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4대 의혹에 면죄부 남발한 검찰 '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25 15: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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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권 움켜쥔 MB '정권말 레임덕 없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검찰이 지난 6월11일 내곡동 대통령사저 구입 의혹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틀 후인 6월13일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 사찰이 300건 이상 있었지만 윗선은 없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4개 저축은행 경영진의 불법대출 및 횡령·배임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이 무성했던 정·관계 로비 관련 부분은 전혀 밝혀내지 못해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음 날인 21일에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을 수사한 특검팀도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치고 '배후는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검찰은 불과 2주 사이에 이른바 MB정권의 4대 의혹으로 불리는 모든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해냈다.

"내곡동 사저 '혐의' 없고, 불법사찰 '윗선' 없고, 디도스 공격 '배후' 없고...."
최근 검찰이 잇따라 내놓은 수사결과에 대해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예고된 무혐의'라는 비판이다. 과연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구입의혹과 관련, 검찰이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를 '서면조사'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차라리 카톡으로 조사하지 그랬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잘못은 있지만
범죄는 아니다?

MB정권의 첫 번째 의혹인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은 지난 2011년 10월8일 언론보도를 통해 최초로 불거졌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줄곧 머무를 사저를 왜 아들 명의로 매입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각에선 이를 편법 상속으로 해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주할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매도인이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우려에서 아들을 계약자로 내세웠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청와대 경호처가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 부근에 경호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을 당시 매도자가 시가보다 5배나 높은 가격을 불러 결국 협상 끝에 감정가의 2배에 가까운 가격에 사들인 예가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절차상 차명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데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하니 과연 일반인에게도 검찰은 이토록 자비로웠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또 시형씨가 내곡동 3필지를 공유지분 형태로 매수하면서 청와대 측이 더 많은 부담금을 지불한 것도 논란거리다. 검찰 조사에서도 시형씨는 수억원의 '실질적 이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누구에게도 적용하지 않았다. 시형씨가 이득을 본 건 맞지만 매매금액 산정과정이나 범위를 따져 볼 때 형사처벌까지 할 사항은 아니라고 검찰은 전했다. 국고를 통해 수억원 가량의 실질적 이득을 봤는데도 처벌대상은 아니라니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의혹은 짙은데 아무리 수사해도 '빈손'
검찰 정기인사 한달 앞두고 무더기 면죄부

MB정권의 두 번째 의혹은 지난 2010년 6월21일 민주당 측에서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시작된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이다. 검찰은 1차와 2차 수사를 합쳐 무려 2년여 동안이나 수사 펼쳤지만 지난 13일 "불법사찰은 있었지만,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다소 싱거운 결과를 얻어냈다.

그나마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개입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의 연루 혐의를 밝혀낸 것은 분명한 성과였다. 하지만 검사 14명을 포함해 모두 46명이 동원된 수사치고는 결과물이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사과정에서 'VIP(통상 대통령을 지칭)'를 적시한 문건까지 나왔지만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수사 대상자들은 수사과정에서 "자료 삭제를 지시했지만 증거인멸은 아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줬지만 입막음용으로 준 건 아니다"라는 식의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들의 변명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검찰의 박약한 수사의지는 이번에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 여부를 밝힐 핵심인물인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정정길ㆍ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서면 조사하면서도 권 장관에게는 서면 질의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300여 회 불법사찰
"윗선은 없다"


그럼에도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했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특정 인물들이 권한을 남용, 비선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민간인 등에 대해 사찰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자평했다.

MB정권의 세 번째 의혹은 지난 5월6일 영업정지 된 솔로몬·미래·한국·한주 4개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의하면 4개 저축은행이 저지른 불법 대출 규모는 무려 1조 3천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역시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등 4개 저축은행 대주주를 비롯해 경영진 12명을 전원 구속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혐의는 차명 계좌 등을 통한 대주주 자기 대출이 54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부실·배임 대출이 4538억원 등이었다.

저축은행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챙긴 돈도 1179억원에 달했다. 미래저축은행 김 회장이 7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임순(53) 한주저축은행 대표 216억원,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195억원,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 55억원순이다.

이들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공금을 횡령했다. 김찬경 회장은 앤디워홀의 '플라워' 등 은행 소유의 그림 12점을 담보로 해 102억원을 챙겼고, 밀항 시도 직전에는 은행돈 203억원을 무단 인출해 친인척 등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1조원대 불법대출
정관계 로비 의혹

임석 회장은 금융감독원 로비 명목으로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현금 14억원과 금괴 6개, 시가 3억원 상당의 그림 2점을 받았다. 윤현수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아내에게 고문료 10억원과 벤츠 승용차 리스 비용 등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임순 대표는 영업정지 직전까지 가짜 통장에 금액 표시만 해주고 고객이 맡긴 돈 180억원을 빼돌렸다.
그러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솔로몬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전 직원 한 명 외에는 추가 정황을 밝히지 못했다.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에 대한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만 답변했다. 검찰은 저축은행 오너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 끝까지 수사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에도 검찰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검찰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져가고만 있다.

마지막으로 MB정권의 네 번째 의혹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발생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21일 이에 대해서도 디도스 공격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구식 새누리당 전 의원과 나경원 당시 서울시장후보 캠프 등의 개입 여부 등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최 전 의원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나 전 후보 캠프 관계자와 통화한 내역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최 전 의원과 후원회, 가족 등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에서도 자금의 흐름 등이 포착되지 않았고 나 전 후보 캠프 측과 통화한 정황도 찾지 못했다.

대통령과 '맞짱' 뜨던 검찰의 기개 어디로?
'예고된 무혐의' 정치검찰 향한 비판 거세져

다만 검찰은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행정관 김모(44)씨, 행정요원 김모(42)씨 등 3명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초 최모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부터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 비서 공모(28)씨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는 곧바로 최 전 의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도 최 전 의원의 보좌관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관에게 전화해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말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또 모 인터넷 업체 고객지원팀 직원 김모(45)씨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담당 사무관 고모(50)씨를 디도스 공격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고 디도스 공격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사건 발생 이후에는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이유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진행하며 100여 명의 인원을 동원하고 2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지만 결국 수사의 본질과는 전혀 관련도 없는 인물들을 억지로 불구속 기소하며 생색을 내는데 그쳤다.

정치검찰 오명
진실은 어디에?

한편 검찰이 최근 MB정권 4대 의혹에 대해 잇따라 황당한 수사결과를 내놓은 이유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검찰의 정기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검찰에 대한 인사권은 사실상 청와대가 갖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 인사를 한다. 게다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전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한 야당관계자는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만 놓고 보면 제기된 의혹들을 해결하려는 것인지, 단순히 면죄부를 주려 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검찰의 뻔뻔한 태도에 기가 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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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