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무성 카드' 만지작거리는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09: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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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다녀온 그에게 '선대본부장'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지난 14일 유럽배낭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향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가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박근혜 대선경선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오랜 여행 때문인지 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이 같은 질문에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문지기라도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확답은 피했다. 지난 4·11 총선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한동안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던 그가 단숨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뭔지 들여다봤다.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한때 대표적인 친박(親朴)인사였다. 거구의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패배하자 엉엉 눈물을 흘릴 정도로  온 마음을 다해 박 후보를 지지했었다. 김 전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좌장'이라 불렸던 이유도 이 같은 충직함 때문이었다.

은둔자의 삶

그러나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관련 박 후보와 입장을 달리하면서 대표적인 탈박(脫朴)인사가 됐다. 당시 박 후보는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일침을 놓으면서 둘은 완전히 결별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치러진 지난 4·11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이라는 이유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탈박'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으니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이후 김 전 원내대표 주변에서는 신당 창당설이나 무소속 출마설 등이 떠돌았으나 결국 불출마 백의종군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내가 무소속 출마 같은 선택을 하면 '새누리당은 박살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날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 전부 야권이 차지하는 것 아니겠나. 다시 생각하니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최종 결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일로 박 후보와의 화해의 싹이 텄다. 이후 탈당 도미노사태가 진정됐고 당 외곽의 신당 창당은 동력을 잃었다. 박 후보는 전화를 걸어 김 전 원내대표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총선은 새누리당의 과반 압승이었다. 총선 직후 그는 당에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온갖 제의를 뿌리치고 전라도와 미국, 유럽 등지를 배낭여행하며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지난 달 27일부터 전직 동료의원 3명과 함께 재정위기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김 전 원내대표는 당초계획보다 일찍 귀국하면서 전당대회를 앞둔 박 후보 측이 김 전 원내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일각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박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전 원내대표도 본선 캠프에 합류할 뜻을 내비쳤다.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전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면 새누리당 당원으로 정치인생 마지막을 걸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후보와 손잡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경선도 안 끝났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우파정권 재창출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애써 에둘러 표현했지만 현재 새누리당 대선경선은 박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본선에서 박 후보를 돕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표적 탈박 인사, 보수대연합 위한 포석
김무성 카드 놓고 당내 갈등 본격 현실화

'김무성 중용론'을 놓고 박 후보의 선거캠프 내에서는 첨예한 의견대립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박 후보 측은 탈박계이면서도 친박계와 두루두루 친하고, 비박주자들과도 관계가 원만한 김 전 원내대표가 김문수 후보 등 비박주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가 박 후보가 원하는 '보수대연합'의 기치를 걸고, 이들을 다독이며 본선에 대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대표적인 탈박인사인 그의 중용은 박 후보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변 인사들이 박 후보에게 제대로 조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대선캠프 재편 시 '예스맨'이 아니라 박 후보에게 할 말은 할 수 있는 김 전 원내대표가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캠프 내 개혁파들은 '김무성 카드'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헌금' 사태로 친박계 인사들의 '2선 후퇴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과거 친박계의 좌장이라 불렸던 핵심 친박인사가 선대위에 합류할 경우 '도로 친박계'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이번 공천헌금 파문으로 부산지역 총선 과정에 비리가 속속 포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PK 대표 중진을 기용하면 위험부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김 전 원내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해군기지 논란 등에서 보수적 색채가 너무 짙어 박 후보의 득표 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최근까지 속편하게 배낭여행을 다녀온 인물을 갑자기 선대본부장으로 기용한다니 조금은 황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 전 원내대표가 선대본부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자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처음부터 기획한 일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김 전 원내대표가 4·11 총선에서 반박인 듯 행세하다 돌연 백의종군 선언을 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던 비박, 반박 의원들을 주저앉힌 것 아니냐"며 "실제로 박 후보의 좌장이었던 김 전 원내대표가 단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견 하나로 박 후보를 떠났다는 사실에 많은 전문가들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었다"고 말했다.

'탈박' 김무성 중용론

김 전 원내대표의 배낭여행 또한 "박 후보와 자신이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김 전 원내대표가 그동안 여당 인사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정계 복귀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선거캠프의 한 인사는 "이 같은 음모론은 다소 황당하다"면서 "김 전 원내대표의 캠프 합류는 당내 입지나 격전지 부산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논의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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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