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 대권행보 지탄 받는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0: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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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혈세로 대권행보를?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권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0년 3월21일 김 지사는 당시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불과 하루 앞두고 민선5기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토록 망설인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선출마를 결심한 김 지사가 경기지사직 출마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김 지사는 "차기대선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대선출마설은 선거기간 내내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반복된 질문에 지친 김 지사는 "대선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자들에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요즘 보여주고 있는 대권행보는 경기도민은 물론 국민들까지 기만한 처사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4월22일 공식적으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대선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경기지사직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그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 지사는 출마선언문에서 '국민들의 명령' '시대적 요구'라는 다소 추상적인 단어로 출마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실상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평가 절하했다. 또 "한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김 지사가 국민들의 명령, 시대적 요구를 들먹이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자릿수 지지율인데
'국민의 명령?'

지난 경기도지사선거에서 김 지사는 227만여 표(52.20%)를, 유시민 당시 후보는 207만여 표(47.79%)를 얻었다. 두 사람의 표차는 19만여 표였으며 득표율 차는 4.41%에 불과했다.

또 선거과정에서 18만3000표에 달하는 무효표가 발생해 재투표 논란까지 벌어졌던 치열한 선거였다. 이러한 선거에서 만약 김 지사가 대권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면 결과는 반드시 달라졌을 것이라는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 지사의 대권 출마를 놓고 "거짓말로 도지사직에 올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대선출마와 동시에 적당한 시점에 지사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혔던 김 지사가  도지사직 사퇴 입장을 번복하면서 김 지사를 향한 비판은 점점 더 거세져 가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권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김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경기도 내에선 김 지사의 대선출마를 놓고 반대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지난 5월30일 열린 '현직 도지사의 대선 경선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김 지사의 대선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대선출마선언 후 관용차 평소 2배 운행
두 번이나 믿고 뽑아준 경기도민 '황당'

참석자들은 그 이유로 ▲경기도정의 정치화 ▲공무원 조직의 선거개입 ▲경기도의회와의 대립격화 등을 꼽았다. 참석자들은 경기도정의 정치화와 관련해 "김 지사의 경선 참여로 인해 경기도의 주요행정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보다는 김 지사의 대선 행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로 판단의 잣대가 바뀌어 정략적·정치적 결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김 지사가 대선출마선언을 앞두고 갑자기 경기도청사의 광교신도시 이전 중단을 결정한 것이 그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4월 경기도청 대변인실과 정책보좌관실에서 대선 홍보전략 문건이 발견되면서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 하는 초유의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김 지사가 대권을 포기하거나 지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에서 김 지사와의 대립은 점차 심화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모두 경기도민들에게 전가되고, 경기도정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김 지사가 도민혈세를 이용해 대권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례로 경기도가 작성한 '도지사 전용차 운행일지'에 따르면 김 지사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전용차 운행거리가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대선출마선언 후 사용된 주유비만 해도 350만원에 달한다. 대선출마 선언 전까지는 타 시·도 출장의 경우, 총 16번 모두가 서울이었던 반면 대선경선 출마 후에는 50일 동안 15번 타 시·도로 출장을 갔고 지역도 여수와 광주광역시, 대전 등 전국 각지였다. 사실상 도정업무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비단 관용차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경기도의 물적·인적 자원들이 김 지사의 대권행보와 관련해 쓰여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당장 경기도의회는 김 지사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김 지사의 대권도전으로 인해 도정공백이 발생할 경우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김 지사의 행정력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민주통합당 도의원은 "도정을 책임져야 할 도지사가 경기도를 벗어나 외부일정에 매달리고 있다"며 "같은 처지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면 도정을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김 지사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사직 사퇴거부
도정 정치화 우려

그러나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는 사퇴의 뜻을 밝혔으나 정말 사퇴했을 경우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12월까지의 도정공백이 우려된다는 주위의 만류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며 "그나마 지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도정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도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도정과 관련된 행사가 아닌 곳에 갈 때는 휴가를 내거나 업무 시간 이후에 가고 있으며 관용차 이용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민주통합당은 "지사직 사퇴 후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소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선출마를 선언한 대부분의 후보가 현직 정치인임에도 유독 김 지사에게만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는 주장도 있다. 김 지사의 대선출마가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해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큰 결함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지사의 경우는 선거과정에서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 된다. 문재인 고문의 경우 선거과정에서 상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곧 지역구를 떠날 사람"이라며 공격했지만 최소한 이를 부인하진 않았다. 문 고문의 지역구 유권자들은 문 고문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문 고문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또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지사의 대선 출마에 대해 응답자의 54.6%가 '경기도의 최고 행정 책임자로서 무책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지사가 출마의 이유로 밝혔던 국민들의 명령이 있었다는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다. 때문에 김 지사의 대선출마는 과정도 잘못됐을 뿐 아니라 명분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비단 김 지사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일단 선거에 출마하고 보는 관행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가장 1차적인 피해는 재보궐 선거 등으로 해마다 발생하는 엄청난 혈세 낭비다. 또 기초적인 업무공백은 물론이고 후보자들이 내세웠던 공약이행도 사실상 요원해지면서 지역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행이 굳어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인으로서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상 백수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 총선과 같은 대형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쉽게 대중에게 잊혀질 가능성도 있고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유권자들과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출마하고 보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출마 안한다"더니…계획된 거짓말?
임기 중 출마관행 이유는? 사회적 비용 어쩌나

따라서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치인들이 임기 내에는 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번 선거 판세와 관련해 김 지사의 진짜 출마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이미 확고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김 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참여해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경선 참여는 김 지사의 차차기 대선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김 지사를 직접 만나 "경선에 참여해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면 향후에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김 지사가 경선에서 2위만 차지해도 차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경선에 참여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까지 나온 마당에 김 지사로서는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분석이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도 경선 흥행 카드가 절실한 상황에서 김 지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비박 3인의 완전국민경선제 요구에 박 전 위원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 지사가 유일하게 경선 참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친박계와 일종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무책임한 결정
명분은 어디에?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의 대권행보에 대해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도 지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김 지사 스스로 지금의 행보를 당당하게 여길수록 도민들은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김 지사는 운동권으로 활동하던 시절 보안사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동료였던 심상정 의원의 거취를 끝까지 털어놓지 않은 의리의 사나이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그러한 김 지사가 고작 권력욕 때문에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1200만 도민에 대한 의리를 쉽게 저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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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