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덮친 '공천헌금 사태' 핫 쟁점 셋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06 10:34:25
  • 댓글 0개

박근혜, 다 잡은 대권 빨간불 들어왔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이 지난 4·11총선 공천 과정에서 새누리당 일부 당직자와 후보자들 사이에서 '공천헌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총지휘했다. 자칫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 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불과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에서 공천헌금 비리의혹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지난 4·11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야 당직자와 국회의원 후보들 사이에 거액의 공천헌금이 오간 정황을 잇달아 포착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검찰에 지목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 중순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인 현기환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몰랐나?
책임론 급부상

현 의원은 또 지난 3월 말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2000만원을 제공하고, 정치자금 수입·지출에 관한 허위 회계보고, 자원봉사자에게 금품 제공, 선거구민에 대한 기부행위, 타인명의의 정치자금 기부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실제로 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받아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검찰은 돈을 받은 현 전 의원과 홍 전 대표, 돈 전달에 관여한 홍 전 대표의 측근 조모씨도 선관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최대 쟁점은 역시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실제로 돈이 오갔는지 여부이다. 당사자인 현 의원은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이 불순한 목적을 갖고 음해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상당한 정황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대권가도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사당화 논란까지 겪어가며 총선을 총지휘했기 때문이다. 공천헌금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은 부산의 친박근혜계 핵심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여야 공천헌금 비리 본격수사 착수
"의혹 사실이면 박근혜 낙마 가능성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을 계기로 당명까지 바꿔가며 박 후보와 함께 쇄신공천을 외쳤던 친박계 인사들이 뒤에서는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면 박 후보에게는 그야말로 치명타임에 틀림없다. 수사방향에 따라서는 다른 친박계 인사들까지 줄줄이 비리의혹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논평을 내며 박 후보를 공격하고 나섰다. 손학규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그토록 개혁공천을 외치더니 결국 공천헌금으로 정치개혁의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 측 전현희 대변인도 "구태정치로 국민을 실망시킨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 쟁점은 공천헌금 비리와 박 후보의 관련 여부이다. 민주통합당은 현 전 의원이 친박계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천비리 의혹이) 박 후보의 최측근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후보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검찰은 박 후보와의 연관성도 흔들림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일 손가락질하는 민주당
"그러는 너흰 깨끗하니?"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박 후보가 당시 이런 공천장사를 알았다면 더 큰 문제이고 몰랐다고 해도 문제"라며 "최측근이 공천장사를 하는데도 모를 정도로 허술하다면 대통령이 됐을 경우 측근 비리를 어떻게 방지 할 수 있겠느냐"며 비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면서도 박 후보의 선거캠프로 자금이 일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번 사태를 통해 박 후보가 대선후보에서 낙마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 번째 쟁점은 공천헌금 비리의혹이 야권으로 확대 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야권은 새누리당에 연일 맹공을 퍼붓고는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미 검찰은 새누리당과 함께 선진통일당의 공천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통일당 회계책임자이자 공천심사위원인 김광식 대표비서실장과 심상억 전 정책연구원장은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던 김영주 의원을 상대로 "상위 순번을 받으려면 50억원을 제공하라"고 요구해 돈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직자에게 가야 할 정당 정책개발비에 손을 대 1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고발된 송찬호 선진통일당 조직국장과 불법 정치자금을 회계보고 없이 사용한 같은 당 김낙성 전 원내대표, 박상돈 최고위원, 류근찬 전 최고위원 등 4명도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친박계 돈공천? 대선정국 초반 초대형 악재
야당도 안심 못해, 공천헌금 파문 어디까지

민주통합당도 공천헌금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은 4·11총선 과정에서 한명숙 당시 대표의 측근 심상대 전 사무부총장이 전주 완산을 예비후보 박모씨로부터 지역구 공천 대가로 4차례에 걸쳐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돼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총선을 총 지휘했던 당 대표의 측근이 이미 공천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여론의 비난을 분산시키기 위해 심 전 사무부총장의 비리를 다시 상기시키고 민주당의 각종 공천비리 의혹을 제기한다면 이번 공천헌금 비리의혹 수사가 정치권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공천비리의혹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면면을 자세히 알기란 힘들고 결국엔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거는 것"이라며 "심지어 특정 정당의 '텃밭 지역' 공천은 당선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어 공천비리가 근절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덮칠 쓰나미
안철수만 신났다?

한편 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한 점 의혹 없이 사실을 밝혀야 된다"며 차분한 대응을 보였지만 새누리당은 작년 말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이어 또 다시 터진 악재에 패닉상태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권에서는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건은 대형 정치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여야 모두가 치명타를 입고 결국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