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⑭친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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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 4인(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고 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별명·저서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네 번째로 그들의 '친구'를 살펴봤다.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친구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가족이다. 사회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기에 피로 맺어진 자신의 가족보다 어쩌면 자신을 더 많이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제2의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을 3개월 여 앞둔 지금, 후보들의 '친구'를 살펴본다면 그들의 숨겨진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박근혜 <고 최태민 목사>

"힘들 때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주변에 '2인자' 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없다. 당 대표 시절부터 지금까지 핵심 측근들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흔히 말하는 2인자를 두진 않았다.

이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최측근이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저격당한 사건과 박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그의 측근들이 돌변한 모습에 대한 박 후보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때문에 박 후보는 그 후로 '친구'라고 할 만한 인물을 만들지 못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인연은 있지만 친구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다만 박 후보와 가장 친분이 두터웠던 인물을 꼽으라면 고 최태민 목사를 꼽을 수 있다. 최 목사는 박 후보의 사생활과 관련해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박 후보와 최 목사의 관계에 대해 정치권에선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박 후보는 최 목사에 대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힘들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바로설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최 목사가 1974년 육영수 사망 직후 박 후보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박 후보는 다음해 최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최 목사는 박 후보의 외부 활동을 적극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목사는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을 발족시키고 총재에 취임한다. 박 후보는 명예총재로 추대 됐다. 박 후보가 모친의 사망이라는 큰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최 목사는 박 후보 곁에서 큰 힘이 되어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 목사는 1994년 사망 전까지 사기·횡령·권력형 이권개입 등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최 목사와 관련한) 의혹이 많이 제기됐지만 제가 아는 한 실체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앞으로 실체가 나온다면 잘못되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은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라도 사실이었다면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겠나? 최 목사가 이런 비리가 있다고 공격하고 저와 연결해 '주변사람이 나쁘니까 (제가) 뭘 잘못했다'는 식으로 공격하는데 이는 음해성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문재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의 우정에 대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대통령 자격이 있다. 문재인을 친구로 두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문 후보를 극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후보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 임용이 좌절됐다. 그 후 고향으로 돌아온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에 합류하게 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이 인연을 계기로 30년 가까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나, 녹내장과 고혈압 등 건강악화로 1년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그러나 문 후보는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네팔 산행 도중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 즉시 귀국해 변호인단을 꾸렸으며, 2005년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을 거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한편 노 전 대통령과 문 후보의 지나친 친분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문 후보는 야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왕수석'으로 불리며 "왕수석인 문재인 수석의 월권과 청와대의 시스템 경시로 인해 국정 원칙이 파괴됐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문 후보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내는 업무 스타일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참여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한 17명 중 문 후보의 경남고등학교 동문은 한 명도 없었는데 문 후보는 아예 동창회에 얼굴을 비추지도 않았고, 고등학교 동창인 고위 공직자가 문 후보의 방에 들렀다가 얼굴도 못 본 채 쫓겨난 적도 있으며,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단 한차례의 식사나 환담 자리도 갖지 않았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학규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고문>

"민주화 운동의 평생동지"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7월31일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대선 후보 지지 결정을 위한 투표에서 예상 밖의 1등을 차지했다. 특히 손 후보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고문을 따르는 민주통합당 의원과 자치단체장·원외위원장의 모임이다. 민주당내에서 '친노' 다음으로 많은 의원들이 속해 있다. 손 후보의 예상 밖 1위에는 김 고문과의 친분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손 후보와 김 고문은 고교·대학 동창이자 민주화운동의 동지이다. 두 사람은 경기도가 고향인 47년생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손 후보가 시흥에서 김 고문이 소사(지금의 부천)에서 태어났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사람의 부친 모두 교장선생이었던 점.

손 후보의 부친은 불의의 차량전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고, 김 고문의 부친은 5·16 군사쿠데타로 인해 강제 해직된 뒤 심장판막증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두 사람의 모친이 각기 어려운 집안 살림을 책임진 바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인지 두 사람은 가장 절친한 사이가 됐다. 손 후보는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김 고문과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손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민자당에 입당해 1993년 초선의원이 된 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까지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손 후보는 김 고문에게 늘 마음의 빚이 있었다.

