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상득 구속 '숨겨진 꼼수' 전격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6 09: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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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 남발하던 검찰 '상왕 구속' 청와대와 눈 맞췄나?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상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불과 지난달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불법사찰과 디도스 공격에는 '배후가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검찰이었다. 비난여론을 의식한 검찰이 드디어 정의의 칼을 빼든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의심스러운 점들이 많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전격 구속됐다. 이날 이 전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은 "내 돈 내놓으라"면서 이 전 의원의 넥타이를 멱살 잡듯 당겼고, 또 다른 피해자는 날계란을 던졌다.

달라진 검찰?
짜고 치는 고스톱

이 전 의원은 계란을 바로 맞지는 않았지만 일부가 튀어 옷과 손 등에 묻었다. 피해자들은 "이상득 도둑놈" "구속시켜라" 등을 외치며 이 전 의원과 몸싸움을 벌였고 바닥에 드러누워 울부짖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검찰청에서 자신의 넥타이를 잡고 계란을 던진 이들에 대해 "(검찰이) 저런 사람들을 통제도 못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이 지칭한 '저런 사람들'은 이 전 의원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저축은행에 어렵게 모은 돈을 맡겼다가 전 재산을 날린 서민들이었다. 이날 이 전 의원의 만면에는 '침통함'보다 어딘가 모를 '당당함'이 묻어났다.

사실 이 전 의원의 비리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이 전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가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으며, 여비서의 계좌에서는 정체불명의 뭉칫돈 7억여원이 발견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금껏 이 전 의원은 뭉칫돈의 출처에 대해 "축의금 등으로 받은 돈을 장롱 속에서 보관해오다 사무실 운영비로 쓴 것"이라며 "저축은행 관련해서 어떤 부탁을 받은 적이 없고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왔다. 이 밖에도 수많은 의혹을 받아온 이 전 의원이지만 검찰은 늘 수사의지 박약을 지적당하면서도 이 전 의원을 어쩌지 못했다.


"마치 치밀하게 짠 각본대로 움직이는 듯"
검찰 장악한 MB, 검찰과 사전교감 있었나?

그러나 최근 검찰이 달라졌다. 그냥 달라진 것이 아니라 확 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서면조사' 하며 굴욕을 자초했던 검찰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을 전격 구속한 것이다. 또 여권의 정두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진행했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일단 검찰 수사의 칼날은 현정권의 권력핵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도 유독 임기 말이 되면 측근비리에 매서웠던 검찰이었기에 특별할 것도 없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검찰수사에 대한 반발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역대 정권에서의 측근비리 수사와는 뭔가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장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1일 "검찰이 권력핵심들을 계속 수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이 전 의원의 경우에도 (뇌물수수 금액이) 3~5억 그러는데 억지로 사건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여 원을 받은 혐의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2억여원, 코오롱그룹으로부터 공식 회계처리하지 않은 1억5000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 전 의원은 대기업 사장을 지낸 6선의원 출신으로 지난 3월 공직자 재산등록 때 신고한 재산만도 77억원에 이르는 거물 정치인이다. 게다가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시기에 이 전 의원은 압도적으로 당선이 유력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선대본부에 있었다. 그러한 그가 고작 2~3억원을 받기 위해 소위 '듣보잡'이었던 저축은행 관계자를 만났다는 사실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물타기 수사 비판
무엇을 노렸나?

또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저축은행비리 수사선상에 함께 올려놓은 것도 일종의 물타기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방탄국회'라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의 모 의원은 "의원들이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해 부결시킨 것이 아니다. 우선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는 관련자 진술이 전부다. 당사자인 임석 회장조차 정 의원에게 준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는데도 검찰이 정 의원을 공범으로 몰고 있다. 심지어 검찰은 임 회장이 놓고 간 물건에 돈이 들어 있어 정 의원이 이를 즉각 돌려보낸 사실을 확인까지 했다. 이 같은 무리한 수사가 의원들의 반감을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서 한때 '왕의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 파동'으로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인물이다. 이후 다른 개국공신들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정 의원은 장관은 커녕 모든 요직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어왔다.

정 의원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나온 자리에서 "나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다"며 감정에 복받친 듯 눈시울이 붉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눈엣가시 같은 정 의원을 이번 사건을 통해 제거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 의원과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또한 야권의 대표적인 '저격수'로서 이명박 정권을 견제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원내대표는 "내가 돈을 받았다면 (지역구인) 목포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치명적인 이미지 훼손을 감수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물타기 수사'를 통해 대통령 자신과 여당에 쏟아질 비판을 분산시키는 한편 평소 골칫덩이였던 정적들을 견제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어 냈다는 평가다.

이상득이 박근혜 대선출정식 초친 이유 뭔가?
"사태 커지면 좋을 것 없다" 정치적 메시지 전달

마지막으로 이 전 의원이 법원에 출석한 날짜와 시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법원에 출두한 시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선출정식이 한창이었다. 덕분에 박 전 위원장이 지난 4년여 동안 손꼽아 기다린 대선출정식은 '이상득 법원 출두'라는 빨간 자막으로 온통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얄궂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심문기일은 이 전 의원 측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의원 측이 워낙 경황이 없어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주위의 수많은 보좌진들과 새누리당 관계자들까지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 전 의원이 박 전 위원장에게 무언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한 정치평론가는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정치9단' 이 전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의 출정식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히 날짜는 물론 시간까지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 전 의원이 법원에 출두한 10시30분은 박 전 위원장이 출마선언문을 낭독하던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이 전하고자 했던 '정치적 메시지'에 대해서는 "평소 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견제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박 전 위원장이지만 현정권의 비리의혹은 분명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이번 사태가 확대되면 대선정국 내내 (이번처럼) 현정권 관련 비리가 톱뉴스를 차지할 것이다. 너한테 좋을 것이 없다. 유력 대권주자로서 이번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하는 데 반드시 힘을 보태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일련의 사건을 종합해보면 도저히 갑작스럽게 수사를 당한 사람이라고 보기가 힘들다. 마치 치밀하게 짠 각본대로 움직이는 듯하다. 구속을 피하진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최대한 혐의를 작게 만들고, 정치적 파장을 가급적 줄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검찰과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야권에서는 대통령 측근의 연이은 구속으로 이 전 의원의 문제를 더 이상 덮을 수 없게 되자 차라리 임기 중에 털고 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9단 이상득 
정치적 의도는?

현재 사정라인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그리고 BBK 주임검사로 이명박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재경 중수부장 등이 건재해 있다. 지금이라면 사실상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수사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오히려 차기정권 하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들에 미리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은 측근비리로 곤혹을 치른 역대정권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측근비리를 예방하는 데 힘쓰기 보다는 검찰을 꽉 움켜쥐고 비리가 발각되지 않도록, 만약 발각 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도록 하는 데 더 노력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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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