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아름다운 건축물 ①구례 쌍산재

둘러볼수록 깊이 있는 집

쌍산재는 운조루, 곡전재와 함께 구례 3대 전통 가옥이다. 주거 공간에 자연을 품고 누리는 별서 정원을 더한 쌍산재는 2018년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돼, 전통과 역사뿐 아니라 정원의 가치를 더하며 이름을 높였다. 최근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구례 여행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멋과 맛을 선사하는 체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쌍산재가 고택의 매력을 보여주며 관심을 끌었다.

임세웅 문화관광해설사는 “쌍산재는 들어가서 보지 않으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집”이라고 표현했다. 쌍산재는 그만큼 섬세하고 자연스러우며, 둘러볼수록 놀라움이 가득한 고택이다. 규모가 큰 대갓집을 예상하고 왔다가 눈앞에 보이는 모습에 실망하다가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짙은 매력에 빠진다.

주거 공간만 생각하다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에 들어서면 여행자 스스로 느끼고 몰입하기 때문이다.

고택의 매력

쌍산재는 당몰샘에서 시작한다. 1000년이 넘은 당몰샘은 지독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면서 물맛도 좋다. 쌍산재가 위치한 상사마을은 구례를 대표하는 장수 마을인데, 당몰샘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당몰샘이 ‘지리산 약초 뿌리 녹는 물이 흘러든 물’이라 했을까.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쌍산재에 드나들었다. 남의 집에서 물을 뜨려니 불편했을 터, 이를 간파한 주인이 담장을 새로 쳐서 당몰샘이 집 밖에 위치하도록 했다.


당몰샘 지붕에는 지존지미(支存至味) 현판이 걸렸고, 담장에는 천년고리 감로영천(千年古里 甘露靈泉)이라고 새긴 석판이 있다. ‘최고의 맛을 지닌 물’이며, ‘천년 마을에 이슬처럼 달콤하고 신령한 샘’이란 뜻이다. 지금도 멀리서 찾아와 물을 긷는 사람들이 꽤 많다. 쌍산재 들어가기 전에 당몰샘 물맛부터 볼 일이다.

운치 있는 담장 사이로 소박한 대문이 쌍산재 입구임을 알린다. 대문에 들어서면 관리동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마당을 두고 안채와 사당, 건너채, 사랑채가 있다. 〈윤스테이〉에서 관리동은 맞이방과 주방, 안채와 사랑채 등은 식당으로 사용됐다.

관리동에서 커피나 음료를 주는데, 쌍산재 건물 곳곳에 앉아 마실 수 있다. 특히 안채 대청에서 따뜻한 햇볕과 함께 마실 거리를 나누는 풍경이 여유롭고 운치 있다.

안채 오른쪽 끝에 독특한 세간이 보인다.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에 버금가는 뒤주다. 운조루의 뒤주가 누구든지 와서 곡식을 꺼내 갈 수 있었다면, 쌍산재의 뒤주는 빌린 만큼 도로 채워야 했다. 운조루 뒤주를 생각하면 매몰차다 할지 몰라도, 가산이 넉넉지 않던 쌍산재 사정을 감안하면 더불어 살고 베풀고자 한 주인의 마음이 절로 느껴진다.

이제 쌍산재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떠날 차례다. 주거 공간 너머로 울창한 대숲이 펼쳐진다. 이곳을 지나며 쌍산재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거 공간에 이은 별서 정원이다. 대숲 초입에 별채(거연당)가 있고, 돌계단이 이어진다.

전남 민간정원 5호로 지정
사람·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울창한 대숲에 야생 차나무가 어우러지고, 대숲을 비집고 햇살이 들어오는가 하면, 불어오는 바람에 대숲이 일렁인다.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대숲 길은 쌍산재 최고의 비경을 선사한다. 호서정을 지나 굵은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는가 싶더니, 금세 너른 잔디밭이 나온다. 가정문을 지나면 서당채(쌍산재), 그 왼쪽으로 연못(청암당)과 경암당, 영벽문이 차례로 보인다.


현 주인의 6대조 할아버지가 서당채를 짓고, 자신의 호를 따 ‘쌍산재(雙山齋)’라 이름 붙였다. 쌍산재에는 온갖 화초와 나무, 돌이 어울려 꽉 찬 느낌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푸른 잔디가 눈부시고, 색과 향을 품은 수목이 피고 진다.

특히 길을 가로질러 멋스럽게 휜 동백나무가 인상적이다. 쌍산재는 집안의 자제들이 학문을 나눈 곳이다. 쌍산재 외에 사락당(四樂堂), 염수실(念修室), 서소헌(舒嘯軒) 등 현판이 곳곳에 걸렸다.

