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열 2위' 차기 서울경찰청장 쟁탈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05 16:30:10
  • 호수 13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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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운의 사나이들…굵직굵직 4파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차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가운데 이달 서울경찰청장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을 잇는 새로운 적임자는 누구일까.

경찰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서울경찰청장이 이달 안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부임한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이달 들어 재임 기간이 1년에 가까워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경찰청장이 1년 이상 머무른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 수장
후보 보니…

서울경찰청은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음주폭행 사건을 지휘하거나 직접 수사하고 있는 등 주요 사건에 관여하는 일이 많아 관심도가 높다. 현재 치안정감은 모두 7명인데, 이중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가 보장돼있다.

결국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이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찰 최고위직 인사가 늦어도 이달 안에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경찰청장 인사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서열 2위 계급 치안정감의 보직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이달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에 따른 내부 혼선을 최소화하고자 예년보다 고위직 인사를 보름에서 한 달 이상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 인사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경찰청장이나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국토해양부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경찰청장 계급인 치안총감 바로 밑에 있는 치안정감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경기남부·부산·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총 7명이다. 이중 국수본부장은 임기 2년이 보장돼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장은 1년 안팎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게 최근 추세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장 청장도 재임 기간 이 11개월이 됐다. 장 청장의 뒤를 이을 차기 서울경찰청장으로 송민헌 경찰청 차장,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송정애 대전경찰청장, 최관호 기획조정관 등 4명이 거론된다. 유력후보들의 이력을 살펴봤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 = 경북 칠곡 출신으로 영남고등학교를 졸업한 송 차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학석사, 숭실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1999년 경청 특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재임기간 통상 1년…이달 결정 전망
주요 사건 수사 관여 수장들 하마평 

이후 칠곡경찰서장, 주 시카고 총영사관 경찰주재관, 대구 경찰청 2부장을 지냈다. 2016년 대통령 치안비서관실에 파견근무한 송 차장은 2018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거쳐 2019년 7월부터 대구지방 경찰청으로 근무했다. 

특히 그는 기획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청장으로 일하는 동안 자치단체와 협조해 코로나19 확산 예방 현장 대응을 훌륭하게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또 업무 추진력이 강하고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면서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 = 경남 창녕 출신인 김 청장은 1986년 경위로 임용된 후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과 프랑스 주재관 파견, 경찰청 외사국장, 제주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해, 당시 비서실장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무특보였던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8월 제주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지 5개월도 되지 않아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동했다. 올해 경기남부경찰청이 관할 지역 수사 원칙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하면서 김 청장의 리더십 역시 관심을 끌었다.

‘정보·외사통’인 그는 업무 추진력이 좋고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무적 감각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김 청장은 일처리도 꼼꼼하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경찰 내부에서 인기가 많다. 평소 책을 읽는 취미가 있는 그는 경찰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해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력?
리더십?

▲송정애 대전경찰청장 = 말단 순경에서 시작해 경찰 서열 3위 계급인 치안감에 오른 송 청장. 지난해 8월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국장급)으로 내정된 송 청장은 당시 경찰청 역대 3번째 여성 국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송 청장은 충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과 충남 당진경찰서장, 대전 대덕경찰서장, 대전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지냈다. 

고향은 전북 정읍이지만, 1981년 순경 공채로 당시 대전에 위치한 충남지방경찰청에서 경찰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지난해 치안감 승진 후 반년가량을 제외하면 모두 대전·충남에서 보냈다. 2011년 말 대전·충남 최초 여성 총경으로 승진했다.

이후 당진경찰서장, 대전 대덕경찰서장, 대전지방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거쳐 2018년 ‘경찰의 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역시 대전·충남 최초 여성 경무관 승진이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선 지역 출신 최초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을 맡았다.

순경으로 시작해 현장 경험부터 다양한 자리를 거친 송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도 섬세하고도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 처리능력이 깔끔하고 탁월해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능력과 리더십을 겸비해 ‘유리 천장을 뚫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고위공직자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문재인정부 들어 경무관에 이어 치안감에 오른 그는 치안정감의 주요 보직인 서울경찰청장 자리에 앉을지 주목된다.

▲최관호 기획조정관 = 최 기획관은 전남 곡성 출신으로 동국대 졸업 후 1991년 제39기 경찰간부후보생으로 경위에 임용됐다. 광주청 경비교통과장, 전남 무안서장, 서울서초경찰서장 등을 거쳤으며 2015년에 경무관으로 승진, 광주청 제1부장과 전북청 제2부장,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을 지냈다.

