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안풍' 잠재울 '히든카드' 찾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09 09: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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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강점이 최대 약점 "사돈네 팔촌까지 털어라"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무려 4년여 간이나 지속돼왔던 '박근혜 대세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를 무려 9.2%p 차이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비박후보들은 "안철수의 책 한권, TV출연 한번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허망하게 무너졌다"면서 "안풍을 꺾을 사람이 누구인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박 후보를 공격했다. 자칫하면 대권은커녕 당내 경선에서도 밀릴 분위기다. 그런데 정작 박 후보 측은 느긋한 눈치다. '안풍'을 잠재울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는 듯한 눈치다. 자신만만한 박근혜가 숨겨둔 히든카드란 과연 무엇일까?

지난달 19일 기습발간 된 <안철수의 생각>과 23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출연을 기점으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하자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철수의 약점?
박근혜의 허세?

게다가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다자대결에서도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으로 당명까지 바꿔야 했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박근혜 대세론이 완벽하게 무너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 선거캠프 관계자는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서면 검증과정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뤘다. 안 원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한 직후 박 후보 측의 한 인사는 "(방송내용 중) 거짓말이 있다"며 "차후에 하나하나씩 밝혀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측이 이렇듯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실제로 안 원장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후보 측이 당내 비박후보들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안 원장의 약점을 몇 가지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과연 지지율을 다시 역전시킬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는 미지수"라며 "어설픈 네거티브는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안 원장과 박 후보 측이 네거티브 공방을 펼친다면 박 후보 측도 의혹들이 산적해 있긴 마찬가지"라며 "이렇듯 느긋하게 자신감을 보일만큼 만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안 원장에게는 박 후보보다 훨씬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며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박 후보 캠프 측에서 주장하는 안 원장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정치인 치고는 지나치게 깨끗한 그의 이미지다.

안풍 몰아치는데 내심 느긋한 박근혜 '왜?'
"안철수 치명적 약점 있다" 이미 승리 확신

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안 원장의 이미지는 매스컴을 통해 과도하게 가공된 측면이 있다. 안 원장은 정치적 업적과 능력 검증도 없이 오직 깨끗한 이미지만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었는데 똑같이 네거티브를 해도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박 후보보다는 안 원장이 훨씬 더 상처를 많이 입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과거 모 언론은 안 원장이 룸살롱에 출입했었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보도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 내용은 안 원장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MBC TV <무릎팍도사-안철수 편>에서 룸살롱 같은 곳을 전혀 출입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지인들과 룸살롱에 출입했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는 것이다. 성매매만 하지 않았다면 룸살롱 출입 자체는 불법도 아니라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임에도 너무나 깨끗해 보였던 안 원장의 이미지가 문제였다. 당시 보도는 큰 화제가 되어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철수 측 관계자조차 취재기자에게 '별걸 다 취재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안 원장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보도일 수도 있다"며 "사실 사업을 하다보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그런 곳을 출입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인데 방송에서 그런 것을 물어보면 누구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나? 하지만 안 원장이기에 대중들은 실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연예인도 화장실에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열성적인 어린 팬들은 막상 연예인이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원리와 같다"며 "때문에 안 원장 스스로도 이러한 국민들의 지지가 자신에 대한 진짜 지지인지 헷갈려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검증
효과 낼까?

한편 안 원장에 대한 검증 작업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이미 한 차례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안 원장의 저격수로 나선 것은 강용석 전 의원이었다.

강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전 직원에게 다 나눠줬다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얘기했는데 관련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2000년 10월 발행한 주식 526만 주 가운데 1.5%인 8만 주만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안철수연구소는 주가조작을 일삼고 기술력도 형편없다. 정부 지원 없이는 1년도 버티기 어려운 좀비기업"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또 "안철수연구소가 매년 1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지만 2008년과 2009년, 2010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4·11총선을 앞두고는 안 원장이 지난 1999년 안철수연구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인수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보고 세금을 탈루했다며 안 원장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해당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강 전 의원의 공세는 실패했다. 이러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원장이 지지한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고, 강 전 의원 본인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한데다 안 원장의 지지율 또한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안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강 의원은 한 개그맨을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발하는 등 기이한 행동으로 '고발집착남'으로까지 불리며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내린 경향이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한 문제제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사안이었는데 강 의원의 그러한 이미지 때문에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안
재벌 편들었나?

실제로 지난달 30일 안 원장이 2003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 새누리당이 대변인 브리핑과 세 차례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면서 뒤에서는 대기업의 편을 들어 준 이중잣대"라며 공세를 시작하자 안 원장의 지지율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어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자회사(자무스)가 재벌들과 함께 '인터넷 전용은행' 설립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자 평소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를 포함한 '재벌개혁'을 강조한 안 원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앞으로 (안 원장을 공격할) 2탄, 3탄이 더 예정돼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해 더욱 매서운 검증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10년 전 실수까지…" 안철수 비밀 검증팀 풀가동?
벌써 물고 물리는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 우려

새누리당 내에서는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가 먹혀들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다. 반면 박 후보 측 선거캠프에서는 애써 속내를 감추고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박 후보 캠프에서 '안철수 검증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 원장이 정식으로 대권에 도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안 원장을 야권 단일화 후보에 선출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증작업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 캠프에선 안 원장의 지지율에는 허수가 많아 본선서 재조정이 확실시 되는데다 세력이 없고 약점이 많아 다른 야권주자들보다 훨씬 상대하기가 수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마무리 되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끝날 때까진 조용히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에만 매진하다 안 원장이 단일화 후보에 추대되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검증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책대결보단
네거티브 대결

박 후보는 당초 야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선과정에서 네거티브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박 후보 캠프에서 준비하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에는 그의 최대 업적인 안철수연구소는 물론, 가족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어 자칫 이번 대선이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대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끝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본격적인 표대결로 들어가면 앞 다퉈 네거티브 공세를 펼쳐왔던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라며 "박 후보 측이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결국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에 불과하다면 이번 대선은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커 유권자들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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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