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산책 ③수원 광교호수공원

빌딩 숲 어우러진 호숫가 산책

때로는 인공적인 것도 자연과 어울린다. 드넓은 공원, 아름다운 호숫가 주변에 들어선 빌딩 숲이 그렇다. 공원과 호수는 클수록 좋다. 그래야 빌딩 숲에 주눅 들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으니. 뉴욕 센트럴파크나 수원 광교호수공원처럼 말이다. 일산호수공원의 1.7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광교호수공원은 2013년에 문을 열었다. 90여년 전 농업용 저수지로 처음 생겨나 해방 이후 유원지로 수원 시민들의 사랑을 받다가, 광교신도시 건설과 더불어 호수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광교호수공원은 이웃한 두 호수가 8자를 이룬 모양이다.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를 따라 총 6.5km에 이르는 수변 산책로를 만들고, 6가지 테마 공간으로 다양한 재미를 더했다. 수변 공간 ‘어번레비’를 중심으로 ‘신비한 물너미’ ‘재미난 밭’ ‘행복한 들’ ‘커뮤니티 숲’ ‘조용한 물숲, 향긋한 꽃섬’ 등을 꾸며,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2014대한민국경관대상에서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

바닥분수와 공연장,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원천호수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조금 떨어진 신대호수에선 더 여유 있는 산책을 즐기기 좋다. 둘 사이에는 숲속 쉼터와 광교푸른숲도서관, 스포츠클라이밍장 등이 자리 잡았다.

가족이라면 원천호수가, 연인이면 신대호수가 좋겠다. 종일 두 호수를 쉬엄쉬엄 둘러봐도 괜찮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가족캠핑장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광교호수공원 제1주차장에서 원천호수로 들어서면 중심 테마 공간 어번레비가 시작된다. 어번레비(Urban Levee)는 ‘도시의 일상과 축제를 모두 수용하는 새로운 도시 제방’을 뜻한단다. 고층 아파트를 따라 이어지는 1.6km 수변 공간에 전망덱과 레비브리지, 바닥분수 등을 배치했다.


걸으면서 변하는 풍경을 즐겨도 좋고,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쉬어도 좋다. 아이가 있다면 바닥분수를 반길 만하다.

어번레비 곳곳에 색다른 공간도 눈에 띈다. 갖가지 수원 여행 관련 자료를 갖춘 ‘수원 여행 스테이션’, 벤치에서 쉬는 동안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간이 도서관 ‘빨간 책꽂이’, 관상수를 여러 가지 동물 모양으로 다듬은 정원도 있다. 다리가 아플 만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벤치와 그네 의자에 앉아 호수 풍경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어번레비 맞은편에 ‘프라이부르크 전망대’가 자리 잡았다. 수원시가 세계적인 환경 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자매결연을 하면서 그곳의 상징인 전망대를 도입한 시설이다. 나무로 마감한 외양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앞 원천호수와 조금 먼 신대호수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다.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옆 광교생태환경체험교육관에선 광교호수공원의 다양한 생태 자원을 활용해 환경 교육을 한다.

두 호수 사이에 있는 광교푸른숲도서관도 놓치기 아까운 공간이다. 2018년에 문을 연 광교푸른숲도서관은 이름처럼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외관에 1~2층을 튼 계단식 열람실에서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이 보이는 전망도 멋지다.

도서관 곁의 ‘푸른숲 책뜰’은 아담한 펜션처럼 독립된 공간에서 가족끼리 책을 보는 시설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누구나 오붓한 숲속 서재를 즐길 수 있다.

신대호수는 원천호수보다 사뭇 한가한 분위기다. 덕분에 아름다운 수변 산책로를 따라 여유 있는 산책이 가능하다. 아담한 다리와 6개 원형 덱으로 꾸민 조용한 물숲, 향긋한 꽃섬은 신대호수를 대표하는 테마 공간이다.


다리 좌우로 희고 둥근 조명 기구가 거대한 물방울처럼 호수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광교호수공원은 야경도 아름답다. 수변 공간과 주변 고층 아파트를 색색으로 물들이는 조명이 물에 비쳐 환상적이다. 보름달이라도 뜨면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 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광교호수공원 밤하늘을 원색으로 밝히는 불꽃놀이도 펼쳐졌다.

