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전 끝에 오른 정상의 자리

승리의 기쁨 오랜만에 만끽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안나린이 각각 PGA와 KLPGA에서 오랜 부진을 털고 정상에 올랐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 끝에 얻은 정상의 자리였기에 기쁨은 배가 됐다.
 

2017년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가르시아는 지난달 5일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끝난 PGA 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약 1m도 되지 않는 버디 퍼트를 넣고 1타 차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남다른 감회

이번 대회 기간에 눈을 감고하는 퍼트로 화제를 모은 가르시아는 2017년 4월 마스터스 우승 이후 PGA 투어에서 3년6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해당 기간에 그는 유러피언 투어에서 3승, 아시안 투어에서 1승을 따냈지만, 지난 9월 US 오픈에서 컷 탈락했고 2019-2020시즌 PGA 투어 10위 내 성적을 한 번밖에 내지 못하는 등 부진했다.

그는 정상에 오른 뒤 애틋한 가족 사랑이 담긴 우승 소감을 밝혔다. 2018년 3월에 첫 딸인 어제일리어를 얻었고, 둘째 엔조는 올해 4월에 태어났다. 

가르시아는 우승을 차지한 직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유럽에서는 몇 번 우승해서 큰 아이(어제일리어)는 내가 우승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이번에 미국에서 정상에 올라 둘째인 엔조와도 우승을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1타차 우승
코로나19 삼촌 2명 사망…가족에 바치는 승리

우승이 확정된 직후 TV 중계 카메라를 향해 아내(앤절라)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보인 그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가까운 사람을 잃은 아픔도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삼촌 두 명이 돌아가셨다”며 “아버지께 힘든 일이 됐는데 이 우승을 아버지와 돌아가신 삼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가르시아는 코로나19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우승까지 차지한 면도 있다. 라이더컵이나 유러피언 투어가 원래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됐다면 가르시아는 올해도 이 대회에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컸던 셈이다.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한 그는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난주에 미국에서 라이더컵이 열려 나는 지금 유럽에 있었을 것”이라며 “일정이 변경되면서 PGA 투어 가을 대회에 나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나린은 지난달 11일 세종시의 세종필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KLPGA 데뷔 4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무려 10타차 리드를 안고 시작해 낙승이 예상된 최종 라운드였다. 지금까지 KLPGA 투어 최종 라운드에서 8타가 넘는 차이가 뒤집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안나린이 첫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티샷은 번번이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아이언 샷도 2, 3라운드보다 날카로움이 덜했다. 3번 홀(파4) 3퍼트 보기에 이어 12번 홀(파4)에서 2m 파퍼트를 놓치면서 두 번째 보기를 적어냈다. 13번 홀(파4)에서는 그린 밖에서 친 세 번째 샷이 길게 떨어지면서 또 1타를 잃었다.

상위 20명 가운데 혼자 타수를 잃었다. 그만큼 샷과 퍼트가 흔들렸다. 안나린이 뒷걸음질을 치는 사이 추격자들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경기위원회가 따라올 선수는 따라오라는 취지로 핀 위치를 수월한 곳에 배치해 상위권 선수들은 신나는 버디 사냥을 벌였다.

안나린, 데뷔 4년 만에 첫승
험난했던 우승으로 향한 길

벌써 통산 2승을 올린 특급 신인 유해란의 기세가 가장 무서웠다. 16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뽑아낸 유해란은 2타차까지 따라붙었다. 유해란은 4라운드를 시작할 때 안나린에게 13타차 뒤진 5위였다.

안나린은 14번 홀(파5)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간신히 분위기를 바꿨다. 14번 홀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린 안나린은 17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 1.5m 옆에 떨궈 이날 두 번째 버디를 만들었다. 3타차 선두의 여유를 안고 18번 홀(파4)을 맞은 안나린은 그제야 굳었던 몸이 완전히 풀린 듯 예리한 아이언샷으로 만든 2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승을 자축했다.

한편 신설 대회 첫 코스레코드(63타)의 주인공이 된 유해란은 4타 차 2위(12언더파 276타)에 올랐다. 유해란은 8800만원의 준우승 상금과 신인왕 경쟁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굳히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 3위(7언더파 281타)를 차지했다. 2개월 만에 실전에 나선 고진영은 올해 치른 대회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체면을 세웠다. 우승 없이도 상금랭킹 2위를 달리는 임희정은 고진영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쳐 상금 1위 박현경과 차이를 더 좁혔다.

기다림 끝에…

6타를 줄여 공동 6위(5언더파 283타)에 오른 박현경은 시즌 네 번째 톱10에 입상, 상금랭킹 1위를 지켰다. 공동 6위 최혜진은 올해 10번째 톱10에 들었다. 최혜진은 11차례 대회에서 컷 탈락은 한 번도 없었고,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공동 33위 빼고는 모두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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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