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이후… ‘야동 사이트’ 기막힌 생존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7.06 17:49:04
  • 호수 12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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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피하려 주소에 숫자만 슬쩍∼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부가 불법 유해사이트를 단속에 나섰지만 해당 사이트들은 요리조리 피해가는 형국이다. 실제로 ‘야동 사이트’는 규제의 사각지대서 계속 생존 중이다. 네티즌들도 정부의 규제를 비웃으며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다.
 

예전부터 정부는 불법 유해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2000년대 초부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불법 유해사이트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고했다. 

예전부터
규제해도…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2005년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인터넷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인터넷 정보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청소년 유해정보를 접촉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83.4%에 달했다.

유해정보를 처음 접한 시기는 고교(22.4%), 대학 졸업 이후(17.7%), 중학교(15.2%) 등의 순이었다. 유해정보를 접한 경로로는 웹서핑이 31.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배너광고 19.8%, 검색엔진 18.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그 후 정부의 규제는 강화됐지만 불법 유해사이트의 접근은 막기가 힘들었다.


결국, 지난해 2월 정부는 더욱 강력한 웹사이트 차단 기술을 적용했다. 유해 정보 차단 등을 목적으로 강행하기로 결정한 것.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 위측이나 감청·검열 논란 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IT업계에 따르면 KT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차단 방식’을 이용한 웹사이트 차단을 시작했다.

SNI는 웹사이트 접속 과정서 적용되는 표준 기술을 가리킨다. 접속 과정서 주고받는 서버 이름(웹사이트 주소)이 암호화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을 노려 당국이 차단에 나선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웹사이트 23만8246건을 차단·삭제 조치하는 등 정부는 성매매·음란·도박 등 이른바 유해 정보를 막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유명 해외 성인 사이트 등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웹사이트 접속이 무더기로 차단됐다.

ISP의 고객 센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갑자기 특정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사용자들의 문의가 몰렸다. 

지난해 2월부터 성인사이트 차단
“인터넷 검열” 이유로 네티즌 불만

기존에 당국이 사용하던 ‘URL 차단’은 보안 프로토콜인 ‘https’를 주소창에 쓰는 방식으로 간단히 뚫린다. 지난 2018년 10월 도입된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 방식도 DNS 주소 변경 등으로 우회가 가능했었다.


성인동영상 사이트 등 불법 유해사이트 접속이 차단되자 네티즌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정부의 주관적인 판단하에 불법 사이트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검열’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https가 인터넷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보안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토콜이다 보니, https의 일괄 차단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더 나아가 검열과 감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청와대 청원은 참여 인원이 26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접속 차단을 피하기 위한 우회 방법은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결국 세금 낭비에 그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 불법사이트 차단 안내 ⓒ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온라인 불법 도박시장 규모가 2015년 기준 47조원이며, 불법촬영물은 피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촬영한 영상물은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센터가 삭제 및 차단을 지원한 규모가 2만8879건에 달했으며, 불법 촬영물의 온상이 된 웹하드 업체에 대한 수사가 강화되자, 일부 해외 사이트에 한국 불법촬영물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불법도박 사이트 776곳과 불법촬영물이 있는 음란사이트 96곳에 차단 결정을 내렸다.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고 차단 대상”이라고 답변했다.

우회해서
쉽게 접속

그는 “창과 방패처럼, 막는 기술이 나오면 뚫는 기술도 나온다. 근본적 해결은 누구도 불법으로 누군가를 촬영하지 않고, 누구도 그런 촬영물을 보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에는 피해자가 존재한다. 우회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를 방치할 수 없기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조치는 방심위서 현행법에 의해 불법이라고 심의·의결된 사항에 대해서만 취해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악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동안 소라넷이나 밤토끼 등 불법 사이트로 심의됐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어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없었던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5명서 9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의 결정으로 내려지는 공개 심의기 때문에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해당 사이트의 주소를 살짝 바꾸는 꼼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www.abc.com’이 주소라면 abc뒤에 숫자가 1이 붙고 정지를 당하면 2로 바꾸는 식이다. 이전 홈페이지서 게시된 자료를 계속 백업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불법 유해사이트 URL을 그들만의 은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적나라하게 주소를 적을 경우 사이버수사대의 포위망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인터넷 주소가 https로 시작하는 불법 도박, 음란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면서 불거진 검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 백업한 뒤 사이트 생명 연장
방통위 vs 네티즌 ‘창과 방패’ 대치


불법 사이트를 우회할 수 있는 앱까지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다운로드 수가 50만명을 넘는 등 인기인데, 정부가 차단한 불법 사이트를 접속하는 우회 통로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한 앱 개발업체도 https 차단 우회 앱을 만들었다. 정부가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자 이를 뚫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시작된 셈인데, 결국 차단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회 프로그램을 쓰면 속도 저하라든가 여러 문제들이 생긴다. 아주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존보다는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우회해서 사이트에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과거부터 계속 사용된 방식으로 매우 고전적인 방법이다. 이처럼 정부가 SNI 필터링을 도입한 이후에도 우회하는 방법이 계속 공유되고 있다. VPN을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만 있으면 언제든지 우회할 수 있다.

무료 VPN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정도로도 IP를 우회해 차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유해사이트는 물론 불법 드라마나 영화도 볼 수 있는 손쉽게 볼 수 있다. IP를 우회하면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고전적인
방법도 통해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해외 직구의 규모는 1조8073억원으로, 5년 새 무려 6배나 증가했다. 해외 직구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관세와 해외 배송비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소비자가격보다 여전히 저렴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만화도 공짜로 본다고?
‘밤토끼’ ‘마루마루’ 폐쇄 이후…

‘밤토끼’ ‘마루마루’ 등은 암암리에 만화와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사이트였다.

이 같은 만화·웹툰 불법유통 사이트들이 폐쇄된 이후 이를 모방하거나 틈새를 노려 성장한 공유 사이트들이 일제히 적발됐다.

하지만 유사한 그중 한 사이트가 마루마루가 폐쇄된 직후, 마루마루에 있던 만화들을 거의 다 백업한 것은 물론 마루마루와 똑같이 역식자를 모집하고 자체 번역을 하고 만화 갤러리서 번역한 만화를 로고만 넣고 그대로 재업로드해 대체 사이트로 거듭났다.

현재로서는 마루마루의 미러 사이트들 중에 제일 유명하고 앞서 나가고 있다. 마루마루 포지션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한 네티즌은 “요즘 주소 들이 자주 변경되는 현상이 있다. 정부 당국서도 합법적이지 않는 스캔본 만화들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https 차단이라고 불리우는데 이 방법은 이미 오래전에 우회방법이 나와버려서 단지 유저들을 귀찮게 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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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