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창당 러시’ 신당 세력 대해부

‘선거의 계절’ 철새들도 파닥파닥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대 총선 때 뜨거웠던 ‘녹색 돌풍’처럼 거대 양당체제에 맞설 신(新)정치세력이 재현될 수 있을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다양한 유권자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뀔 공산도 크다. 신당 창당 움직임을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총선이 5개월 남짓한 시점서 신당 창당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국회는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이하 변혁), 민주평화당 비당권파인 대안정치가 신당 창당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무소속 이언주, 이정현 의원도 가세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원외에선 프로젝트 2040, 소상공인당, 기본소득당 등 직능과 세대에 특화된 신당 창당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에 부는
‘새집’ 바람

거대 양당 체제하에서는 다양한 유권자들의 이익을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만약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직업, 세대, 지역 등이 다양한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군소정당들의 원내 진입은 용이해질 전망이다. 신(新)세력들이 거대 양당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20대 국회의 패스트트랙 정국, 조국 사태, 필리버스터, 식물 국회 등으로 한국 정치를 지배해왔던 거대 양당에 염증을 느껴왔다. 최근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신당 창당은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격.

다양한 움직임 속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세력은 중도정치를 추구하는 변혁과 대안신당이다. 변혁과 대안신당은 20대 총선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선 정당은 대안신당이다. 지난 8월 민주평화당 당권파와의 갈등으로 공식 탈당 후 연내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성엽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제대로 된 보수, 합리적인 진보가 어우러질 때 생산적인 정치가 가능하다”며 신당 창당으로 정치세력의 전면적인 교체를 그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변혁’ ‘대안신당’총선 정국 변수로
무소속도 가세…세대·직능 특화 당도

대안신당의 창당 성패 여부는 ‘새로운 인물 영입’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대 총선서 불었던 녹색 돌풍을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끌어낸 만큼 대권 주자에 버금가는 인물을 내세워야 제3지대로서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 대표는 새로운 인물들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한 명의 ‘스타 정치인’보다는 다수의 결집을 중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 정치는 그동안 어떤 대선 후보급 인물에 의해 정당이 만들어지고 정당의 운명이 그 인물에 따라 달리하는 후진적인 그런 정치 상황을 보여왔다”며 “새로운 인물들이 함께 모여 나라의 비전을 생각해보고 국민들과 대화하면서 정치 결사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대안신당 세력은 탈당 이후 바미당 내 호남계 의원들을 포함해 새 인물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들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대안신당이 지난 10월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난 사실이 보도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로 이뤄진 바미당 비당권파인 변혁은 지난 9월에 독자 행보를 선언, 신당 창당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혁과 바미당은 당 정체성과 노선, 지도체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서서히 ‘분당선’을 밟아왔다. 당내에선 지난 4·3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으로 ‘손학규 퇴진론’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내홍 수습을 위해 혁신위가 출범했다.


하지만 혁신위 활동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면서 성과 없이 막을 내려야 했다. 손 대표는 올해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가 나오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변혁은 지난 9월 신당 기획단을 출범했다. 유승민 의원과 오신환 원내대표 중심으로 보수통합과 재건에 대한 논의를 이어온 변혁은 지난 4일에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위한 창당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총선 2배
속속 제3지대로

중앙당 창당대회가 내년 1월 초로 예정된 만큼, 변혁의 탈당 절차는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들은 본인이 스스로 하는 탈당일 경우에는 의원직을 상실하게 때문에 즉각적인 탈당이 어렵다. 따라 일부 의원이 먼저 탈당한 후에 비례대표 의원들이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혁 의원들 역시 신선한 인재 영입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변혁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등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민주당을 두루 포섭하는 중도성향 인사를 포함하는 ‘빅텐트’를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변혁의 탈당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야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과 변혁의 통합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 창당발기인대회 갖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

무소속 의원들이 이끄는 신당 창당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지난 1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서 ‘미래를 향한 전진 4.0’(이하 전진)의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의원은 “내년 설 전에 중앙당 창당을 마무리짓고, 총선 때 최대한 많은 후보를 출마시키겠다”고 말했다. 전진은 창당 발기문에 ’노동자를 보호해야만 했던 시대는 끝났다’며 ‘대한민국은 민간주도의 사회로,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사회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가로 변화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 달 21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신당 내지는 중도보수신당을 창당하겠다”며 “헤쳐모여 식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이 자리에는 이정훈 울산대 교수, 백승재 변호사, 김상현 국대 떡볶이 대표, 김원성 전CJ 전략기획본부 국장, 박휘락 국민대 교수,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등 1000여명의 사회 각계각층 인물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3%면 배지?
개정 기대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신당 창당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제는 어느 정당이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포괄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고, 깜짝 놀랄 만한 인사들과도 대화를 하고 있으며 굉장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내년 1월 말까지 진보와 보수가 한 당 안에 포함된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국가혁명배당금, 핵나라당, 부정부패척결당 등 이색적인 이름의 신당도 눈에 띈다. 특히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7대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허 대표는 15대 대통령 선거부터 여러 차례 대선과 총선에 출마하며 다소 비현실적인 공약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허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을 출범하고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국민 1인당 월 150만원의 배당금을 제공하고 배당금당이 국회 150석을 확보하고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 150만명을 확보할 것”이라며 공약을 발표했다.

2040프로젝트, 기본소득당, 소상공인당과 같이 특정 세대와 직능에 특화된 신당 창당 움직임도 총선 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프로젝트2040은 진영논리서 벗어난 젊고 혁신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당대당 통합 시 지분 챙겨

염승열 대표 멤버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노후한 국회, 젊고 역동적으로 바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며 “스타트업 방식으로 정치에 도전해 ‘시장의 혁신자’가 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최대한 많은 젊은 인재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기본소득당은 전 국민에게 무조건적으로 ‘기본소득 월 60만원 지급’을 핵심 정책으로 정했다. 신민주 서울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은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수당 대신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각자가 받을 수 있는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은 오는 18일 창당할 예정이다. 국회 내 기존 정당과 달리 기본소득당은 20대 초중반 청년이 중심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등록된 정당은 총 34개, 창당준비위원회는 13개에 달한다. 20대 총선 전인 2015년 12월에는 정당이 19개인 점을 비춰봤을 때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일각에선 총선 정국 때 당대당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해 신당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세력들이 당 통합 시 원하는 지분을 마련하기 위해 발판을 만드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로 인해 신당 창당이 급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원외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층 겨냥
선전할 수도


선거제 개정안에 따라, ‘전국 정당 득표율 3% 또는 지역구 의석 5석 이상’을 넘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 47석을 75석으로 늘리고,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선거제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상공인이나 극우 세력 등 특정 지지층을 겨냥한 정당이 선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뛰따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혁-한국당 통합?

정치권서 내년 총선 정국 전 변화와 혁신(이하 변혁)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통합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변혁 의원들은 ‘탄핵 인정’ 등 변혁 측이 내건 조건을 한국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통합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총선 정국서 변혁 소속으로 선거에 나간다면 수도권을 제외한 곳에서 변혁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아울러 보수 지지층의 표가 갈리게 된다면 여당이 유리해지는 선거판이 만들어진다. 

이에 따라 변혁과 한국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공천 주도권을 한국당이 가지는 흡수 통합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TK지역서 유 의원에 대한 반감이 높아 황교안 대표가 쉽게 당대당 통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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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