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⑫별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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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에 웃고 울고…"별명이 본명보다 중요하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5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두 번째로 그들의 '별명'을 살펴봤다.


제18대 대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유독 별명이 많다. 그들의 별명 중에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착한 별명'도 있지만, 다른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나쁜 별명'에 애를 먹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자들은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별명이냐에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명은 성격·행동·사건들로부터 특정 이미지가 추출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들의 정치철학은 물론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까지 엿볼 수 있다.


'수첩공주' 박근혜
"수첩이 뭐가 어때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얼음공주' '불통공주' '발끈해' '야근해' '복당녀' 등 무척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별명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별명이라는 게 야권에서 박 후보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 후보는 얼음공주나 수첩공주란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게 묻는 것은 항상 심각한 문제다. 첨예한 갈등이나 논쟁거리만 묻는다. 막 웃으면서 즐겁게 말할 수는 없다. 심각하게 대답하다보니 국민 여러분이 딱딱한 표정만을 보게 돼서 차가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답했다.

이어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해선 "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첩공주 같은 별명은 괜찮다. 저는 굉장히 수첩이 필요하다"고 답해 폭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수첩공주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후보가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 늘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비난도 거셌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에서는 줄곧 침묵을 지키며 당시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한다고 해서 복당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였던 수첩공주라는 단어를 신뢰의 정치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계획을 세웠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수첩 공주는 '적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도 수첩공주다. 박 후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에게 시민들의 정책 제안을 담은 '수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특히 본인의 이름을 빗댄 별명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는 박 후보가 발끈해라고 지적했다. 2004년 손석희의 경제살리기 질문에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2011년 1월 기자들의 복지 질문에 "한국말 모르세요?", 2011년 9월 안철수 현상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며 발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 교수는 "박근혜는 불편한 질문과 비판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SBS <힐링캠프> MC 한혜진은 "(박 후보가) 일을 많이 하시니깐 야근해란 별명이 어울린다"며 야근해란 새로운 별명도 추가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불리했던 선거 판세를 뒤집고 새누리당의 총선승리를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입증하기도 했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누가 뭐래도 난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노무현의 그림자'다. 조금은 의외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람자에서 벗어나 대권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에게 노무현은 날개이자 그늘이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지금의 문재인 브랜드를 만든 노무현은 그의 최대 딜레마라고 평한다.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노무현의 그림자 내에 있는 한 '비욘드(Beyond) 노무현'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박근혜, 안철수를 이길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후보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문 후보가) 노무현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노무현의 죽음으로 정치를 결심하게 됐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정치적 이득 때문에 버릴 수는 없는 별명"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라 칭하지만 주위에선 '좀 더 젠틀한 노무현, 좀 더 반듯한 노무현, 갑옷을 입은 노무현'이란 말들을 한다"며 "일례로 공수부대를 갔다 왔으니 보수 세력으로부터 이념 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다른 별명으로는 '왕수석'과 '문제아' 등도 언급된다. 문 후보는 "왕수석은 부정적인 뜻인데 비서관 중 실세라는 용어다. 그러나 참여정부엔 실세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 별명인 '문제아'는 처음엔 '문재인'이란 이름 때문에 붙은 것 같다면서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고 고3때엔 술 담배도 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당시 3선 개헌 반대시위, 학교를 병영화 하려는 교련에 대한 항의 등을 계기로 나는 문제아지만 정의로운 문제아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친노 최측근들이 문 후보를 포위하고 다른 인사들의 접근을 막는 블로킹을 하고 있는 것을 놓고 '민주당 박근혜'라는 별명도 얻었다.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재미는 없지만 진지한 정치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배신자’ 이미지를 아직도 깨끗이 씻지 못했다. 당시 손 후보가 내세운 공식 별명은 '손주몽' '민심남'이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자신이 부여를 탈출해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손주몽이란 별명을 붙였고, 손 후보가 민심대장정을 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민심남이란 별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손학규+철새라는 뜻의 '손학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었다. 손 후보가 당시 경선 도중 칩거에 들어가자 '쇼학새'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지 손 후보는 차마 몰랐을 것이다. 때문에 2007년 손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손 후보는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시리즈로 다시 한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KBS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인기 없는 남자'를 빌려와 만든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는 밸런타인데이 때 부인 이윤영씨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갑자기 키스를 하려 덤벼들다가 질색한 이씨로부터 꽃다발로 얻어맞는 영상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 어시장을 찾았다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상인들 뒤에서 멋쩍게 혼자 서 있는 장면도 소개했다.

