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6인 현미경 검증 ⑫별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4 1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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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에 웃고 울고…"별명이 본명보다 중요하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5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배우자·재산·화법·학력·롤모델·취미까지 살펴본데 이어 열두 번째로 그들의 '별명'을 살펴봤다.


제18대 대선에 나선 후보자들은 유독 별명이 많다. 그들의 별명 중에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착한 별명'도 있지만, 다른 후보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나쁜 별명'에 애를 먹는 후보들도 있다. 후보자들은 별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별명이냐에 따라서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명은 성격·행동·사건들로부터 특정 이미지가 추출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들의 정치철학은 물론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까지 엿볼 수 있다.


'수첩공주' 박근혜
"수첩이 뭐가 어때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선거의 여왕' '수첩공주' '얼음공주' '불통공주' '발끈해' '야근해' '복당녀' 등 무척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별명이다.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별명이라는 게 야권에서 박 후보를 비판하는 수단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2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 후보는 얼음공주나 수첩공주란 별명이 붙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게 묻는 것은 항상 심각한 문제다. 첨예한 갈등이나 논쟁거리만 묻는다. 막 웃으면서 즐겁게 말할 수는 없다. 심각하게 대답하다보니 국민 여러분이 딱딱한 표정만을 보게 돼서 차가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고 답했다.

이어 수첩공주란 별명에 대해선 "저를 공격하기 위해서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첩공주 같은 별명은 괜찮다. 저는 굉장히 수첩이 필요하다"고 답해 폭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수첩공주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후보가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 늘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비난도 거셌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에서는 줄곧 침묵을 지키며 당시 당을 떠난 친박 측근들의 복당 문제 얘기만 주로 한다고 해서 복당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과거 부정적 이미지였던 수첩공주라는 단어를 신뢰의 정치인을 상징하는 단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계획을 세웠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수첩 공주는 '적고, 그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도 수첩공주다. 박 후보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에게 시민들의 정책 제안을 담은 '수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특히 본인의 이름을 빗댄 별명이 많다. 조국 서울대 법대교수는 박 후보가 발끈해라고 지적했다. 2004년 손석희의 경제살리기 질문에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2011년 1월 기자들의 복지 질문에 "한국말 모르세요?", 2011년 9월 안철수 현상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며 발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 교수는 "박근혜는 불편한 질문과 비판을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SBS <힐링캠프> MC 한혜진은 "(박 후보가) 일을 많이 하시니깐 야근해란 별명이 어울린다"며 야근해란 새로운 별명도 추가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불리했던 선거 판세를 뒤집고 새누리당의 총선승리를 이끌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입증하기도 했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누가 뭐래도 난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노무현의 그림자'다. 조금은 의외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람자에서 벗어나 대권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에게 노무현은 날개이자 그늘이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지금의 문재인 브랜드를 만든 노무현은 그의 최대 딜레마라고 평한다.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인기를 얻었지만 노무현의 그림자 내에 있는 한 '비욘드(Beyond) 노무현'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박근혜, 안철수를 이길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후보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문 후보가) 노무현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노무현의 죽음으로 정치를 결심하게 됐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서 "정치적 이득 때문에 버릴 수는 없는 별명"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인은 노무현의 그림자라 칭하지만 주위에선 '좀 더 젠틀한 노무현, 좀 더 반듯한 노무현, 갑옷을 입은 노무현'이란 말들을 한다"며 "일례로 공수부대를 갔다 왔으니 보수 세력으로부터 이념 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다른 별명으로는 '왕수석'과 '문제아' 등도 언급된다. 문 후보는 "왕수석은 부정적인 뜻인데 비서관 중 실세라는 용어다. 그러나 참여정부엔 실세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때 별명인 '문제아'는 처음엔 '문재인'이란 이름 때문에 붙은 것 같다면서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고 고3때엔 술 담배도 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당시 3선 개헌 반대시위, 학교를 병영화 하려는 교련에 대한 항의 등을 계기로 나는 문제아지만 정의로운 문제아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친노 최측근들이 문 후보를 포위하고 다른 인사들의 접근을 막는 블로킹을 하고 있는 것을 놓고 '민주당 박근혜'라는 별명도 얻었다.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재미는 없지만 진지한 정치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지난 2007년 대선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생긴 ‘배신자’ 이미지를 아직도 깨끗이 씻지 못했다. 당시 손 후보가 내세운 공식 별명은 '손주몽' '민심남'이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자신이 부여를 탈출해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손주몽이란 별명을 붙였고, 손 후보가 민심대장정을 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민심남이란 별명을 내세웠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손학규+철새라는 뜻의 '손학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비판이었다. 손 후보가 당시 경선 도중 칩거에 들어가자 '쇼학새'라는 별명도 추가됐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될지 손 후보는 차마 몰랐을 것이다. 때문에 2007년 손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손 후보는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 시리즈로 다시 한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KBS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인기 없는 남자'를 빌려와 만든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는 밸런타인데이 때 부인 이윤영씨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갑자기 키스를 하려 덤벼들다가 질색한 이씨로부터 꽃다발로 얻어맞는 영상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 어시장을 찾았다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상인들 뒤에서 멋쩍게 혼자 서 있는 장면도 소개했다.

