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7인 현미경 검증 ⑧화법& 말말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26 11:32:57
  • 댓글 0개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김문수)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6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세세히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 배우자, 재산까지 살펴본데 이어 여덟 번째로 그들의 '화법'과 '설화'를 살펴봤다.


정치인에게 말이란 최고의 '무기'이자 최고의 '독'이다. 말 한마디로 인기를 얻을 수도 있고, 말 한마디로 정치인생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한 철학가는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대권주자들의 그간 주요발언과 화법을 살펴보면 그들의 성격은 물론 정치적 성향과 자질, 도덕성까지도 모두 파악 할 수가 있다. 유권자들이 대권주자들의 화법을 눈여겨봐야만 하는 이유다.


'수첩공주' 박근혜
설화는 없지만 불통?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첩공주'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늘 수첩에 적힌 단어와 문장을 토대로 말을 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이러한 습관 때문인지 많은 정치인들이 말실수로 인해 곤혹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설화를 겪지 않았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이 지난해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 동행 언론인들과 나눴던 대화는 그가 평소 얼마나 '말조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엿볼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잠을 잘 못 잤다는 한 기자의 하소연에 "그러면 정신이 맑지 못하잖아요. 오보 나는 것 아니에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기자들은 "기사거리를 주지 않으니 오보도 못 쓴다"며 불평을 했지만, 박 전 위원장은 "그래도 제가 기사거리는 못 드려요"라며 웃어 넘겼다.

그의 '정제된 화법' 때문에 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마땅한 이슈거리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박 전 위원장은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1974년, 불과 22세의 나이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게 됐다"며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을 어린시절부터 감내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법을 체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이러한 화법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 침묵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정치적 싸움에는 휘말리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국민들은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그가 정치적 현안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같은 비판에 직면한 박 전 위원장은 이후 정치적 현안에 비교적 자신의 소신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2010년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정몽준 의원과 벌인 '미생지신' 공방이 대표적이다.

박 전 위원장은 정 의원을 향해 "세종시 문제를 미생지신에 빗대 융통성이 없거나 어리석게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는 식으로 보면 안 된다. 한나라당이 여러 차례 국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국민과의 신뢰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날선 비판을 가해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의 정제된 화법은 종종 '불통'이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경선룰을 놓고 박 전 위원장과 대립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박 전 위원장이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해석과 독심을 하고 있다"며 "해석과 독심을 위주로 하는 정당은 민주 정당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의 일방적인 새누리당 당명 변경 과정에 대해서는 친박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던 유승민 의원조차 박 전 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설 정도였다. 당시 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근혜식 화법은 설화는 없지만 불통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슈파이터' 김문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슈파이터형 화법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여당 내 대선주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여러 가지 정치적 현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게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핵심을 찾아 힘을 줘서 말을 하는 그의 화법은 차기주자로서는 유리한 점으로 꼽히지만 이 같은 화법이 반복되면 불안감을 줄 수 있고 지도자로서 진득함이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밝혀오면서 자연스럽게 쌓아온 '실용적 보수'라는 이미지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 됐다. 정치권에 '보편적 복지'라는 포퓰리즘 광풍이 불어 닥쳤을 때도 그는 할 말은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유지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 지사는 지난 17일 SBS라디오에서 "경제민주화는 선거 때가 되면 들고 나오는 소위 인기품목"이라며 "말 자체가 아주 달콤한, 표를 받기 위한 하나의 구호일 뿐 선거가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는 공약의 성격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김 지사의 다언(多言)정치는 많은 부작용도 낳았다. 김 지사는 지난 해 6월 한 간담회에서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이야기"라는 망언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을 언급하며 "이명박 대통령도 징조가 좋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겪기도 했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내가 샌님이라고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그의 그림자 격이었다. 그리고 노무현이 사랑했던 남자였다. 이 같은 배경은 문 고문을 민주통합당 내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훌륭한 참모를 넘어 '보스'의 자질이 있느냐"는 질문에 늘 시달려야만 하는 한계도 있다. 또 평소 수줍음 많고 얌전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성격에 대해 일국의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샌님'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고문의 한 측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문 고문은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왔다"며 "말이 없고 선한 그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샌님이라고 잘못 인식 되었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부산지역 시민사회운동을 주도해왔을 만큼 진취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치입문을 선언한 후 문 고문은 확실하게 변화를 시도했다. 점잖고 내성적이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정치적 자질을 뽐내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을 향해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살았고, 독재 권력의 핵심에 있었으며 역사인식은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책적 이슈에 대해서도 날을 세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도 경제민주화를 말하지만 핵심이라고 할 재벌개혁이 빠져 있다"며 "이는 간판만 달고 진정성이 없는 '사이비' 경제민주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이처럼 문 고문의 달라진 화법은 대권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당 안팎에 전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이제는 저격수라 불러주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라고 하면 '리틀 노무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장 출신 지사'라고도 하며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대권주자로서는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평가를 의식했는지 대권도전이 가시화된 이후 그의 화법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김 전 지사는 평소 점잖은 화법으로 유명했다. 김 지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을 포함한 대선후보나 출마 유력자들을 겨냥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말투가 낯설다고 말한다.

