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⑫별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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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에 웃고 울고…"별명이 본명보다 중요하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5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두 번째로 그들의 '별명'을 살펴봤다.


제18대 대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유독 별명이 많다. 그들의 별명 중에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착한 별명'도 있지만, 다른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나쁜 별명'에 애를 먹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자들은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별명이냐에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명은 성격·행동·사건들로부터 특정 이미지가 추출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들의 정치철학은 물론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까지 엿볼 수 있다.


'수첩공주' 박근혜
"수첩이 뭐가 어때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얼음공주' '불통공주' '발끈해' '야근해' '복당녀' 등 무척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별명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별명이라는 게 야권에서 박 후보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 후보는 얼음공주나 수첩공주란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게 묻는 것은 항상 심각한 문제다. 첨예한 갈등이나 논쟁거리만 묻는다. 막 웃으면서 즐겁게 말할 수는 없다. 심각하게 대답하다보니 국민 여러분이 딱딱한 표정만을 보게 돼서 차가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답했다.

이어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해선 "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첩공주 같은 별명은 괜찮다. 저는 굉장히 수첩이 필요하다"고 답해 폭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수첩공주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후보가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 늘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비난도 거셌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에서는 줄곧 침묵을 지키며 당시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한다고 해서 복당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였던 수첩공주라는 단어를 신뢰의 정치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계획을 세웠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수첩 공주는 '적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도 수첩공주다. 박 후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에게 시민들의 정책 제안을 담은 '수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특히 본인의 이름을 빗댄 별명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는 박 후보가 발끈해라고 지적했다. 2004년 손석희의 경제살리기 질문에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2011년 1월 기자들의 복지 질문에 "한국말 모르세요?", 2011년 9월 안철수 현상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며 발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 교수는 "박근혜는 불편한 질문과 비판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SBS <힐링캠프> MC 한혜진은 "(박 후보가) 일을 많이 하시니깐 야근해란 별명이 어울린다"며 야근해란 새로운 별명도 추가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불리했던 선거 판세를 뒤집고 새누리당의 총선승리를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입증하기도 했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누가 뭐래도 난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노무현의 그림자'다. 조금은 의외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람자에서 벗어나 대권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에게 노무현은 날개이자 그늘이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지금의 문재인 브랜드를 만든 노무현은 그의 최대 딜레마라고 평한다.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노무현의 그림자 내에 있는 한 '비욘드(Beyond) 노무현'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박근혜, 안철수를 이길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후보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문 후보가) 노무현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노무현의 죽음으로 정치를 결심하게 됐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정치적 이득 때문에 버릴 수는 없는 별명"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라 칭하지만 주위에선 '좀 더 젠틀한 노무현, 좀 더 반듯한 노무현, 갑옷을 입은 노무현'이란 말들을 한다"며 "일례로 공수부대를 갔다 왔으니 보수 세력으로부터 이념 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다른 별명으로는 '왕수석'과 '문제아' 등도 언급된다. 문 후보는 "왕수석은 부정적인 뜻인데 비서관 중 실세라는 용어다. 그러나 참여정부엔 실세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 별명인 '문제아'는 처음엔 '문재인'이란 이름 때문에 붙은 것 같다면서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고 고3때엔 술 담배도 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당시 3선 개헌 반대시위, 학교를 병영화 하려는 교련에 대한 항의 등을 계기로 나는 문제아지만 정의로운 문제아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친노 최측근들이 문 후보를 포위하고 다른 인사들의 접근을 막는 블로킹을 하고 있는 것을 놓고 '민주당 박근혜'라는 별명도 얻었다.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재미는 없지만 진지한 정치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배신자’ 이미지를 아직도 깨끗이 씻지 못했다. 당시 손 후보가 내세운 공식 별명은 '손주몽' '민심남'이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자신이 부여를 탈출해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손주몽이란 별명을 붙였고, 손 후보가 민심대장정을 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민심남이란 별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손학규+철새라는 뜻의 '손학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었다. 손 후보가 당시 경선 도중 칩거에 들어가자 '쇼학새'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지 손 후보는 차마 몰랐을 것이다. 때문에 2007년 손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손 후보는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시리즈로 다시 한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KBS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인기 없는 남자'를 빌려와 만든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는 밸런타인데이 때 부인 이윤영씨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갑자기 키스를 하려 덤벼들다가 질색한 이씨로부터 꽃다발로 얻어맞는 영상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 어시장을 찾았다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상인들 뒤에서 멋쩍게 혼자 서 있는 장면도 소개했다.