청암당을 지나면 너른 공간에 경암당이 앉았고, 담장 끄트머리에 영벽문이 나 있다. 영벽문을 열면 또 다른 공간이 대미를 장식한다. 열린 영벽문의 프레임에 가느다란 리기다소나무 두 그루와 푸른 저수지의 풍광이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사도저수지다. 하늘빛을 그대로 품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방죽을 따라 산책해도 좋다.

쌍산재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4시30분(안전상 영·유아 출입 제한), 관람료 1만원이다. 관람료를 내면 커피, 매실차 등 웰컴 티를 제공한다. 그러니 쌍산재는 전통과 자연을 품은 카페도 되는 셈이다. 쌍산재 숙박은 아쉽게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숙박 재개 여부는 쌍산재 홈페이지에 따로 공지할 예정이다.

쌍산재와 약 3km 거리에 구례 운조루 고택(국가민속문화재 8호)이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하면 떠오르는 곳으로, 아무나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타인능해’라고 새긴 뒤주가 운조루의 정신을 대변한다. 인근에 운조루 고택 원주인 유이주 선생의 이야기와 대대로 내려온 유물을 만나는 운조루유물전시관도 들러보자.

천년 고찰 화엄사(사적 505호)는 국보 4건을 비롯해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리산의 수려한 산세만큼이나 웅장하고 화려한 불교 역사와 문화를 만난다. 특히 각황전(국보 67호)과 홍매에는 드라마 〈동이〉 주인공 숙빈 최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숙빈 최씨는 아들 연잉군(뒷날 영조)이 왕이 되길 염원하며 각황전 중건에 힘을 보탰다. 화엄사 계파선사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매화나무를 심었는데, 이것이 각황전 옆 홍매다. 해마다 3월 중순쯤 고혹적인 붉은 매화가 핀다.

화엄사에서 조금 오르면 구층암에 닿는다. 가공하지 않은 모과나무를 뒤집어 기둥으로 만든 독특한 암자다. 이곳에서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야생 죽로차로 차담을 나눌 수 있다. 대나무 아래서 자란 야생 차나무에서 나는 귀한 차다.

쌍산재에서 섬진강 건너편으로 봉긋 솟은 오산 정상 부근에는 깎아지른 암벽에 세운 사성암이 있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고승 네 명이 수도한 곳이라 붙은 이름이다.

천년고찰 화엄사

구불거리는 산길을 따라 3km 남짓 올라서면 구례 읍내를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과 장쾌한 지리산 풍광이 펼쳐진다. 명승 111호로 지정된 구례 오산 사성암 일원이다. 암자 아래 오산활공장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바라보며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해넘이가 아름다워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천개의향나무숲→화엄사→쌍산재→운조루→사성암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은사(상생의길)→노고단→천개의향나무숲→쌍산재 
둘째 날: 쌍산재→운조루→섬진강대숲길→사성암→화엄사→지리산반달곰생태학습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쌍산재 www.ssangsanje.com
- 운조루 www.unjoru.net
- 화엄사 www.hwaeomsa.com 

문의 전화
- 구례군청 문화관광실 관광정책팀 061)780-2390
- 쌍산재 010-3635-7115
- 운조루 061)781-2644
- 화엄사 061)783-7600
- 사성암 061)781-4544
- 오산활공장(패러글라이딩) 010-8795-2169 

대중교통
[버스]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7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구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번·4-9번 농어촌버스 이용, 상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8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구례공용버스터미널 061)780-2730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KTX 하루 6회(07:12~18:5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구례구역 정류장에서 2-11번 농어촌버스 외 이용, 구례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8번·4-9번 농어촌버스 환승, 상사 정류장 하차, 도보 약 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IC→용방교차로에서 구례·하동 방면 국도19호선 약 7.8km 직진→냉천교차로에서 하동 방면 국도19호선 약 3km→하사마을 방면 당몰샘로로 좌회전, 약 1.8km 직진→쌍산재

숙박 정보
- 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산동면 하관1길, 061)782-1507
- 지리산햇살(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마산면 화엄사로, 061-783-9600 
- 지리산 호수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산동면 구만제로, 061-783-0011 
- 지리산정원: 마산면 화엄사로, 061)780-8028

식당 정보
- 오미마을들녘밥상(뽕잎백반):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8881 
- 동아식당(가오리찜): 구례읍 봉동길, 061)782-5474 
- 구례애(고등어구이백반): 구례읍 구례2길, 061)783-1761
- 평화식당(육회비빔밥): 구례읍 북교길, 061)782-2034 

주변 볼거리
연곡사, 지리산치즈랜드, 한국압화박물관, 섬진강어류생태관, 구례 석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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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