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향수를 부르는 기차여행, 맛은 덤이요! - 예산역

‘덜컹덜컹’ 허리띠 풀고 떠나는 장항선 ‘예산여행’

1990년 역사의 장항선은 충남의 평야지대를 덜컹거리며 가로지른다. 장항선 열차가 지나가는 예산의 예산역, 삽교역 일대는 소담스럽고 배 두둑한 여름 관광지로 알맞은 곳이다. 어느 역에서 내리든 예산의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진다. 삽다리 곱창, 광시 한우, 수덕사 더덕산채정식 등 다채로운 먹을거리를 ‘장항선 예산여행’에서 만날 수 있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여행의 묘미, 옛 향취 그대로
예산역-삽교역 일대 소담스럽고 배 두둑한 관광지

허리띠 풀고, 장항선 타고, 예산에 간다. 장항선은 천안을 거쳐 예산, 홍성 등 충남의 평야지대를 가로지른다. 지금은 전 노선을 폭넓게 장항선으로 부르지만 본래 1922년 천안~온양 간에 개통된 충남선이 장항선의 시작이었다. 이어 대천, 장항까지 철로가 연결되고 군산, 익산을 아우르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예산 곳곳에서 만나는
숨은 먹을거리

돌이켜보면 장항선은 199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KTX, ITX 등 쾌속열차들이 등장했지만 이곳을 지나는 열차들은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주를 이룬다. 역사는 새롭게 단장됐어도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여행의 묘미는 예전 향취 그대로다.

예산에서는 예산역, 삽교역에 열차가 정차한다. 장항선이 경유하는 화려한 서해바다는 아니지만 예산은 소담스러운 여름 관광지로 이방인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삽다리 곱창, 광시 한우, 수덕사 더덕산채정식 등 숨겨진 먹을거리도 예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예산역과 삽교역은 개성이 다르다. 예산읍내와 이어지는 예산역 앞이 분주하다면 삽교역 앞은 한적하다. 어느 역에서 하차하든 예산의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은 어우러진다.

예산역에 내리면 예당호로 발길을 옮긴다. 온천놀이시설로 북적거리는 덕산 일대와 달리 예당호는 ‘고요하고 느린’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예당호, 봉수산, 느린 꼬부랑길 등이 예당국민관광지구에 속해 있다.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곳이 봉수산 아래 예당호와 맞닿은 대흥면 일대다. 이곳은 슬로시티마을에 이어 ‘느린 꼬부랑길’이 조성된 뒤로 걷기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흥향교, 대흥동헌 등 오래된 가옥을 지나면 호수와 나란히 뻗은 시골길이 나오고 그 길은 봉수산 숲길로 연결된다.

어느 곳을 거닐어도 예당호는 좋은 길동무가 된다. 느린 꼬부랑길은 옛이야기길, 느림길, 사랑길로 구성돼 있는데 각 길들은 1시간에서 1시간30분 코스로 가족들이 함께 거닐기에도 좋다.

느린 꼬부랑길을 경유하는 길목에는 새로운 쉼터와 사연 가득한 공간들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봉수산 내에 위치한 봉수산 휴양림은 예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풍광 좋은 위치에 자리했다. 휴양림 내에는 느린 꼬부랑길이 나무데크로 연결돼 있어 호젓한 산책에도 안성맞춤이다.

삽교 ‘삽다리 곱창’
‘예산 5미’ 중 하나

휴양림에서 호수쪽으로 내려서면 지난해 개장한 의좋은 형제 테마공원으로 연결된다. 대흥면에 실존했던 한 형제의 우애를 기린 공원으로 의좋은 형제의 사연은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의좋은 형제 공원에서 길을 하나 건너면 예당호 생태공원이다. 생태공원에는 호숫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수변산책코스가 깔끔하게 단장돼 있다.


예당호 남쪽으로는 광시한우마을이 지척거린다. 광시한우마을에 들어서면 한우 정육점과 식당이 30여 곳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직영 농장에서 사육돼 공급되는 이곳 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가격이 저렴하다. 1등급 암소한우가 주로 거래되는데, 정육점에서 한우를 직접 구입한 뒤 인근 식당에서 채소값 등만 지불하고 싱싱한 고기를 맛 볼 수 있다.

