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팬들과 하나 된 안일권의 세계

“내 능력 놓치지 마라, 방송국 놈들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예능인 안일권을 두고 흔히들 ‘개웃개’라고 한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 본뜻이다. 누구나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유머가 아닌, 개그 영역에서 감이 뛰어난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인 셈이다. 2018년 개인 유튜브 채널 ‘일권아 놀자’를 개설한 이후 ‘안일건달’ 캐릭터로 확 떴다. 이후 유튜브와 방송 예능에서 활약 중이다. 최근 MC의 영역까지 넘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안일권을 만났다. 
 

▲ 최근 부캐릭터 안일건달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개그맨 안일권 ⓒ박성원 기자

MBC <라디오스타>의 MC였던 윤종신은 가장 기억나는 게스트 중 한 명으로 안일권을 꼽았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이미 연기력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받은 안일권. 이야기를 푸는 재주도 뛰어나며, 순간 기지를 발휘하는 애드리브 유머를 구사하는 데도 탁월한 점이 수많은 게스트를 초대해본 윤종신에게도 특별하게 보였던 것 아닐까.

이야기를 
푸는 재주

사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쉽게 되지 않는 허언성 애드리브를 남발하는데, 연기력이 뛰어나 거짓이 느껴짐에도 속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아울러 소나 고양이, 말처럼 남들은 따라 하지 않는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당일 방송 중에서 화제를 모았던 건 배우 마동석과 싸웠다는 일화다. 가볍게 허리를 두 대 때리고 승부가 마무리됐다는 이 이야기는 누가 봐도 조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유튜브 채널에 모인 댓글러들은 자신이 목격자라며 목격담을 내놓는다.

샌프란시스코, LA, 호주 등 에피소드도 각양각색이다. 안일권이 방송에서 한 이야기는 목격자들을 통해 실화로 번진다. 안일권의 유튜브 채널 ‘일권아 놀자’에만 있는 특색이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라 그런지, 그의 팬들도 개그맨 수준의 센스를 자랑한다. 허를 찌르는 댓글이 ‘일권아 놀자’에 무수히 달린다. 줄리엔 강과의 스파링 영상에서는 안일권이 진짜로 맞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댓글란에는 ‘줄리엔 강 주먹을 배랑 얼굴로 다 막았다’, ‘저러다 줄리엔 강 주먹 크게 다치겠는데?’ 등의 글이 달린다. 

안일권의 정강이를 강하게 찬 유튜버 소녀주먹은 ‘안일권의 정강이를 차고 깁스를 했습니다’라는 글을 달며, 안일권의 위상을 높이 세운다. 그러면 댓글러들은 ‘여자한텐 한없이 약한 생물’ ‘자라나는 새싹의 꿈에 희망을 주는 안일권’ 등의 글로 마음을 모은다. 

‘일권아 놀자’의 세계에서는 안일권이 신이고 교주다. 안일권이 한 말은 모든 게 사실이 된다. 김창열이나 김종국에게 끌려가는 영상에는 ‘일권이 형님 또 약한 척 한다’는 글들이 달리며, 그의 배려심이 부각된다. 팬들의 센스가 이 세계를 채운다. 

유튜브 ‘일권아 놀자’ 제2의 전성기
연기부터 애드리브, MC 능력도 탁월

이른바 ‘복 받은 개그맨’으로,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는 안일권을 직접 만났다. 전설의 협객이자, 국내 최고의 싸움꾼이지만 절대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삼강오륜을 중시하는 그의 태도가 인터뷰 내내 전달됐다. 팬들로부터 우상화되고 있는 그의 마음 속에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했다.

“구독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한 게, 구독자분들이 저를 키워주셔서 예능 프로그램 고정도 하게 됐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예전만큼 영상을 못 올리고 있어요. MBC <복면가왕>을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일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영상 올릴 시간이 부족해요. 최근에는 JTBC 유튜브 채널 ‘룰루랄라’에 (김)준호 형이 추천해주셔서 들어가게 됐어요. 준호 형이 만날 때마다 저 웃기다고 해주셨거든요. 부족한 거 아는데도 그렇게 매번 칭찬해주셔서 감사하죠.”

한동안 ‘안일건달’로 인기를 끈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는 게 사실이다. ‘남자의 착각’ ‘조작 몰카 방송’ 등을 소재로 본질을 꿰뚫는 강의를 하는 콘텐츠나, 무도인인 안일권이 직접 창시한 ‘안일권도’, ‘사기꾼과의 대화’ 등 여러 콘텐츠가 올라왔으나, 초반부 화제를 모은 안일건달 시리즈에 비해서는 화제성이 덜했다.
 

