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김정은 위중설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27 10:21:47
  • 호수 12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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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생일에 사라진 위원장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진실은 무엇일까. 국내외 복수의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 위중설을 보도했다. 진실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여기에 더해 한미 당국의 발표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미국 내 매체들도 진실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일요시사>는 ‘김정은 위중설’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 최근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태양절을 맞아 북한 고위 간부들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태양절 불참
“불경한 일”

태양절 행사는 지난 15일에 열렸다. 이날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로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다. 매년 열병식과 군중대회 등을 실시하며 성대하게 치른다. 김 위원장은 집권 시작인 지난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태양절 참배를 거른 적이 없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에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17일 ‘김정은의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불참과 건강이상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과 같은 군주제적 스탈린주의 체제서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태양절 참배를 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참배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후 건강이상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 전용병원 향산진료소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 특각(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외신으로 확산됐고 건강이상설은 ‘위중설’로 진화했다. 미국 CNN은 지난 21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심각한 위험(grave danger)’에 빠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심혈관 수술 후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도 밝혔다.

일본 언론도 합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2일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의 권한 대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행→건강이상설→위중설 확산
가족력? 심혈관 시술 가능성도

한미일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에서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가 열렸을 때 김 위원장이 사망 등을 이유로 통치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또 <요미우리>는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의 고혈압과 심장병, 당뇨병 등이 악화돼 프랑스 의사단이 1월 북한을 방문했다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 판문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 부부장은 김일성 주석의 손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딸이다. 속칭 ‘백두혈통’으로 통한다. 앞서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김 부부장이 함께 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내 2인자로 김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소식들은 평소 김 위원장이 보여준 건강과 관련한 징후와 더해져 주목받았다. 2012년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건강 문제는 주기적으로 관심을 끌어왔다.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과 당교 등 각종 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은 한 달여 동안 잠행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에도 위중설이 가능성 높게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이후 지팡이를 짚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이유는 발목의 낭종을 제거해서였다.

특히 심혈관 쪽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각각 1994년과 2011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외신 잇따라
와병설 보도

징후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지난 2018년 4월27일 당시, 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수차례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의 체중이 꾸준히 늘어 130kg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북한 체제 급변 가능성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김정은 평전’인 <위대한 계승자>의 저자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보기에도 안 좋은 건강 상태’라며 ‘김정은의 키는 5피트7인치(약 170㎝)인데 몸무게는 300파운드(약 136kg)’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인 정 박 박사도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나쁜 건강과 조기 사망 가능성은 북한에 관한 여러 잠재적 시나리오서 언제나 와일드카드였다’고 게재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청와대가 입을 열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CNN 보도 직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강원도 모처에 있는 특각(별장)에 머물며 주변 지역을 비공개로 현지 지도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도 나왔다. 
 

▲ ▲▲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미국 정부의 발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서 김 위원장이 위독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런 보도들이 나왔는데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며 “나는 그(김 위원장)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만약 그가 언론 보도에서 말하는 종류의 상태에 있다면 그건 매우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 보도를 많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미 입장
미묘한 차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 위원장의 상태는 알지 못하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국무부 청사 기자회견서 “나는 어떤 것도 더할 게 없다”며 “(트럼프)대통령이 지난 저녁에 말한 대로 우리는 그곳(북한)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하이튼 미국 합참 차장은 지난 23일 “나는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문 기사를 계속 읽어왔고 읽고 있다”며 “나는 정보상으로 그런 것(김 위원장 건강 문제)들에 관해 확인하거나 부인할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특이 동향은 없다” “지방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등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모른다” “예의주시 중이다” 등 긍정도, 부정도 아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불씨는 국내 정치권에도 옮겨 붙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인(서울 강남갑)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에 대한 보도가 외신에서 나왔음에도 북한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탈북자 출신의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 역시 지난 21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쯤 김 위원장이 심장·혈관 문제로 의사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최근 수술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북한이 ‘섭정 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코로나19 감염설까지…
‘평양 봉쇄설’ 언급도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서 취재진과 만나 “정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전해왔지만, 김정은의 신변에 뭔가 이상한 징후가 있지 않느냐는 판단”이라며 “여러 상황을 보면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해 충분히 이상설을 제기할 만한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이 제기한 징후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지난 10일에 개최하기로 했다가 12일로 연기한 점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점 ▲지난 15일 태양절에 참석하지 않은 점 ▲최근 평양이 완전 봉쇄된 점 등이다.

각종 해석까지 더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를 피해 평양이 아닌 원산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묘향산 인근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앞선 보도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 ▲▲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도쿄신문>은 지난 23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원산 체류는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자주 격리일 것”이라며 “경호원들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발견돼 김 위원장이 경비태세에 불안함을 느낀 것이 원산행의 이유라는 정보가 흘러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이라고 말하는 측도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측근도 알기 힘들 정도로 북한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밀이다. 알 만한 사람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 부부장, 현송월·조용원 당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정도다. 이 때문에 북한 매체를 통해 발표되지 않는 이상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정보는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첩보인가
오보인가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그의 건강과 관련한 의구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보인 건강이상에 대한 징후와 북한의 폐쇄성 때문이다. 북한은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갖고 있다. 그만큼 북한은 정보제공에 인색하며, 각 국가의 대북 정보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은 “한미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모른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국의 ‘김정은 유고’ 시나리오

미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고했을 때를 대비해 광범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폭스뉴스>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현재 불분명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 광범위한 비상계획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북한 개입에 대처하는 계획이 그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해 체제가 흔들린다면, 기아에 허덕이던 주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탈북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폭스뉴스>는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북한 체제에 개입하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상계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지도자의 사망, 또는 내부 쿠데타 등 돌발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서 비상계획을 점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위중설이 불거지고 난 후 미 국방부 관계자가 비상계획을 언급한 점은 시점 상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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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