자치경찰 시행 
내부혼선 최소


2018년 치안감 승진 뒤에는 전남청장,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광주청장을 거치고 현재 최선임 치안감 중 하나인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역임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과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 모두 경찰대·PK(부산·경남) 출신이라 간부후보·호남 출신인 최 기획조정관이 지역 안배 차원에서 승진 후 서울청장에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8일 경찰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치안정감 승진자는 최 기획관을 비롯해 이규문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이철구 충남경찰청장, 진교훈 전북경찰청장 등이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이다.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면 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등 모두 6개 자리가 있다.

통상 치안정감 인사는 승진과 전보 인사가 동시에 단행된다. 이번에는 승진 인사가 먼저 이뤄지고 전보 인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개정 경찰법에 따라 다음 달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시도 경찰청장의 경우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임명해야 하는데, 현재 경기남부와 경기북부의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이 이달 초 완료될 예정이다.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이들도 차기 서울경찰청장으로 깜짝 발탁될 수 있다. 이규문 차장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경찰대 4기를 졸업하고 경위로 입직했다. 대구청 경비교통과장, 서울청 광역수사대장,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형사과장을 지냈으며 경무관 승진 후 대구성서경찰서장과 경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거쳤다.

수사 뿐 아니라 다재다능 필요
예산 확보·운용 능력 등 필수

2019년 치안감 승진 뒤에는 경찰청 수사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진교훈 청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찰대 5기를 졸업한 뒤 경위로 임용돼 정읍서장, 경찰청 기획조정과장, 양천서장,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장을 거쳐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전북청 제1부장,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청 정보관리부장을 지내고 치안감 승진 뒤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거쳤다.

이철구 청장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경찰대 4기를 졸업하고 경위로 임관한 뒤 총경 승진 후 서울청 4기동대장, 경기 광명서장,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 서울청 수사과장 등을 역임했다. 경무관으로 승진하고 나선 전남청 제2부장,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거치고 치안감 승진 뒤에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대구지방경찰청장, 경찰청 경비국장 등을 지냈다.

이 청장은 2018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지난해 8월 32대 충남청장에 취임했다. 앞서 충남경찰청 내부에서도 이 청장이 전국 최초로 자치경찰위원회 시범운영을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치안정감 승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나 직원 운용 능력 등 기획·관리력이 서울경찰청장의 주요 조건이라 할 수 있다”며 “수사 전문성 못지 않게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의외의 인물
발탁 가능성도

서울 경찰청장의 인사는 예전부터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존재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고위직 승진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되는 ‘깜짝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 혹은 장 청장이 유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목포 문태고등학교, 경찰대학 법학과(5기)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3월부터 조직생활을 시작해 경찰청 수사과장·정보4과장을 거쳤다.

2011년에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경찰청장 보좌관, 서울 성동경찰서장,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장, 전북경찰청 1부장,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 경찰청 정보국장, 광주경찰청장, 본청 차장 등을 역임했다. 

장 청장은 정보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온화하며 강단 있는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다.

정부의 국정 철학 이해도도 높으며, 수사권 구조 조정과 경찰 개혁 등 추진 과정에서도 역량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보다 2억396만8000원(13.4%) 증가한 16억6166만4000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20년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장 청장은 ▲건물 12억5600만원 ▲예금 6억1945만7000원 ▲자동차 1511만원 ▲증권 143만6000원 ▲채무 2억7033만9000원 ▲채권 4000만원을 신고했다.

재산목록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배우자 명의로 신고된 서울 송파구 문정2동 내 있는 한 아파트다.

현재 가치는 11억4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억3041만원 올랐다.

아파트 실거래가격 상승에 따라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장 청장과 가족 명의로 예치된 예금은 6억1945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1752만6000원 늘었다.

이 중 장 청장의 예금은 3억5259만5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6253만5000원 늘었고, 배우자의 예금은 9554만6000원으로 지난해 대비 813만9000원 늘었다.

장 청장의 봉급과 배우자의 약국 수입금으로 매월 저축 및 가족 보험금 납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차량은 배우자 명의로 2003년식 SM5와 2016년식 그랜저 두 대를 보유 중이다.

채무는 3834만원 늘었다. 장 청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인 채무가 없었으나 1년새 765만4000원 늘었고, 배우자는 지난해 2억3199만9000원에서 2억6268만5000원으로 3068만6000원 늘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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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