김 지사는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박근혜 4불가론'을 제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 주장하는 반 헌법적 인물 △이명박 정권 실정에 공동책임이 있는 국정파탄의 주역 △독선과 불통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올 사람 △미래가치를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그림자라는 4가지 이유로 그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공격했다.

김 지사의 화법에 대해 측근들은 "민감한 질문을 두루뭉술하게 넘기거나 자신이 준비한 얘기로 '동문서답'을 하는 등 제법 정치적 입담이 늘었다" 전했다.


'거칠어진 남자' 손학규

"제가 교수님 같다고요?"

"애국가 부정할 때 화가 치밀었다."
점잖고 고상해서 '교수님 같다'는 평을 받았던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화법이 확 바뀌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그의 말투가 좀 더 솔직하고 쉬워졌다. 애국가 논란 등 민감한 사안에도 입을 열었다.

손 고문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애국가 논란이 뜨거웠을 때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 말했다. 정치인 손학규로서 해당사안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내놓기보단 한국인 손학규로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다. 이 같은 화법의 변화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손 고문이 '감성 마케팅'을 통해 대중들에게 적극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 평소 완곡한 어법을 구사하며 말에 날을 세우지 않던 손 고문의 어법도 달라졌다. 지난 달 한 인터뷰에서는 "민생은 똥이라고 생각한다. 민생은 흔히 먹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먹으면 싸야 한다. (중략) 한 사람 개인으로도 잘 먹고 잘 싸야 건강하듯이 나라경제도 잘 벌면 잘 흐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민생이다"라고 말했다. 예전엔 좀처럼 쓰지 않던 표현이다.

손학규 캠프 쪽은 "캠프 차원에서 후보 스타일 변화에 대해 논의해본 적은 없다. 후보가 자기 생각을 바로 전달하는 쪽으로 노력하면서 직접 화법으로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드러난 투명인간' 정세균
"무난한데 그 무난함이 문제"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화법은 대체로 무난하다. 하지만 그 무난함이 문제다.
그의 말에서는 확고한 신념과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무리 없는 주장에 나름의 전문지식까지 갖추고 있다.
정 고문의 화법은 그가 왜 제1야당의 당대표를 세 번이나 맡을 수 있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그럼에도 정 고문은 늘 언론의 홀대를 받아왔다. 민감한 뉴스거리마저 말랑하게 녹여버리는 그 화법이 문제였다.

하지만 대선출마 선언 후 정 고문 역시 확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한다. '존재감이 없다'는 굴욕적인 평가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슬로건인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대해서는 "박근혜의 꿈은 1%만을 위한 꿈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장진 감독이 진행하는 케이블방송 정치풍자쇼 <SNL>에 출연해 스스로 정치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넘어 '투명인간' 이라는 평가까지 들려오는 이유다.

'오락가락 교수님' 안철수
"거 참 애매합니다~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주로 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안 원장은 지난 2011년 중순부터 최측근으로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전국을 누비는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다. 다만 강연 외의 장소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언론과의 접촉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만 갖는다.

최근에는 애매한 안철수식 화법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안 원장은 대권 도전에 대해 "가당치도 않다"고 일축했다가 "사실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다"고 여운을 남기는가 하면 다시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지난 19일 에세이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면서 사실상 대선출마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는 않다. 안 원장의 '오락가락' 화법에 일부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반면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분명한 목소리를 내왔다. 안 원장은 지난 3월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 현장을 찾아 "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고 말했다. 또 MBC 파업과 관련 안 원장은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언론은 본질적으로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 숭고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진실을 억압하려는 외부의 시도는 있어서도 안 되고 차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정치인들을 직접 겨냥한 발언은 자제해왔다. 대권도전을 선언한 타 후보들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독한 발언'을 쏟아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