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16 소신발언'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24 09: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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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한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16과 관련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 박 전 위원장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여론조사도 잇따랐다.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도 비슷한 발언으로 역풍을 맞은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는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쿠데타는)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그 후 나라발전이나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껴만 가도 되는데
왜 자꾸 오답?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에 대해 "쿠데타가 이렇게 미화돼서는 안 된다"며 "독재자 개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일지 몰라도 국민에게는 엄청난 불행이었다"고 일갈했다. 이밖에도 박 전 위원장을 향한 야권 정치인들과 비박주자들의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박 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그들이 가장 바라던 답변이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5·16발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은 4.5%나 급락했다. 이번 발언으로 수도권에서만 어림잡아 100만표가 날아갔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5·16쿠데타'는 지난 1961년 5월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도로 육군사관학교 8기생 출신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말한다. 폭력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교체였다는 점과 이후 박정희 정권이 정권이양 약속을 어기고 사실상의 독재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지금껏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5·16을 '혁명'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무능한 장면 정부가 초래한 극심한 경제 불황과 안보 위기, 사회 혼란을 수습했으며 결과적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을 감안할 때 5·16을 마냥 매도할 수만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군사쿠데타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5·16발언 정국 '벌집'…버릴 건 버리고 간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박 전 위원장의 선거캠프 관계자들조차 이번 발언이 모범답안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부에서는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써서 논란을 피하자거나, 절차적 부당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차라리 '자식 된 도리로 어떻게 아버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하겠냐'며 정에 호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박 전 위원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며 "표를 얻기 위해 무조건 여론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박 전 위원장의 개인적 소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평소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언젠가는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복권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를 발족시켰는가 하면 박정희 사망 10주기 추도 행사를 대대적인 규모로 치러내기도 했다. 박정희를 미화하는 영화 <조국의 등불>을 제작했고, 박정희의 업적을 담은 <겨레의 지도자>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사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소신은 늘 한결 같았던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007년 첫 대권 도전 때는 5·16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까지 치켜세웠는데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수위를 다소 낮춘 것이라는 평가다.  

야권 십자포화
표심 '흔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이렇듯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가 있었냐는 정치권의 의문은 여전하다. 이미 2007년 대선경선과정에서 '쓴맛'을 봤던 박 전 위원장이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5·16에 대해 "역사에 맡긴다"는 정도의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압도적 이었다. 특히 중도층과 30·40대의 표심을 잡지 않고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기에 이번 발언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논란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결코 손해만 보는 발언은 아니라고 말한다. 박 전 위원장 본인도 그러한 확신과 노림수가 있었기 때문에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위원장에게 아버지 박정희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가장 큰 정치적 약점이었다. 선거과정에서 늘 역사인식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당해왔다. 에둘러 답변을 회피한다면 지금 당장은 편하겠지만 대선정국 내내 시달릴 수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시점에서 확실한 답변을 내놓고 유권자들이 역사적 평가를 내릴 시간을 줌으로써 재평가를 받겠다는 전략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박 전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는 5.16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나라가 1차 산업에 주력하고 있던 시기에 박정희 정권이 전자,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중공업의 토대를 마련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의견의 비중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와 덧붙여 "어차피 청년층에서는 '박정희=독재자' '박정희≒박근혜' 라는 막연한 공식이 성립해왔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이번 논란을 통해 오히려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한다면 잠재적으로 젊은층의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캠프관계자 "에둘러 표현하고 넘어가도 될 사항인데..."
2007년 대선경선서 이미 쓴맛…다시 언급한 이유는?

이밖에도 그는 "이미 논란이 되었던 이슈를 대선정국 내내 재탕, 삼탕 하는 것은 야권 대선주자로서도 부담일 것"이라며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대선정국 초반에 부각된 것은 잘 된 일이다. 막상 대선정국 막바지에는 이러한 이슈가 잊혀질 가능성도 있어 지지율은 다시 회복 될 것"이라고 예상 했다.

이번 발언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이번 발언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은 일부 중도층의 표심을 잃긴 했지만 전통적인 지지층을 강력하게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을 것"이라며 "최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화두를 내놓으면서 정작 고정지지층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발언을 계기로 고정지지층은 강력하게 붙잡아 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최근 홍사덕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5·16의 성격에 대해 폄훼하는 말을 박 전 위원장에게 자꾸 요구하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의 조선 개국을 군사정변이라고 말해달라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면서 보수층 내에서는 박근혜 동정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이 이번 발언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동안 박정희 정권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이 같은 소신을 대선을 의식해 바꾸거나 혹은 에둘러 표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근시안적 사고로 본다면 이번 발언은 분명한 악재이겠지만 길게 본다면 표를 얻기 위해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박근혜식 소신정치를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박근혜 정권 출범 후 박정희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복권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에 대한 여러가지 분석이 모두 정치적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박 전 위원장이 지금까지 늘 일관되게 언급해왔던 내용이고 사실 아무런 의도도 없는데 유력 주자이다 보니 행보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수층 집결
소신정치 어필


이 같은 비판에도 정치전문가들은 박 전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분명한 '노림수'가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선거캠프관계자와 보좌진들이 박 전 위원장의 행동 하나하나를 코치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질문이고, 그 파장 또한 잘 알고 있었을 박 전 위원장이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공식석상이었다. 2007년 대선경선에서 홍역을 치른 이후 5년간이나 답변을 회피해왔던 박 전 위원장이 이러한 상황에서 작심한 듯 내놓은 답변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4·19혁명으로 수립된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5·16쿠데타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유력 대권주자의 행보가 그에게 해가 되기는커녕 득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이 슬프다"며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 '바른 선택'으로 보는 정치인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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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