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16 소신발언'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24 09: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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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한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16과 관련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 박 전 위원장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여론조사도 잇따랐다.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도 비슷한 발언으로 역풍을 맞은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는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쿠데타는)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그 후 나라발전이나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껴만 가도 되는데
왜 자꾸 오답?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에 대해 "쿠데타가 이렇게 미화돼서는 안 된다"며 "독재자 개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일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다"고 일갈했다. 이밖에도 박 전 위원장을 향한 야권 정치인들과 비박주자들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들이 가장 바라던 답변이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5·16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4.5%나 급락했다. 이번 발언으로 수도권에서만 어림잡아 100만표가 날아갔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5·16쿠데타'는 지난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도로 육군사관학교 8기생 출신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말한다. 폭력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교체였다는 점과 이후 박정희 정권이 정권이양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의 독재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지금껏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5·16을 '혁명'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무능한 장면 정부가 초래한 극심한 경제 불황과 안보 위기, 사회 혼란을 수습했으며 결과적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감안할 때 5·16을 마냥 매도할 수만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군사쿠데타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5·16발언 정국 '벌집'…버릴 건 버리고 간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관계자들조차 이번 발언이 모범답안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부에서는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써서 논란을 피하자거나, 절차적 부당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차라리 '자식 된 도리로 어떻게 아버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겠냐'며 정에 호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며 "표를 얻기 위해 무조건 여론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박 전 위원장의 개인적 소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평소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언젠가는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를 발족시켰는가 하면 박정희 사망 10주기 추도 행사를 대대적인 규모로 치러내기도 했다. 박정희를 미화하는 영화 <조국의 등불>을 제작했고, 박정희의 업적을 담은 <겨레의 지도자>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사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소신은 늘 한결 같았던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07년 첫 대권 도전 때는 5·16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까지 치켜세웠는데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수위를 다소 낮춘 것이라는 평가다.  

야권 십자포화
표심 '흔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이렇듯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있었냐는 정치권의 의문은 여전하다. 이미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 '쓴맛'을 봤던 박 전 위원장이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5·16에 대해 "역사에 맡긴다"는 정도의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압도적 이었다. 특히 중도층과 30·40대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기에 이번 발언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논란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결코 손해만 보는 발언은 아니라고 말한다. 박 전 위원장 본인도 그러한 확신과 노림수가 있었기 때문에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에게 아버지 박정희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가장 큰 정치적 약점이었다. 선거과정에서 늘 역사인식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당해왔다. 에둘러 답변을 회피한다면 지금 당장은 편하겠지만 대선정국 내내 시달릴 수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시점에서 확실한 답변을 내놓고 유권자들이 역사적 평가를 내릴 시간을 줌으로써 재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박 전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는 5.16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나라가 1차 산업에 주력하고 있던 시기에 박정희 정권이 전자,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중공업의 토대를 마련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의견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와 덧붙여 "어차피 청년층에서는 '박정희=독재자' '박정희≒박근혜' 라는 막연한 공식이 성립해왔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이번 논란을 통해 오히려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한다면 잠재적으로 젊은층의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캠프관계자 "에둘러 표현하고 넘어가도 될 사항인데..."
2007년 대선경선서 이미 쓴맛…다시 언급한 이유는?

이밖에도 그는 "이미 논란이 되었던 이슈를 대선정국 내내 재탕, 삼탕 하는 것은 야권 대선주자로서도 부담일 것"이라며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대선정국 초반에 부각된 것은 잘 된 일이다. 막상 대선정국 막바지에는 이러한 이슈가 잊혀질 가능성도 있어 지지율은 다시 회복 될 것"이라고 예상 했다.

이번 발언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이번 발언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은 일부 중도층의 표심을 잃긴 했지만 전통적인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을 것"이라며 "최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화두를 내놓으면서 정작 고정지지층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발언을 계기로 고정지지층은 강력하게 붙잡아 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최근 홍사덕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5·16의 성격에 대해 폄훼하는 말을 박 전 위원장에게 자꾸 요구하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의 조선 개국을 군사정변이라고 말해달라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면서 보수층 내에서는 박근혜 동정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이 이번 발언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이 같은 소신을 대선을 의식해 바꾸거나 혹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근시안적 사고로 본다면 이번 발언은 분명한 악재이겠지만 길게 본다면 표를 얻기 위해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박근혜 정권 출범 후 박정희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복권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모두 정치적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위원장이 지금까지 늘 일관되게 언급해왔던 내용이고 사실 아무런 의도도 없는데 유력 주자이다 보니 행보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수층 집결
소신정치 어필

이 같은 비판에도 정치전문가들은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분명한 '노림수'가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선거캠프관계자와 보좌진들이 박 전 위원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코치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질문이고, 그 파장 또한 잘 알고 있었을 박 전 위원장이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공식석상이었다. 2007년 대선경선에서 홍역을 치른 이후 5년간이나 답변을 회피해왔던 박 전 위원장이 이러한 상황에서 작심한 듯 내놓은 답변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4·19혁명으로 수립된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5·16쿠데타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유력 대권주자의 행보가 그에게 해가 되기는커녕 득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이 슬프다"며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 '바른 선택'으로 보는 정치인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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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