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발’ 나무위키의 정체

지워도 다시 그대로…맘대로 개인정보 활용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나무위키는 누구나 문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이트다. 정보의 양도 방대하고, 접근성도 용이해 이용자 수도 많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밝힌 곳에서 민원이 다수 접수됐으니 개인정보보호법, 탈퇴 불가, 수집·이용 동의, 임시조치 등과 관련한 자료제공을 요청했다. 현재 해당 글은 관리자에 의해 나무위키에서 삭제됐다.

검증 없이…
삭제 방법은?

나무위키 이용자들은 정보공유는 물론 이를 문서로도 작성 가능하다. 또 종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사안에 대해 토론도 할 수 있다. 나무위키에 게시된 문서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나무위키의 파급력은 크다. 전체 문서 수도 340만건(4월29일 기준)으로, 매년 100만건 정도의 문서가 작성된다. 이용자 수 역시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문서와 글과 함께 개인정보, 탈퇴 불가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누구나 편집이 자유로워 수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런 부분이 독이 된 셈이다.


나무위키의 첫 화면에는 “나무위키에 누구나 기여할 수 있지만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나무위키서도 ‘있는 그대로를 믿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사이트의 규모와 이용자 수가 많은 만큼 그에 따른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허위정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

유튜버 A씨도 개인정보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무위키에서 자신의 페이지를 보던 중 개인정보인 집 주소가 게시돼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지우기 위해 사이트를 가입했는데 삭제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내용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가입한지 15일이 지나야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또 15일이 지나고 개인정보 삭제를 진행했는데도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글에 대한 편집이 자유로워 언제든 다른 사용자가 자신의 집 주소를 다시 게재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유출 피해 호소 늘어
게시 내용 수정? “주민증 내놔라”  

관련된 페이지를 삭제하려면 파라과이에 위치한 회사에 본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야 한다. 삭제를 위해 파라과이에 본사가 있다는 곳으로 신분증을 보내는 것도 고민이다. 

나무위키 측은 투명성을 이유로 삭제 요청자의 실명을 공개한다. 유튜버 역시 이점에 대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집 주소를 지우기 개인정보를 넘겼더니 제거를 요청한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파기 일자를 공지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자, 나무위키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위원회에 민원이 접수됐다. 위원회는 나무위키가 파라과이에 법인을 두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는 한국어로 진행되고, 배너 광고도 게재하기 때문에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해야한다 보고 나무위키 측에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위원회 조사를 통해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관련 사항을 시정조치할 수 있다. 

위원회에서 요청한 자료들은 이용자가 회원가입 시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가 개인정보임에도 수집 동의를 받고 있지 않은 점, 회원탈퇴가 불가한 점, 개인정보처리 방침이 한국어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일요시사>는 직접 나무위키 측에 해당 사안들에 대해 문의했다.

국민 알권리?
잊혀질 권리?

자신을 한국계 파라과이인이라고 밝힌 담당자는 회사가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위치해 있고 회사명은 Umanle S.R.L(이하 우만레)라고 밝혔다. 회사가 하는 일은 주로 IT서비스 관리, 빅데이터, 블록체인 관련 업무다.

우만레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개인정보 등을 법률 전문가의 자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자료 제출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아이디 수집에 동의를 받지 않는 이유를 개인정보와 관련해 파라과이 법률에 따라 작성된 나무위키의 약관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 입장은 나무위키와 달랐다. 위원회 측에서는 페이스북도 국내법을 적용받고 있는데 나무위키 역시 한국어로 서비스, 배너 광고, 한국인의 개인정보 등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법률을 따라야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을 상대로 영리활동을 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것.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도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필요한 범위에서 정당하게 수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무위키 측은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관해서는 동의 부분이 앞서 파라과이 법을 적용한다는 답과는 다르게 전했다. 사업장이 한국에 위치하지 않아 한국의 법률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만큼 범위 내에서 각국의 법률을 최대한 준수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약관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쳐 여러 언어로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제공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법률적 검토
개선할 예정


