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병 낫게 해준다며 거액의 기도비 받은 무속인에 사기죄 성립할까?

[Q] A씨는 한 사찰에 기도하러 갔다가 B씨를 만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처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하게 됐습니다. B씨는 A씨의 처에게 귀신이 씌었다며, 자신이 기도와 기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으니 기도비를 내라고 했습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몇 차례 기도비를 내고 아내를 위한 기도를 부탁했는데, 별다른 호전은 없었습니다. B씨는 A씨의 처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액운이 있으니 골프공에 아들의 신상을 기재해 골프채로 그 공을 쳐서 액운을 쫒아내야 한다. 처의 몸에 붙은 귀신이 가족들에게도 돌아다닌다”고 하거나 “딸의 액운이 워낙 세서 3000일 기도를 해야 취직이 잘될 것”이라면서 기도비를 요구했습니다. 

집안 전체에 씌어 있는 귀신을 몰아내기 위한 기도비가 필요하다는 B씨의 설득에 A씨는 7년에 걸쳐 수차례 B씨에게 기도비를 지급했고, 이렇게 지출한 금액은 합계 1억100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B씨는 A씨가 정신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자신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자의로 기도비를 지불한 것이므로 자신은 속인 것이 없다고 대응했는데요. 이 경우 B씨에게 사기죄가 성립할까요?

[A]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속여서 이익을 취하려는 고의, 즉 ‘편취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편취의 고의는 가해자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기망 대상 행위의 이행가능성 및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 편취의 고의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 판결). 

위 사례와 유사한 실제 사건서 B씨는 기도는 특정한 장소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한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염원을 하는 것이 자신만의 기도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기도비를 생활비로 사용한 것도 신의 계시에 따른 것이므로 기도비와 생활비를 구별할 수 없고, 모두 제를 지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도 했지요.


자신은 진정으로 A씨를 위해 기도했으므로 편취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인데요.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법원은 전술한 바와 같이 B씨의 자격과 B씨가 A씨에게 예고한 불행이나 약속한 내용, B씨가 A씨로부터 기도비를 지급받은 구체적인 정황 등을 종합, 판단했습니다. 

먼저 B씨가 과거 간호조무사와 마사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을 뿐,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아니었고 A씨를 만나기 전에는 기치료를 해본 경험도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아내를 치료하고자 했던 A씨의 절실한 감정을 이용, 신의 세계를 사용할 권한을 자신이 부여받았으므로 A씨의 가족에게 씐 귀신을 기도로 쫓아낼 수 있다고 말하며 그 대가를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B씨는 자신이 머물던 G사찰의 부지 내에 있는 실외 골프연습장서 A씨 아들의 신상을 골프공에 적어 골프채로 그 공을 쳐서 액운을 쫓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실외 골프연습장은 G사찰 불교무술 연수원의 체육시설로서 설치된 것이지 종교의식을 위한 시설이 아니며, B씨는 평소 위 장소서 골프를 배우는 등 체육행위로서 골프를 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그밖에도 A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처를 계시 받은 날짜에 퇴원시키라는 B씨의 요구를 따랐으나, 결국 얼마 후 A씨의 처는 혼자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황도 고려했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B씨가 A씨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합계 1억1000만원을 지급받은 행위는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A씨가 기도를 받으면 아내의 병이 낫는다는 말에 의존해 비용을 지불했고 그 과정서 정신적인 위안을 받은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이는 B씨가 기도비를 받기 위해 내세운 명목에 현혹되거나 기망당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교 행위 과정서 종교의식 주재자가 비용을 요구하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이런 경우 기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종교의식 주재자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안은 피해 액수가 크고 종교의식 주재자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무속인으로서의 경력도 없었으며, 그가 실제로 행한 종교의식이 사회통념에 비춰 특이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인정된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02-522-2218·www.lawnkim.co.kr>


[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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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