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미나리’ 수입사 판씨네마 백명선 대표 “여우조연상 윤여정, 작품상은 <더파더>가 됐으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수입배급사인 판씨네마의 백명선 대표의 일은 해외영화를 장바구니에 담는 일을 한다. 전 세계 각국의 마켓을 돌며 한국 시장에 내놓을 영화를 찾는다. 때로는 시나리오와 캐스팅 정보만 확인한 채 구매한다.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와 같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영화부터 <노예12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미나리>와 같은 예술성이 있는 영화도 사 온다. 판씨네마의 모든 길은 백 대표로 통한다. 
 

▲ ‘미나리’ 수입사 판씨네마 백명선 대표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고성준 기자

영화의 성공은 기적을 담보로 한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쓰고 감독이 잘 찍고,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 해도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천운’이 따라야 1000만 관객을 넘긴다고 한다. 손익분기점만 넘겨도 성공으로 받아들인다. 손해를 보는 영화가 부지기수며, 개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기적

영화인들은 영화산업이 열매의 단맛을 느끼기까지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누가 봐도 잘 될 것 같은 작품이 힘을 못 내고 쓰러지고, 성공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작품이 의외의 대박을 친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한국 영화도 앞날을 예견할 수 없는데, 타국에서 만든 영화를 국내로 들여오는 영화수입사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다. 시나리오와 캐스팅 정보만 보고 영화를 사와야 하는 긴박한 순간도 있다. 1년 동안 수입하는 10여개의 작품 중 하나만 잘 돼도 성공으로 쳐준다.

영화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 <트와일라잇> 등 대중성을 갖췄거나 <노예 12년> <미나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핵소고지> <청춘의 증언> 등 예술성이 분명한 작품을 수입한 판씨네마는 국내 영화계에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갖춘 수입사로 꼽힌다. 


“저희가 잡식성이에요. 어디서는 ‘판씨네마는 예술영화’라고 공식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냥 작품성만 봐요. 장르는 따지지 않아요. 저희가 구입하는 영화에는 일관성이 없어요. 퀄리티만 따져요.”

판씨네마의 모든 작품의 구매 선택은 백명선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한다. 먼저 본인이 선택하고 직원들과 상의하는 구조다. 70대가 넘는 지긋한 나이임에도 젊은 사람들보다 더 감각적인 영화를 택한다. 

“영화를 선택하는 게 이삿짐도 아니고 복잡한 게 아니에요. 여러 손이 필요 없어요. 직원들하고 같이 사보고 했는데, 오히려 어중간한 작품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기투표인데, 매번 최고의 작품이 작품상을 받지는 않잖아요. 결정권자가 그 영화에 미쳐서 사야 더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갑질하는 건 아니고, 이게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가 열리면 그 옆에서는 일명 영화 마켓도 열린다. 수많은 나라의 영화 배급사가 자신의 영화를 사달라고 이른바 ‘호객행위’를 한다.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아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하루에 많으면 시나리오 4개를 읽어야 하기도 한다. 한글도 아니고 외국어로 된 시나리오를 주어진 시간 내에 읽고 이해한 뒤 거액을 들이는 판단을 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도 뭐 속속 다 보진 않아요. 다른 회사의 경우 시나리오를 안 보고도 사기도 해요. 배우와 감독, 예산 정도만 확인하고 사기도 하죠. 그래도 저는 시나리오를 최대한 깊게 들여다봐요. 어차피 50:50인데,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키워야죠. 나머지는 운에 맡기고요.”

<미나리> <더파더> 수입, 기념비적인 업적
 “<미나리> 걸작은 맞는데, 고민도 많았다”


올해 판씨네마의 성과는 기념비적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무려 세 작품이나 노미네이트됐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와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한 <더 파더>가 작품상 및 다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튀니지 영화 <피부를 판 남자>가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피부를 판 남자>는 국제영화상 후보 중 수상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전에는 시나리오만 보고 작품을 사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안 사요. 너무 위험성이 커서. 세 영화 모두 미리 작품을 보고 샀어요. 세 작품 모두 정말 좋은 영화예요. 그런 영화를 골랐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죠.”

<미나리>는 독립영화계의 최고 권위를 가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독립영화 중에 최고라는 의미가 있다. 선댄스영화제 수상작은 엄청난 사람들이 영화를 사겠다고 손을 내민다. 
 

▲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워낙 평가가 좋았던 영화인데, 영화를 미리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미나리>를 보고 크게 감동했죠. 그럼에도 고민이 좀 있었어요.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인데, 이민이라는 소재가 약간의 거부감도 있거든요. 영화가 좋다고 수익과 꼭 연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마케팅 업무에 들어가서부터는 이민이라는 단어를 뺐다. 최대한 가족애를 부각했다. 외국에서 만든 한국 영화라 해서 모두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현재 80만명이 넘게 이 영화를 봤다. 코로나19 시국에 놀라운 성과다.

“미국 배급사에서 매일 전화 와요. ‘<1917>보다 잘 됐냐, <작은 아씨들>하고 비교하면 어떠냐’라고 물어봐요. 신이 난 거죠.”

<미나리>는 오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향한다. 무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이다. 배우 윤여정이 속한 여우주연상과 각본 혹은 감독상 정도만 예상했는데, 스티븐 연까지 후보에 올랐다. 

“정말 예상도 못 했죠. 사실 한예리씨도 정말 연기를 잘했는데, 다 올려주긴 그랬는지 억지로 뺀 것 같아요. 정이삭 감독님도 노미네이트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대단하죠. 저는 윤여정씨가 꼭 상을 받았으면 좋겠고, 작품상은 사실 <더 파더>가 받았으면 해요. 그 영화도 정말 좋은 영화거든요.”

그는 스스로 “영화에 미쳤다”고 말한다. 그러지 않고는 도박에 가까운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신기루

“영화가 신기루를 줘요. 다음엔 잘 될 것 같다는 희망이죠. 다른 수입사 대표님들과 경쟁하는 처지이긴 한데, 그래도 저희끼리는 동질감이 있어요. 서로 생존해나가는 게 힘들다는 걸 아니까. 안 그래도 영화계가 지금 너무 힘든데, 다시 햇빛이 뜰 날을 고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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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