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아름다운 건축물 ④완주 아원고택과 오성한옥마을

종남산과 어우러진 고택

여름이나 가을, 겨울도 좋지만 봄이면 생각나고 찾고 싶은 공간이 있다. 완주 소양면에 자리한 아원고택도 그런 곳이다. 대청에 앉아 있으면 종남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준다. 소맷자락으로 슬그머니 봄바람이 불어오고, 처마 아래로 스며든 봄볕이 무릎을 따뜻하게 데운다.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액자에 담긴 수묵화 같다.

아원고택은 방탄소년단이 ‘2019 서머패키지 인 코리아’ 영상과 화보를 찍으면서 알려졌다. 2016년 11월 문을 연 아원(我園)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 원래 아원고택이 있던 자리는 산비탈과 논밭이었다.

건축가 전해갑 대표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고택과 전북 정읍의 150년 된 고택을 이곳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정원

아원고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원갤러리&뮤지엄으로 입장해야 한다. 성곽처럼 보이는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한옥의 날렵한 처마를 절묘하게 올렸다. 이곳은 한옥과 달리 현대적인 공간이다. 한옥 아래 자리한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내부는 갤러리 공간인데, 1년에 2~3회 현대미술 초대전을 연다. 가운데 놓인 커다란 탁자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천장이 개폐식이라, 고개를 들면 푸른 봄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에서 2층 바깥으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단아한 한옥 세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된다.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와 정읍의 고택을 이축했다. 아원고택이 지금 모습으로 완성되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아원고택은 건축의 중심에 종남산을 놓았다. 어디서나 종남산의 그윽한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한옥은 주로 남향이지만, 아원고택은 종남산을 바라본다. 만휴당과 종남산 사이 갤러리&뮤지엄 지붕에는 빗물로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은 종남산을 불러들인다.

아침과 해가 뉘엿할 무렵에 종남산 그림자가 고스란히 비친다. 한옥과 풍경은 이처럼 별개이면서 하나로 어울린다. 풍경은 고택의 창으로도 들어왔다. 모든 창이 주변 풍경을 담는 액자다. 풍경을 차용한다는 한옥의 건축 철학을 철저히 구현하고 있다.

별채(천목다실)는 콘크리트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한옥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천장을 2.5m로 낮춰 현대식 건물을 한옥 처마 밑으로 감췄다. 한옥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를 시도한 것이다. 다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장독대와 감나무 등이 눈에 들어와 한옥에 있는 듯하다.

한옥 앞에 대숲이 있다. 아원고택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숲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숲이 청명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대숲 사이로 소담한 산책로가 있다. 걸어서 5분이 채 되지 않는 길이지만, 봄 분위기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길 끝에 서면 시야가 환히 열리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택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부드러운 능선의 자연과 함께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

아원고택 입장료는 1만원이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갤러리와 고택을 관람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숙박객이 머무르기 때문에 출입이 제한된다. 초등학생 미만은 입장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두자. 아원고택 주위에 한옥 22채가 모여 오성한옥마을을 이룬다.


기와지붕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분위기 좋은 카페와 자그마한 책방도 만난다. 마을이 들어선 터는 1200여년 절터를 찾아 떠돌던 도의선사가 멈춰 선 곳이라고 한다. 종남산(終南山)이라는 이름은 ‘남쪽으로 더 내려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성한옥마을이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종남산과 서방산, 위봉산, 원등산이 에워싸기 때문일 것이다.

오성한옥마을에 들어서기 전, 오른쪽으로 붉은 굴뚝 하나가 보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굴뚝이 있는 곳은 산속등대라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4년부터 방치된 제지 공장을 재단장해 2019년에 문을 열었다. 요즘 완주에서 한창 주목받는 산속등대는 면적 2만5000㎡(7600평)에 달한다.