▲ 개그맨 안일권 ⓒ박성원 기자

그런 가운데 최근 후배 개그맨들을 섭외해 근황을 들어보는 ‘안일쇼’와 추억이 많은 동료 개그맨과의 애드리브로만으로 몰래카메라를 찍은 ‘아이콘택트’를 만들었다.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안일건달’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 포맷으로 보인다.  

조윤호와의 연기 맞대결 뿐 아니라 미키광수와의 폭로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하며 성대모사를 하는 포맷의 채널을 유지 중인 KBS 공채 출신 조충현 등이 그의 방송에 나왔다. 대화는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순간적인 애드리브가 큰 웃음을 터뜨린다. 게스트를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아직 본 적 없는 MC의 자질이 드러난다. 

“조윤호 형하고 우연히 시작하게 됐어요. 윤호 형도 유튜브를 시작했거든요. 그 형이 하는 채널에서 영상통화를 한 번 하자고 하길래, 도와줬어요. 그래서 저도 형에게 나와달라고 했어요. 전화를 그냥 끊었는데, 채널A <아이콘택트>가 딱 생각나더라고요. 시청자를 속여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MC
성공적

조윤호와의 영상은 몰래카메라 같기도 하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진지하게 다툼을 벌이는데, 자세히 봐야지만 가짜인 게 드러나는 영상이다. 워낙 사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할 뿐 아니라 인물들의 연기력이 탁월해, 일반적인 유튜브 몰래카메라와는 결이 다르다. 

조충현과 후배 윤한민과 함께 한 ‘안일쇼’도 현실과 가상을 오간다. 마치 미국 토크쇼 같은 ‘안일쇼’에서 그는 후배들의 마음을 알아봐 줄 뿐 아니라 이들의 매력도 뽑아내는 재능을 드러낸다. 

“자유로운 토크쇼를 하고 싶었어요. 이 시기에 이런 걸 한 이유가 있어요. 사람들이 <개그콘서트> 욕은 하는데, 그리워하고 있더라고요. <개그콘서트>가 일요일의 마무리였던 그 시기가 그립나 봐요. 그래서 동료들이 나오는 방송에 반응이 뜨거워요.”

연기에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안일권은 제작 아이디어뿐 아니라 MC 분야까지도 섭렵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센스가 넘치는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이끌 뿐 아니라, 이야기가 물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 매끄럽다.

“제가 한마디 좀 하겠습니다. ‘나의 진행 능력을 빨리 보지 않으면 인재를 놓치는 거다, 이 방송국 놈들아.’ 제가 연기 말고도 무기가 많아요. 저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저는 다 잘해요. 자신이 있어요. 특히 MC는 웃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하면 안 돼요. 게스트를 띄워주면서 적절하게 자신의 개그를 넣는 사람들이 해야 해요. 대표적으로 신동엽 선배님이죠. 정말 매끄럽게 하잖아요. 게스트도 잘 챙기면서요. 반대인 경우도 있죠. 한 번은 제가 다른 방송에 나갔는데, MC가 저를 무시하더라고요. 그때 많이 배웠어요.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걸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토크쇼를 만들어봤죠.”

최근의 토크쇼를 비롯해 한동안 재미를 본 ‘안일건달’도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김종국, 김창열, 강호동, 마이크 타이슨, 안젤리나 졸리 등이 등장하는 그의 과거 이야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실재와 허구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안일권의 개인기와 노우진의 진행만으로 실감 나는 유머가 탄생한다. 

“애초 방송을 할 때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하자’고 콘셉트를 잡은 건 아니었어요. 찍다 보니까 그런 형태가 된 거예요. 노우진이 큰 몫을 했죠. 그 방송들은 사실 주제만 제가 던졌어요. ‘오늘은 창열이형이랑 싸운 얘기할게’라는 정도로 얘기를 해요. 나머지는 다 애드리브예요. 서로 얘기를 하면서 막 웃는단 말이에요.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는데, 이게 다 예상 밖이니까 서로 웃음이 터지는 거예요. 중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3학년을 때렸다는 얘기도 그냥 만나서 놀다가 ‘하나만 찍고 갈까’하다가 만든 거예요.”

희안하게
보게 되네∼

애드리브로 시작한 이야기는 목격자들을 통해 완성된다. 안젤리나 졸리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안일권을 24시간 기다렸다는 썰이나, 고등학생 10여명과 싸워 이긴 전설적인 지역이 배차구 레피동 출신이라는 썰, 북한에 다녀온 HID 출신 썰 등에는 늘 목격자가 생겨난다. 배차구 레피동은 행정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음에도, 그 지역 출신들이 나온다. 

