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안풍' 잠재울 '히든카드' 찾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09 09: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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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강점이 최대 약점 "사돈네 팔촌까지 털어라"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무려 4년여 간이나 지속돼왔던 '박근혜 대세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를 무려 9.2%p 차이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비박후보들은 "안철수의 책 한권, TV출연 한번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허망하게 무너졌다"면서 "안풍을 꺾을 사람이 누구인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박 후보를 공격했다. 자칫하면 대권은커녕 당내 경선에서도 밀릴 분위기다. 그런데 정작 박 후보 측은 느긋한 눈치다. '안풍'을 잠재울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는 듯한 눈치다. 자신만만한 박근혜가 숨겨둔 히든카드란 과연 무엇일까?

지난달 19일 기습발간 된 <안철수의 생각>과 23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출연을 기점으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하자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철수의 약점?
박근혜의 허세?

게다가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다자대결에서도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으로 당명까지 바꿔야 했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박근혜 대세론이 완벽하게 무너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 선거캠프 관계자는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서면 검증과정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뤘다. 안 원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한 직후 박 후보 측의 한 인사는 "(방송내용 중) 거짓말이 있다"며 "차후에 하나하나씩 밝혀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측이 이렇듯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실제로 안 원장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후보 측이 당내 비박후보들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안 원장의 약점을 몇 가지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과연 지지율을 다시 역전시킬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는 미지수"라며 "어설픈 네거티브는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안 원장과 박 후보 측이 네거티브 공방을 펼친다면 박 후보 측도 의혹들이 산적해 있긴 마찬가지"라며 "이렇듯 느긋하게 자신감을 보일만큼 만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안 원장에게는 박 후보보다 훨씬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며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박 후보 캠프 측에서 주장하는 안 원장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정치인 치고는 지나치게 깨끗한 그의 이미지다.

안풍 몰아치는데 내심 느긋한 박근혜 '왜?'
"안철수 치명적 약점 있다" 이미 승리 확신

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안 원장의 이미지는 매스컴을 통해 과도하게 가공된 측면이 있다. 안 원장은 정치적 업적과 능력 검증도 없이 오직 깨끗한 이미지만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었는데 똑같이 네거티브를 해도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박 후보보다는 안 원장이 훨씬 더 상처를 많이 입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과거 모 언론은 안 원장이 룸살롱에 출입했었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보도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 내용은 안 원장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MBC TV <무릎팍도사-안철수 편>에서 룸살롱 같은 곳을 전혀 출입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지인들과 룸살롱에 출입했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는 것이다. 성매매만 하지 않았다면 룸살롱 출입 자체는 불법도 아니라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임에도 너무나 깨끗해 보였던 안 원장의 이미지가 문제였다. 당시 보도는 큰 화제가 되어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철수 측 관계자조차 취재기자에게 '별걸 다 취재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안 원장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보도일 수도 있다"며 "사실 사업을 하다보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그런 곳을 출입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인데 방송에서 그런 것을 물어보면 누구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나? 하지만 안 원장이기에 대중들은 실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연예인도 화장실에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열성적인 어린 팬들은 막상 연예인이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원리와 같다"며 "때문에 안 원장 스스로도 이러한 국민들의 지지가 자신에 대한 진짜 지지인지 헷갈려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검증
효과 낼까?

한편 안 원장에 대한 검증 작업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이미 한 차례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안 원장의 저격수로 나선 것은 강용석 전 의원이었다.

강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전 직원에게 다 나눠줬다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얘기했는데 관련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2000년 10월 발행한 주식 526만 주 가운데 1.5%인 8만 주만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안철수연구소는 주가조작을 일삼고 기술력도 형편없다. 정부 지원 없이는 1년도 버티기 어려운 좀비기업"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또 "안철수연구소가 매년 1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지만 2008년과 2009년, 2010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4·11총선을 앞두고는 안 원장이 지난 1999년 안철수연구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인수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보고 세금을 탈루했다며 안 원장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해당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강 전 의원의 공세는 실패했다. 이러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원장이 지지한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고, 강 전 의원 본인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한데다 안 원장의 지지율 또한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안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강 의원은 한 개그맨을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발하는 등 기이한 행동으로 '고발집착남'으로까지 불리며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내린 경향이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한 문제제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사안이었는데 강 의원의 그러한 이미지 때문에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안
재벌 편들었나?

실제로 지난달 30일 안 원장이 2003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 새누리당이 대변인 브리핑과 세 차례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면서 뒤에서는 대기업의 편을 들어 준 이중잣대"라며 공세를 시작하자 안 원장의 지지율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어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자회사(자무스)가 재벌들과 함께 '인터넷 전용은행' 설립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자 평소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를 포함한 '재벌개혁'을 강조한 안 원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앞으로 (안 원장을 공격할) 2탄, 3탄이 더 예정돼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해 더욱 매서운 검증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10년 전 실수까지…" 안철수 비밀 검증팀 풀가동?
벌써 물고 물리는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 우려

새누리당 내에서는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가 먹혀들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다. 반면 박 후보 측 선거캠프에서는 애써 속내를 감추고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박 후보 캠프에서 '안철수 검증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 원장이 정식으로 대권에 도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안 원장을 야권 단일화 후보에 선출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증작업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 캠프에선 안 원장의 지지율에는 허수가 많아 본선서 재조정이 확실시 되는데다 세력이 없고 약점이 많아 다른 야권주자들보다 훨씬 상대하기가 수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마무리 되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끝날 때까진 조용히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에만 매진하다 안 원장이 단일화 후보에 추대되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검증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책대결보단
네거티브 대결

박 후보는 당초 야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선과정에서 네거티브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박 후보 캠프에서 준비하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에는 그의 최대 업적인 안철수연구소는 물론, 가족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어 자칫 이번 대선이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대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끝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본격적인 표대결로 들어가면 앞 다퉈 네거티브 공세를 펼쳐왔던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라며 "박 후보 측이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결국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에 불과하다면 이번 대선은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커 유권자들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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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