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승리' 박근혜, 활짝 웃지 못하는 진짜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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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자꾸만 1997·2002 대선판 보이는 이유가 뭐지?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지난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는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자리였다. 이날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정식선출 된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은 무려 84%.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결과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흥행은 참패였다. 경선과정에서 비박3인의 주장을 묵살했던 박 후보의 책임론도 다시 불거졌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도 박 후보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날 전당대회 현장에는 푸른 눈의 외신기자들을 포함해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렸지만 신기하게도 분위기는 매우 차분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미 박 후보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고 기사를 미리 작성해놓은 채 따분한 표정으로 결과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자는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새로 쓴 정치사
흥행은 실패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추리소설에 흥미를 가질 이는 많지 않다. 실제로 새누리당 대선경선의 흥행결과는 참담했다. 이번 경선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인 41.2%에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접전을 벌였던 2007년 경선(70.8%)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치다. 새누리당에서는 당초 오후 3시30분경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3시경부터 각 언론사들은 박근혜 후보 선출 확정이라는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해 경선을 더욱 맥 빠지게 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유력정당의 첫 여성후보가 탄생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자녀가 대선후보가 되는 첫 사례이기도 했다. 박 후보 개인으로서도 대선 재수 끝에 얻어낸 감격스런 결과였다. 그러나 친박계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결과가 현실이 됐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84%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율이 문제였다. 이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역대 대선경선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기존의 최다 득표율은 지난 2002년 당시 이회창 후보가 얻은 68%다.

독이 된 압도적 지지율, 거세진 사당화 비판
예고된 검증 공세…돌파구는 어디에도 없다 


이른바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박정희 대통령의 체육관 추대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미 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결정된 상황에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확인절차만 번거롭게 거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평가절하 했다.

대선경선 전당대회라는 가장 큰 이벤트를 치렀음에도 박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간 경선에 대한 평가는 잠시 뒤로 미루더라도 박 후보로서는 앞으로 펼쳐질 가시밭길 대권가도도 큰 걱정이다. 우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예스맨 측근들을 쳐내라"며 벌써부터 개혁 요구가 거세다. 특히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를 편하게 모시고 또 잘 모시기 위해서 쓴소리 한 번 내지 못한 이 당 주요인사들 속에 묻혀서 연말 대선을 치를 수는 없다. 먼저 당의 권력구조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당3역이라도 종교적인 인사나 흔히 말하는 비박, 반박의 인사들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친박 실세들의 2선 후퇴를 주문했다.

하지만 '박근혜의 사람들'은 향후 본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 '100퍼센트 대한민국' 등을 강조하며 외연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미 친박세력이 주요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없는 몸집 키우기'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 후보의 이중행보가 선거캠프 내 계파갈등을 더욱 고조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 후보가 통합대상으로 꼽은 이재오 의원 측 관계자도 "통합을 얘기하기 전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먼저 보였으면 한다"며 "선거 때문에 우격다짐으로 끌어안는 것은 반갑지 않다"고 박근혜식 통합에 불만을 나타냈다.

국민대통합?
국민대분열?

박 후보로서는 이번 대선 경선과정에서 얻은 권위주의와 불통, 독선의 이미지도 골칫거리다. 경선과정에서 박 후보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불통논란이다. 경선룰 변경 문제로 갈등을 겪다 이재오·정몽준 의원이 결국 경선에 불참하면서 박 후보의 불통이미지는 더욱 고착화 됐다. 박 후보의 불통은 이번 대선경선 흥행실패의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박 후보는 "불통과 소신은 구분돼야 한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번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박 후보이기에 '불통'이란 이미지는 무척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박 후보는 20~40대 유권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경선과정에서 얻은 불통이미지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당의 공식적인 대권주자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치르는 것이 경선인데 이번 경선은 관심을 모으는데도 실패했고 사실상 추대식이라는 비판에 정통성에도 금이 갔다"며 "때문에 일각에선 박 후보의 이번 경선 승리를 놓고 '상처뿐인 승리'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연확대 안간힘
불통이 걸림돌

또 새누리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 후보를 기다리고 있는 야권의 본격적인 검증공세도 큰 부담이다. 민주통합당은 박 후보가 정식 후보로 선출된 당일 논평을 통해 "박 후보의 역사의식, 국정수행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전포고 했다. 이미 당 전략본부 산하에 박 후보 검증을 위한 비공개 TF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검증팀은 박 후보의 과거 행적과 발언 등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갖가지 제보에 대한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고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영남대학교를 둘러싼 의혹과 박 후보 동생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로비사건 연루 의혹 등에 대해서도 더욱 거센 공세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최근 구성된 장준하 선생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 새누리당 공천장사진상조사단도 박 후보 검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와 함께 박 후보의 5·16 발언 등 유신정권 인식의 문제점과 2007년 대선 경선 당시의 경제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에서 이번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말 바꾸기 행보 등도 집중 부각시켜 '박근혜 불가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야권보다 한 달 가량이나 빨리 링에 오른 박 후보로서는 당분간 이 같은 네거티브 공세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스맨 측근 쳐내라" 벌써부터 개혁 요구
'선거의 여왕' 박근혜 "이대로 당하진 않아"

야권보다 한 달 가량 빠른 박 후보의 대권행보가 득이 될지, 실이 될 것인지도 논란이다. 박 후보는 후보 확정 다음 날인 21일 국립현충원 참배와 김해 봉하마을 방문으로 대권행보를 시작했지만, 민주당은 24일 제주 경선을 시작으로 오는 9월16일에야 최종후보를 선출한다. 만약 1위 후보가 과반수 이상 득표하지 못할 경우엔 9월23일 결선투표까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도 남아 있어 야권의 대선 후보 확정은 박 후보 측 보다 이르면 한 달, 늦으면 두 달 이상이 더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 후보 측은 "이제 새누리당은 대선에서 박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며 "야권이 경선경쟁으로 어수선 할 때 우리는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대권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전문가들은 "여론조사상으로는 일찍 네거티브 공세에 전면 노출되는 박 후보가 분명히 불리할 것"이라며 "반면 야권은 민주당 전당대회와 안 원장과의 단일화라는 '더블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일정은 런던올림픽 기간과 정확하게 겹쳐 당내에서도 올림픽 기간 중에 경선을 치르는 것에 반대가 많았지만 강행된 측면이 있다. 야권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략적 판단의 실패로 지지율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를 강행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후보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의 여왕
비장의 카드는?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을 지키기만 해도 대선 승리가 확실시 되었지만 어느새 중도층의 표를 가져와야만 대선 승리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 박 후보가 압도적인 경선 승리에도 마음껏 웃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당내 경선은 지지율을 크게 높일 비장의 카드인데 박 후보는 맥 빠진 경선을 통해 위기를 자초했다"면서도 "하지만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 후보가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박 후보 스스로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봉화마을 방문 등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박 후보가 앞으로 어떤 비장의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18대 대선은 역대 가장 흥미진진한 선거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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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