옛 건물의 골조와 벽을 곳곳에 그대로 두고 현대적인 건물을 더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버려진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영국의 테이트모던이 떠오르기도 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미술관으로 운영되는 ‘아트플랫폼’이 있다. 전시가 끊이지 않고 열린다. 아트플랫폼을 지나면 넓은 마당에 높이 33m 굴뚝이 당당하다. 공장 굴뚝이 등대로 재탄생해, 밤바다 불빛을 비춘다. 이곳이 왜 산속등대인지 이해가 된다.

등대 옆에 자리한 몸길이 7m 흰수염고래 조형물도 볼거리다.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슨슨카페’, 아이들 체험 공간 ‘어뮤즈월드’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가족 봄나들이 장소로 좋다.

산속등대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라면,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아빠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술에 관한 자료와 유물 5만여 점이 빼곡하다. 누룩 분쇄기를 비롯해 옛날에 술을 빚던 각종 도구, 세계의 유명 술 등이 전시된다. 1970년대 대폿집과 옛날 호프집을 재현한 공간도 재미있다.

완주에는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당 두 곳이 있다. 1895년에 세운 되재성당은 서울 약현성당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한 성당이자, 첫 한옥 성당이다.

한국전쟁 때 소실됐지만, 완주군이 2009년 원형대로 복원하고 축성식을 열었다. 정면 9칸에 측면 5칸 팔작지붕 건물로, 내부는 중앙 기둥을 연결하는 낮은 벽으로 남녀 좌석을 구분하고 바닥은 마루로 꾸몄다.

산속등대

천호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전후로 신도들이 천호산 자락에 모여 살던 교우촌이다. 천호성지 부활성당은 노출 콘크리트로 지었으며, 2008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다. 성당 외부와 내부는 다각형 구조다. 안으로 들어서면 좌우 벽면에 난 비대칭 창문에서 햇살이 쏟아진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과 1868년 순교한 이들의 무덤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아원고택→오성한옥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아원고택→오성한옥마을 
둘째 날: 산속등대→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되재성당→천호성지 부활성당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완주군 문화관광 www.wanju.go.kr/tour
- 아원 www.awon.kr
- 산속등대 www.sansoklighthouse.co.kr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sulmuseum.kr 

문의 전화
-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063)290-2621
- 아원 063)241-8195
- 산속등대 063)245-2456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063)290-3847 

대중교통
[버스] 서울-삼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5회(06:15~20:05) 운행, 2시간10분~3시간10분 소요. 삼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81번 일반버스 이용, 모래내 정류장에서 806번 일반버스 환승, 오성풍류학교 정류장 하차, 아원고택까지 도보 약 12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삼례공용버스터미널 063)291-1450
[기차] 용산역-삼례역, 무궁화호 하루 8회(05:46~22:45)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삼례역에서 삼례우성아파트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 337번 일반버스 이용, 모래내 정류장에서 806번 일반버스 환승, 오성풍류학교 정류장 하차, 아원고택까지 도보 약 12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새만금포항고속도로→소양·전주 방면→국도26호선 진안 방면→전진로 소양 방면→소양로 송광사 방면→원암로 전라북도교통문화연수원 방면→송광수만로→아원고택

숙박 정보
- 대승한지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양면 복은길, 063) 242-1001 
- 행복드림한옥(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용진읍 봉서안길, 010-3677-5339 
- 모악산모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구이면 모악산길, 063-222-2024 
- 녹운재(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소양면 송광수만로, 010-3150-0151 
- 호연재: 소양면 송광수만로, 010-2343-9825 
- 이둔호텔: 이서면 오공로, 063)237-4563


식당 정보
- 행복정거장 모악산점(한식 뷔페): 구이면 모악산길, 1600-0125 
- 대승가든(닭볶음탕): 소양면 대승길, 063)243-8798 
- 원조화심두부(순두부): 소양면 전진로, 063)243-8952

주변 볼거리
삼례문화예술촌, 완주 위봉산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