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팬들과 하나 된 안일권의 세계

“내 능력 놓치지 마라, 방송국 놈들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인 안일권을 두고 흔히들 ‘개웃개’라고 한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 본뜻이다. 누구나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유머가 아닌, 개그 영역에서 감이 뛰어난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인 셈이다. 2018년 개인 유튜브 채널 ‘일권아 놀자’를 개설한 이후 ‘안일건달’ 캐릭터로 확 떴다. 이후 유튜브와 방송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최근 MC의 영역까지 넘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안일권을 만났다. 
 

▲ 최근 부캐릭터 안일건달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개그맨 안일권 ⓒ박성원 기자

MBC <라디오스타>의 MC였던 윤종신은 가장 기억나는 게스트 중 한 명으로 안일권을 꼽았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이미 연기력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받은 안일권. 이야기를 푸는 재주도 뛰어나며, 순간 기지를 발휘하는 애드리브 유머를 구사하는 데도 탁월한 점이 수많은 게스트를 초대해본 윤종신에게도 특별하게 보였던 것 아닐까.

이야기를 
푸는 재주

사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쉽게 되지 않는 허언성 애드리브를 남발하는데, 연기력이 뛰어나 거짓이 느껴짐에도 속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아울러 소나 고양이, 말처럼 남들은 따라 하지 않는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당일 방송 중에서 화제를 모았던 건 배우 마동석과 싸웠다는 일화다. 가볍게 허리를 두 대 때리고 승부가 마무리됐다는 이 이야기는 누가 봐도 조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유튜브 채널에 모인 댓글러들은 자신이 목격자라며 목격담을 내놓는다.

샌프란시스코, LA, 호주 등 에피소드도 각양각색이다. 안일권이 방송에서 한 이야기는 목격자들을 통해 실화로 번진다. 안일권의 유튜브 채널 ‘일권아 놀자’에만 있는 특색이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라 그런지, 그의 팬들도 개그맨 수준의 센스를 자랑한다. 허를 찌르는 댓글이 ‘일권아 놀자’에 무수히 달린다. 줄리엔 강과의 스파링 영상에서는 안일권이 진짜로 맞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댓글란에는 ‘줄리엔 강 주먹을 배랑 얼굴로 다 막았다’, ‘저러다 줄리엔 강 주먹 크게 다치겠는데?’ 등의 글이 달린다. 

안일권의 정강이를 강하게 찬 유튜버 소녀주먹은 ‘안일권의 정강이를 차고 깁스를 했습니다’라는 글을 달며, 안일권의 위상을 높이 세운다. 그러면 댓글러들은 ‘여자한텐 한없이 약한 생물’ ‘자라나는 새싹의 꿈에 희망을 주는 안일권’ 등의 글로 마음을 모은다. 

‘일권아 놀자’의 세계에서는 안일권이 신이고 교주다. 안일권이 한 말은 모든 게 사실이 된다. 김창열이나 김종국에게 끌려가는 영상에는 ‘일권이 형님 또 약한 척 한다’는 글들이 달리며, 그의 배려심이 부각된다. 팬들의 센스가 이 세계를 채운다. 

유튜브 ‘일권아 놀자’ 제2의 전성기
연기부터 애드리브, MC 능력도 탁월

이른바 ‘복 받은 개그맨’으로,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 안일권을 직접 만났다. 전설의 협객이자, 국내 최고의 싸움꾼이지만 절대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삼강오륜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가 인터뷰 내내 전달됐다. 팬들로부터 우상화되고 있는 그의 마음 속에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했다.

“구독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한 게, 구독자분들이 저를 키워주셔서 예능 프로그램 고정도 하게 됐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예전만큼 영상을 못 올리고 있어요. MBC <복면가왕>을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일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영상 올릴 시간이 부족해요. 최근에는 JTBC 유튜브 채널 ‘룰루랄라’에 (김)준호 형이 추천해주셔서 들어가게 됐어요. 준호 형이 만날 때마다 저 웃기다고 해주셨거든요. 부족한 거 아는데도 그렇게 매번 칭찬해주셔서 감사하죠.”

한동안 ‘안일건달’로 인기를 끈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는 게 사실이다. ‘남자의 착각’ ‘조작 몰카 방송’ 등을 소재로 본질을 꿰뚫는 강의를 하는 콘텐츠나, 무도인인 안일권이 직접 창시한 ‘안일권도’, ‘사기꾼과의 대화’ 등 여러 콘텐츠가 올라왔으나, 초반부 화제를 모은 안일건달 시리즈에 비해서는 화제성이 덜했다.
 

