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7인 현미경 검증 ⑥배우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3 1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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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아내는 직함 없는 정치인"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치열한 대권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김문수·정몽준)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 6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을 살펴본데 이어 여섯 번째로 배우자를 살펴봤다.

어느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힐러리 여사가 자가용을 몰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던 도중 마침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들렀다. 그런데 그 주유소의 사장이 하필 대학시절 힐러리를 따라다니던 남자였다. 주유소를 빠져나오며 클린턴은 "당신이 그때 나를 선택하지 않고 저 사람을 선택했다면 당신은 지금쯤 이 주유소에 앉아서 기름이나 넣고 있었겠지?"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자 힐러리는 "아니 저 사람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됐을거야"라고 답했다. 정치인에게 있어 배우자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재미있고도 의미심장한 일화다.

올해 환갑 맞이한 박근혜
"미혼이지만 괜찮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52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아직까지 미혼이다. 박 전 위원장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권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느라 결혼시기를 놓쳤다는 설, 독신주의자라는 설, 박정희를 두려워 한 남자들이 아무도 박 전 위원장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설 등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세간에는 박 전 위원장이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남자친구가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미모와 재력, 권력까지 갖춘 여성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박 전 위원장은 단지 미혼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수많은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결혼도 안한 여자가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결혼도 안한 여자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을 보살필 수 있겠느냐?" 등의 원초적인 공격이었다. 아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미혼의 여성 대통령 후보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박 전 위원장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북한의 테러로 어머님을 잃고, 어머님 대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던 도중 아버님마저 잃은 분이다. 비극으로 점철된 가족사를 안고 장녀로서 동생들까지 보살펴야 했던 박 전 위원장이 마음 편히 결혼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같이 조국과의 결혼을 선택한 분이다"고 말했다.

정몽준의 아내 김영명
박식·미모 겸비한 '엄친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배우자 김영명(56)씨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막내딸이자 대재벌 현대가의 며느리다. 직업외교관의 딸로 화려한 해외생활을 했고 한국의 대표부자이자 유력 정치인의 아내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2남2녀를 낳은 다복한 가정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훤칠한 키에 호감 가는 미인형 얼굴, 그녀를 보면서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김영명이 없다면 오늘의 정몽준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 의원의 아내 김영명씨는 그동안 최고경영자의 아내, 정치인의 아내, 월드컵조직위원장의 아내로서 '특별한 내조'를 해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주일대사로 부임하면서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김씨는 그후 김  전 장관이 주미대사로 발령받으며 대부분의 학창생활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런 경험으로 일어와 영어에 능숙한 김씨는 미 웨슬리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해 식견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故) 정주영 회장이 88올림픽 유치활동을 벌일 때 수행을 하기도 했는데, 능숙한 외국어 실력과 상대를 사로잡는 화술로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당시 취재기자들의 후일담이다.

그의 진가는 월드컵 유치 활동을 벌일 때도 빛을 발했다. FIFA 집행위원 아내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그들로 하여금 남편들의 마음을 돌리게 하고, 행사장에서는 잔잔한 미소와 화술로 사람들을 사로잡아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978년 정 의원의 넷째 형수와 친분관계가 있었던 언니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둘은 2년 사귄 뒤 결혼했다. 정 의원과 5살 차이가 나서 처음엔 대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정 의원은 말수가 적고 특히 여성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해 보이지만 정이 많고 착한 마음씨가 좋아 결혼을 결심했다.정 의원은 지난 1988년 울산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후 내리 7선에 성공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절감한다. 공인으로서 희생해야 할 것도 너무 많지만 남편이 하는 일이기에 무조건 지지한다"라고 말한다.

김문수 아내 설난영
남편 못잖은 열혈 운동권 출신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부인 설난영(59)씨는 김 지사의 '제1야당'이라고 불린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이 바로 설씨였다. 하지만 김 지사의 꾸준한 설득 끝에 설씨는 결국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설씨는 남편 김 지사 못지않았던 열혈 운동권 출신이다. 70년대 구로공단의 전자제품 부품공장에서 노동자로 생활했다. 설씨는 1978년 노조위원장이 됐고 이후 다채로운 노동·인권운동으로 16년을 한결같이 '운동권'으로 지냈다. 그러다 김 지사가 신한국당 부천 소사지구당을 맡은 1994년부터 17년 넘는 세월을 '전향 보수 김문수'의 내조자로 살아왔다.

