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자충수' 민주당, 박근혜 살린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04 09: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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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횡재…박근혜만 누워서 떡 먹게 생겼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경선룰 갈등, 과거사, 공천헌금 등으로 잔뜩 움츠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활짝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반면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부으며 기세등등하던 민주통합당은 각종 악재로 바짝 엎드렸다. 이대로라면 지난 2007대선의 악몽이 재현될 판이다. 불과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양당의 전세가 단숨에 역전된 사연은 무엇일까?

“민주 경선 망했다!” “박근혜에 정권 바쳐라!” “이장 선거만도 못하다!”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두 번째 경선 현장투표가 진행된 울산 종하체육관은 '비문재인(비문)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이 난무했고 일부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막장 경선
물 건너간 흥행

전날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 경선 모바일투표 문제로 파행이 빚어져 비문 후보들이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울산 대의원 현장투표가 강행되자 벌어진 소동이었다. 이후 경선불참까지 거론하던 비문 후보들이 속속 경선에 복귀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민주당이 대선 정국에서 반전의 카드로 기대했던 순회경선의 흥행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당내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 민주당 지지자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대해 '박근혜 추대식'이라며 비판을 쏟아내던 민주당이 이런 '막장 경선'을 연출할지는 몰랐다"며 "정말 실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의 악재는 이게 다가 아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날 민주당 공천헌금 수사착수 뉴스가 터져 나왔다. '친노무현(친노)' 계열의 인터넷 방송인 <라디오 21>의 양경숙 편성제작총괄본부장이 지난 4·11 총선 때 민주당의 공천을 희망하는 인사들로부터 약 40여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금액만 놓고 따진다면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태의 열배가 넘는다.

양 본부장은 총선 전후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3000통이 넘는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은 수상한 정황까지 밝혀졌다. 민주당은 돈을 낸 사람 모두가 비례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수천만원이 친노 진영의 일부 인사에게 송금되었다는 의혹도 있다. 일단 검찰의 칼끝은 박 원내대표는 물론 당내 친노 인사들까지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4·11 총선 이후 민주당내 최대 계파는 '친노'다. 이번 사건에 친노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민주당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 역시 대표적 친노인 문재인 후보다.

경선 파행에 공천헌금까지 덮쳐 점입가경
'대권 코앞' 민주 잇단 악재에 신난 새누리

정치권에선 연이어 터진 민주당의 대형악재를 놓고 "궁지에 몰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누워서 대권을 떠먹게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경선 흥행참패와 공천헌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하고 있던 박 후보로서는 민주당의 이번 '자살골'이 무척이나 고마울 수밖에 없다.

또 위와 같은 문제로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총공세를 펼쳤던 민주당이었던 만큼 더 큰 역풍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민주당의 '악재'이자 박 후보의 '호재'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파기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박 후보로서는 대선정국을 앞두고 통진당이 혁신에 성공해 야권연대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해왔었다. 불과 일주일 사이 박 후보의 고민거리들이 모두 해결된 것이다. 이로써 선거판세는 박 후보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일 갈등과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3' 상향 등의 정부 호재는 보너스다.

신난 박근혜
정부 호재까지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이처럼 대선정국의 기선을 잡게 된 이유는 유독 민주당의 돌발악재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민주당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남으로써 박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갈등해결 능력이다. 일례로 이번 대선경선과정에서 새누리와 민주 양당 모두 갈등을 겪었지만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경선룰에 불만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재오·정몽준 의원은 경선불참을 선택했다. 이들은 이후 진행된 경선에 지지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훼방을 놓지는 않았다.

반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경선 중간에 불참을 선언했다. 모바일투표방식은 민주당 후보들이 경선 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후보 본인들이 사전에 합의한 만큼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대선주자 본인들이 져야하는 게 맞다. 그러나 민주당 비문 3인방은 당 지도부와 문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데만 열을 올렸다.

정해진 규칙과 룰에 의해 결론이 났을 때 그 결론에 불만이 있더라도 조직원 모두가 따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질서다. 질서가 없는 정당에서는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고 조직력이 없는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번 대선경선 파행은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불통' '독선' 등의 비판을 받았다면 문 후보는 '지도력의 부재'를 드러냈다"며 "이번 민주당경선사태를 계기로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가 보여준 '불통'이 오히려 뛰어난 리더십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불통'
문재인 '무능'

민주당의 두 번째 문제는 이슈 선점의 실패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정책은 없고 반대만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책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이슈선점에 실패한 후 민주당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누리당과의 무리한 정책 차별성을 꾀하다보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에서 추진한 제주해군기지건설, 한미 FTA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서 말 바꾸기 논란까지 겪어야 했다.

이슈선점의 중요성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야권은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선점하면서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구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여겨졌던 강원도와 경상남도 일부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특히 무상급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육감 선거에서는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 호남 전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대선정국에서 '경제 민주화' 이슈를 새누리당에 빼앗긴 것이 가장 뼈 아플 것"이라며 "하루 빨리 민주당이 새로운 이슈를 생산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오지 못한다면 대선승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 "이대로라면 2007년 악몽 재현" 발만 동동
새, '손 안대고 코 푼다'…정부 호재 '보너스'

세 번째 문제는 민주당의 쇄신 노력 부족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당의 위기를 '깜짝 쇄신카드'를 통해 비교적 잘 극복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모금으로 불거진 차떼기당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 당사를 헌납하고 천막 당사로 이주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4·11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돈 봉투사건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등으로 벼랑 끝에 서있던 당을 15년 만의 '당명 개정'이라는 파격적인 쇄신카드로 구해내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돌입한 이후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전태일 재단 방문, 안대희 전 대법관 기용 등으로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가 진정성 논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컨벤션 효과만큼은 분명히 누렸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그동안 마땅한 쇄신카드를 선보이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민주당의 불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며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데 당 지도부만 느긋한 것 같다. 지난 4·11 총선에서 패배한 후 확실한 쇄신카드가 있어야 했지만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패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명실상부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된다.

불임정당 오명
쇄신카드 꺼내라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일각에선 박 후보의 경선승리를 놓고 '상처뿐인 승리'라고 깎아 내렸는데 박 후보는 상처는 입었어도 경선에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선은 다 같이 죽자는 식인 것 같아 걱정 된다"며 "심지어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 껴안기에 나섰는데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김두관 경선 후보가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만으로 '친노 세력'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경선에서 승리한들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현 상황을 즉시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불임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는 18대 대선에서 박 후보에게 대권을 직접 갖다 바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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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