예당호 주변을 달리다 보면 호수주변은 강태공들의 세상이다. 여기저기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좌대가 마련돼 있어 한가로움을 더한다. 여름 나들이로 지친 피로는 예당호 조각공원을 거닐며 마무리해도 좋다. 조각공원 옆으로는 공연장과 커피 한 잔 즐길 수 있는 호젓한 카페도 들어서 있다.

삽교역을 기점으로 예산여행을 즐긴다면 추사고택, 수덕사 등이 둘러보기에 가깝다. 삽교역 인근은 삽다리 곱창으로 유명하며 수덕사 앞은 더덕산채식당 수십여 곳이 밀집돼 있다.

신암면 용궁리의 추사 김정희 고택은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추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추사고택은 ‘ㄱ’자 모양의 사랑채가 위풍당당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사랑채와 안채의 기둥들에는 기둥에 글씨를 써 붙인 ‘주련’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고 방에는 추사가 유배시절 그렸다는 세한도가 걸려있다.

충남 북부 대표하는
천년고찰 수덕사

추사의 증조부가 지었다는 고택은 예전에는 53칸이나 됐다고 한다. 추사고택에서 500m 떨어진 곳에는 천연기념물이자 우리나라에 7그루 밖에 없다는 200년 된 백송이 세한도의 한 장면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다.

삽교역에서 추사고택을 오가며 삽다리 곱창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예산 5미’ 중 하나인 삽다리 곱창은 40여 년 전부터 삽교 지역을 중심으로 연탄불을 이용해 구워먹는 곱창구이로 명성을 떨쳤다. 돼지곱창의 꼬들꼬들한 맛은 곱창전골과 함께 담백한 맛을 이어오고 있다.

덕산온천 관광지를 지나 덕숭산으로 향하면 충남 북부를 대표하는 천년고찰인 수덕사가 위치해 있다. 수덕사의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1308년에 지어진 것으로 국보 49호로 지정돼 있다. 다른 사찰들의 대웅전과는 달리 맞배지붕의 형태를 지녔으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수덕사 일주문 옆의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업을 하던 곳으로 암각화가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한다.

수덕사 앞으로는 더덕산채식당이 수십여 곳 늘어서 있다. 식당마다 ‘수십년 전통’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1만원짜리 산채비빔밥만 주문해도 예산의 특산품인 삽다리 더덕과 함께 20여 가지 산나물 반찬이 식탁위에 올라 여름 예산 나들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자료출처: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
예산역 → 예당호 → 느린 꼬부랑길 → 봉수산휴양림 → 광시한우마을 → 추사고택 → 수덕사

1박2일코스
첫째 날 : 예산역 → 예당호 → 예당조각공원 → 느린 꼬부랑길 → 대흥향교→ 의좋은 형제공원 → 광시한우마을 → 봉수산 휴양림
둘째 날 : 추사고택 → 수덕사 → 덕산온천지구 → 삽다리곱창 → 삽교역

대중교통
[기차]
서울 용산역~예산역 약 1시간50분 소요, 하루 평균 16회 운행(새마을호 7회)
예산역~삽교역 간 약 6분 소요
※예산역 041-335-7788  ※삽교역 041-337-7788
[자가운전]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JC - 대전당진 간 고속도로 예산수덕사IC - 21번 국도 - 619번 지방도 예당호, 대흥 방향

숙박안내
- 그랜드모텔 : 041-334-8934 (굿스테이)
- 가야관광호텔 : 041-337-0101~7 www.gayahotel.co.kr (베니키아)
- 리솜스파캐슬 덕산 : 041-330-8000
- 봉수산 자연휴양림 : 041-339-8936 www.bongsoosan.com

주요 먹거리
- 버들식당 : 더덕산채정식, 덕산면 사천리 041-337-6056
- 별미식당 : 더덕산채비빔밥, 덕산면 사천리 041-337-6363
- 광시매일한우타운 : 한우, 광시면 광시리 041-333-2604
- 양지암소정육식당 : 한우, 광시면 광시리 041-333-1202
- 할머니곱창 : 곱창구이, 삽교읍 방아리 041-338-2641

주변 볼거리
임존성, 한국고건축박물관, 가야산, 윤봉길 의사 기념관, 예산 삽교읍 석조보살입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