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치는 안철수 대권행보 엿보니~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01 09: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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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반복되면 필연'…대권은 그의 운명?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19일 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숨은 의도가 없는 내 말이 다르게 전달돼 난감할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본인은 정치를 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일부 언론의 과도한 해석이 국민들의 정치적 기대로 이어지면서 우연히도 자신이 유력한 대선주자가 되었다는 하소연이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에게 대권은 '운명'일까? 하지만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행보가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적 이벤트'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부분의 언론들이 자신의 행보를 놓고 '대권준비' 라고 말할 때 늘 '아니오' 라고 대답했다. 그가 진행해온 '청춘콘서트'도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도 재산 사회환원도 '대권' 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는 위선자?
지독한 우연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의 지지율은 높아져만 갔다. 지난 19일 기습발간 된 <안철수의 생각>과 23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출연을 기점으로는 여론조사 양자대결 결과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반대급부로 지지율이 4.5%p나 감소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 원장을 향한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당장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면서 치밀한 계획 아래 출간과 방송출연을 진행한 '위선자' 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책 발간 하루 전인 지난 18일 안 원장 측이 방송사에 녹화를 먼저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비판은 더욱 힘을 얻었다.

안 원장의 설명대로라면 그동안의 그의 행보는 대선을 향한 지독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우선 안 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는 정말 우연히(?)도 민주통합당 대선경선주자들의 첫 토론회와 같은 날 방영됐다. 덕분에 민주통합당 경선주자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첫 토론회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또 당초 7월25일경 출간 될 것으로 알려졌던 그의 저서는 하필 19일 기습발간 됐다. 표면적으로는 '취재경쟁의 과열'이 이유였지만, 이를 통해 또 우연히도 사흘 후 안 원장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힐링캠프> 안철수 편은 18.7%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새누리당 박 전 위원장이 출연했을 때 시청률은 12.2%(1월 2일)였으며 민주통합당 문 고문이 출연했을 때의 시청률은 10.5%(1월 9일)였다.

본인은 다른 의도 없다는데…정치권선 '계산된 행보'
책 내니 <힐링캠프>, 서울시장 양보하니 대선후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의 저서가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은 당초 안 원장이 대선출마 여부를 저서를 통해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선출마 선언을 먼저 하고 책을 발간했으면 이러한 관심을 끌었을지 의문"이라며 "또 예능출연도 마찬가지로 대선출마여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국민들을 심야시간 TV 앞으로 끌어 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늦춤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안 원장의 우연은 지난해 10월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당시 안 원장은 이미 '안철수 연구소' 'V3' 등으로 유명한 CEO였지만 그가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안 원장의 지지율은 여야의 유력주자들을 제치고 50%에 육박했다.

안 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실 그때 나는 출마에 대한 생각을 막 시작한 것에 불과했지만 언론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보도했다"며 "(보도 후)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때서야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무려 3개월 가까이 진행해 왔던 청춘콘서트가 정치적 지지기반 마련을 위한 행보였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안 원장은 이를 부인했다.

안 원장은 시장출마설이 보도된 후 불과 4일 만인 지난해 9월6일 서울시장 출마를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양보했다. 당시 박 이사의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언론에선 그가 대선출마를 위해 시장출마를 양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안 원장은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도전은 가당치도 않고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불과 5%의 지지율을 보였던 무소속의 박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서울시장 보선에서 당당히 승리하면서 '안풍'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안풍'의 위력
 모든 것은 오해?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2주 만인 지난해 11월14일 안 원장은 또 한 번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가량(1500억 상당)을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일"이라며 대권행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부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재산 환원이) 대선을 위한 것이었으면 지금 했을 것"이라며 "그런 오해를 안 사려고 빠른 시간 내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정치전문가는 "오히려 대선을 앞두고 재산을 환원하는 것이 더 속보이고 아마추어 같은 일이 아닌가? 안 원장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차라리 대선이 끝난 후에 하는 것이 맞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4·11총선과정에서 안 원장이 보여준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원장은 저서를 통해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며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의 야권의 패배가 대선출마를 고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 것이다.

책 출간·TV 출연 안철수 다음 행보는? 
"검증 피한 채 누릴 것 다 누린다" 비판

안 원장의 이 같은 설명에 야권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야권 내에선 안 원장을 향한 원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의 승리를 원했고 야권이 승리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사람이 왜 위기의 순간에 야권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냐는 볼멘소리다.

그러나 안 원장은 역시 저서를 통해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보다는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서울시장 보선 때처럼 제 이름을 걸고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4·11총선에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아내인 인재근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4·11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던 안 원장이 인재근 후보를 등에 업고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의혹이었다.

특히 10·26 서울시장 보선 이후 안 원장이 김 전 고문과 회동을 추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사실이라면 4·11총선을 계기로 제자리로 돌아가려 했다는 안 원장이 총선 기간 이전부터 대선을 위한 세불리기에 나섰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민평련은 김 전 고문의 주도로 출범했던 통일시대국민회의(1994)가 모태로 일명 GT계(김근태계) 의원들이 다수 속해있는 모임이다. 민주당내에서 '친노' 다음으로 많은 의원들이 속해 있다. 민평련 소속 의원들은 현재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당내 대선후보들의 출마선언식에 한 군데도 참여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선과정을 통해 검증된 한 명을 적극 지지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빅3 대선주자(문재인-김두관-손학규)' 등을 비롯한 당내 대선주자들은 민평련의 '러브콜'을 받기 위한 치밀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평련은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할 경우 안 원장을 다른 대선주자들과 함께 검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피하고 
사실상 대선행보

한편 안 원장 측에서 염두에 뒀던 출간 기자간담회는 또 다시 유보됐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어떤 형태가 됐든 9월 말까지 '안철수식 정치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마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대선주자로서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검증만 피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원장이 <힐링캠프>에서 기자들이 달려들면 황급히 가는 이유를 묻자 '빨리 갈 데가 있어서'라며 재치있는 답변을 했는데 한편으론 씁쓸했다. 언론을 피해 다니며 선문답 같은 발언을 툭툭 내뱉어 놓고는 이제 와서 언론이 숨은 의도가 있는 줄 알고 확대해석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변명은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안 원장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보가 아무런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면 정말 소름이 끼치는 우연이고, 만약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면 그 또한 안 원장의 위선과 이중성에 소름이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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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