만약 김 지사가 지금의 온갖 고비를 넘기고 꿈을 이룬다면, 대한민국은 최초로 노조위원장 출신 퍼스트레이디를 갖게 된다.

1953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한 설씨는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네살 때 순천으로 이사해 거기서 여고를 졸업했다. 졸업하던 해 대학에 낙방, 서울로 올라와 재수생활을 하다 1977년 여름, 구로공단의 세진전자에 입사해 우연히 노조위원장이 됐다.

그때 남편(당시 김문수는 민청학련사건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제적당하고 한일도루코에서 노조활동을 했다)을 만났다. 나이는 설씨보다 두 살 많았지만 어려 보여서 한 번도 남자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알게 된 지 7개월 후쯤, 김 지사는 다방에서 "갈 데 없으면 나한테 오라"며 청혼을 했다. 하지만 설씨는 "난 결혼 생각 없다. 김문수씨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니 다른 사람 더 생각해보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김 지사는 청혼을 거절당한 후 40일 만에 나타났다. 설씨는 수척해진 김 지사를 보며 모성본능이 생겼다. 두 사람은 그 다음 해 결혼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아내 김정숙
'귀요미' 내조로 남편의 인기 '견인'

경상도 남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무뚝뚝하고 유머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문 고문의 단점을 커버해 주는 사람이 바로 부인 김정숙(57)씨다. 별명이 '귀요미'인 그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며, 애교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문 고문은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런 시절, 학생운동의 선두에 서서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평생 동반자인 부인 김씨를 이때 만났다. 시위에서 최루탄을 맞고 기절한 그를 지금의 아내가 물로 적셔 깨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당시 김씨는 성악을 전공하는 같은 학교 2년 후배였다.


당시 그들의 연애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면회가 곧 데이트였다. 김씨는 문 고문을 만나기 위해 감옥으로, 군대로,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는 전남 해남 대흥사로 찾아갔다. 그들은 7년 열애 끝에 지난 1981년 결혼했다. 

 고문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에는 본인이 동창회에 안나가는 것은 물론, 아내에게도 동창회는 물론 모든 모임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조선시대 양반가 규수들의 삶처럼 무척 지루하고 답답했을 법도 하지만 김씨는 문 고문의 뜻을 묵묵히 따랐다.

김씨는 문 고문을 칭찬만 하지는 않는다. 모든 부부가 겪는 돈 문제도 솔직히 털어놨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김씨는 "아파트 청약적금을 넣은 것을 알게 된 남편이 이미 아파트가 있는데 왜 주택청약을 들었냐며 눈을 부릅뜨면서 야단을 쳤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가 폭로하는 내용들은 문 고문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중에게 '서민 문재인'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두관 아내 채정자
'희생과 절제'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부인 채정자(51)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김 지사와 연애를 했다. 채씨는 고교 1학년 때 사촌의 소개로 당시 고교 3학년생이던 김 지사를 만났다. 김 지사는 채씨를 중학교 때부터 눈여겨봤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을 전제로 한 사귐이었다기보다는 여동생이 없었던 김 지사와 오빠가 없었던 채씨가 자연스럽게 오빠 동생으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도 김 지사는 만날 친구들을 다 만나고 난 후 입대 바로 전날에야 군대에 간다며 채씨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연애 10년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음력 1월3일인 결혼 날짜도 김 지사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설 연휴 고향 분들이 다 모여 있을 때 결혼식을 올려 번거롭지 않게 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채씨는 결혼 직후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다. 게다가 부산으로 이사 가게 된 둘째 형님의 아이들까지 맡아 키우게 됐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와 다섯 살 정도 된 아이였다. 유치원에 진학하게 될 때쯤에야 부산으로 보내게 되어 지금까지도 작은 엄마인 채씨를 친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한다.

