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박근혜 필패론'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1 12: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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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한계? "이대로 본선 가면 반드시 진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박근혜 필패론'이 나돌고 있다. 지금껏 '대세론'을 점하며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고수해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선 본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비록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동을 겪으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지지율이 밀리기는 했지만 박 후보가 대선에서 '필패' 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난 10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박 후보의 지지자에게 멱살 잡힌 것을 빗대) 그야말로 멱살 잡힐 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판에는 귀를 틀어막고 상대편의 멱살까지 잡는 박 후보 진영의 독선이야말로 필패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필패론, 현 상황에서 그것은 과연 어느 정도 믿을 만한 논리일까?

박근혜 후보가 당초 예상대로 무난히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고, 박 후보를 제18대 대통령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사실 박 후보는 그동안 무려 4년여 넘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유지해왔다. 이미 집권여당의 잠재적 대선후보였던 것이다. 그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한 촛불시위' 정국을 거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등 온갖 풍파를 이겨냈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은 박 후보의 독무대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을 넘기며 원내 1당을 유지했다. 총선 3~4개월 전만하더라도 100석도 건지기 쉽지 않다는 비관론에, 선거과정에서 총리실의 민간인사찰 파문 등 현 정권에 대한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기사회생의 승리를 놓고 정치권은 '박근혜의 힘'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힘?
매에는 장사 없어

정재계에선 사실상 차기 대선에서 박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며 이미 줄대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런데 불과 4개월여가 지난 지금 정치권에서는 난데없이 '박근혜 필패론'이 떠돌고 있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박근혜 필패론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필패론의 첫 번째 이유는 각종 네거티브에 대한 박 후보 측의 대응방식이다.

탄대로 같았던 박 후보의 대선가도는 최근 각종 측근비리와 역사인식 등을 비롯한 네거티브에 가로 막혔다. 당내 경쟁자인 김문수 후보가 지난 10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박 후보의 지지자에게 멱살이 잡히는 수모를 당한 것도 김 후보가 그동안 4·11 총선 공천헌금 파문과 정수장학회 의혹 등을 거론하고 홍보 동영상에 박 후보와 최태민 목사가 나란히 앉아있는 장면을 트는 등 집요하게 박 후보를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서는 개인적 비리로 선을 긋고, 나머지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답변할 가치도 없는 사실무근의 주장이라는 입장이지만 친박계의 한 의원은 "실제로는 박 후보가 네거티브 공격에 굉장히 민감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네거티브 공격에 '휘청'…경선 흥행은 '참패'
굳어진 대세론에 캠프 내 권력다툼까지?

정치전문가들도 "상대편으로부터 계속 공격을 당하는데도 확실히 아니라고 할 만한 증거가 없는 현 상황이 길어지면 아무리 지지층이 견고한 박 후보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네거티브보다 더 큰 문제는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의 대응방식이다. 일례로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을 지난 16일 제명하긴 했지만 이미 공천헌금 의혹이 최초로 불거진 후 14일 만의 일이다. 사실상 공천헌금 파동이 잦아드는 시점이었기에 일각에서는 "집이 다 타버린 후 물을 뿌린 꼴"이라는 말도 나왔다.

또 수사가 진행될수록 친박계 인물들이 줄줄이 연루되어 박 후보의 책임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무조건 개인적 비리로 선을 긋고 은근슬쩍 사건을 덮으려는 듯한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김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해 "민심은 법 이상의 것을 요구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안이한 대세론
무서운 민심

필패론의 두 번째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유지해온 대세론이다. 지난 4·11 총선을 보면 의석수에서는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총득표수에서는 오히려 야권에 뒤졌다. 승리요인도 '박근혜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야당의 '공천 잡음'과 '한미FTA 폐지 주장' '제주 해적기지 발언' 그리고 김용민 민주당 후보의 과거 막말에 이르는 '자살골' 덕분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승리에 도취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은 위기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점이 필패론의 골간이다. 박 후보가 '불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감수하며 경선룰을 밀어붙인 자신감도 오랫동안 굳혀온 대세론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들이 각종 의혹들을 해소하기보단 대세에 지장을 줄만한 사안은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모두 대세론을 너무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임태희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현 상황에 대해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경선일정의 연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박 후보의 경선 캠프 내부에서 본선용 인적배치를 두고 권력다툼이 펼쳐지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오면서 박근혜 필패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국민들의 이목을 모을 이벤트의 부재다.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일정은 런던올림픽 기간과 정확하게 겹쳤다. 당내에서도 올림픽 기간 중에 경선을 치르는 것에 반대가 많았지만 경선은 강행됐고, 예상대로 흥행은 저조했다. 그나마 경선이 끝나고 나면 새누리당에서는 더 이상 국민들의 이목을 모을 이벤트가 없다.
반면 야권인 민주통합당에서는 오는 9월16일 최종후보를 선출하게 되는데 만약 1위 후보가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경우엔 9월23일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까지 치르게 된다. 2위 손학규 후보가 약진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대형 이벤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서운 야권 바람 
국민관심 독차지

게다가 최종적으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과정까지 남아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최소한 오는 11월까지는 야권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이벤트는 지지율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세라 불리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와도 같았던 국민경선 과정 때문이었다.

네 번째 이유는 새로운 악재의 등장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방어는 아무리 잘해도 방어일 뿐이다. 방어만으로는 지지층의 확장을 이룰 수 없다. 앞으로의 대선정국에서 또 다른 돌발악재가 발생한다면 박 후보는 대선정국 내내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박 후보는 현 정부와 거리를 두고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왔다고 말하지만 여당은 여당인 만큼 정부의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게다가 방대한 조직을 자랑하는 박 후보는 내부에서 또 누가 문제를 일으킬지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도 끊임없이 박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민주통합당이 고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이 다시 급부상한 것과 관련, 당 차원에서 '고 장준하 선생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하면서 박 후보가 또다시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대선가도, 최대의 위협은 '돌발 악재'
"대응 늦었다" 공천헌금 공포도 '여전'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숙적이었다. 60~70년대에 37번의 체포와 9번의 투옥을 겪으며 줄기차게 유신정권을 반대해왔다. 그러던 중 장준하 선생은 1975년 등반을 갔다가 사망했으며, 경찰은 실족사로 발표했다. 당시 장준하 선생의 실족사에는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모두 묵살됐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친일파 박정희에 의해 독립군 장준하가 타살됐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불가한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앞으로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어떤 식으로 발전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잔펀치가 누적되면 박근혜 필패론은 점점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유는 안철수란 탈출구의 존재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BBK의혹 등으로 큰 곤혹을 치렀음에도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의 최종대결에서 승리했다.
당시 20~4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좋다'는 의견보다는 '그나마 낫다' 또는 '아예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대안의 부재는 곧바로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후보는 정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531만7708표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지만 투표율은 63%로 역대 최악이었다.

필패론 현실 되나?
쇄신만이 살 길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안철수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한국 정치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새로운 탈출구를 찾게 되면서 안 원장이 급부상하게 된 것"이라며 "대안이 없을 땐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일단 대안 생기고 나면 무섭게 결집하며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대세론'과 '필패론'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아직까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박 후보의 필패를 예상하기엔 이르지만 대세론에만 도취되어 필패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항간에 떠도는 박근혜 필패론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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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