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와 함께 ①제주 취다선리조트

그윽한 차향에 나를 맡기다

그윽하게 퍼지는 차향에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린다. 찻잔에 깃든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고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본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와 마주한 순간, 온갖 상념으로 가득한 머릿속을 비우면 비로소 마음에 평안이 찾아든다. 제주 취다선리조트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힐링 공간이다. 다도와 요가, 명상 체험이 색다른 여행을 선물한다.

취다선리조트에서 보내는 하루는 향기로운 차향과 함께 시작된다. 이른 아침 지하 1층 명상룸에서 진행하는 차 명상은 투숙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명상룸은 한쪽 벽면을 유리로 마감해 바깥의 자연이 온전히 느껴진다. 반짝이는 햇살과 싱그러운 풍경에 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난다.

보글보글 끓는 찻물과 쪼르륵 차를 따르는 소리에 들뜬 기분이 가라앉는다. 각자 자리를 잡고 방석을 두껍게 깔고 앉아 명상을 위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자연과 함께

차 명상 중에 마시는 차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찻잔을 받아 들고 먼저 영롱한 빛깔과 따스한 온기를 느껴본다. 은은한 차향을 맡으며 마지막에 차 한 모금을 머금은 채 천천히 내면에 집중한다. 자연스럽게 차를 넘긴 뒤엔 호흡법을 통해 명상을 이어간다.

처음엔 어렵지만 들고 나는 호흡에 맞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점점 머릿속이 비워지며 편안한 상태가 된다. 명상을 마치면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이 느껴진다.


취다선리조트에서는 차 명상 외에도 요가, 감정 치유 아로마테라피, 싱잉볼 사운드 힐링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일상의 긴장을 풀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자유로운 몸동작과 함께 온전히 자신을 만나는 동적 명상은 가장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한번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오쇼 쿤달리니 액티브 명상도 체험할 수 있다. 투숙객은 명상이나 요가 프로그램이 무료이며, 투숙객이 아닌 경우나 일부 유료 프로그램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티룸에는 독립된 차실이 네 곳 있는데, 각각 분위기가 달라 취향에 따라 고르기 좋다. 죽로차실과 공선차실은 바깥에 작은 연못을 꾸며 더 운치 있다. 차실에서는 혼자 혹은 일행과 함께 다도를 배우고, 차를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먼저 티 마스터가 차 우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후엔 직접 차를 우려 마시면 된다. 차를 주문하면 이곳에서 직접 만든 귤정과와 간단한 다식을 내준다.

녹차와 홍차, 볶은 홍차 등 다양한 차가 있는데, 모두 국내에서 재배한 품질 좋은 찻잎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용둥굴레를 구증구포로 만든 선옥죽, 맛이 부드럽고 중후한 흑차는 취다선의 시그니처 메뉴다. 기프트 숍이나 홈페이지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차실은 예약해야 하며, 투숙객은 1박에 1회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투숙객이 아닌 경우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하며, 이용 시간은 회당 한 시간이다.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다도·요가·명상 등 색다른 체험 


취다선리조트에는 어디든 차향이 흐르지 않는 곳이 없다. 객실에도 차와 다기가 비치돼, 언제든 여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창밖에 펼쳐진 풍경이 금상첨화다.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박힌 우도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은 자연이 빚은 명작이다. 여기에 차 한잔 곁들이면 감동이 배가 된다.

객실 타입은 1인실과 2인실, 패밀리룸이 있으며, 1인 여행자를 위한 일주일의 고립 여행도 제공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휴식이 필요할 때 취다선리조트를 찾아보자. 차를 마시고 명상에 잠겨 나를 돌아보는 동안 한층 깊어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차 명상을 마친 뒤엔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두산봉 트레킹에 나서보자. 리조트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찾아가기 쉽다. 두산봉은 말미오름이라고도 불리는데, 수십미터에 걸쳐 이어진 암벽이 독특한 형태를 이룬다.

경사 구간이 짧고 탐방로가 잘 정비돼 10~15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전망대에 서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고요히 아침 인사를 건넨다.

중산간 지대에는 너른 차밭이 펼쳐진 ‘오늘은녹차한잔’이 자리한다. 한가로이 차밭을 산책하고, 신나는 카트 레이싱을 즐기고, 족욕으로 피로도 풀 수 있는 테마 공간이다. 이곳에서 재배한 찻잎으로 만든 녹차를 이용한 음료와 아이스크림 등도 판매한다.

오늘은녹차한잔에는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차밭 아래 숨듯 들어앉은 천연 용암굴이다. 동굴 안에서 바깥쪽을 향해 셔터를 누르면 태곳적 자연에 둘러싸인 듯 신비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생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차밭 중간쯤 둔덕 아래 자리한 동굴은 이정표가 따로 없지만, 워낙 방문객이 많아 찾기 쉽다.

천연 용암굴

보롬왓은 여기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길을 나선 김에 다녀오기 좋다. 비밀의 화원처럼 외길을 따라 들어간 곳에 철 따라 화려하게 피어난 꽃이 여심(旅心)을 사로잡는다. 튤립, 라벤더, 삼색버드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취다선리조트→두산봉(말미오름)→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보롬왓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취다선리조트→두산봉(말미오름)→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성읍민속마을 
둘째 날: 지미오름(지미봉)→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보롬왓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취다선리조트 www.chuidasun.com
- 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 www.onulun.com
- 보롬왓 www.instagram.com/boromwat

문의 전화
- 제주관광정보센터 064)740-6000
- 취다선리조트 064)735-1600
- 오늘은녹차한잔(성읍녹차마을 오늘은) 064)787-2254
- 보롬왓 064)742-8181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01번 급행버스 이용, 세화환승정류장에서 201번 간선버스 환승, 성산고등학교 정류장 하차, 취다선리조트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bus.je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마리나사거리에서 우회전→연삼로→신촌진드르교차로에서 우회전→오조한도교입구삼거리에서 좌회전→1.3km 이동, 해안도로 방면 좌회전→900m 이동, 왼쪽 취다선리조트

숙박 정보
- 에코스위츠(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귀포시 중문상로, 064)738-9975
- 아트스테이 서귀포 하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귀포시 태평로, 064)801-9888
- 더 세리 호스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서귀포시 법환상로2번길, 064)739-9966
- 봄그리고가을리조트: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784-2211
- 빈필드하우스: 성산읍 오조로, 064)782-7372 
- 제주도푸른바다: 구좌읍 별방길, 064)782-7788 
- 플레이스캠프제주: 성산읍 동류암로, 064)766-3000
- 성산산티아고게스트하우스: 성산읍 일출로, 010-5696-3377

식당 정보
- 복자씨연탄구이(흑돼지 근고기):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 782-7330
- 제주칼국수제주해물탕(해물탕):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064)783-2929
- 산도롱맨도롱(고기국수·갈비국수):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064)782-5105 
- 양화정(양갈비): 구좌읍 세평항로, 064)782-9969

주변 볼거리
성산일출봉, 광치기해변, 올레 1코스, 다랑쉬오름, 세화해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