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불패’ 김성기 가평군수 수사 반전 결말

군수님 또 무사통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정부지검이 감사원의 가평군수 고발 사건에 ‘혐의 없음’ 처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의 수사의뢰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선 이후 잇따른 송사에서 ‘법정 불패’ 기록을 이어가던 김성기 가평군수는 이번에도 면죄부를 받게 됐다.

<일요시사>는 지난 4월 1317호 ‘<단독>가평군수 늑장수사 의혹’ 보도를 통해 의정부지검의 김성기 가평군수 수사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의정부지검은 감사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김 군수를 수사하라고 의뢰한 사건을 1년8개월째 처리하지 않고 있었다.

2년 만에
결론 났다

감사원은 2018년 10월10일부터 12월28일까지 가평군 등 21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 분야 특별점검’ 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감사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토착비리를 점검해 혐의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감사 결과 징계요구 20건(38명), 시정 1건(20억원), 주의 16건, 통보 27건, 수사의뢰 13건(61명) 등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감사원은 “지방분권이 꾸준히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부당한 민?관 유착, 단체장 등 공직자의 부당행위 등의 문제점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9년 8월21일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평군은 ▲특정업체 하도급 부당 요구 ▲장애인복지센터 신축부지 매입 부적정 ▲짚라인 조성사업 부당 추진 ▲하도급 관리 부적정 ▲건축물 용도변경 등 업무처리 부적정 등의 사항에 대해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가평군 등에 ▲징계문책 ▲주의 ▲통보·권고 ▲인사자료 통보 등을 처분했다. 특히 ▲장애인복지센터 신축부지 매입 부적정 ▲특정업체 하도급 부당요구 ▲짚라인 조성사업 부당 추진 등과 관련해서는 김 군수와 관련 공무원 등을 ‘직권남용·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 한다고 밝혔다.

김 군수는 가평군 장애인복지센터 신축 부지 매입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장애인복지센터 신축 부지 관련 사건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2010년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하던 김 군수는 2013년 4월24일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가평군수에 당선됐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군수는 당선 이후 2013년 8월30일 A실장에게 장애인단체들이 한 곳에 모여 근무할 수 있는 건물 부지 매입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4·24 재보궐선거에서 김 군수의 선거캠프 선거사무장 역할을 했던 B의 배우자가 소유한 토지를 장애인복지센터 건물 신축 부지로 선정하도록 했다. 

2019년 8월 감사원 수사의뢰 사건
1년10개월 만에 ‘혐의 없음’ 처분

김 군수는 해당 부지에 대한 토지 매입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2013년 10월7일 최종 결재했다. 가평군은 2014년 4월8일 추경 예산을 통해 토지 매입비 7억2000만원을 편성했다. 이후 2014년 5월2일 건물명을 장애인복지센터에서 장애인재활지원센터로 변경해 ‘장애인재활지원센터 신축 계획’을 재수립한 뒤 2014년 6월23일 해당 토지를 6억9307만7000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종합적인 사업계획 수립 단계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법 39조와 지방자치법 시행령 36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 7조1항에 따른 중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에 대한 의결권한을 갖고 있다.

1건당 기준가격이 10억원 이상 또는 1건당 토지 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중요재산으로 분류된다. 

또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10조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중요재산을 취득할 때 예산을 지방의회에서 의결하기 전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세워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공유재산 관리계획에는 사업 목적과 용도, 사업 기간, 사업 규모, 계약 방법 등이 명확히 명시돼야 한다. 

해당 토지의 면적은 3901㎡, 즉 중요재산이다. 다시 말해 가평군에서 해당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가평군의회의 의결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단계를 밟았다면 가평군은 장애인복지센터 신축을 위해 장애인 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건물의 연면적, 층수 등 건물 규모를 고려한 부지 면적과 위치를 검토하는 작업을 선행했어야 한다. 

또 장애인복지센터 신축을 위한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 총사업비를 산정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종합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그런 뒤에 사업계획에 따른 토지 및 건물 취득 관련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해 가평군의회의 의결을 받고 토지를 매입해야 했다. 

