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치는 안철수 대권행보 엿보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01 09:32:51
  • 댓글 0개

'우연 반복되면 필연'…대권은 그의 운명?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19일 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숨은 의도가 없는 내 말이 다르게 전달돼 난감할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본인은 정치를 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일부 언론의 과도한 해석이 국민들의 정치적 기대로 이어지면서 우연히도 자신이 유력한 대선주자가 되었다는 하소연이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에게 대권은 '운명'일까? 하지만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행보가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이벤트'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부분의 언론들이 자신의 행보를 놓고 '대권준비' 라고 말할 때 늘 '아니오' 라고 대답했다. 그가 진행해온 '청춘콘서트'도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도 재산 사회환원도 '대권' 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는 위선자?
지독한 우연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의 지지율은 높아져만 갔다. 지난 19일 기습발간 된 <안철수의 생각>과 23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출연을 기점으로는 여론조사 양자대결 결과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반대급부로 지지율이 4.5%p나 감소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 원장을 향한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당장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면서 치밀한 계획 아래 출간과 방송출연을 진행한 '위선자' 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책 발간 하루 전인 지난 18일 안 원장 측이 방송사에 녹화를 먼저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비판은 더욱 힘을 얻었다.

안 원장의 설명대로라면 그동안의 그의 행보는 대선을 향한 지독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우선 안 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는 정말 우연히(?)도 민주통합당 대선경선주자들의 첫 토론회와 같은 날 방영됐다. 덕분에 민주통합당 경선주자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첫 토론회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또 당초 7월25일경 출간 될 것으로 알려졌던 그의 저서는 하필 19일 기습발간 됐다. 표면적으로는 '취재경쟁의 과열'이 이유였지만, 이를 통해 또 우연히도 사흘 후 안 원장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힐링캠프> 안철수 편은 18.7%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새누리당 박 전 위원장이 출연했을 때 시청률은 12.2%(1월 2일)였으며 민주통합당 문 고문이 출연했을 때의 시청률은 10.5%(1월 9일)였다.


본인은 다른 의도 없다는데…정치권선 '계산된 행보'
책 내니 <힐링캠프>, 서울시장 양보하니 대선후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의 저서가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은 당초 안 원장이 대선출마 여부를 저서를 통해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선출마 선언을 먼저 하고 책을 발간했으면 이러한 관심을 끌었을지 의문"이라며 "또 예능출연도 마찬가지로 대선출마여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국민들을 심야시간 TV 앞으로 끌어 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늦춤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안 원장의 우연은 지난해 10월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당시 안 원장은 이미 '안철수 연구소' 'V3' 등으로 유명한 CEO였지만 그가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여야의 유력주자들을 제치고 50%에 육박했다.

안 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그때 나는 출마에 대한 생각을 막 시작한 것에 불과했지만 언론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보도했다"며 "(보도 후)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때서야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무려 3개월 가까이 진행해 왔던 청춘콘서트가 정치적 지지기반 마련을 위한 행보였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안 원장은 이를 부인했다.

안 원장은 시장출마설이 보도된 후 불과 4일 만인 지난해 9월6일 서울시장 출마를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양보했다. 당시 박 이사의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언론에선 그가 대선출마를 위해 시장출마를 양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안 원장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도전은 가당치도 않고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불과 5%의 지지율을 보였던 무소속의 박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서울시장 보선에서 당당히 승리하면서 '안풍'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안풍'의 위력
 모든 것은 오해?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2주 만인 지난해 11월14일 안 원장은 또 한 번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가량(1500억 상당)을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일"이라며 대권행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부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재산 환원이) 대선을 위한 것이었으면 지금 했을 것"이라며 "그런 오해를 안 사려고 빠른 시간 내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정치전문가는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재산을 환원하는 것이 더 속보이고 아마추어 같은 일이 아닌가? 안 원장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대선이 끝난 후에 하는 것이 맞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11총선과정에서 안 원장이 보여준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원장은 저서를 통해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의 야권의 패배가 대선출마를 고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 것이다.

책 출간·TV 출연 안철수 다음 행보는? 
"검증 피한 채 누릴 것 다 누린다" 비판

안 원장의 이 같은 설명에 야권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야권 내에선 안 원장을 향한 원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의 승리를 원했고 야권이 승리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사람이 왜 위기의 순간에 야권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냐는 볼멘소리다.

그러나 안 원장은 역시 저서를 통해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보다는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제 이름을 걸고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4·11총선에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아내인 인재근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4·11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던 안 원장이 인재근 후보를 등에 업고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의혹이었다.

특히 10·26 서울시장 보선 이후 안 원장이 김 전 고문과 회동을 추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사실이라면 4·11총선을 계기로 제자리로 돌아가려 했다는 안 원장이 총선 기간 이전부터 대선을 위한 세불리기에 나섰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민평련은 김 전 고문의 주도로 출범했던 통일시대국민회의(1994)가 모태로 일명 GT계(김근태계) 의원들이 다수 속해있는 모임이다. 민주당내에서 '친노' 다음으로 많은 의원들이 속해 있다. 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현재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당내 대선후보들의 출마선언식에 한 군데도 참여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선과정을 통해 검증된 한 명을 적극 지지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빅3 대선주자(문재인-김두관-손학규)' 등을 비롯한 당내 대선주자들은 민평련의 '러브콜'을 받기 위한 치밀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평련은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할 경우 안 원장을 다른 대선주자들과 함께 검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피하고 
사실상 대선행보

한편 안 원장 측에서 염두에 뒀던 출간 기자간담회는 또 다시 유보됐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어떤 형태가 됐든 9월 말까지 '안철수식 정치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마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대선주자로서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검증만 피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원장이 <힐링캠프>에서 기자들이 달려들면 황급히 가는 이유를 묻자 '빨리 갈 데가 있어서'라며 재치있는 답변을 했는데 한편으론 씁쓸했다. 언론을 피해 다니며 선문답 같은 발언을 툭툭 내뱉어 놓고는 이제 와서 언론이 숨은 의도가 있는 줄 알고 확대해석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변명은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안 원장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보가 아무런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면 정말 소름이 끼치는 우연이고, 만약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면 그 또한 안 원장의 위선과 이중성에 소름이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