손 후보가 "오징어가 왜 이리 커요"라고 묻자 상인이 "한치인데요"라고 답해 머쓱해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코디언 음악을 배경으로 목이 터져라 연설하는 손 후보와 따분해하는 청중들을 교차로 보여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어필해 재미는 없지만 국가를 위해 언제나 진지한 손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가 인기를 얻어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를 국민들에게 재조명 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어떤 별명이든 소중합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대표적인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후보는 이장과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수직 '점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빈농의 아들, 학업포기, 투옥, 뚝심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역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 더구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까지 빼다 박아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욘드 노무현'을 외치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는 듯 한 인상을 남겨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친노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라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운영에는 자산과 부채가 있는 만큼 잘한 부분은 배우고 못한 부분은 성찰하면 된다는 얘기였다"며 참여정부에 대한 본인의 평가가 네거티브가 아닌 올바른 비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또 다른 별명은 '전문 싸움꾼'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때문이다. 최근에는 당내 후보들을 비판하다 역풍을 맞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비판의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도 듣는다. 김 후보는 "예방주사 맞는 차원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비판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좀 봤다"며 하지만 "경쟁자들 덕담이나 하려고 도지사까지 내놨겠느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 후보는 지난 7월 대학로 재즈카페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자신의 새로운 별명으로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곰돌이 푸우'를 소개했다. 일단 생김새가 닮았고 친근하고 푸근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어필될 수 있어서다. 촌스럽지만 친근한, 형제들을 보듬는 맏형 같고 큰오빠 같은 이미지가 김 후보의 강점이다. 하지만 진행자가 즉석에서 '두목 곰돌이'같다고 하자 "어떤 별명이든 국민들이 붙여주신 별명은 모두 소중하다"며 이 별명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다.


'진짜 촌놈' 정세균
"서민 눈물 닦아줄 정치 하겠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를 대표하는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항상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는 점에서 생긴 별명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당내 평가가 높다. 정 후보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상대적으로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정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 시킬 예정이다.

정 후보가 최근 '스티브 정'이란 새로운 별명에 집착하는 이유다. 학계 및 시민단체 등 폭넓은 교류를 통해 '정세균표' 경제정책인 '분수경제론'을 알려온 정 후보는 이들로부터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란색 셔츠와 무선 마이크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모습이 스티브 잡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역동적이고 강력한 지도자'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 후보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별명인 셈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따로 있다. '진짜 촌놈'의 줄임말인 '진촌'이다. 전북 진안 출신이라 '진안 촌놈'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정 후보는 진짜 촌놈이다. 촌놈이란 소리가 다소 껄끄러울 법도 하지만 정 후보는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정 후보가 '진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초심과 맞닿아 있다.

 

'간철수' 안철수
"엊그제까진 '컴의'였는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의사' '순둥이' 등의 별명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의사라는 별명은 그가 의사 출신이면서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순둥이라는 별명은 그의 착한 성격 탓이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다음 지독하게 공부하는 습관 때문에 '독종'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고,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는 것으로 유명해 '바리스타 안'이란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안 원장은 평소 느릿한 화법 때문에 '3초 뒤'라는 별명도 있다.

안 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은 항상 상대방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깊이 생각한 후 대답을 한다"며 "답답할 수도 있지만 꼼수를 쓰려고 다른 말을 준비하는 3초가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고 온전한 말을 하기 위한 의미에서 3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가 사실상 확실시 되는 요즘 안 원장의 별명은 '간잽이' '간철수' '거짓말쟁이' 등 온갖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정치의 냉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간철수라는 별명은 안 원장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지금까지도 대선출마를 공식화 하지 않고 '간'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생긴 별명이다. 여권에서는 안 원장이 검증은 피한 채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있다며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붓고 있지만 안 원장은 요지부동이다.

또 최근 안 원장이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의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안 원장은 거짓말쟁이"라는 치욕적인 평가까지 받아야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안 원장은 "사랑의 매로 생각하겠다"며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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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