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72)‘월 200만원 리뷰’ 알바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15 13:31:43
  • 호수 1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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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재택근무’에 속아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돈을 벌기 위해 리뷰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급여도 받지 못하고 원치 않은 대출을 받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 카카오톡 대화 내용

지난달 초 일자리를 찾던 A씨는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사이트에서 솔깃한 일자리를 발견했다. B사는 ‘매달 200만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간편한 재택근무’를 강조했다.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는 B사의 홍보문구는 A씨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채용 사기

A씨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B사 채용 담당자에게 하는 일에 대해 물었다. 채용 담당자는 물건을 받아 사용 후기를 작성한 뒤 물건을 반납하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A씨와 B사 담당자는 업무 시작 날짜를 조율했다. B사 담당자는 A씨에게 근로 계약서 양식을 카카오톡으로 보낸 뒤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없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개인정보도 함께 제출했다. A씨의 계약 기준은 1년으로, 연봉은 세금 제외 후 2400만원이었다. 표준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근무 장소, 업무 내용, 휴가, 임금 등 상세한 내용이 담겼다. 

계약서를 작성한 A씨는 그 다음주 월요일인 지난 2월8일부터 업무를 받았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에코폰을 사용한 뒤 후기를 작성하면 되는 것이었다. A씨 입장에서는 물건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건이 약속한 날짜에 오지 않았고 B사 담당자는 명절 때문에 배송이 늦는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로 한 날은 2월8일이었지만 일주일이 더 지난 16일이 돼서도 A씨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업무에 관해 묻자 B사 담당자는 “설 연휴(2월11일~14일) 이후에 리뷰어들이 연락을 끊었다. 물품을 회수해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본격적인 업무인 물품 수거는 내일부터 하면 된다”고 답했다. 

솔깃한 공고에 덜컥 계약부터
월급 한푼 못 받고 몰래 대출까지 

다음날인 17일 A씨는 어제 B사 담당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물품을 수거하는 업무가 아닌 리뷰하는 업무로 알았는데, B사 담당자가 “수거 하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B사 담당자는 동명이인과 헷갈렸다는 이유로 해명했다. 이후 A씨는 LG 후불 유심을 퀵서비스로 받아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S21 리뷰를 작성하는 업무를 받았다. B사 담당자는 A씨에게 최저 요금제로 LG대리점에서 개통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사 측에 아무런 의심없이 공인인증서를 제출했다.

이후에도 A씨는 통신사 요금제로 유심 엔텔레콤, 아이폰12 등 사용기를 작성해 후기를 남겼다. 

시간이 흘러 같은 달 22일 A씨는 급여 날짜를 물었다. 급여일이 말일이라고 표기됐있고, 정확한 날짜는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B사 담당자는 2월26일이라고 답했다. 


약속된 날짜에도 급여 이야기는 없었고, 3월2일이 되어서야 B사 담당자는 급여 이야기를 꺼냈다.

A씨가 “신한은행 계좌가 없다”고 하자 B사 담당자는 급여를 받기 위한 신한은행 계좌를 개설을 종용했다. 이후 다른은행 공인인증서를 신한은행에 등록해 달라는 요구도 했다. 
 

▲ 채용공고 화면

신한은행 계좌 개설 후 A씨는 해당 계좌로 300만원, 4만원, 5만원 등 B사로부터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B사 담당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대출 상품인)햇살론 리뷰를 작성하면 된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대출 상품 후기를 작성해야 했다. A씨가 작성한 리뷰 글을 검토한 B사 담당자는 광고처럼 보이는 문구를 수정해달라고 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인해’로 시작하는 문장을, ‘저는 자영업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코로나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등으로 수정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A씨는 B사 담당자로부터 신한카드 대출, 햇살론 등 리뷰 양식을 보내며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은행 계좌 개설 종용
확인하니 햇살론 진행

A씨는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확인해보니 A씨 이름으로 거액의 대출이 진행된 것이었다. 대출된 금액이 신한은행 300만원, 신한카드 400만원, 하나카드 350만원 등이었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약 200만원 상당의 갤럭시 폴드2 KT 통신사를 통해 월 8만8000원의 금액으로 개통되기도 했다. 

3월3월이 되어서도 A씨의 급여는 지급되지 않았다. 뜬금없이 전북은행 계좌가 개설되는 등 A씨 입장에서는 너무나 황당한 일이 계속 발생했다. 

결국 A씨는 B사 담당자에게 전화로 항의했다. A씨는 대출이 된 상황에 대해 물었지만 B사 담당자는 “걱정하지 말라” “(A씨가)피해 가는 게 없으니 금방 처리된다”는 등의 말로 A씨를 안심시켰다.

B사 담당자는 거듭 사과하면서도 추가적으로 들어온 금액 5만원에 대해서 “심려 끼친 부분 정말 죄송하다. 이 금액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사용하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A씨가 “오늘 중에는 대출 상환이 되느냐”라고 묻는 말에도 B사 담당자는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B사 담당자는 연락이 끊겼고 급여 처리 역시 되지 않았다. A씨는 경찰서에 신고한 뒤 조사에 응했고 신한카드, 하나카드, 금감원 등에 민원을 접수했다.

A씨는 금감원에 “범죄에 말려들어 대출이 진행됐다. 은행에 전화해서 물어봐도 ’취업 사기니까 보상이 힘들고 경찰서나 가보라‘는 식의 태도였다. 은행 내 허술한 시스템 대신 피해자인 저에게 책임 전가를 시도하려는 점이 보였다. 신분증과 도용한 알뜰폰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회사 측은 “3월2일 집행된 대출에서 6가지 본인 확인을 거쳤다. 공인인증서, 본인 명의 휴대폰, 주민등록증, 본인 명의 계좌 검증, 유선상 본인확인,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경찰에 사건 접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고객님의 정보가 제공돼 아무리 확인 및 인증 절차를 강화해도 보이싱피싱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본인이 신청한 정상적인 대출신청 건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묵묵부답

A씨는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고, 하나카드로부터 ‘14일 이내에 답변을 주겠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금융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B사는 현재 알바 구인 사이트에 구인 모집 공고글을 내린 상태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B사 측의 대답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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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