“저는 제 팬들이 동료이자 팀원이라고 생각해요. 제 개그를 알아주는 진짜 팬들인 거죠. 안일권도 카페도 있어요. 거기서도 소통을 많이 하죠. 그런데 가끔 보면 부정적인 분들도 있어요. 제 개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욕하는 분들이요. 그런 분들의 댓글은 지우기도 해요. 부정적인 댓글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안일권의 세계를 즐기는 분들로부터 댓글을 단 분이 욕을 먹기도 하거든요. 실생활에도 많이 있잖아요. 말귀 못 알아듣고 화만 내는 사람이요. 그런 경우면 차라리 댓글을 지우는 게 서로 좋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 개그맨 안일권 ⓒ박성원 기자

가끔 이상한 팬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다른 방송인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대부분 안일권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웬만한 개그맨 이상의 감각으로 안일권을 찬양한다. 팬들로 인해 새로운 웃음이 창조된다. 이러한 시너지는 안일권의 전유물로 보인다. 

“제가 <개그콘서트> 시절에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어요. 그때는 <개그콘서트> 게시판을 봤는데 ‘안일권은 아스트랄한 연기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글을 보고 정말 기뻤어요. 과대평가일 수도 있는데, 제 의도를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더라고요. 저를 알아주는 게 얼마나 좋아요. 개그는 설명이 아니라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거거든요. 연기도 과장하는 게 아니라 절제된 모습에서 포인트를 딱 짚어주는 거죠.”

“배우분들 오열한다고 다 감동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제 개그의 대부분이 풍자인데, 제 팬들은 제 개그를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요. 조회 수가 안 나와도 저만의 개그 방식을 유지하려고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사실 제 개그가 인기가 있었던 건 제 이야기를 정말 잘 받아준 우진이가 있어서예요. 우진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화제가 되는 영상은 만들 수 없었을 거예요.”

꾸준한 성장세에 있던 ‘일권아 놀자’가 다소간 흔들린 배경은 동료였던 노우진이 음주운전으로 인해 방송에서 하차한 데 있다. 최고의 파트너를 잃은 안일권은 혼자서 여러 가지 방송을 해봤지만, 노우진과의 ‘티키타카 대화’만큼 재미를 주진 못한다. 

“센스만점 팬들은 동료이자 최고의 파트너”
“아스트랄한 개그 방식, 변치 않고 가겠다”

그런 중에 지난 6일 안일권은 노우진을 불러 사과방송을 진행했다. 음주운전 방송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것. 사실 안일권에게도 위험성이 큰 방송이었다. 

“다행히도 제 진심을 알아봐 준 팬들이 많이 있었어요. 제가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그 영상을 올렸다는 점에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멋있어 보이려고 그 영상을 올린 건 아닙니다. 우진이를 용서해달라고 올린 것도 아니에요. 복귀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얘가 자기가 잘못한 점에 있어서 사과를 하고 싶은데, 할 곳이 없어서예요. 이미 없어진 본인 채널에서 하기도 뭐하고요. 그래서 우진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던 제 채널에서 올린 거죠. 사실 걱정이 많아서 바로 올리진 못했어요.”

음주운전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냉혹하다. ‘잠재적 살인’으로 바라보면서, 다시는 방송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강한 비난을 남긴다. 방송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후 방송에 나오더라도 음주운전에 대한 꼬리표가 붙는다. 
 

▲ 안일권 유튜브 ⓒ유튜브

안일권의 호감 있는 이미지 덕분일까. 노우진을 향한 댓글의 수위는 비교적 완만하다. ‘다시는 그런 행동하지 말라’는 쓴소리가 대부분이다. 모욕적인 댓글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긴 해요. 근데 우진이를 보니까 또 웃기고 싶어져서 혼났어요. 그래서 ‘범죄자 같이 생겼다’고 한 거예요. 아직 우진이랑 방송할 생각은 없어요. 그저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서 한 거예요. 시간이 더 지난 뒤에 대중의 분이 풀리시면 다시 할 수도 있겠죠. 그때가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개그맨이 돼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다. 감이 떨어질 법한 40대임에도, 자기 스타일이 분명한 색감의 개그를 구사한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꽤 안정적인 구독자 수를 만들었다. 미래의 안일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고 물어봤다. 

순리대로
즐기면서

“예전에는 야망이 컸어요. 질투도 많았고요. 주변 사람 중에 누가 잘되면 ‘나는 왜 최고가 되지 못할까’라고 생각했어요. 부족한 무언가가 있어서겠죠. 예전에는 좌절도 했는데, 이제는 그저 감사하게 생각해요. 욕심부리지 않고, 제가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복싱에서도 힘을 빼야 오랫동안 싸우거든요. 잘되든 안 되든 여유가 있게 순리대로 가려고 합니다. 연기하고 싶으면, 희극배우가 될 수도 있고요, 아니면 다른 걸 할 수도 있겠죠. 최선을 다하면서 즐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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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방시혁 ‘밀월설’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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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