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7인 현미경 검증 ⑦재산현황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20 16: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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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7인 숨겨둔 재산 없나? 대선 핫이슈는 '청렴'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김문수)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정세균) 6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 그리고 배우자까지 살펴본데 이어 일곱 번째로 재산현황을 살펴봤다.

'상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현 정권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ㆍ모든 일은 형을 통한다)'으로 불린 이 전 의원의 구속 수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는 정점을 찍었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늘 임기 말 측근 비리에 시달리며 레임덕을 겪었다. 국민들은 매 정권마다 여지없이 반복되는 비리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이번 18대 대선에서만큼은 재산형성과정에서 한 치의 의혹이 없는 '청렴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박근혜 <21억1800만원>
정수장학회 등 차명재산 의혹 '무성'

국회 고위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 21억1800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신고한 22억3800만원보다는 5800만원 가량 줄어든 액수다. 재산이 감소한 이유는 서울 삼성동 자택과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아파트의 건물가액이 3700만원 감소했으며, 생활비 등으로 예금액이 1470만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전직 대통령의 장녀라는 점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리 5선에 성공하고 집권당의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이력을 감안한다면 그리 많은 재산은 아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을 둘러싼 차명재산 의혹은 끊이질 않고 있다.

우선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7년 7월, 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10·26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생계비 명목으로 지원받았다"고 밝힌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돈에 대해 "경황이 없을 땐데 전 전 대통령 측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 비서실로 갔고 (그분이) 봉투를 전해주면서 이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아무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시기는 1979년으로 당시 6억원을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야당의 의혹제기도 거세지고 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10일 "정수장학회는 5·16 이후 설립자를 강압해서, 쉽게 말해서 빼앗아 만든 장학회"라며 "박 전 위원장이 사회에 환원을 한다든가, 명확하게 정리를 하시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박지원 원내대표도 "박 전 위원장은 이사장에서 물러남으로써 사회에 환원했다고 주장하지만 새로운 이사장이나 이사들을 볼 때 국민 모두는 아직도 박 전 위원장이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수장학회는 물론 아버지가 빼앗은 재산들은 모두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현재 정수장학회 재산현황을 살펴보면 문화방송 주식의 30%, 부산일보 주식의 100%, 경향신문 사옥대지, 서울중구의 고급실버타운, 금융자산 200억 등이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005년까지 10년 동안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정수장학회가 이미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에선 그동안 박 전 위원장과 관련된 사람들이 주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사진을 역임해 왔다며 정수장학회에 대한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필립(84)씨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이다.

김문수 <4억4443만원>
대선 준비 위해 1억 대출까지

올해 신고 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공식 재산은 4억4443만원이다. 이게 정말 그의 재산 전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고한 내역이 사실이라면 20년 넘게 정치를 해온 그가 적어도 권력을 이용해 재산을 불리는 데 큰 욕심을 내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국회의원 4선과 경기도지사 재선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해왔다. 하지만 김 지사는 외동딸의 결혼과 배우자의 저축예금 해약, 생활비 지출 등으로 지난해 4억8579만원이던 재산이 1년새 4135만원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김 지사는 최근 자신의 이름으로 1억원의 신용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금까지 김 지사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김 지사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 4억4400여만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 지사는 지난 4월22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도전을 선언한 뒤 사무실 임대료 등을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1억원의 대출금 중 4800만원은 서울 여의도내 선거캠프로 쓰고 있는 N빌딩 임대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나머지는 월 임대료와 관리비 지불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는 월 8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당시 대출을 받으면서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돈을 대출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김 지사는 이번 신용대출과정에서 일반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대출 이자율을 적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지난해 외동딸 결혼식으로 5000만원을 사용해 개인적으로 여윳돈이 없었다"면서 "당장 사무실을 얻을 돈이 없어 고민하던 끝에 신용대출을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비교적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이 없는 편이다.

문재인 <11억7657만원>
동창회도 나가지마! 청렴의 아이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올해 신고한 재산은 직계 존·비속을 모두 합쳐 11억7657만원이다. 문 고문은 본인 재산 8억8864만원, 배우자 1억6556만원, 어머니 1억444만원, 장남 1792만원 등 모두 11억7657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및 직계 존·비속의 재산 종류는 부동산과 예금, 자동차 등으로 단순했고 주식이나 회원권 등은 전혀 없었다. 구체적으로는 본인의 경우 경남 양산시 매곡동 및 제주시 한경면 소재 토지가 모두 1억7974만원으로 신고됐다. 이어 본인 소유 건물로는 경남 양산시 매곡동 소재 주택(1억3400만원) 및 부산 사상구의 전세 보증금(7000만원)을 합쳐 2억3400만원 상당이었다. 문 고문의 차량은 2001년식 렉스턴(2900cc)으로 자동차보험상 차량기준가액은 592만원이었다.