내년, 아니 빠르면 올해 안에 광교호수공원의 불꽃놀이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4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경관’ 
이웃한 두 호수가 8자를 이룬 모양

광교호수공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수원광교박물관이 있다. 1층 광교역사문화실은 광교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꾸몄고, 2층 소강실과 사운실은 우리 근현대사와 수원화성 관련 기증 유물을 전시 중이다.

수원광교박물관이 자리 잡은 광교역사공원에는 조선 초기 문신이자 세종대왕의 장인인 심온의 묘와 태종의 여덟째 아들인 혜령군의 묘 등이 있다.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면 수원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수원화성(사적 3호)으로 가자. 6km에 가까운 성곽이 부담스럽다면 화성행궁(사적 478호)만 봐도 괜찮다. 행궁이란 왕이 임시로 머문 별궁을 말한다.

정조가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에 올 때 머물기 위해 지은 화성행궁은 전국의 행궁 가운데 가장 큰 규모와 격조 높은 전각을 자랑한다.

일제강점기에 병원과 경찰서로 쓰이면서 대부분 파괴됐으나, 〈화성성역의궤〉 〈정리의궤〉 등에 남은 건립 당시 모습을 토대로 복원했다.

정문인 신풍루와 좌익문, 중앙문을 지나면 화성행궁의 중심 건물인 봉수당이 나온다. 원래 이름은 장남헌으로 고을 수령이 나랏일을 살피는 동헌으로 지었으나,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화성행궁에서 치르며 봉수당으로 바꿨다.

이어지는 장락당은 혜경궁홍씨가 회갑연 기간에 머문 처소다. 장락당 한쪽에는 당시 회갑 잔칫상을 재현한 모형이 있는데, 탑처럼 쌓은 적이며 포, 과일 등이 눈길을 끈다.

팔달문시장


화성행궁에서 가까운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만든 시장’을 표방한다. 정조가 화성에 상업을 육성하기 위해 팔달문에 시장을 만들고, 해남에서 무역업을 하는 고산 윤선도의 후손을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갈비와 함께 수원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옛날 통닭을 맛볼 수 있는 수원통닭거리도 팔달문시장 구역이다. 이밖에 가구거리와 패션거리 등 특화된 구역과 다양한 먹거리가 손님을 맞이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광교호수공원→수원광교박물관→팔달문시장→화성행궁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광교호수공원→수원광교박물관→팔달문시장→화성행궁 
둘째 날: 수원화성→해우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광교호수공원 www.gglakepark.or.kr
- 수원관광 www.suwon.go.kr/web/visitsuwon/index.do
- 수원광교박물관 ggmuseum.suwon.go.kr/index.do
- 화성행궁 www.suwon.go.kr/ web/visitsuwon/pages/hs02/list.do
- 팔달문시장 www.suwon.go.kr/web/visitsuwon/course06/course06-01/pages.do?seqNo=220

문의 전화
-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공원관리과 031)228-4198
- 수원관광정보센터 031)228-4672
- 수원광교박물관 031)228-4175
- 화성행궁광장관광안내소 031)241-2703
- 팔달문시장 031)251-5153 


대중교통
[버스] 신분당선 상현역 2번 출구 상현역 정류장에서 55번 일반버스 이용, 광교호수공원 제2주차장 정류장 하차, 광교호수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7-2번·19번·80번·88-1번·670번 일반버스 이용, 원천호수사거리·광교센트럴타운 62단지 정류장 하차, 광교호수공원까지 도보 약 14분. 
*문의: 신분당선고객센터 031)8018-7777 수원교통정보 its.suwon.go.kr 수원교통정보 031)228-4435

자가운전
용인서울고속도로 광교상현 IC→광교호수로 광교호수공원 방면 고가도로 옆 도로 진입, 155m→광교호수로 오른쪽 도로, 1.8 km→광교호수공원 방면 우회전, 51m→광교호수공원

숙박 정보
- 호텔 벨라스위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수원시 팔달구 권광로180번길, 031)231-2121
- 코트야드메리어트 수원: 영통구 광교호수공원로, 031)267-5600
- 광교호수공원가족캠핑장: 영통구 광교호수로, 031)548-0075
- 호텔아르떼: 팔달구 인계로108번길, 031)8067-6600

식당 정보
- 정돈 갤러리아광교점(돈카츠): 영통구 광교중앙로, 031)5174-7912 
- 행궁정찬(한정식): 영통구 광교중앙로, 031)303-6915
- 진미통닭(통닭):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031)255-3401

주변 볼거리
수원화성박물관, 화성 융릉과 건릉, 플라잉수원, 한국민속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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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