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특수본 수사 막전막후

혹시 했는데 역시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정치권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4·7 재보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LH 사태에서 파생된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데 반해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LH 사태 지난 100일을 되짚어봤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출범 초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정부는 20번이 넘는 정책을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내놓는 정책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부동산 민심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40%를 상회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든 것도 부동산 문제였다. 

부동산 문제
국민 역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2월24일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4 공급대책에서 정부가 예고한 신규 공공택지 중 일부가 경기 광명·시흥 등에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10만1000호 규모 중 7만호가 광명·시흥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두 지역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소개했다. 

국토부 발표 1주일 만인 3월2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토지를 사전에 사들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토지대장 등에서 LH 직원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는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LH 사태는 부동산으로 이미 악화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 직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평가 부정률은 출범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월2일부터 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는 의혹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LH 사태가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판단한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 배제하고 수사인력
1500명 넘는 공룡 조직

문 대통령도 LH 사태가 터진 직후부터 연일 메시지를 쏟아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당부하는 내용이다.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정부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출범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특별수사단이 편성됐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국수본과 국세청, 금융위원회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를 구성해 개발지역에서의 모든 불법적·탈법적 투기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특수본에서 배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해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LH 사태에도 검찰의 수사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검찰의 특수본 참여 문제는 정 총리가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더욱 크게 불거졌다.


3월11일 1차 조사 발표에서 정 총리는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 사례(13명)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LH와 국토부 직원 당사자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7명만 투기 의심자로 발표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셀프조사’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논란에도 경찰에 힘을 실어주면서 확실한 수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LH 사태가 경찰 조직개편으로 출범한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라고 언급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 등으로 힘이 실린 경찰에 대한 기대와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수사 경력이 없는 경찰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남구준 경찰청 국수본 본부장은 3월8일 기자단과의 정례간담회에서 “검찰이 1~2기 신도시 수사의 컨트롤타워였던 것은 맞지만 경찰도 참여했다” “그동안 부동산 범죄를 특별단속해왔고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에 꼭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월18일에도 “LH 사태는 전국적인 수사 지휘체계를 갖춘 국가수사본부가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함으로써 국수본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LH 사태 수사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특수본이 수사에 착수한 지 불과 20여일 만에 검찰이 LH 사태 수사에 합류했다. 3월30일 정 총리는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LH 사태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카드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검찰의 역할은 특수본을 사이드에서 돕는 정도로 제한됐다. 

결국 LH 사태는 집권여당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4·7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모두 내줬다. 당초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희롱 의혹으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LH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도 LH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대통령 지지율 40% 벽이 깨졌고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비율이 높아졌다. 임기 초중반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크게 물러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과 청와대 입장에선 LH 사태 수사가 반전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잔챙이만
잡았다?

하지만 1560명의 대규모 수사 인원을 투입한 것치고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평이 속속 나오고 있다. LH 사태가 일어나고 3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수사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답보 상태에 접어들면서 특수본의 칼이 무딘 게 아니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본 출범 3개월간 646건, 2800여명을 수사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수사 중인 주요 공직자 중에는 국회의원 16명,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의원 55등이 포함됐다.

이 중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9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별도의 직접 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등 14명을 구속하고 검‧경이 협조해 908억원의 부동산 투기수익을 몰수·추징했다. 국세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이 45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한 결과 94건의 혐의가 확인됐고, 534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불법 대출이 의심되는 4개 금융기관을 현장 점검해 총 43건, 67명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조사와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부동산 관련 탈법행위는 다양했다.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기초지자체장, 시군의원, 실무 직원까지 여러 공직자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가 다수 적발됐다. 기획부동산 등이 청약통장 관련 불법 행위를 알선하거나 지역주택조합장이 불법투기를 공모한 사례도 확인됐다. 

20명 구속했는데 고위공직자 ‘0’
여당 의원 수사로 공정성 기로

이날 발표된 결과를 두고 특수본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본은 줄곧 공직자의 내부정보 이용 투기 혐의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속된 인물을 보면 최초 구속 사례였던 경기 포천시 공무원을 비롯, 전직 경기도청 공무원, LH 직원,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등 지방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에 그치고 있다. 

선출직 중에서는 경북 고령군의원, 전직 경기시흥시의원 등 지방의회의원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전직 강원 양구군수만 구속됐다.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담당하며 3기 신도시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일명 ‘강사장’으로 불렸던 인물을 비롯해 2명이 지난 8일 뒤늦게 구속됐다. 

강씨 등은 지난해 2월27일 내부정보를 활용, 다른 전·현직 LH 직원 등과 함께 시흥시 과림동에 있는 토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매입한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당 길이 180~190㎝의 왕버들 나무를 심었다.

토지 보상 부서에 재직하며 보상금 지급 기준을 잘 아는 강씨가 보상금을 많이 챙기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다. 특수본은 현재 국회의원 16명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 강제수사가 이뤄진 대상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1명뿐이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수사 의뢰하면서 특수본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특수본은 지난달 17일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현직 의원 2명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불입건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민주당 양항자·양이원영 의원으로 밝혀졌다. 이튿날에는 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배우자 명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권익위 조사에서 양이 의원과 김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 명단에 포함된 것.

현재까지 특수본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상이 모두 야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여당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특수본은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진 상황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까지 안고 가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여 봐주기
앞으로는?

경찰 안팎에서는 여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LH 사태 수사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선 100일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만큼 특수본이 추후 수사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권익위 자료를 검토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