본인 소유 예금은 신한은행 저축예금과 머니마켓 펀드(MMF), 삼성생명 종신보험 불입액을 합쳐 3억852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문 고문은 재산 총액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적재산권으로 본인이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의 5년 간(2011~2016년) 연간 소득 금액을 3억6841만원으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의 5년 간(2011~2016년) 연간 소득금액을 595만원으로 각각 추산해 신고했다. 최근 5년간 본인과 배우자, 어머니, 장남 등 직계 존비속의 세금 납부액은 8813만원이었고 체납액은 전혀 없다. 문재인 고문은 평소 자신은 물론 부인에게도 동창회 등에 나가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친인척 비리예방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7887만원>
대선주자 중 제일 가난

올해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신고한 재산은 지난해 보다 4031만원 감소한 7887만원이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자녀 학자금과 생활비, 부동산가액 변동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주자 중 제일 가난하다. 고향 남해에서 이장으로 시작해 이장, 군수, 도지사로 10여 년간을 활동했다. 그 사이 떨어진 선거만 다섯 번이나 된다. 재산을 모을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자신의 경제적 열세를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는 성공한 사업가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차별화 포인트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8년의 재임 기간 중 전 국민의 10%를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을 자신의 정책적 모델로 제시한다. 룰라는 임기 중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라는 가족수당을 서민층에게 직접 지급하는 정책을 통해 내수를 증진시키는 한편 서민층 가정의 자활의지를 북돋았다.

김 지사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마늘농사를 지었다. 남들 안가는 전문대에 가야했던 삶의 과정에서 소외당하는 서민들과 궤를 같이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자신이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입장에서 커오고, 그런 입장에서 정치와 행정을 맡아왔기 때문에 서민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는 게 김두관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손학규 <2억8264만원>
돈 빌려 후보등록…가난하다니 '발끈'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올해 재산으로 지난해 2억9418만원보다 1154만원 줄어든 2억8264만원을 신고했다. 손 고문의 재산이 감소한 이유는 채무이자 납부 등의 요인 때문이다. 재산 내역별로는 ▲건물(7억6000만원) ▲자동차(748만원) ▲예금(1억4016만원) ▲채무(6억25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손 고문 본인 예금이 지난해 1억8112만원에서 올해 1억4016만원으로 4000만원 이상 감소했다. 예금 감소 이유는 전세권 해지·계약, 채무이자 납부, 예금 변동, 정치자금 포함 등이었다. 손 상임고문 본인 소유인 경기 광명시 철산동 아파트 가격은 4억1000만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빚은 3억1500만원이었고, 배우자 명의로 된 2002년식 렉스턴의 가격은 748만원이었다.

특히 손 고문은 18대 대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대선 후보 등록 기탁금 6000만원을 지인 4명으로부터 조금씩 빌려 낸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 고문은 정치인 가운데 재산이 적은 편에 속한다. 손 고문은 경기 광명시에 아파트가 있고 18대 국회의원 때 지역구였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채무가 6억2500만원으로 많다. 한편 손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산이 2억8000만원이면 가난한 편이다"라는 질문을 받고 "2억8000만원이나 되는데 왜 그게 가난하냐? 아파트도 갖고 있고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26억8796만원>
민주통합당 의원 중 최고 부자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올해 26억879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민주통합당 의원 중에는 가장 많은 재산으로 지난해 신고한 24억38만원보다 2억8757만원 늘어난 액수다. 정 고문의 재산이 늘어난 이유는 토지 공시지가 상승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내역별로는 ▲토지(16억9101만원) ▲건물(12억4200만원) ▲자동차(6109만원) ▲예금(3억7634만원) ▲유가증권(6081만원) ▲채무(7억433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북 포항 북구에 있는 정 고문 배우자 명의 땅값이 공시지가 상승 덕에 지난해 13억8002만원에서 올해 16억9101만원으로 3억1099만원이나 올랐다. 반면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본인 소유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8억2400만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정 고문은 1950년 전북 진안에서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땐 가정 형편이 무척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8년 쌍용그룹의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이후 상무이사의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 했다. 또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엔 내리 5선을 했다.

정 고문은 이 과정에서 착실히 재산을 모아 지금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이사비용을 충당하느라 빚도 늘었다. 정 상임고문 본인의 채무는 지난해 4억7480만원에서 올해 7억4330만원으로 2억6850만원 증가했다. 이밖에도 정 고문 부부가 보유한 승용차는 2008년식 체어맨W(3233만원)와 2010년식 제네시스(2876만원) 등 2대로 나타났다.

안철수 <1500억원> 추정
재산 절반 기부에도 대선주자 중 최고 부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재산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안 원장의 재산은 그저 추정할 뿐이다. 그가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토대로 단순 추정해보면 그의 재산은 1500억원 내외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 가량(1500억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재산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대선주자 7인 중에서는 최고의 부자다.

이러한 그도 한때는 돈 때문에 고민을 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나와 얼마든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수 있었지만 지난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뒤 매달 직원들의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999년 4월26일 CIH바이러스(체르노빌 바이러스) 사건이 일어나면서 적자가 나던 회사는 흑자로 전환되었고 그 후 큰돈을 벌게 된다.

한편 안 원장은 ‘안철수재단’을 이번 달 중으로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안 원장의 개인재산으로 운영된다. 재단 실무 총괄 사무국장에는 김현숙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중국법인 대표가 선임됐다. 안철수재단은 일자리 창출과 교육지원 등을 위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사회 기회 격차 해소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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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