손 후보가 "오징어가 왜 이리 커요"라고 묻자 상인이 "한치인데요"라고 답해 머쓱해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코디언 음악을 배경으로 목이 터져라 연설하는 손 후보와 따분해하는 청중들을 교차로 보여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어필해 재미는 없지만 국가를 위해 언제나 진지한 손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가 인기를 얻어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를 국민들에게 재조명 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어떤 별명이든 소중합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대표적인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후보는 이장과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수직 '점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빈농의 아들, 학업포기, 투옥, 뚝심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역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 더구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까지 빼다 박아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욘드 노무현'을 외치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는 듯 한 인상을 남겨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친노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라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운영에는 자산과 부채가 있는 만큼 잘한 부분은 배우고 못한 부분은 성찰하면 된다는 얘기였다"며 참여정부에 대한 본인의 평가가 네거티브가 아닌 올바른 비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또 다른 별명은 '전문 싸움꾼'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때문이다. 최근에는 당내 후보들을 비판하다 역풍을 맞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비판의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도 듣는다. 김 후보는 "예방주사 맞는 차원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비판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좀 봤다"며 하지만 "경쟁자들 덕담이나 하려고 도지사까지 내놨겠느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 후보는 지난 7월 대학로 재즈카페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자신의 새로운 별명으로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곰돌이 푸우'를 소개했다. 일단 생김새가 닮았고 친근하고 푸근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어필될 수 있어서다. 촌스럽지만 친근한, 형제들을 보듬는 맏형 같고 큰오빠 같은 이미지가 김 후보의 강점이다. 하지만 진행자가 즉석에서 '두목 곰돌이'같다고 하자 "어떤 별명이든 국민들이 붙여주신 별명은 모두 소중하다"며 이 별명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다.



'진짜 촌놈' 정세균
"서민 눈물 닦아줄 정치 하겠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를 대표하는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항상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는 점에서 생긴 별명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당내 평가가 높다. 정 후보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상대적으로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정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 시킬 예정이다.

정 후보가 최근 '스티브 정'이란 새로운 별명에 집착하는 이유다. 학계 및 시민단체 등 폭넓은 교류를 통해 '정세균표' 경제정책인 '분수경제론'을 알려온 정 후보는 이들로부터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란색 셔츠와 무선 마이크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모습이 스티브 잡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역동적이고 강력한 지도자'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 후보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별명인 셈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따로 있다. '진짜 촌놈'의 줄임말인 '진촌'이다. 전북 진안 출신이라 '진안 촌놈'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정 후보는 진짜 촌놈이다. 촌놈이란 소리가 다소 껄끄러울 법도 하지만 정 후보는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정 후보가 '진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초심과 맞닿아 있다.

 

'간철수' 안철수
"엊그제까진 '컴의'였는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의사' '순둥이' 등의 별명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의사라는 별명은 그가 의사 출신이면서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순둥이라는 별명은 그의 착한 성격 탓이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다음 지독하게 공부하는 습관 때문에 '독종'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고,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는 것으로 유명해 '바리스타 안'이란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안 원장은 평소 느릿한 화법 때문에 '3초 뒤'라는 별명도 있다.

안 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은 항상 상대방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깊이 생각한 후 대답을 한다"며 "답답할 수도 있지만 꼼수를 쓰려고 다른 말을 준비하는 3초가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고 온전한 말을 하기 위한 의미에서 3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가 사실상 확실시 되는 요즘 안 원장의 별명은 '간잽이' '간철수' '거짓말쟁이' 등 온갖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정치의 냉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간철수라는 별명은 안 원장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지금까지도 대선출마를 공식화 하지 않고 '간'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생긴 별명이다. 여권에서는 안 원장이 검증은 피한 채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있다며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붓고 있지만 안 원장은 요지부동이다.

또 최근 안 원장이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의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안 원장은 거짓말쟁이"라는 치욕적인 평가까지 받아야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안 원장은 "사랑의 매로 생각하겠다"며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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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