나무위키는 저작권을 이유로 회원 탈퇴를 할 수 없다. 회원탈퇴가 불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입 후 CCL(창작물에 대해 일정한 조건하에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에 따라 저작권자 표기 및 증빙을 위해 탈퇴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우만레는 탈퇴와 관련해 위키백과와 동일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우만레의 해명과 다르게 위키백과는 계정 탈퇴가 가능하다. 위키백과 역시 나무위키와 비슷하게 저작권 부분을 우려해 이용자가 작성했던 문서나 허위사실들에 대한 내용은 삭제됐더라도 다시 복구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가 같을 뿐 계정 삭제 부분에서는 위키백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탈퇴가 가능하다. 탈퇴 시에는 나무위키와 다르게 게시물에 탈퇴한 위키백과 사용자가 작성했다는 각주가 함께 따라 붙는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회원이 철회를 요구하는 데 있어 개인정보의 수집 방법보다 쉬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만레 측은 임시조치와 관련해서도 해외 및 국내 사이트 네이버의 정책과 비슷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반영하는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무위키에서는 임시조치가 가해지면 해당 게시물이 삭제 처리되는데 이 부분은 게시글을 작성해 기여한 사람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관련 없는 부분까지 삭제된다는 이유에서다. 임시조치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도용하거나, 명예를 훼손한다고 생각되는 경우,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 게시물을 임시로 블라인드해 게재를 중단하는 조치다. 

불리하면 외국 회사
필요하면 한국 회사 

또 게시자 측에서 특별한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게시물이 삭제되지만, 이의를 제기했을 경우에는 30일 후 복원조치가 된다. 네이버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게시물의 삭제 혹은 복구 여부가 가려진다.

개인정보 유출과 임시조치를 요구한 이들은 현재 나무위키에 실명으로 작성돼있다. 나무위키 측이 주장한 네이버의 정책과 비슷하다는 것과는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네이버는 임시조치와 관련해 당사자가 임시조치를 요구했을 때 이름이나 단체명을 게시글을 작성한 사람에게만 통보하고 있다. 즉, 감시 대상과 이를 판단하는 제3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나무위키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대상은 관리자다. 약관의 내용은 파라과이 법을 따르면서 임시조치 등에 관한 사항은 결국 한국 법률을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나무위키와 관한 개인정보 노출 논란은 현재 알권리와 잊혀질 권리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에서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판결도 있다. 원문은 그대로 있을 수 있지만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이상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반면 알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위원회는 나무위키의 민원과 관련해 나무위키가 자료를 제출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무위키 측 역시 법률 자문을 통해 소명할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은?
관리 필요

일각에선 “나무위키 같은 사이트들에 대한 제재와 견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론과 자유로운 편집, 게시가 가능함에 따라 정보를 주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 정보와 개인정보 유출로 누군가의 삶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무위키 현지 조세회피 의혹 
바지사장 세워 회사 운영?

나무위키는 지난 2016년 파라과이 법인에 인수됐다. 본래 운영했던 관리자가 생업 등의 이유로 나무위키의 운영을 우만레에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나무위키가 인수되자, 우만레가 페이퍼 컴퍼니라며 한 네티즌의 의해 의혹에 휩싸였다.

네티즌에 따르면 파라과이의 한 일간지에는 2016년 6월 설립된 한 회사가 자본금 1억과라니(약 2000만원), 통합 자본금 5000만과라니(1000만원)에 우만레로 합병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해당 회사는 공증인이 세웠고, 공증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세운 회사를 우만레가 인수해 현재 대표를 차명이사로 세웠다고 주장한다.

우만레 측은 이에 대해 조세회피의 목적이라면 다른 나라에 세웠을 것이고, 설립자가 실제로 파라과이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만레 측은 탈세를 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에 대해 향후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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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