▲ 개그맨 안일권 ⓒ박성원 기자

그런 가운데 최근 후배 개그맨들을 섭외해 근황을 들어보는 ‘안일쇼’와 추억이 많은 동료 개그맨과의 애드리브로만으로 몰래카메라를 찍은 ‘아이콘택트’를 만들었다.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안일건달’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 포맷으로 보인다.  

조윤호와의 연기 맞대결 뿐 아니라 미키광수와의 폭로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하며 성대모사를 하는 포맷의 채널을 유지 중인 KBS 공채 출신 조충현 등이 그의 방송에 나왔다. 대화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순간적인 애드리브가 큰 웃음을 터뜨린다. 게스트를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아직 본 적 없는 MC의 자질이 드러난다. 

“조윤호 형하고 우연히 시작하게 됐어요. 윤호 형도 유튜브를 시작했거든요. 그 형이 하는 채널에서 영상통화를 한 번 하자고 하길래, 도와줬어요. 그래서 저도 형에게 나와달라고 했어요. 전화를 그냥 끊었는데, 채널A <아이콘택트>가 딱 생각나더라고요. 시청자를 속여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MC
성공적

조윤호와의 영상은 몰래카메라 같기도 하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진지하게 다툼을 벌이는데, 자세히 봐야지만 가짜인 게 드러나는 영상이다. 워낙 사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할 뿐 아니라 인물들의 연기력이 탁월해, 일반적인 유튜브 몰래카메라와는 결이 다르다. 

조충현과 후배 윤한민과 함께 한 ‘안일쇼’도 현실과 가상을 오간다. 마치 미국 토크쇼 같은 ‘안일쇼’에서 그는 후배들의 마음을 알아봐 줄 뿐 아니라 이들의 매력도 뽑아내는 재능을 드러낸다. 

“자유로운 토크쇼를 하고 싶었어요. 이 시기에 이런 걸 한 이유가 있어요. 사람들이 <개그콘서트> 욕은 하는데, 그리워하고 있더라고요. <개그콘서트>가 일요일의 마무리였던 그 시기가 그립나 봐요. 그래서 동료들이 나오는 방송에 반응이 뜨거워요.”

연기에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안일권은 제작 아이디어뿐 아니라 MC 분야까지도 섭렵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센스가 넘치는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이끌 뿐 아니라, 이야기가 물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 매끄럽다.

“제가 한마디 좀 하겠습니다. ‘나의 진행 능력을 빨리 보지 않으면 인재를 놓치는 거다, 이 방송국 놈들아.’ 제가 연기 말고도 무기가 많아요. 저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저는 다 잘해요. 자신이 있어요. 특히 MC는 웃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하면 안 돼요. 게스트를 띄워주면서 적절하게 자신의 개그를 넣는 사람들이 해야 해요. 대표적으로 신동엽 선배님이죠. 정말 매끄럽게 하잖아요. 게스트도 잘 챙기면서요. 반대인 경우도 있죠. 한 번은 제가 다른 방송에 나갔는데, MC가 저를 무시하더라고요. 그때 많이 배웠어요.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걸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토크쇼를 만들어봤죠.”

최근의 토크쇼를 비롯해 한동안 재미를 본 ‘안일건달’도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김종국, 김창열, 강호동, 마이크 타이슨, 안젤리나 졸리 등이 등장하는 그의 과거 이야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실재와 허구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안일권의 개인기와 노우진의 진행만으로 실감 나는 유머가 탄생한다. 

“애초 방송을 할 때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하자’고 콘셉트를 잡은 건 아니었어요. 찍다 보니까 그런 형태가 된 거예요. 노우진이 큰 몫을 했죠. 그 방송들은 사실 주제만 제가 던졌어요. ‘오늘은 창열이형이랑 싸운 얘기할게’라는 정도로 얘기를 해요. 나머지는 다 애드리브예요. 서로 얘기를 하면서 막 웃는단 말이에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는데, 이게 다 예상 밖이니까 서로 웃음이 터지는 거예요. 중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3학년을 때렸다는 얘기도 그냥 만나서 놀다가 ‘하나만 찍고 갈까’하다가 만든 거예요.”

희안하게
보게 되네∼


애드리브로 시작한 이야기는 목격자들을 통해 완성된다. 안젤리나 졸리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안일권을 24시간 기다렸다는 썰이나, 고등학생 10여명과 싸워 이긴 전설적인 지역이 배차구 레피동 출신이라는 썰, 북한에 다녀온 HID 출신 썰 등에는 늘 목격자가 생겨난다. 배차구 레피동은 행정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음에도, 그 지역 출신들이 나온다. 

