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쓰나미 '박근혜 낙마' 3대 시나리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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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책임론 "9월에 퇴장한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그야말로 쓰나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 캠프 측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을 '쓰나미'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실제로 지난 2일 검찰이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을 밝힌 이후 국내 주요일간지의 정치면은 관련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으니 쓰나미라는 그의 비유가 무척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발 빠른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박 후보의 '낙마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이다. 공천헌금 의혹 쓰나미에 휩쓸린 박근혜 후보의 세 가지 낙마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유추해 봤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낙마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비례대표 자리를 놓고 거액이 오갔다는 이른바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목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인 현기환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도록 도와 달라"며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 의원은 지역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제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몸통은 박근혜?
친박 실세도 수사

현 전 의원은 검찰의 수사공표 다음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부산지검에 자진 출두했지만 이미 검찰은 다량의 증거를 확보하고 분석 중이다. 현 의원도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캠프 측은 이를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현 의원이 다른 친박계 인사들에게도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키드'로 불렸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마저 현 의원과의 연루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 후보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비박계 학살' '박근혜 사당화' 논란까지 겪어가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시 선거를 총지휘한 것은 누가 뭐래도 박 후보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1>
스스로 불출마선언


이번 공천헌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박 후보의 낙마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지율이 폭락하거나 책임론에 직면한 박 후보가 스스로 불출마선언을 하는 상황이다.
박 후보의 낙마를 예상하는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도 공고한 지지율을 근거로 '박근혜 대세론'를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 사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 박 후보의 지지율이 공고한 것은 지지자들이 이번 문제를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인데, 수사결과에 따라 친박계 의원 다수가 연루돼 있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또 이번 사건은 유죄를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무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무죄추정 원칙에 의한 증거부족일 뿐이다. 야권에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한데 이로 인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당내에서도 박 후보 책임론이 형성되어 박 후보가 스스로 불출마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제까진 1위였는데…" 초대형 악재에 '휘청'
"손수조 너마저?" 박근혜 목 조여드는 검찰

또 다른 전문가는 "전당대회 돈봉투사건으로 당명을 바꾼 지 겨우 6개월이 지났는데 그 정도의 쇄신안이 아니라면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모든 정치적 이슈가 공천헌금에 묻혀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무섭게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책임지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현재 상황에선 (당시 책임자인) 박 후보의 전격 사퇴라는 카드 외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지지율이 곤두박질 쳐 대선 필패가 분명해진다면 박 후보가 당의 승리를 위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2>
당내 경선에서 패배

박 후보의 두 번째 낙마 시나리오는 당내 경선에서 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 비박 4인은 이번 공천헌금 문제를 위기로 보기보다는 기회로 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비박주자 캠프에서는 이번 공천헌금 문제가 더욱 확산되길 바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박 후보를 누르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쇄신을 기치로 선거를 이끌어 나간다면 대선 승리도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라는 계산이다.

한 비박주자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금은 한 자릿수 지지율이 나오지만 우리 후보가 새누리당의 단독 대선후보가 돼도 지지율이 그렇게 나오겠느냐"며 "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표 확장성은 오히려 박 후보보다 뛰어나 박 후보의 지지자들을 모두 흡수하고 중도층의 표까지 일부 가져오면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진행상황에 따라서는 비박주자들이 오는 8월19일로 예정 된 새누리당 대선경선투표일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매일 같이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박 후보와 비박주자들 간의 지지율 격차는 엄청나지만 앞으로 치명적인 의혹이 몇 가지 더 추가로 제기될 경우에는 아무리 박 후보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3>
후보 출마자격 박탈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낙마 시나리오는 박 후보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출마자격을 박탈당하는 상황이다.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수사과정에서 박 후보가 이번 공천헌금 사건을 직접 주도해 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금품수수가 이뤄진 정황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경우엔 당연히 박 후보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박 후보가 공천헌금을 직접 주도하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치명적이다. 게다가 자금 일부가 박 후보의 대선캠프로 흘러간 정황이 밝혀진다면 당 차원에서 박 후보의 출마자격을 박탈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치전문가들은 현재 밝혀진 정황들로 볼 때 이러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최악이다. 새누리당에선 어떤 쇄신책을 내놔도 이미지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박주자 4인도 박 후보와 함께 대선정국에서 매장될 가능성이 크다. 과반수에 육박하는 원내 제1당조차 해체시킬 수 있는 초대형 악재"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가 실제로 낙마하게 된다면 다가올 18대 대선의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복잡한 대선 방정식
정답은 어디에?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유력한 다음 주자다. 하지만 김 후보가 과연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초 새누리당에서는 안 원장을 이길 필승카드로 안 원장에 대한 다양한 검증 작업들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공천비리'라는 악재로 낙마한 상황에서 이 같은 네거티브는 역풍에 직면 할 수 있다.

안철수 검증 카드를 쓸 수 없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 파격적인 당외 주자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여러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인물은 바로 안 원장이다. 대선 최대의 라이벌인 박 후보가 낙마한 상황에서 안 원장이 손쉽게 대권을 잡는다면 앞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 148석을 가진 새누리당의 지원은 무척 큰 힘이 될 것이 틀림없다. 안 원장의 정책적 색깔 역시 중도적이라 새누리당과 안 원장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조합은 아니라는 평가다.

비박 4인 "잘하면 대권 잡는다" 동상이몽
"박근혜 낙마 시 수십 가지 경우의 수 생겨"

반면 박 후보가 낙마하게 된다면 안 원장도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안 원장 스스로가 본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밝힌 만큼 박 후보의 낙마로 야권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이 아예 대선후보를 내지 않아 안 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제3의 후보들이 우후죽순으로 출마할 것 이라는 등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공천헌금 의혹이 매우 심각한 사안임에는 틀림없지만 박 후보가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며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다. 낙마할 경우 대선 정국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낮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낙마하면
누가 가장 득 볼까?

반면 야권의 한 관계자는 "공천헌금이라는 구시대적 비리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당시 선거를 총 지휘한 박 후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박계 인사들이 비리에 줄줄이 연루되어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낙마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겠냐"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뻔뻔하게 버티는 시나리오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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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