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⑭친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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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 4인(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네 번째로 그들의 '친구'를 살펴봤다.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친구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가족이다. 사회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기에 피로 맺어진 자신의 가족보다 어쩌면 자신을 더 많이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을 3개월 여 앞둔 지금, 후보들의 '친구'를 살펴본다면 그들의 숨겨진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박근혜 <고 최태민 목사>

"힘들 때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주변에 '2인자' 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없다. 당 대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핵심 측근들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흔히 말하는 2인자를 두진 않았다.

이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최측근이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저격당한 사건과 박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그의 측근들이 돌변한 모습에 대한 박 후보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때문에 박 후보는 그 후로 '친구'라고 할 만한 인물을 만들지 못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인연은 있지만 친구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다만 박 후보와 가장 친분이 두터웠던 인물을 꼽으라면 고 최태민 목사를 꼽을 수 있다. 최 목사는 박 후보의 사생활과 관련해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박 후보와 최 목사의 관계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박 후보는 최 목사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힘들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바로설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 목사가 1974년 육영수 사망 직후 박 후보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박 후보는 다음해 최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최 목사는 박 후보의 외부 활동을 적극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목사는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을 발족시키고 총재에 취임한다. 박 후보는 명예총재로 추대 됐다. 박 후보가 모친의 사망이라는 큰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최 목사는 박 후보 곁에서 큰 힘이 되어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 목사는 1994년 사망 전까지 사기·횡령·권력형 이권개입 등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이 많이 제기됐지만 제가 아는 한 실체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앞으로 실체가 나온다면 잘못되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라도 사실이었다면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겠나? 최 목사가 이런 비리가 있다고 공격하고 저와 연결해 '주변사람이 나쁘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는 식으로 공격하는데 이는 음해성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문재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의 우정에 대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대통령 자격이 있다. 문재인을 친구로 두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문 후보를 극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후보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 임용이 좌절됐다. 그 후 고향으로 돌아온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하게 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이 인연을 계기로 30년 가까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나,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나 문 후보는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네팔 산행 도중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으며, 2005년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한편 노 전 대통령과 문 후보의 지나친 친분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문 후보는 야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왕수석'으로 불리며 "왕수석인 문재인 수석의 월권과 청와대의 시스템 경시로 인해 국정 원칙이 파괴됐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문 후보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내는 업무 스타일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참여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한 17명 중 문 후보의 경남고등학교 동문은 한 명도 없었는데 문 후보는 아예 동창회에 얼굴을 비추지도 않았고, 고등학교 동창인 고위 공직자가 문 후보의 방에 들렀다가 얼굴도 못 본 채 쫓겨난 적도 있으며,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단 한차례의 식사나 환담 자리도 갖지 않았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학규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고문>

"민주화 운동의 평생동지"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7월31일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대선 후보 지지 결정을 위한 투표에서 예상 밖의 1등을 차지했다. 특히 손 후보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을 따르는 민주통합당 의원과 자치단체장·원외위원장의 모임이다. 민주당내에서 '친노' 다음으로 많은 의원들이 속해 있다. 손 후보의 예상 밖 1위에는 김 고문과의 친분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손 후보와 김 고문은 고교·대학 동창이자 민주화운동의 동지이다. 두 사람은 경기도가 고향인 47년생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손 후보가 시흥에서 김 고문이 소사(지금의 부천)에서 태어났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사람의 부친 모두 교장선생이었던 점.

손 후보의 부친은 불의의 차량전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김 고문의 부친은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강제 해직된 뒤 심장판막증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두 사람의 모친이 각기 어려운 집안 살림을 책임진 바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인지 두 사람은 가장 절친한 사이가 됐다. 손 후보는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김 고문과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손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민자당에 입당해 1993년 초선의원이 된 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까지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손 후보는 김 고문에게 늘 마음의 빚이 있었다.

