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깬' 파격 연애 예능 <체인지 데이즈>

100년은 앞서나간 스와핑 예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 다른 이성과 웃으며 말할 뿐 아니라 손을 잡고, 귓속말하는 모습을 보고 타격받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연인에 대한 애정이 모두 떠나버린 것일테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아가 치미는데, 이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면 어떨까. 이 무시무시한 모든 것이 낱낱이 공개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다.

이혼 경험이 있는 한 커플이 2박3일 동안 단둘이 지내며 나누는 대화를 엿보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적잖은 충격을 줬다. 사귀던 중 이별한 사이여도 스치듯 보는 것조차 어려운데, 이혼한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2박3일을 보내야 할 뿐 아니라 이 모습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것에 설왕설래가 오갔다. 

관음증

극한의 리얼리티라며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터부를 무시한 한국 방송계의 ‘관음증’이라는 반응도 뒤따랐다. 한동안 논란이 지속되던 <우리 이혼했어요>는 출연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로 방송가에 연착륙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이혼했어요>보다도 더 강한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다.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다. 위기의 세 커플이 제주도의 한 별장에 모여 일주일 동안 현재 연인이 보고 있는 과정에서 다른 커플의 이성과 데이트하는 연애 예능이다.

이를 통해 관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체인지 데이즈>의 콘셉트만 공개됐을 때만 해도 ‘100년은 앞서나간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우려가 컸다. ‘바람 조장 방송’ ‘본격 스와핑 방송’ 등 거침없는 수식어가 붙었다.

정작 뚜껑을 연 <체인지 데이즈>는 회당 300만뷰를 넘길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서도 구매할 정도의 핫한 방송으로 떠올랐다. 자극적이긴 하나, 우려만큼 선정적이지는 않다.

6화까지 공개된 <체인지 데이즈>는 이별을 고민 중인 세 커플이 나온다. 성격과 가치관, 그외 그들만이 아는 다수의 문제로 다툼과 이별, 화해를 반복한 커플이다. <체인지 데이즈>에 출연하는 것을 망설이고 망설였던 이들이 제주도에 찾은 이유는 혹시나 과거 사랑했던 내 연인과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제작진은 첫날부터 출연진을 몰아붙인다. 남성 출연자들에게 다음날 데이트할 여성을 선택하라고 한다. 짝이 정해진 다음 날 바로 체인지 데이트는 시작된다. 연인 앞에서 보여준 적 없는 설렘 가득한 표정과 부드러운 매너로 새로운 파트너와 만난다. 

지금 내가 다른 파트너와 새로운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데도, 다른 파트너와 오붓하게 있을 연인이 떠오른다. 연인이 떠올랐다가도 새로운 인연에 짜릿함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전 연인의 즐거워 보이는 반응에 심통이 나면서도 새로운 파트너에게 거리를 두지는 않는다. 여성은 현재 연인에게서 느낀 아픔을 전하며 교감을 요구하고, 남성은 ‘난 달라’라며 인정받고자 한다. 

볼링을 치러가서도 연인과 다른 편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데이트한 새 파트너에 더 집중한다. 그 모습에 화가 단단히 난 연인의 마음을 헤아려주기엔 여유가 없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연인은 없는 사람이 된다. 


질투와 설렘, 죄책감 등 평소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솟구친다. 새 인연에 흔들리는 나와 흔들리고 있는 현 연인과의 관계,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위기의 커플…진정성 있는 새 만남
다른 이성과 데이트하며 해결 제시

시청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지탱되는 건 출연진의 진정성 덕분이다. 그들만 아는 문제를 풀고 싶은 출연진은 매 순간 솔직한 감정과 태도를 유지하며 프로그램에 집중한다. 새 파트너에게도 존중하며, 혹시나 이 프로그램 이후 헤어질지도 모르는 현재 연인에게도 최소한의 도리는 하려 한다. 

송곳이 튀어나오듯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질투의 감정이 출연진을 쥐고 흔든다. 대뜸 화를 내기도 하고,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이 질투심을 대신한다. 자신도 이성과 데이트를 하면서, 내 연인이 타인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불쾌하기만 한 이율배반적 감정에 헤매기도 한다. 

데이트 후 여섯명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의 서스펜스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영화의 긴박감을 뛰어넘는다. 무슨 말을 꺼내도 어색하고 예민한 상황이 지속된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든 긴장감이 감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적응한 출연자들은 거친 풍랑에 넘실대는 배처럼, 자신의 미래까지도 모두 떠맡긴 듯 마음을 내려놓고 임한다. 남자친구 앞에서 스킨쉽도 자유로워지며, 귓속말도 서슴없다. ‘저건 선 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더 잘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도 괜찮겠다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대목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아드레날린을 준다. 나는 안 하거나 혹은 할 수 없는 금기를 타인을 보며 느끼는 대리만족감을 선사한다.

연애하면서 다른 연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비록 옳다고 할 수 없겠지만,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는 게 <체인지 데이즈>의 묘미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장도연, 양세찬, 허영지, 코드 쿤스트도 진심으로 세 커플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응원한다. 자신의 연애 방식을 예로 들며, 각자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고 배려하려 한다. 

혹시나 출연자들이 너무 안 좋게 비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있는지, 지나치게 포장하려는 노력이 프로그램의 성질을 완화하는 느낌을 주지만, 방어막 역할은 톡톡히 한다. 

제작진 역시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은 없다. 다만 내용 자체가 워낙 강한 탓에 아무리 순화해도 매운맛이 전달될 뿐이다. 

방송 초반 코드 쿤스트는 제작진에 “그래서 해피엔딩이에요?”라고 질문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게 해피엔딩인지 모르겠다”였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결과까지 아는 제작진마저 이게 행복인지 불행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 


6화까지 이제 겨우 3일 차인 이들에겐 4일이 남았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문제점을 해결하고 과거의 사랑을 되찾을까, 아니면 새로운 인연이 주는 달콤함에 이끌려 새로운 사랑에 마음을 기대게 될까. 

해피? 새드?

무엇이 되든 그 결과가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체인지 데이즈>의 의도는 성공에 가까운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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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