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쓰나미 '박근혜 낙마' 3대 시나리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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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책임론 "9월에 퇴장한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그야말로 쓰나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 캠프 측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을 '쓰나미'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실제로 지난 2일 검찰이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을 밝힌 이후 국내 주요일간지의 정치면은 관련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으니 쓰나미라는 그의 비유가 무척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발 빠른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박 후보의 '낙마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이다. 공천헌금 의혹 쓰나미에 휩쓸린 박근혜 후보의 세 가지 낙마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유추해 봤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낙마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비례대표 자리를 놓고 거액이 오갔다는 이른바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목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인 현기환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도록 도와 달라"며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 의원은 지역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제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몸통은 박근혜?
친박 실세도 수사

현 전 의원은 검찰의 수사공표 다음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부산지검에 자진 출두했지만 이미 검찰은 다량의 증거를 확보하고 분석 중이다. 현 의원도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캠프 측은 이를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현 의원이 다른 친박계 인사들에게도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키드'로 불렸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마저 현 의원과의 연루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 후보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비박계 학살' '박근혜 사당화' 논란까지 겪어가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시 선거를 총지휘한 것은 누가 뭐래도 박 후보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1>
스스로 불출마선언


이번 공천헌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박 후보의 낙마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지율이 폭락하거나 책임론에 직면한 박 후보가 스스로 불출마선언을 하는 상황이다.
박 후보의 낙마를 예상하는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도 공고한 지지율을 근거로 '박근혜 대세론'를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 사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 박 후보의 지지율이 공고한 것은 지지자들이 이번 문제를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인데, 수사결과에 따라 친박계 의원 다수가 연루돼 있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또 이번 사건은 유죄를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무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무죄추정 원칙에 의한 증거부족일 뿐이다. 야권에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한데 이로 인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당내에서도 박 후보 책임론이 형성되어 박 후보가 스스로 불출마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제까진 1위였는데…" 초대형 악재에 '휘청'
"손수조 너마저?" 박근혜 목 조여드는 검찰

또 다른 전문가는 "전당대회 돈봉투사건으로 당명을 바꾼 지 겨우 6개월이 지났는데 그 정도의 쇄신안이 아니라면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모든 정치적 이슈가 공천헌금에 묻혀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무섭게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책임지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현재 상황에선 (당시 책임자인) 박 후보의 전격 사퇴라는 카드 외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지지율이 곤두박질 쳐 대선 필패가 분명해진다면 박 후보가 당의 승리를 위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2>
당내 경선에서 패배

박 후보의 두 번째 낙마 시나리오는 당내 경선에서 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 비박 4인은 이번 공천헌금 문제를 위기로 보기보다는 기회로 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비박주자 캠프에서는 이번 공천헌금 문제가 더욱 확산되길 바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박 후보를 누르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쇄신을 기치로 선거를 이끌어 나간다면 대선 승리도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라는 계산이다.

한 비박주자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금은 한 자릿수 지지율이 나오지만 우리 후보가 새누리당의 단독 대선후보가 돼도 지지율이 그렇게 나오겠느냐"며 "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표 확장성은 오히려 박 후보보다 뛰어나 박 후보의 지지자들을 모두 흡수하고 중도층의 표까지 일부 가져오면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진행상황에 따라서는 비박주자들이 오는 8월19일로 예정 된 새누리당 대선경선투표일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매일 같이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박 후보와 비박주자들 간의 지지율 격차는 엄청나지만 앞으로 치명적인 의혹이 몇 가지 더 추가로 제기될 경우에는 아무리 박 후보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3>
후보 출마자격 박탈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낙마 시나리오는 박 후보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출마자격을 박탈당하는 상황이다.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수사과정에서 박 후보가 이번 공천헌금 사건을 직접 주도해 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금품수수가 이뤄진 정황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경우엔 당연히 박 후보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박 후보가 공천헌금을 직접 주도하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치명적이다. 게다가 자금 일부가 박 후보의 대선캠프로 흘러간 정황이 밝혀진다면 당 차원에서 박 후보의 출마자격을 박탈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치전문가들은 현재 밝혀진 정황들로 볼 때 이러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최악이다. 새누리당에선 어떤 쇄신책을 내놔도 이미지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박주자 4인도 박 후보와 함께 대선정국에서 매장될 가능성이 크다. 과반수에 육박하는 원내 제1당조차 해체시킬 수 있는 초대형 악재"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가 실제로 낙마하게 된다면 다가올 18대 대선의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복잡한 대선 방정식
정답은 어디에?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유력한 다음 주자다. 하지만 김 후보가 과연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초 새누리당에서는 안 원장을 이길 필승카드로 안 원장에 대한 다양한 검증 작업들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공천비리'라는 악재로 낙마한 상황에서 이 같은 네거티브는 역풍에 직면 할 수 있다.

안철수 검증 카드를 쓸 수 없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 파격적인 당외 주자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여러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인물은 바로 안 원장이다. 대선 최대의 라이벌인 박 후보가 낙마한 상황에서 안 원장이 손쉽게 대권을 잡는다면 앞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 148석을 가진 새누리당의 지원은 무척 큰 힘이 될 것이 틀림없다. 안 원장의 정책적 색깔 역시 중도적이라 새누리당과 안 원장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조합은 아니라는 평가다.

비박 4인 "잘하면 대권 잡는다" 동상이몽
"박근혜 낙마 시 수십 가지 경우의 수 생겨"

반면 박 후보가 낙마하게 된다면 안 원장도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안 원장 스스로가 본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밝힌 만큼 박 후보의 낙마로 야권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이 아예 대선후보를 내지 않아 안 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제3의 후보들이 우후죽순으로 출마할 것 이라는 등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공천헌금 의혹이 매우 심각한 사안임에는 틀림없지만 박 후보가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며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다. 낙마할 경우 대선 정국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낮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낙마하면
누가 가장 득 볼까?

반면 야권의 한 관계자는 "공천헌금이라는 구시대적 비리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당시 선거를 총 지휘한 박 후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박계 인사들이 비리에 줄줄이 연루되어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낙마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겠냐"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뻔뻔하게 버티는 시나리오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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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