손 후보가 "오징어가 왜 이리 커요"라고 묻자 상인이 "한치인데요"라고 답해 머쓱해하는 모습도 나온다. 아코디언 음악을 배경으로 목이 터져라 연설하는 손 후보와 따분해하는 청중들을 교차로 보여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어필해 재미는 없지만 국가를 위해 언제나 진지한 손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재미없는 남자 시리즈가 인기를 얻어 재미없는 남자 손학규를 국민들에게 재조명 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어떤 별명이든 소중합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대표적인 별명은 '리틀 노무현'이다. 김 후보는 이장과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수직 '점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빈농의 아들, 학업포기, 투옥, 뚝심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역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았다. 더구나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까지 빼다 박아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욘드 노무현'을 외치며 참여정부 실패론을 주장하는 듯 한 인상을 남겨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친노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얘기"라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운영에는 자산과 부채가 있는 만큼 잘한 부분은 배우고 못한 부분은 성찰하면 된다는 얘기였다"며 참여정부에 대한 본인의 평가가 네거티브가 아닌 올바른 비판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또 다른 별명은 '전문 싸움꾼'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때문이다. 최근에는 당내 후보들을 비판하다 역풍을 맞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비판의 수위가 약해졌다는 평도 듣는다. 김 후보는 "예방주사 맞는 차원에서 당내 경쟁자들을 비판했는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좀 봤다"며 하지만 "경쟁자들 덕담이나 하려고 도지사까지 내놨겠느냐"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 후보는 지난 7월 대학로 재즈카페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 자신의 새로운 별명으로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곰돌이 푸우'를 소개했다. 일단 생김새가 닮았고 친근하고 푸근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어필될 수 있어서다. 촌스럽지만 친근한, 형제들을 보듬는 맏형 같고 큰오빠 같은 이미지가 김 후보의 강점이다. 하지만 진행자가 즉석에서 '두목 곰돌이'같다고 하자 "어떤 별명이든 국민들이 붙여주신 별명은 모두 소중하다"며 이 별명 또한 흔쾌히 받아들였다.



'진짜 촌놈' 정세균
"서민 눈물 닦아줄 정치 하겠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를 대표하는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항상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는 점에서 생긴 별명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당내 평가가 높다. 정 후보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상대적으로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은 정 후보가 "대통령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 시킬 예정이다.

정 후보가 최근 '스티브 정'이란 새로운 별명에 집착하는 이유다. 학계 및 시민단체 등 폭넓은 교류를 통해 '정세균표' 경제정책인 '분수경제론'을 알려온 정 후보는 이들로부터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란색 셔츠와 무선 마이크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모습이 스티브 잡스와 닮았다는 것이다. '역동적이고 강력한 지도자'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정 후보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별명인 셈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따로 있다. '진짜 촌놈'의 줄임말인 '진촌'이다. 전북 진안 출신이라 '진안 촌놈'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정 후보는 진짜 촌놈이다. 촌놈이란 소리가 다소 껄끄러울 법도 하지만 정 후보는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정 후보가 '진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초심과 맞닿아 있다.

 

'간철수' 안철수
"엊그제까진 '컴의'였는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의사' '순둥이' 등의 별명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의사라는 별명은 그가 의사 출신이면서도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이고, 순둥이라는 별명은 그의 착한 성격 탓이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다음 지독하게 공부하는 습관 때문에 '독종'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고,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는 것으로 유명해 '바리스타 안'이란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안 원장은 평소 느릿한 화법 때문에 '3초 뒤'라는 별명도 있다.

안 원장 측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은 항상 상대방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깊이 생각한 후 대답을 한다"며 "답답할 수도 있지만 꼼수를 쓰려고 다른 말을 준비하는 3초가 아니라 남의 말을 경청하고 온전한 말을 하기 위한 의미에서 3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가 사실상 확실시 되는 요즘 안 원장의 별명은 '간잽이' '간철수' '거짓말쟁이' 등 온갖 네거티브가 난무한다. 정치의 냉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간철수라는 별명은 안 원장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지금까지도 대선출마를 공식화 하지 않고 '간'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생긴 별명이다. 여권에서는 안 원장이 검증은 피한 채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있다며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붓고 있지만 안 원장은 요지부동이다.

또 최근 안 원장이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의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안 원장은 거짓말쟁이"라는 치욕적인 평가까지 받아야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안 원장은 "사랑의 매로 생각하겠다"며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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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