뒤 상표 ‘영탁의 라이센싱에 대한 입장 통보’라는 문건을 영탁 측에 보냈다. 해당 문건에는 예천양조가 영탁의 동의 없이도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영탁 측은 예천양조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탁 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영탁 측에게 있다며 예천양조에 협상을 종료하겠다는 답신을 전달했다. 

현재 영탁막걸리 상표권 분쟁은 영탁의 <미스터트롯> 출연과 예천양조의 상표출원, 광고계약 체결 등 시점이 얽힌 상태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탁’ 상표권 출원 논란
모친 돼지머리 공방전도

분쟁은 영탁과 임영웅의 생일날짜를 명시해 상표출원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새 국면을 맞기도 했다. B씨는 예천양조와 관련 있는 인물로 전해진다.

특허정보 검색 사이트에는 지난해 10월 ‘안동소주 0513’이라는 상표를 개인적으로 출원 시도했던 기록이 나와 있다. 해당 논란은 B씨가 올린 게시물에서 촉발됐다. 5월13일은 영탁의 생일로 같은 해 11월에는 ‘0616 우리곁애’라는 상표도 출원된 상태인데 해당 날짜는 임영웅의 생일이다. 

B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은 논란을 증폭시켰다. 해당 게시물엔 안동소주 0513의 디자인이 공개됐고, 상표에 영탁의 생일을 의미하는 케이크와 촛불 등이 디자인돼있다. 논란이 일자 B씨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상표출원이 예천양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안동소주 0513 역시 영탁 모친의 항의로 제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임영웅 관련 상표에 대해서도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어 출원을 신청한 것”이라며 “당장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예천양조 측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해당 논란에 대해 영탁 소속사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법원을 통해 따질 예정”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예천양조가 영탁막걸리의 판매를 강행한다면 영탁 측으로부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피소당할 수 있는 만큼 영탁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허정보 검색 사이트에 따르면 영탁이라는 상표는 예천양조와 영탁 부모, 영탁이 출원한 상태다. 예천양조는 영탁 측의 사용 승낙이 있어야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협상이 결렬돼 양측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천양조가 상표 승낙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탁 측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고 계약이 이뤄져 상표가 이미 사용되고 있음을 영탁 측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표법에 따르면 업무상 거래관계 혹은 타인이 사용하고 있는 상표임을 알면서 유사상표를 등록 출원한 경우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국내 상표권 분쟁은 선출원(주의) 여부를 따진다. 선출원 주의란 합당한 요건을 갖춘 동일 발명에 대해 가장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 소유를 갖는 것을 뜻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천양조의 영탁막걸리 매출 하락이 영탁에게도 이로울 게 없는 데다 이미 사재기 논란을 겪은 영탁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치고 박고
과연 진실은? 

일각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소박함에 좋아하게 됐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중소상인들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실망스럽다”며 영탁을 향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정면돌파를 선택했던 영탁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s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퍼블리시티권 보장법 없는 이유는?
유명인 보호해야 하지만…피해 인정 시 줄소송

연예인 등 유명인들은 이름이나 초상에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계약 없이 유명인의 이름과 초상 등을 이용하면 유명인의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므로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별도의 권리가 인정된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을 명문으로 보장한 법률은 없으며 이를 판단한 대법원 판결도 없다.

이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결(1심, 항소심)만이 있는데, 2000년대까지 하급심 판결은 대체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나라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우리나라만 퍼블리시티권을 법으로 인정한다면, 우리나라는 유명인과 상표권자들이 제기하는 소송의 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10년대 이후 법원의 판결은 법에서 정하지 않는 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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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