김 지사가 1995년 남해군수가 되기 전까진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았다. 김 지사는 결혼 직후인 1988년 남해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는데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김 지사는 당시 민정당 일색인 그 지역에서 "지역 견제세력이 없으면 안 된다"며 지역의 견제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고 한다. 이때 채 여사는 출산한 직후였는데, 몸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하루에 한 개의 면을 돌 정도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채씨는 양품점, 식당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갔다. 김 지사가 낙선을 거듭했을 때도 채씨는 "실패한 게 아니다. 작은 인생 공부를 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더 준비를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해 하자"며 김 지사를 위로했다.

채씨는 희생과 절제로 지금까지 김 지사를 묵묵히 지원해왔다. 2010년 경남도지사선거 때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선거운동에 전념한 뒤 취임식이 끝나고 나서야 입원 수속을 밟았다.

손학규 아내 이윤영
앞에 나서지 않는 '우렁각시형 내조'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인 이윤영(66)씨는 '우렁각시형 내조'로 유명하다. 꼭 나서야 할 때가 아니면 좀체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손 고문과 아내 이씨의 인연은 서대문구치소에서 시작했다. 1968년 손 고문이 대학 4학년 때 불온서적을 소지한 혐의로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이씨도 이화여대 독서회 회원으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한명숙 전 총리 등과 독서모임을 하다 체포돼 있었다. 한 달 뒤 서울대 문리대 교정에서 우연히 만난 게 연애로 발전했다.

그들은 7년간의 연애 끝에 1974년 결혼식을 올리며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연애기간에도 손 고문의 민주화운동은 계속됐기 때문에 그들이 보낸 7년간의 연애과정은 평범한 연인들과 사뭇 달랐다. 손 고문이 군대·피신·감옥생활을 하느라 부인 이씨와는 '면회'가 아니면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이씨는 약국을 운영하며 가정을 책임졌다. 이씨의 약국 앞에는 늘 잠복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때문에 도둑 걱정이 없었다며 지금은 농담처럼 말하지만 이씨는 손 고문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경찰에 끌려가 취조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한번은 아기를 안고 취조실로 끌려갔는데 아기가 설사를 앓고 있어 이를 보다 못한 여직원들이 아기를 씻어주었다고 한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젊은 수사관은 '이념이 뭔지…'라는 말을 하며, 아기 용품을 잔뜩 사다 줬다고 한다. 이씨는 그런 고초를 겪으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손 고문의 뒷바라지를 했다.

경기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제1야당 대표를 지낸 손 고문은 아직도 전셋집에서 산다. 그래도 이씨는 손 고문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씨는 남편 손 고문에 대해 "경기중·고에서 밴드부와 연극부 활동을 할 만큼 낭만적이고, 감옥을 드나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유쾌한 사람"이라며 "풍족하진 않아도 남편이 소신대로 열심히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면 족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아내 김미경
"남편 뭐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부인인 김미경(49)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서 의사 안하겠다는 남편을 참아준 여자는 얼마나 '대인'일까? 알고 보니 부인 김씨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두 사람은 서울대 의대 동창이다. 김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와 삼성서울병원에서 15년간 병리학 교수이자 전문의로 일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되던 해 의사가운을 벗어 던지고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2002년 워싱턴주립대 법대에 입학해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땄다. 2008년 귀국 후 지금은 서울대 의대에서 연구윤리 등을 강의하고 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더니 남편 못지않은 대단한 스펙이다. 이렇듯 화려한 스펙에도 지금은 안철수의 아내로 더 유명하다.

두 사람은 서울대 재학시절 진료봉사서클에서 만났다. 김씨는 1년 선배인 안 원장이 자신의 공부를 많이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전에는 기숙사에서 공부하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도서관 김씨 옆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결혼 후 김씨 역시 안 원장을 물심양면으로 내조했다. 1995년 안 원장이 회사를 차린 뒤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안 좋아지자 자신의 의사 봉급을 건네기도 했다. 1997년 안 원장이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을 때도, 2005년 잘나가던 회사 CEO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을 때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김씨는 남편 안 원장에 대해 "요즘에는 나도 신문 보고 안 원장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경우가 많다. 워낙 바빠서 만나기도 힘들다. 남편이 어디 가 있는지 모르면 인터넷을 검색한다"고 말할 정도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두 사람은 무척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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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