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4대 의혹에 면죄부 남발한 검찰 '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25 15: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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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권 움켜쥔 MB '정권말 레임덕 없었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검찰이 지난 6월11일 내곡동 대통령사저 구입 의혹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틀 후인 6월13일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 사찰이 300건 이상 있었지만 윗선은 없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4개 저축은행 경영진의 불법대출 및 횡령·배임 등의 혐의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이 무성했던 정·관계 로비 관련 부분은 전혀 밝혀내지 못해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음 날인 21일에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을 수사한 특검팀도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치고 '배후는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검찰은 불과 2주 사이에 이른바 MB정권의 4대 의혹으로 불리는 모든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해냈다.

"내곡동 사저 '혐의' 없고, 불법사찰 '윗선' 없고, 디도스 공격 '배후' 없고...."
최근 검찰이 잇따라 내놓은 수사결과에 대해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예고된 무혐의'라는 비판이다. 과연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구입의혹과 관련, 검찰이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를 '서면조사'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차라리 카톡으로 조사하지 그랬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잘못은 있지만
범죄는 아니다?

MB정권의 첫 번째 의혹인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은 지난 2011년 10월8일 언론보도를 통해 최초로 불거졌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줄곧 머무를 사저를 왜 아들 명의로 매입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각에선 이를 편법 상속으로 해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주할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매도인이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우려에서 아들을 계약자로 내세웠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청와대 경호처가 김대중 대통령의 사저 부근에 경호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을 당시 매도자가 시가보다 5배나 높은 가격을 불러 결국 협상 끝에 감정가의 2배에 가까운 가격에 사들인 예가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절차상 차명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데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하니 과연 일반인에게도 검찰은 이토록 자비로웠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또 시형씨가 내곡동 3필지를 공유지분 형태로 매수하면서 청와대 측이 더 많은 부담금을 지불한 것도 논란거리다. 검찰 조사에서도 시형씨는 수억원의 '실질적 이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누구에게도 적용하지 않았다. 시형씨가 이득을 본 건 맞지만 매매금액 산정과정이나 범위를 따져 볼 때 형사처벌까지 할 사항은 아니라고 검찰은 전했다. 국고를 통해 수억원 가량의 실질적 이득을 봤는데도 처벌대상은 아니라니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의혹은 짙은데 아무리 수사해도 '빈손'
검찰 정기인사 한달 앞두고 무더기 면죄부

MB정권의 두 번째 의혹은 지난 2010년 6월21일 민주당 측에서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시작된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이다. 검찰은 1차와 2차 수사를 합쳐 무려 2년여 동안이나 수사 펼쳤지만 지난 13일 "불법사찰은 있었지만,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다소 싱거운 결과를 얻어냈다.

그나마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개입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의 연루 혐의를 밝혀낸 것은 분명한 성과였다. 하지만 검사 14명을 포함해 모두 46명이 동원된 수사치고는 결과물이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사과정에서 'VIP(통상 대통령을 지칭)'를 적시한 문건까지 나왔지만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수사 대상자들은 수사과정에서 "자료 삭제를 지시했지만 증거인멸은 아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줬지만 입막음용으로 준 건 아니다"라는 식의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들의 변명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검찰의 박약한 수사의지는 이번에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 여부를 밝힐 핵심인물인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정정길ㆍ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서면 조사하면서도 권 장관에게는 서면 질의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300여 회 불법사찰
"윗선은 없다"


그럼에도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했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특정 인물들이 권한을 남용, 비선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민간인 등에 대해 사찰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자평했다.

MB정권의 세 번째 의혹은 지난 5월6일 영업정지 된 솔로몬·미래·한국·한주 4개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의하면 4개 저축은행이 저지른 불법 대출 규모는 무려 1조 3천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역시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등 4개 저축은행 대주주를 비롯해 경영진 12명을 전원 구속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혐의는 차명 계좌 등을 통한 대주주 자기 대출이 54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부실·배임 대출이 4538억원 등이었다.

저축은행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챙긴 돈도 1179억원에 달했다. 미래저축은행 김 회장이 71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임순(53) 한주저축은행 대표 216억원,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195억원, 윤현수(59) 한국저축은행 회장 55억원순이다.

이들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공금을 횡령했다. 김찬경 회장은 앤디워홀의 '플라워' 등 은행 소유의 그림 12점을 담보로 해 102억원을 챙겼고, 밀항 시도 직전에는 은행돈 203억원을 무단 인출해 친인척 등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1조원대 불법대출
정관계 로비 의혹

임석 회장은 금융감독원 로비 명목으로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현금 14억원과 금괴 6개, 시가 3억원 상당의 그림 2점을 받았다. 윤현수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아내에게 고문료 10억원과 벤츠 승용차 리스 비용 등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임순 대표는 영업정지 직전까지 가짜 통장에 금액 표시만 해주고 고객이 맡긴 돈 180억원을 빼돌렸다.
그러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솔로몬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전 직원 한 명 외에는 추가 정황을 밝히지 못했다.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에 대한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만 답변했다. 검찰은 저축은행 오너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 끝까지 수사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에도 검찰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지 검찰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져가고만 있다.

마지막으로 MB정권의 네 번째 의혹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발생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21일 이에 대해서도 디도스 공격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구식 새누리당 전 의원과 나경원 당시 서울시장후보 캠프 등의 개입 여부 등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최 전 의원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나 전 후보 캠프 관계자와 통화한 내역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최 전 의원과 후원회, 가족 등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에서도 자금의 흐름 등이 포착되지 않았고 나 전 후보 캠프 측과 통화한 정황도 찾지 못했다.

대통령과 '맞짱' 뜨던 검찰의 기개 어디로?
'예고된 무혐의' 정치검찰 향한 비판 거세져

다만 검찰은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 행정관 김모(44)씨, 행정요원 김모(42)씨 등 3명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초 최모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부터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 비서 공모(28)씨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는 곧바로 최 전 의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도 최 전 의원의 보좌관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비서관에게 전화해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말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또 모 인터넷 업체 고객지원팀 직원 김모(45)씨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담당 사무관 고모(50)씨를 디도스 공격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고 디도스 공격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사건 발생 이후에는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이유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진행하며 100여 명의 인원을 동원하고 2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했지만 결국 수사의 본질과는 전혀 관련도 없는 인물들을 억지로 불구속 기소하며 생색을 내는데 그쳤다.

정치검찰 오명
진실은 어디에?

한편 검찰이 최근 MB정권 4대 의혹에 대해 잇따라 황당한 수사결과를 내놓은 이유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검찰의 정기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검찰에 대한 인사권은 사실상 청와대가 갖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 인사를 한다. 게다가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전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한 야당관계자는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만 놓고 보면 제기된 의혹들을 해결하려는 것인지, 단순히 면죄부를 주려 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검찰의 뻔뻔한 태도에 기가 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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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