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 의미 있는 2위(?) 김문수의 손익계산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13:01
  • 댓글 0개

"계란으로 바위 치겠다"더니 도지사도 뺏길 판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21일 도정업무에 완전히 복귀했다. 지난 4월22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 무려 122일만이다. 김 지사 측 차명진 전 의원은 경선참여에 대해 "전국적으로 김문수의 리더십을 알릴 수 있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으나 8.7%에 불과한 득표율은 김 지사를 머쓱하게 했다. 한편 도정에 복귀한 김 지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선 참여 후폭풍'이다. 당장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김 지사의 직무유기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번 새누리당 대선경선 참여를 통해 김 지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며 지난 4월22일 호기롭게 대권도전을 선언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는 지난 2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 결과 8.7%의 득표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겼다.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 84%의 10분의 1 수준이다. 김 지사 측은 박 후보를 이기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소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차기 발판?

전문가들은 김 지사가 예정대로(?)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차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히고 당내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대선경선후보에서 경기도지사로 돌아온 김 지사에 대해 외형은 키웠지만 내실은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찝찝한 결과만을 남긴 채 도정에 복귀한 김 지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민들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은 김 지사의 업무 복귀에 대해 "지방선거 때만 하더라도 도정을 끝까지 책임진다고 호언장담하더니 대선경선에 참여했다가 안 되니까 돌아온 것 아니냐"며 극도의 불만을 표시했다.

도정 공백 책임론을 앞세운 야당의 공세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지난 7월26일 '김문수 도지사 도정공백 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위 활동기간은 오는 9월25일까지다.


민주당 측은 "김 지사는 경기도의 민생을 챙겨야 하는 신성한 도정을 새누리당 대선 경선 캠프장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도지사 관용차량 운행 일지와 업무추진비 집행 상황 등을 넘겨받아 도지사 권한의 사적 사용 여부 및 직무유기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방재정 비상사태의 무대응, 후반기 도정계획 부재, 국비 확보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선을 끝내고 도정에 복귀하면서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김 지사의 태도를 문제 삼아 도의회 출석거부 등의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실리도 명분도 다 잃었다
심각한 직무유기 논란…앞으로 발목 잡을 듯

김 지사 경선캠프에 합류했던 전직 도청공무원 10여 명의 복귀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경기도의회는 이들의 복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측은 인사와 관련된 부분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인 만큼 이를 놓고 도의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김 지사의 도정복귀를 기점으로 봉합될 것으로 예상됐던 갈등이 오히려 본격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회 내에선 경선과정에서 김 지사의 홍보성 기사가 실린 잡지가 부천지역에 집중 배포된 것을 두고 선거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

이밖에도 재정 압박을 이유로 김 지사가 경기도청사 광교신도시 이전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서는 광교입주민협의회 등이 김 지사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김 지사가 경선과정에서 수원지역의 표를 잃을까봐 도청사 이전을 보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광교입주민협의회 등은 김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욕만 한 바가지

한편 전문가들은 김 지사가 이번 경선에서 안보와 경제, 민생에 관한 전문가적 식견을 보여줬으며,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지사직 사퇴 및 경선 불참에 대한 입장 번복에 따른 비판 속에서도 경선을 2위로 마무리하면서 향후 중앙정치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가 경선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16.2%)을 기록한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의 득표율이 예상치를 밑돌아 향후 정치행보에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와 실제 고향인 경북지역에서의 낮은 득표율은 무척 뼈아픈 대목이다. 김 지사가 다양한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굳건한 지지기반은 없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경북 영천 출신인 김 지사는 새누리당 대구·경북합동연설회에서 박 후보 지지자에게 멱살을 잡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의 낮은 득표율에 대해서는 "경기도에서는 앞으로 대통령 나오기 힘들 것 같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또 새누리당이 경선불참을 선언한 김 지사를 적극 설득해 경선에 참여하도록 한 것은 모두 경선흥행을 위한 것이었는데 결국 경선흥행에도 실패하면서 향후 대선이나 당 운영에서 김 지사 측이 지분을 요구할 명분도 잃었다. 게다가 김 지사는 현역 경기도지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대선 본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불가능한 상태다.

김 지사가 차차기를 노리고 야심차게 도전한 대권 행보가 결국 '한여름밤의 꿈'으로 조용히 잊혀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당내 기반도 부족한 김 후보가 경선에서 2위를 했다고 해서 차차기를 노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평가절하 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지금 당내 경선 2위를 해서 5년 후 차차기 대권의 입지를 굳힌다는 논리는 처음부터 좀 억지스러웠다. 당장 일주일 후의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정치권"이라며 "새누리당 경선이 워낙 일방적이라 이슈거리가 없다보니 언론에서 2위 싸움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8.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 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참여한 것도 아니었다. 김 지사와 경쟁한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3위를 차지한 김태호 후보는 총리인선 당시 청문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낙마한 인물이고, 임태희 후보는 여섯 번의 대국민사과를 한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으며, 안상수 후보는 인천시 재정파탄의 주범으로 불리며 지방선거에서도 낙선한 인물이다. 2위를 차지해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2위라도 차지하지 못했다면 김 지사로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과적으로 김 지사는 이번 경선에서 '포스트 박근혜'의 입지를 굳히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김 지사가 경기도내 산적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차차기 대권은 커녕 도지사직도 뺏길 판"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