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코스' 디자인이 세계

여성 나체가 모티브?

골퍼들은 골프장을 찾을 때마다 녹색으로 깔린 잔디와 다양한 지형물, 코스의 언듈레이션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골프에 빠진 골퍼들은 ‘골프’라는 스포츠에 앞서 골프장의 이런 매력에 먼저 사로잡히곤 한다.
 

150야드 전후의 파3 홀부터 400야드를 넘나드는 파5 홀까지 총 18개 홀이 펼쳐져 있는 골프장은 각 홀마다 각기 다른 특색과 지형적인 차이로 인해 골퍼들을 혼란스럽게도 하지만 그 또한 골프의 매력임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골프장을 탄생케 한 설계자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또 다른 매력

흔히 골프코스 설계자를 방어자에 비유하곤 한다. 코스를 정복하려는 골퍼의 공격력에 쉽게 정복된다면 결코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코스 설계자들은 골프 난도를 높이기 위해 가끔은 홀을 숨기는 등 미로처럼 복잡하게 코스를 구성한다. 한국의 산악지형 위주의 골프장들은 홀을 꺾거나 감추기에 유리하다. 가끔은 먼 산이나 하늘을 향해 샷을 날려야할 때도 있다.

골프코스 설계가인 송호 대표는 “골프코스를 너무 어렵게만 만든다고 해서 골퍼들이 흥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쉬워 보이지만 경기를 진행할수록 어려워지는 코스, 즉 곳곳에 설계자의 함정들이 뿌려진 코스가 더욱 골퍼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골프장 면적이 적은 경우 샷 거리가 짧아 경기가 쉬워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그린 주변에 무수히 많은 벙커들을 배치한 적이 있다. 이런 골프장을 경험한 골퍼들은 “내가 잔디에서 골프를 쳤는지, 해변가에서 쳤는지 헷갈린다”라며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홀마다 각양각색
코스 설계자는 방어자

이 같은 설계가의 의도는 골퍼들을 화나게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랜딩 포인트의 폭을 좁히거나, 코스 주변에 벙커를 배치하기도 한다. 그린 지역을 높이거나 언덕 아래에 배치하는 등 좌우 도그렉과 함께 상하 높이를 극대화해 비하인드 홀로 재탄생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홀에 너무 많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경기 진행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경기 진행이 느려지면 팀을 많이 받을 수 없기에 골프장 측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골프장 운영자는 골프 설계자와 이런 문제로 인해 마찰을 빚곤 한다.

심지어 건설이 끝난 골프장에서 시범라운드 중에 있던 벙커가 본 영업일에는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문제점들도 감안해야 하는 것 또한 골프코스 설계자들의 몫이다.

국내 유명 골프코스를 설계했던 건축가 출신의 A씨는 “코스설계에 있어 디자이너의 의견이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도 만족해야 하고,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도 만족해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첫 설계자의 의도에서 수십 차례 설계가 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선수 시절 경험 반영
숨은 의도 파악 중요


A씨가 코스를 설계하는 방법은 아주 독특했다. 설계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A씨는 여성의 나체를 통해 코스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누운 여성의 인중(코와 윗입술 사이)을 티잉그라운드로 여기고 몸의 곡선대로 코스를 이어간다는 이야기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 출신의 설계가들은 자신의 선수 시절 경험을 설계에 반영하곤 한다. 덕분에 조금은 거친 느낌을 주는 남성 친화적인 코스가 많다. 

이런 이유로 여성 친화적인 코스가 많지 않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바로 여성의 나체다. 코스 설계자들의 창의력은 제각기 다른 곳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에게 평가받게 되는데, 가끔은 명문 골프장임을 홍보하며 외국의 유명 골프 설계자가 디자인한 코스임을 강조하는 광고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주로 평지의 링크스 코스가 많은 외국과는 다른, 한국형 산악지형에 적합한 코스를 설계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한국 골퍼의 유형까지도 파악하고 디자인에 반영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창의력 발현

어떤 코스를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적어도 골프장을 찾을 때 그 코스 설계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가며 라운드를 즐겨보는 것도 골프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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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