“저는 제 팬들이 동료이자 팀원이라고 생각해요. 제 개그를 알아주는 진짜 팬들인 거죠. 안일권도 카페도 있어요. 거기서도 소통을 많이 하죠. 그런데 가끔 보면 부정적인 분들도 있어요. 제 개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욕하는 분들이요. 그런 분들의 댓글은 지우기도 해요. 부정적인 댓글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안일권의 세계를 즐기는 분들로부터 댓글을 단 분이 욕을 먹기도 하거든요. 실생활에도 많이 있잖아요. 말귀 못 알아듣고 화만 내는 사람이요. 그런 경우면 차라리 댓글을 지우는 게 서로 좋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 개그맨 안일권 ⓒ박성원 기자

가끔 이상한 팬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다른 방송인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대부분 안일권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웬만한 개그맨 이상의 감각으로 안일권을 찬양한다. 팬들로 인해 새로운 웃음이 창조된다. 이러한 시너지는 안일권의 전유물로 보인다. 

“제가 <개그콘서트> 시절에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어요. 그때는 <개그콘서트> 게시판을 봤는데 ‘안일권은 아스트랄한 연기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글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과대평가일 수도 있는데, 제 의도를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더라고요. 저를 알아주는 게 얼마나 좋아요. 개그는 설명이 아니라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거거든요. 연기도 과장하는 게 아니라 절제된 모습에서 포인트를 딱 짚어주는 거죠.”

“배우분들 오열한다고 다 감동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제 개그의 대부분이 풍자인데, 제 팬들은 제 개그를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조회 수가 안 나와도 저만의 개그 방식을 유지하려고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사실 제 개그가 인기가 있었던 건 제 이야기를 정말 잘 받아준 우진이가 있어서예요. 우진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는 영상은 만들 수 없었을 거예요.”

꾸준한 성장세에 있던 ‘일권아 놀자’가 다소간 흔들린 배경은 동료였던 노우진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방송에서 하차한 데 있다. 최고의 파트너를 잃은 안일권은 혼자서 여러 가지 방송을 해봤지만, 노우진과의 ‘티키타카 대화’만큼 재미를 주진 못한다. 


“센스만점 팬들은 동료이자 최고의 파트너”
“아스트랄한 개그 방식, 변치 않고 가겠다”

그런 중에 지난 6일 안일권은 노우진을 불러 사과방송을 진행했다. 음주운전 방송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것. 사실 안일권에게도 위험성이 큰 방송이었다. 

“다행히도 제 진심을 알아봐 준 팬들이 많이 있었어요. 제가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그 영상을 올렸다는 점에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멋있어 보이려고 그 영상을 올린 건 아닙니다. 우진이를 용서해달라고 올린 것도 아니에요. 복귀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얘가 자기가 잘못한 점에 있어서 사과를 하고 싶은데, 할 곳이 없어서예요. 이미 없어진 본인 채널에서 하기도 뭐하고요. 그래서 우진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던 제 채널에서 올린 거죠. 사실 걱정이 많아서 바로 올리진 못했어요.”

음주운전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냉혹하다. ‘잠재적 살인’으로 바라보면서, 다시는 방송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강한 비난을 남긴다. 방송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후 방송에 나오더라도 음주운전에 대한 꼬리표가 붙는다. 
 

▲ 안일권 유튜브 ⓒ유튜브

안일권의 호감 있는 이미지 덕분일까. 노우진을 향한 댓글의 수위는 비교적 완만하다. ‘다시는 그런 행동하지 말라’는 쓴소리가 대부분이다. 모욕적인 댓글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긴 해요. 근데 우진이를 보니까 또 웃기고 싶어져서 혼났어요. 그래서 ‘범죄자 같이 생겼다’고 한 거예요. 아직 우진이랑 방송할 생각은 없어요. 그저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서 한 거예요. 시간이 더 지난 뒤에 대중의 분이 풀리시면 다시 할 수도 있겠죠. 그때가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개그맨이 돼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다. 감이 떨어질 법한 40대임에도, 자기 스타일이 분명한 색감의 개그를 구사한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꽤 안정적인 구독자 수를 만들었다. 미래의 안일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고 물어봤다. 

순리대로
즐기면서

“예전에는 야망이 컸어요. 질투도 많았고요. 주변 사람 중에 누가 잘되면 ‘나는 왜 최고가 되지 못할까’라고 생각했어요. 부족한 무언가가 있어서겠죠. 예전에는 좌절도 했는데, 이제는 그저 감사하게 생각해요. 욕심부리지 않고, 제가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복싱에서도 힘을 빼야 오랫동안 싸우거든요. 잘되든 안 되든 여유가 있게 순리대로 가려고 합니다. 연기하고 싶으면, 희극배우가 될 수도 있고요, 아니면 다른 걸 할 수도 있겠죠. 최선을 다하면서 즐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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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