민평련 주최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도 손 후보는 이 같은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손 후보는 "이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간 것에 대해서는 (김근태 고문이) 못내, 아마 용서 안 했을지도 모른다"며 "김 고문이 마지막으로 '손학규 좋은 사람인데...' 하고 뒷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가신데 대한 죗값을 갚고자 나왔다"고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그래서 손 후보 캠프 측은 민평련의 결정을 "쇼킹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손 후보의 진심을 민평련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 고문은 군부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로서 제15~17대 국회의원, 노무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등을 지냈다.

 

김두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40년 지기 절친"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무려 40년 지기 절친이다.

신 전 위원장은 김 후보와 남해중학교와 남해종고를 함께 다녔다. 그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신 전 위원장은 병장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1984년 한국일보사 견습기자 시험을 거쳐 영어신문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로 만 23년 근무하다 2007년 3월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보사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으며, 2003년 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4년1개월 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김 후보가 남해군수 등을 지내는 동안에는 고향발전과 정치 현안 등에 대해 비교적 대화를 많이 나눈 친구 중의 한 사람이다. 최근에는 김 후보의 출판기념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사실상 김 후보의 대권행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 전 위원장은 김 후보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김두관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바로 집에 돌아가 낮에 미뤄 둔 농사일을 하고, 소를 비롯한 가축을 먹이는 일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했다. 그래서 김두관과 나는 우리 스스로를 그야말로 '신토불이 촌놈'이라 부른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충족되는 것이 없는 초중고등학교 시절이었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고 어려움 속에도 꿈을 키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김두관은 어린시절 축구와 씨름을 특히 잘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 용기와 배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 대자연을 뛰놀며 기른 김 후보의 호연지기는 대통령으로서 꼭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조기준 수원대 교수>

"친구라서 지지하는 거 아닙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친구 조기준 수원대 교수는 현재 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의 정책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후보와 조 교수는 대학동창 사이다. 조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1975년에 졸업하고 그 해 한국은행에 입행, 33년 동안 근무했다.

한국은행 재직 시 2003년에는 참여정부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금융정책 골격을 수립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친구니 당연히 지지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은 자신에게 물어보기 바란다"며 "대학동창이라고 아무나, 무조건 지지하게 되느냐고. 오히려 잘 알기에 반대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음을 잘 아시지 않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는 특히 정 후보가 지난 1997년 한보 비리 당시 재경위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당시 정 후보는 인터뷰를 통해 '내가 받지 않았다 해서 돈을 받은 다른 의원보다 더 청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받은 의원들은 어떤 면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풍토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을 매도하기 보다는 많은 돈이 필요한 정치풍토를 바로 잡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진정 큰 인물이라고 느꼈다"며 "그 날 이후 나는 친구 정세균을 인생의 큰 스승으로 존경하고 '추종'하게 되었다"고 회고 했다.


안철수<시골의사 박경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인연은 지난 2009년 청춘 콘서트를 함께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전혀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이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지방대생들의 기를 살려줘야겠다는 뜻에서 의기투합했다.

멘토 삼고 싶은 인물 1위. 2030세대 창의성 롤모델 1위를 차지한 안 원장과 개인 투자자들이 만나고 싶은 금융인, 우리나라 트위터 영향력 1위인 박 원장의 만남은 처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4개월간 5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을 정도였다.

이 두 사람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다 의사 출신이면서 의사와 결혼했으며 '시골의사'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주식 투자의 귀재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의사 출신 CEO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박 원장(48)은 안 원장(50)보다 두 살이 어리지만 이러한 공통점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동갑내기들보다 더 죽이 잘 맞는 '절친'으로 거듭났다.

둘은 특히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하게 됐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가요?'라고 묻기보다 '이렇죠?'라고 대화할 정도로 마음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박 원장은 이때부터 안 원장과 다소 거리를 뒀다. 올해 들어선 아예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길 반복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이민 가버렸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외국에 있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고 한다. "'안철수가 사람 관리 못해서 박경철이도 떠나버렸다'고 소문날까 봐 그랬다"는 거다. 하지만 박 원장이 안 원장의 든든한 지원군임에는 변함이 없다.

한편 박 원장은 의사이자 칼럼니스트, 주식투자전문가, 방송인이다. 1990년대부터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주식 사이트에 글을 올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으로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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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