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자충수' 민주당, 박근혜 살린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04 09:32:35
  • 댓글 0개

뜻밖의 횡재…박근혜만 누워서 떡 먹게 생겼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경선룰 갈등, 과거사, 공천헌금 등으로 잔뜩 움츠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활짝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반면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부으며 기세등등하던 민주통합당은 각종 악재로 바짝 엎드렸다. 이대로라면 지난 2007대선의 악몽이 재현될 판이다. 불과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양당의 전세가 단숨에 역전된 사연은 무엇일까?

“민주 경선 망했다!” “박근혜에 정권 바쳐라!” “이장 선거만도 못하다!”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두 번째 경선 현장투표가 진행된 울산 종하체육관은 '비문재인(비문)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이 난무했고 일부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막장 경선
물 건너간 흥행

전날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 경선 모바일투표 문제로 파행이 빚어져 비문 후보들이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울산 대의원 현장투표가 강행되자 벌어진 소동이었다. 이후 경선불참까지 거론하던 비문 후보들이 속속 경선에 복귀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민주당이 대선 정국에서 반전의 카드로 기대했던 순회경선의 흥행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당내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 민주당 지지자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대해 '박근혜 추대식'이라며 비판을 쏟아내던 민주당이 이런 '막장 경선'을 연출할지는 몰랐다"며 "정말 실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의 악재는 이게 다가 아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날 민주당 공천헌금 수사착수 뉴스가 터져 나왔다. '친노무현(친노)' 계열의 인터넷 방송인 <라디오 21>의 양경숙 편성제작총괄본부장이 지난 4·11 총선 때 민주당의 공천을 희망하는 인사들로부터 약 40여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금액만 놓고 따진다면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태의 열배가 넘는다.


양 본부장은 총선 전후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3000통이 넘는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은 수상한 정황까지 밝혀졌다. 민주당은 돈을 낸 사람 모두가 비례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수천만원이 친노 진영의 일부 인사에게 송금되었다는 의혹도 있다. 일단 검찰의 칼끝은 박 원내대표는 물론 당내 친노 인사들까지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4·11 총선 이후 민주당내 최대 계파는 '친노'다. 이번 사건에 친노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민주당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 역시 대표적 친노인 문재인 후보다.

경선 파행에 공천헌금까지 덮쳐 점입가경
'대권 코앞' 민주 잇단 악재에 신난 새누리

정치권에선 연이어 터진 민주당의 대형악재를 놓고 "궁지에 몰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누워서 대권을 떠먹게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경선 흥행참패와 공천헌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하고 있던 박 후보로서는 민주당의 이번 '자살골'이 무척이나 고마울 수밖에 없다.

또 위와 같은 문제로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총공세를 펼쳤던 민주당이었던 만큼 더 큰 역풍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민주당의 '악재'이자 박 후보의 '호재'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파기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박 후보로서는 대선정국을 앞두고 통진당이 혁신에 성공해 야권연대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해왔었다. 불과 일주일 사이 박 후보의 고민거리들이 모두 해결된 것이다. 이로써 선거판세는 박 후보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일 갈등과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3' 상향 등의 정부 호재는 보너스다.

신난 박근혜
정부 호재까지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이처럼 대선정국의 기선을 잡게 된 이유는 유독 민주당의 돌발악재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민주당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남으로써 박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갈등해결 능력이다. 일례로 이번 대선경선과정에서 새누리와 민주 양당 모두 갈등을 겪었지만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경선룰에 불만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재오·정몽준 의원은 경선불참을 선택했다. 이들은 이후 진행된 경선에 지지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훼방을 놓지는 않았다.

반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경선 중간에 불참을 선언했다. 모바일투표방식은 민주당 후보들이 경선 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후보 본인들이 사전에 합의한 만큼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대선주자 본인들이 져야하는 게 맞다. 그러나 민주당 비문 3인방은 당 지도부와 문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데만 열을 올렸다.

정해진 규칙과 룰에 의해 결론이 났을 때 그 결론에 불만이 있더라도 조직원 모두가 따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질서다. 질서가 없는 정당에서는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고 조직력이 없는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번 대선경선 파행은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불통' '독선' 등의 비판을 받았다면 문 후보는 '지도력의 부재'를 드러냈다"며 "이번 민주당경선사태를 계기로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가 보여준 '불통'이 오히려 뛰어난 리더십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불통'
문재인 '무능'

민주당의 두 번째 문제는 이슈 선점의 실패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정책은 없고 반대만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책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이슈선점에 실패한 후 민주당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누리당과의 무리한 정책 차별성을 꾀하다보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에서 추진한 제주해군기지건설, 한미 FTA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서 말 바꾸기 논란까지 겪어야 했다.

이슈선점의 중요성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야권은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선점하면서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구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여겨졌던 강원도와 경상남도 일부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특히 무상급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육감 선거에서는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 호남 전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대선정국에서 '경제 민주화' 이슈를 새누리당에 빼앗긴 것이 가장 뼈 아플 것"이라며 "하루 빨리 민주당이 새로운 이슈를 생산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오지 못한다면 대선승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 "이대로라면 2007년 악몽 재현" 발만 동동
새, '손 안대고 코 푼다'…정부 호재 '보너스'

세 번째 문제는 민주당의 쇄신 노력 부족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당의 위기를 '깜짝 쇄신카드'를 통해 비교적 잘 극복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모금으로 불거진 차떼기당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 당사를 헌납하고 천막 당사로 이주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4·11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돈 봉투사건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등으로 벼랑 끝에 서있던 당을 15년 만의 '당명 개정'이라는 파격적인 쇄신카드로 구해내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돌입한 이후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전태일 재단 방문, 안대희 전 대법관 기용 등으로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가 진정성 논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컨벤션 효과만큼은 분명히 누렸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그동안 마땅한 쇄신카드를 선보이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민주당의 불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며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데 당 지도부만 느긋한 것 같다. 지난 4·11 총선에서 패배한 후 확실한 쇄신카드가 있어야 했지만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패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명실상부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된다.


불임정당 오명
쇄신카드 꺼내라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일각에선 박 후보의 경선승리를 놓고 '상처뿐인 승리'라고 깎아 내렸는데 박 후보는 상처는 입었어도 경선에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선은 다 같이 죽자는 식인 것 같아 걱정 된다"며 "심지어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 껴안기에 나섰는데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김두관 경선 후보가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만으로 '친노 세력'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경선에서 승리한들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현 상황을 즉시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불임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는 18대 대선에서 박 후보에게 대권을 직접 갖다 바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