공소시효
지시? 매입?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기 전 김 군수의 지시에 따라 토지 매입이 선행됐다. 김 군수는 1975년부터 2008년까지 33년간 가평군에서 근무하면서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경기도의원을 역임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김 군수는 감사원에 장애인복지센터 토지 매입과 관련해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지 않고 예산에 편성해 집행한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담당자의 행정절차 미숙으로 발생한 일이니 직원들의 업무연찬 등을 통해 행정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조속히 사업계획을 수립해 토지를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장애인복지센터 토지 매입은 담당 직원의 행정절차 미숙뿐만 아니라 김 군수의 잘못된 지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못박았다.

2019년 6월5일 가평군에서 신청한 적극행정면책도 인정하지 않았다. 적극행정면책은 공무원 등의 성실하고 능동적 업무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공익성·투명성·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책임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김 군수에 대한 감사원의 수사의뢰 사건은 의정부지검에서 맡았다. 의정부지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일요시사>의 취재가 시작될 무렵까지 가타부타 어떤 결론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일요시사> 질의에도 ‘수사 중’이라는 짤막한 답변만 남겼다. 이후 5월에는 의정부지검이 사건을 공공반부패수사 전담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정부지검에서 지난 9일 김 군수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감사원의 수사의뢰가 이뤄진 지 1년10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수사 경과와 김 군수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공소시효 논란도 불거졌다. 김 군수가 받고 있는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 공소시효의 만료 시점이 언제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군수가 토지를 매입하라고 지시한 시점이 공소시효 기산점(만료점에 대해 기간의 계산이 시작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군수가 A실장에게 토지 매입을 지시한 시점은 2013년 8월30일, 가평군청 담당자가 수립한 토지 매입 계획을 최종 결재한 시점은 2013년 10월7일이다. 이때를 기산점으로 공소시효를 계산하면 각각 2020년 8월29일, 2020년 10월6일이다.

이미 지난해 김 군수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났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평군에서 토지를 매입한 시점인 2014년 6월23일을 공소시효 기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공소시효 만료 시점은 지난 6월22일이 된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경우 수사기관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다. 

의정부지검에서 김 군수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아 9일 기준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부지검은 공소시효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군수는 2013년 당선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재임 기간 내내 송사에 휘말렸다. 2013년 재보궐선거,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무죄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의정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으로 감사원 고발 사건에서도 살아 남았다. 

2013년·2018년 송사도 결국 무죄
3선 임기 무리 없이 마무리할 듯

김 군수는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2014년 지방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돼 3선에 성공했다. 그는 2013년 10월 재보궐선거에 앞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경쟁 후보자에게 불출마 대가로 5000만원과 가평군 시설공단이사장직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았다.

경쟁 후보자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고 결국 김 군수가 당선됐다. 

이 사건은 김 군수의 선거를 도왔던 한 관계자가 검찰에 진정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C씨는 친척 승진과 자신의 부동산을 가평군에서 매입해줄 것을 약속 받았지만 김 군수가 들어주지 않자 검찰에 진정을 넣고 구속 기소됐다.

의정부지법은 1심 재판에서 김 군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성기 피고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반면 진정인 C씨와 선거운동을 도운 관계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진정 동기와 자백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도 김 군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김 군수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진정인과 선거 관계자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군수는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대책본부장인 D씨를 통해 E씨로부터 6억원을 무상으로 받아 사용한 혐의, 2013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향응·뇌물을 받은 혐의, 이를 언론에 알린 제보자에 대한 무고 혐의 등을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군수는 지난 1월14일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자신의 SNS에 “오늘로 저를 둘러싼 모든 음해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응원과 걱정을 해주신 군민들께 감사드린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두 번의 
기사회생

한 가평군 주민은 “감사원이 고발한 사건에서도 기소당하지 않는 김 군수의 능력이 대단하다. 기소당해도 매번 무죄 판결을 받고 살아 돌아온 것도 놀랍다”고 꼬집었다. 의정부지검의 불기소 처분으로 김 군수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잔여 임기를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