민평련 주최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도 손 후보는 이 같은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손 후보는 "이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간 것에 대해서는 (김근태 고문이) 못내, 아마 용서 안 했을지도 모른다"며 "김 고문이 마지막으로 '손학규 좋은 사람인데...' 하고 뒷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가신데 대한 죗값을 갚고자 나왔다"고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그래서 손 후보 캠프 측은 민평련의 결정을 "쇼킹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손 후보의 진심을 민평련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 고문은 군부 정권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로서 제15~17대 국회의원, 노무현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 의장 등을 지냈다.

 

김두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40년 지기 절친"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무려 40년 지기 절친이다.

신 전 위원장은 김 후보와 남해중학교와 남해종고를 함께 다녔다. 그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신 전 위원장은 병장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1984년 한국일보사 견습기자 시험을 거쳐 영어신문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로 만 23년 근무하다 2007년 3월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보사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으며, 2003년 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4년1개월 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김 후보가 남해군수 등을 지내는 동안에는 고향발전과 정치 현안 등에 대해 비교적 대화를 많이 나눈 친구 중의 한 사람이다. 최근에는 김 후보의 출판기념회 행사에 참여하는 등 사실상 김 후보의 대권행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 전 위원장은 김 후보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김두관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바로 집에 돌아가 낮에 미뤄 둔 농사일을 하고, 소를 비롯한 가축을 먹이는 일을 졸업할 때까지 계속했다. 그래서 김두관과 나는 우리 스스로를 그야말로 '신토불이 촌놈'이라 부른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충족되는 것이 없는 초중고등학교 시절이었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고 어려움 속에도 꿈을 키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김두관은 어린시절 축구와 씨름을 특히 잘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 용기와 배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 대자연을 뛰놀며 기른 김 후보의 호연지기는 대통령으로서 꼭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조기준 수원대 교수>

"친구라서 지지하는 거 아닙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친구 조기준 수원대 교수는 현재 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의 정책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후보와 조 교수는 대학동창 사이다. 조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1975년에 졸업하고 그 해 한국은행에 입행, 33년 동안 근무했다.

한국은행 재직 시 2003년에는 참여정부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금융정책 골격을 수립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친구니 당연히 지지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은 자신에게 물어보기 바란다"며 "대학동창이라고 아무나, 무조건 지지하게 되느냐고. 오히려 잘 알기에 반대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음을 잘 아시지 않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는 특히 정 후보가 지난 1997년 한보 비리 당시 재경위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당시 정 후보는 인터뷰를 통해 '내가 받지 않았다 해서 돈을 받은 다른 의원보다 더 청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받은 의원들은 어떤 면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풍토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을 매도하기 보다는 많은 돈이 필요한 정치풍토를 바로 잡는 일'이라고 말했는데 진정 큰 인물이라고 느꼈다"며 "그 날 이후 나는 친구 정세균을 인생의 큰 스승으로 존경하고 '추종'하게 되었다"고 회고 했다.


안철수<시골의사 박경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인연은 지난 2009년 청춘 콘서트를 함께 진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전혀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이지만 취업난에 허덕이는 지방대생들의 기를 살려줘야겠다는 뜻에서 의기투합했다.

멘토 삼고 싶은 인물 1위. 2030세대 창의성 롤모델 1위를 차지한 안 원장과 개인 투자자들이 만나고 싶은 금융인, 우리나라 트위터 영향력 1위인 박 원장의 만남은 처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4개월간 5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을 정도였다.

이 두 사람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다 의사 출신이면서 의사와 결혼했으며 '시골의사'란 닉네임을 갖고 있는 주식 투자의 귀재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의사 출신 CEO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박 원장(48)은 안 원장(50)보다 두 살이 어리지만 이러한 공통점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동갑내기들보다 더 죽이 잘 맞는 '절친'으로 거듭났다.

둘은 특히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하게 됐다고 말한다. 박 원장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가요?'라고 묻기보다 '이렇죠?'라고 대화할 정도로 마음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박 원장은 이때부터 안 원장과 다소 거리를 뒀다. 올해 들어선 아예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길 반복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이민 가버렸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외국에 있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고 한다. "'안철수가 사람 관리 못해서 박경철이도 떠나버렸다'고 소문날까 봐 그랬다"는 거다. 하지만 박 원장이 안 원장의 든든한 지원군임에는 변함이 없다.

한편 박 원장은 의사이자 칼럼니스트, 주식투자전문가, 방송인이다. 1990년대부터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주식 사이트에 글을 올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으로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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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