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안풍' 잠재울 '히든카드' 찾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09 09: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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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강점이 최대 약점 "사돈네 팔촌까지 털어라"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무려 4년여 간이나 지속돼왔던 '박근혜 대세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를 무려 9.2%p 차이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비박후보들은 "안철수의 책 한권, TV출연 한번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허망하게 무너졌다"면서 "안풍을 꺾을 사람이 누구인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박 후보를 공격했다. 자칫하면 대권은커녕 당내 경선에서도 밀릴 분위기다. 그런데 정작 박 후보 측은 느긋한 눈치다. '안풍'을 잠재울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는 듯한 눈치다. 자신만만한 박근혜가 숨겨둔 히든카드란 과연 무엇일까?

지난달 19일 기습발간 된 <안철수의 생각>과 23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출연을 기점으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하자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안철수의 약점?
박근혜의 허세?

게다가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다자대결에서도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으로 당명까지 바꿔야 했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박근혜 대세론이 완벽하게 무너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막상 박근혜 선거캠프 관계자는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서면 검증과정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여 묘한 대조를 이뤘다. 안 원장이 <힐링캠프>에 출연한 직후 박 후보 측의 한 인사는 "(방송내용 중) 거짓말이 있다"며 "차후에 하나하나씩 밝혀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 측이 이렇듯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실제로 안 원장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후보 측이 당내 비박후보들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안 원장의 약점을 몇 가지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과연 지지율을 다시 역전시킬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는 미지수"라며 "어설픈 네거티브는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안 원장과 박 후보 측이 네거티브 공방을 펼친다면 박 후보 측도 의혹들이 산적해 있긴 마찬가지"라며 "이렇듯 느긋하게 자신감을 보일만큼 만만한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안 원장에게는 박 후보보다 훨씬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며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박 후보 캠프 측에서 주장하는 안 원장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정치인 치고는 지나치게 깨끗한 그의 이미지다.

안풍 몰아치는데 내심 느긋한 박근혜 '왜?'
"안철수 치명적 약점 있다" 이미 승리 확신

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안 원장의 이미지는 매스컴을 통해 과도하게 가공된 측면이 있다. 안 원장은 정치적 업적과 능력 검증도 없이 오직 깨끗한 이미지만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얻었는데 똑같이 네거티브를 해도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박 후보보다는 안 원장이 훨씬 더 상처를 많이 입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과거 모 언론은 안 원장이 룸살롱에 출입했었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보도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 내용은 안 원장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MBC TV <무릎팍도사-안철수 편>에서 룸살롱 같은 곳을 전혀 출입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지인들과 룸살롱에 출입했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는 것이다. 성매매만 하지 않았다면 룸살롱 출입 자체는 불법도 아니라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사안임에도 너무나 깨끗해 보였던 안 원장의 이미지가 문제였다. 당시 보도는 큰 화제가 되어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철수 측 관계자조차 취재기자에게 '별걸 다 취재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안 원장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보도일 수도 있다"며 "사실 사업을 하다보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그런 곳을 출입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인데 방송에서 그런 것을 물어보면 누구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나? 하지만 안 원장이기에 대중들은 실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연예인도 화장실에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열성적인 어린 팬들은 막상 연예인이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원리와 같다"며 "때문에 안 원장 스스로도 이러한 국민들의 지지가 자신에 대한 진짜 지지인지 헷갈려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검증
효과 낼까?

한편 안 원장에 대한 검증 작업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이미 한 차례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안 원장의 저격수로 나선 것은 강용석 전 의원이었다.

강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전 직원에게 다 나눠줬다고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얘기했는데 관련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2000년 10월 발행한 주식 526만 주 가운데 1.5%인 8만 주만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안철수연구소는 주가조작을 일삼고 기술력도 형편없다. 정부 지원 없이는 1년도 버티기 어려운 좀비기업"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또 "안철수연구소가 매년 1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지만 2008년과 2009년, 2010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4·11총선을 앞두고는 안 원장이 지난 1999년 안철수연구소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인수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보고 세금을 탈루했다며 안 원장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해당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강 전 의원의 공세는 실패했다. 이러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원장이 지지한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고, 강 전 의원 본인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한데다 안 원장의 지지율 또한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에서는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안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강 의원은 한 개그맨을 국회의원 모욕죄로 고발하는 등 기이한 행동으로 '고발집착남'으로까지 불리며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내린 경향이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한 문제제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사안이었는데 강 의원의 그러한 이미지 때문에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흔들리는 안
재벌 편들었나?

실제로 지난달 30일 안 원장이 2003년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 새누리당이 대변인 브리핑과 세 차례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면서 뒤에서는 대기업의 편을 들어 준 이중잣대"라며 공세를 시작하자 안 원장의 지지율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어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자회사(자무스)가 재벌들과 함께 '인터넷 전용은행' 설립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자 평소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를 포함한 '재벌개혁'을 강조한 안 원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지어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앞으로 (안 원장을 공격할) 2탄, 3탄이 더 예정돼 있다"며 안 원장에 대해 더욱 매서운 검증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10년 전 실수까지…" 안철수 비밀 검증팀 풀가동?
벌써 물고 물리는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 우려

새누리당 내에서는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가 먹혀들고 있다며 들뜬 분위기다. 반면 박 후보 측 선거캠프에서는 애써 속내를 감추고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미 박 후보 캠프에서 '안철수 검증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 원장이 정식으로 대권에 도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안 원장을 야권 단일화 후보에 선출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증작업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 캠프에선 안 원장의 지지율에는 허수가 많아 본선서 재조정이 확실시 되는데다 세력이 없고 약점이 많아 다른 야권주자들보다 훨씬 상대하기가 수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마무리 되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끝날 때까진 조용히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에만 매진하다 안 원장이 단일화 후보에 추대되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검증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책대결보단
네거티브 대결

박 후보는 당초 야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대선과정에서 네거티브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박 후보 캠프에서 준비하고 있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작업에는 그의 최대 업적인 안철수연구소는 물론, 가족문제까지 포함되어 있어 자칫 이번 대선이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대결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끝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본격적인 표대결로 들어가면 앞 다퉈 네거티브 공세를 펼쳐왔던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라며 "박 후보 측이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지만 결국 안 원장에 대한 네거티브에 불과하다면 이번 대선은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커 유권자들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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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