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자연에 물들다, 캠핑장의 하루-여주 이포보 캠핑장

강바람 솔솔 불어오는 캠핑장 “아~상쾌해”

여주 이포보 캠핑장은 자연과 사람, 강이 자연스레 하나 되는 곳이다. 남한강을 지나온 살랑거리는 바람과 막힘없이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텐트로 가득한 이곳엔 주차장과 캠핑장이 분리돼 있는 웰빙캠핑장 65면, 차량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 60면이 있다. 두 캠핑장의 거리는 약 500m. 세면장, 취사장은 물론 인라인스케이트장, 축구장, 족구장, 농구장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양평에서 여주를 거쳐 충주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이포보 캠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자전거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도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가까이에 여주의 대표여행지인 신륵사, 명성황후생가, 목아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으니 오가는 길에 들러보자.

아득하고 널찍한 사이트 눈길…넉넉한 도로와 아담한 풀밭
신륵사·황포돛배·명성황후 생가 볼거리도 다양

살랑거리는 강바람이 상쾌하다. 막힘없이 탁 트인 시야도 시원스럽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남한강이 빚어낸 풍경. 그 속에 사람이 있고,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텐트가 있다. 강물과 사람, 자연과 사람이 자연스레 하나 되는 곳, 여주 이포보 캠핑장의 풍경이다.

자연과 사람이
자연스레 하나 되는 곳

여주 이포보 캠핑장은 웰빙캠핑장과 오토캠핑장으로 구분된다. 주차장과 캠핑장이 분리돼 있는 웰빙캠핑장은 65면, 차량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은 60면으로 이뤄져 있다. 두 캠핑장의 거리는 500m 남짓. 자신의 캠핑스타일에 맞춰 캠핑장을 선택할 수 있다. 간소한 장비를 이용해 호젓한 캠핑을 즐기고 싶다면 웰빙캠핑장을, 완벽한 장비를 갖춘 캠핑을 원한다면 오토캠핑장을 선택하면 된다.

웰빙캠핑장은 말 그대로 차량과 캠핑 사이트가 분리되어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수시로 차량이 드나드는 오토캠핑장에 비해 아늑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장비를 직접 들고 옮겨야 하는 불편은 감수해야 할 부분. 그래도 캠핑장과 주차장의 거리가 멀지 않아 크게 고생스럽지는 않다.


웰빙캠핑장을 지나면 오토캠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토캠핑장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산뜻하게 정돈된 사이트가 시선을 끈다. 사이트는 외곽에서 중심부로 차량통행로를 따라 동심원처럼 자리해 있다. 앞뒤 사이트가 마주하고 있는 구조이지만 차량이 교행할 정도로 넉넉한 도로가 있고, 좌우로 아담한 풀밭이 있어 사이트는 아늑하고 널찍하다. 주차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사이트는 리빙쉘이라 부르는 거실형 텐트는 물론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이용한 캠핑도 가능할 정도.

사이트가 여유롭다는 건 다양한 구성의 텐트를 구축할 수 있어 캠퍼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 이런 면에서 이포보 오토캠핑장은 텐트만을 사용하는 실속형에서 텐트와 타프, 심지어 트레일러를 조합하는 고급형에 이르기까지 캠퍼들의 입맛을 폭넓게 충족시킨다. 배전시설도 사이트 두 개당 하나꼴로 설치돼 있어 전기연결선만 준비하면 별 어려움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웰빙캠핑장보다 외곽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은 그만큼 남한강과 가깝다. 덕분에 풍경도 참 좋다. 낮이면 수면에 닿아 부서지는 은빛 물비늘이, 해질녘이면 서산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캠핑장까지 그 빛을 드리운다. 노을이 물러간 뒤 찾아오는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놓칠 수 없다. 칠흑 같은 밤, 야전침대에 누워 쏟아질 듯 일렁이는 별빛을 감상하는 호사는 이곳 이포보 캠핑장을 찾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다.

노을 물러간 뒤 찾아오는
밤하늘의 아름다움

이포보 캠핑장은 캠핑을 위한 화장실과 샤워장, 세면대를 겸한 개수대는 물론 인라인스케이트장, 축구장, 족구장, 농구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전거 도로는 이포보 캠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양평에서 여주를 거쳐 충주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정비가 잘 돼 있어 자전거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도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포대교 앞 천서사거리 부근의 자전거 대여점을 이용하면 된다. 대여점에서 1·2인승 자전거와 전기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이포보 오토캠핑장과 웰빙캠핑장은 5월 말 시범운영 중이다. 별도의 공지가 있기 전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4대강이용도우미 홈페이지에 가입한 뒤 예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약은 선착순이며 예약승인 메일을 인쇄해 현장 관리인에게 제출하면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이용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 한 ID당 일주일에 최대 2박3일까지 캠핑이 가능하다. 캠핑장에서 사용할 여주군 관내의 음식물쓰레기봉투와 식재료, 물, 상비약 등 필수품은 준비해가는 것이 편리하다.

이포보 캠핑장을 오가는 길에는 온 가족이 함께 돌아볼 수 있는 볼거리가 많다. 신륵사다층전탑(보물 제226호), 신륵사대장각기비(보물 제230호), 신륵사다층석탑(보물 제225호), 신륵사보제존자석종(보물 제228호) 등을 보유한 신륵사가 첫 번째 볼거리이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 사찰은 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신륵사삼층석탑(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33호) 앞 강월헌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모습이 꽤나 아름답다.


명성황후 관련 전시물
마음까지 숙연해져

여주의 명물인 황포돛배는 신륵사 맞은편 조포나루에서 출발한다. 마포나루, 광나루, 이포나루와 함께 한강 4대 나루로 손꼽히던 조포나루는 조선시대에는 한강을 오르내리는 배들로 북적였다. 조포나루에서 출발해 얼굴바위와 여주대교, 여주군청을 거쳐 다시 조포나루로 돌아오는 황포돛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6회 운항한다.

명성황후가 8세까지 생활했던 명성황후 생가는 여주읍 능현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생가 외에도 명성황후기념관, 감고당, 민가마을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명성황후기념관에선 명성황후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일본도를 복원해 놓은 전시물 앞에서는 마음까지 숙연해 진다.

생가 옆 감고당은 명성황후가 왕비로 간택·책봉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본래 종로구 안국동에 있었으나 1966년 도봉구 쌍문동으로 옮겨졌고, 2006년 쌍문고등학교가 신축공사를 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다시 옮겨왔다. 감고당은 인현왕후가 왕비에서 물러난 뒤 복위할 때까지 5년여 동안 거처한 곳이기도 하다. 목아박물관은 1989년 우리나라 전통 목조각과 불교미술의 계승발전을 위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건립한 곳이다. 야외전시장과 실내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는 목아박물관에는 설립자의 조각작품 1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여행정보>
■ 당일 코스
·여주 이포보 캠핑장 → 신륵사 → 명성황후 생가

■ 1박 2일 코스
·첫째 날 : 여주 이포보 캠핑장, 캠핑 즐기기
·둘째 날 : 신륵사 → 황포돛배 → 명성황후 생가 → 목아박물관 → 귀가

■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여주종합터미널 20~30분 간격으로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하남IC → 6번 국도 → 양평 → 37번 국도 → 천서사거리(이포대교) → 이포보 오토캠핑장

■ 먹거리
·홍원막국수 : 막국수,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2-8259
·춘천본가닭갈비 : 닭갈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4-1909
·통나무정육식당 : 한우,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4-1060
·천서리버드나무집 : 장어구이,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031)884-7892

■ 주변 볼거리
황학산수목원, 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 고달사지, 파사성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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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